게시판 보면 전직들 몰라도 되는 건지 물어보는 글들이 많더라구요.
대답은 대부분 "전작을 해 보면 감동이 커지지만 몰라도 되는 이야기이다." 정도인 것 같던데요...
아직 엔딩 직전이지만 걱정되는 부분이 있어서 최대한 스포 없이 몇 가지 답을 드리려고 합니다.
[최대한 스포 없이 적으려고 애를 쓰긴 했지만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즐기고 싶다 하시는 분들에겐
이조차도 스포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 분들은 엔딩을 본 후에, 적어도 7장 진입 후에 읽으시거나
아예 패스하시는 걸 권해드려요.]
일단 제노블 시리즈는 거대한 "세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1편은 하나의 세계가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 세계가 왜 분열되어 서로 싸우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2편은 또다른 하나의 세계가 왜 탄생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합니다.
그리고 2편의 엔딩은 1편의 세계와 2편의 세계가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를 설명하죠.
그리고 이번 3편은 그 두 개의 세계가 이후 어떤 결말을 맞이했는지에 대헤서 이야기를 합니다.
따라서 전작들을 안 해보면 3편의 극후반 스토리에 이해가 안 가는 구멍이 생깁니다.
정말 중요한 스토리의 떡밥을 풀어주는 컷신이 통째로 "????? 갑자기 뭐지????" 라는 물음표로
가득차게 되어버리는 거죠.
물론 스토리 해설을 찾아서 읽어보면 되지만.....
적어도 게임 내에서 주는 정보 만으로는 이것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은 조금 무리가 아닐까... 라는 걱정을
해 봅니다.
등장인물도 그렇습니다.
전작의 인물들이 메인 스토리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기 때문에 전작을 해 본 유저라면 단순한 반가움을 넘어서
전작들로부터 이어지는 거대한 세계관이 최종 국면을 향해 나아가는 스토리의 클라이막스를
제대로 즐길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전작에 대한 정보가 없다면... 그냥 그런가보다... 정도로 끝나는 거죠.
실은 전작을 즐겨본 사람들은 지나치는 장소의 지명만 봐도 "어.... 여기??? 그렇다면 여기는 바로??" 라는
재미있는 힌트를 얻기도 합니다. 심지어 전투에서 양측의 아츠 사용법이 미묘하게 다른 것조차도 전작들의
전투 방식을 계승했을 정도니... 제작진이 3편을 제작하며 얼마나 전작들을 모두 아우르는 대단원의 결말을
맺으려고 노력했는지 쉽게 체감이 되기도 하구요.
즉, 제노블3는 1과 2의 결말을 짖는 게임입니다. 전작들을 알고 모르고는 즐기는데 있어 나름 큰 차이가
존재할 수밖에 없죠.
전 이뿐만 아니라
1편의 인연 시스템이 얼마나 귀찮고 많은 노력과 시간을 기울여야 했는지,
2편의 블레이드 뽑기가 얼마나 운빨 ㅈ망이었는지,
그리고 전작들이 얼마나 무의미한 심부름 서브퀘스트로 점철되어 있었는지를 하나하나 떠올리며
단순히 길찾기가 편해졌다는 개선점을 넘어서 이번 3가 얼마나 유저들의 편하고 즐거운 경험을 위해
애를 썼는지 잘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제작진들에게 큰 감동을 느꼈고 팬으로서 소소하게나마 감사하고 싶은 마음 마저 갖게 되더라구요.
전작들을 안 해봐도 되나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작들을 쉽사리 추천드리기 힘든 이유는 플레이 타임이 두 작품 모두
상당히 길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3에 비해 불편한 부분도 분명 존재하구요.
그리고 3의 메인 스토리의 초중반 대부분은 전작과 큰 관련없이 이야기가 흘러가므로
전작에 대한 경험이 없더라도 취향만 잘 맞으면 재밌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시간적인 여유가 되시고, 3가 다행히도 취향에 맞는다면, 그리고 전작들을 아직 안 해보셨다면
전 꼭 해보시라고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3편의 스토리를 좀더 깊이있게 즐기고 싶으시다면,
그리고 여전히 RPG 장르가 이토록 훌륭하게 살아있으며, 모노리스가 지속되는 한 이런 훌륭한 게임 시리즈가
계속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충만함을 느끼고 싶으시다면,
전 꼭 전작들을 뒤늦게라도 즐겨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3편만하면 그냥 잘만든 게임한편하는거고 1편부터 이어서 하면 게임이 점점 발전해나가는걸 몸소 느끼게되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