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트 시리즈 이름은 많이 들어봤는데 모바일 게임이기도 하고 해서 이름만 듣고 있다가 이번에 나온 게임이 스토리 몰라도 아무 상관 없는 게임이라길레 해봤습니다. 스토리는 개인 취향의 영역이라 뭐라 말하긴 어려운데 제 기준으로는 뭔가 캐릭터가 쓸 때 없이 많이 나와서 서사가 약간 난잡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스토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캐릭터는 사실 서번트 중에 절반도 안 되는 거 같은데, 차라리 등장 캐릭터를 줄이고 이야기에 좀 더 집중했으면 훨씬 좋지 않았을까 싶네요. 특히 어쌔씬은 중간에 '얘가 뜬금없이 왜 이러는 건가. 내가 뭐 빼먹고 진행했나?'싶을 정도로 캐릭터의 행동 당위성이 증발한 거 같네요. 얜 지금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
1회차 결말은 그냥 무난한 소년 만화식 엔딩이고, 좀 더 여담을 보여줬으면 더 좋았을 듯 하지만 나쁘진 않았습니다. 2회차 엔딩은 좀 더 사람들이 주인공의 행동에 대한 당위성을 느낄 수 있게 분량을 좀 더 할애했으면 어땠을까 싶네요. 1회차에서 몇 군대 대사 추가되는 정도가 전부라 후반부 행동에 '얘는 또 왜 이러나....내가 뭘 또 빼먹고 진행했나?' 싶은 느낌. 행동의 당위성에 대한 묘사만 좀 더 있었어도 괜찮은 결말이 되었을텐데 약간 아쉽네요. 전 개인적으로 2회차 엔딩이 더 마음에 듭니다. 제가 저런 류의 자기 완성을 위해 사는 캐릭터를 좋아하는 것도 있구요.
전투는 무난하게 즐기기 좋은 시스템이지만 쉽게 하려면 너무 쉬워지고, 어렵게 하려면 이게 맞나 싶은... 약간 난이도 조절이 이상하다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악귀 난이도라도 아이템이 하도 많이 나와서 아이템 퍼먹으면서 게임하면 한 대 맞고 즉사가 아니면 어쨌든 다 잡을 수 있고, 그렇다고 아이템을 안 쓰고 하면 고난이도에서는 한 두 방에 사망하는 경우가 많이 나와서 요리조리 피해다니느라 전투가 한도끝도 없이 길어지네요. 그리고 고난이도에서 쉴드 내구도는 좀 더 줄이는 게 좋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쉴드만 까면 피통 날리는 건 순식간인데 몇 번씩 쉴드를 리필해대니 실제 보스가 지금 얼마나 체력이 남은 건지 직관적으로 감을 잡기 어렵더군요. 한 번만 리필하는 녀석도 있지만 몇 번씩 리필해대는 녀석도 있어서...
그 외에는 다 만족스러운 게임이었습니다. 특히 고대나 미래의 영웅을 소환해서 싸운다는 설정도 매우 흥미롭구요. 알던 캐릭터가 아서왕 세이버 걔 밖에 없었는데 엔딩 보고 나무 위키 좀 읽다보니 왜 이렇게 페이트 시리즈에 팬이 많은지 약간 이해가 되더라구요. 딱 설정 파고들기 좋은 게임이라는 느낌. 전투도 적당한 난이도로 아이템만 알아서 제한하고 싸우면 제법 쫄깃한 게임이 되구요.
추가로 검귀 난이도 점빵 주인 클리어 영상입니다. 아이템 제한을 두고 싸우느라 전투가 엄청 길어지네요. 12:44초 쯤에 난이도 조절이 좀 이상하다고 말한 이유가 있습니다. 저 위치에 안 보이는 턱이 있는데, 저기 걸리는 바람에 거의 만피에서 부활까지 받았는데 피통 10%대로 떨어지는게 3~4초만에 일어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