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허클베리입니다.
지난 4월의 어느 봄날 이야기..
원래 토요일에 캠핑장으로 가려고 했으나
갑자기 하루 전 날 훌쩍 떠나게 되었네요.
가끔씩은 모든 걸 그 자리에 내려놓고
의식의 흐름에 따라 살 필요도 있습니다.
도착하니 이미 해는 져서 깜깜하고..
온 세상이 뿌연 안개로 가득합니다.
안갯속에서 뜀박질하며 놀다 보니 꼬로록..
지맹이가 작품 사진(?) 한 장을 남겼군요.
간단하게 목살 몇 덩이를 굽고..
야채를 소스에 버무립니다.
저녁을 먹고 안개 낀 캠핑장을 걷습니다.
안개의 효과인지 야간 산책이 운치있습니다.
이른 시간이지만 졸음이 밀려옵니다.
오늘은 조기 취침에 들어가기로 하고
일찍 포근한 잠자리에 들어갑니다.
오늘따라 캠핑장에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너무 조용해서 적막함까지 느껴지네요.
아내와 딸아이는 이내 잠이 들고..
저는 혼자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가
언제인지도 모르게 꿈나라로 갔네요.
zzZ...........
산새들이 지저귀며 단잠을 깨웁니다.
텐트 문을 열고 나가니 아침 햇살이 반겨줍니다.
아침 산책길에 만난 '고래의 언덕'...
시야가 좋아서 저 멀리 폭포까지 보이네요.
캠핑장 위 언덕으로 발길을 돌립니다.
들꽃도 보고 지저귀는 새들의 노래도 듣고..
흙냄새 풀 냄새 맡으니 몸이 가벼워집니다.
그런데 갑자기 스스스 소리가 들립니다.
무언가 마른 나뭇잎 사이를 지나갑니다.
설마설마.. 했는데 1미터가 넘는 뱀이..
저를 보더니 아내도 힐끗 쳐다봅니다.
그러다가 고개를 돌려 갈 길을 가네요.
이 녀석은 얼굴이 독해(?) 보이진 않던데..
사이즈가 커서 무섭네요. 이름이 뭘까요?
언덕을 내려와 강변 산책로를 걷습니다.
저 앞에서 두릅이 불쑥 눈에 들어옵니다.
파릇파릇 생기 있는 두릅향이 참 좋네요.
오늘 아점은 얼큰 담백한 선지국입니다.
서큘레이터 먼지가 거슬려서 청소 타임!
유기농 판매장에 들러서..
깨끗한 유기농 채소를 겟 합니다.
두릅은 진열대에 올리자마자 동이 난다네요.
붕붕이들을 꺼내 배터리를 먹입니다.
자.. 오랜만에 원 없이 달려 볼까나..
캠핑장에서 하는 RC놀이 보고 가실게요.
트랙사스 슬래쉬 4X4 막주행 영상입니다.
신나게 달린 모습이 역력합니다.
오후가 되자 아내는 졸음을 이기지 못합니다.
그래서 지맹이랑 둘만의 모험길을 떠나기로!
음악을 들으며 비포장길을 달리고 달립니다.
차박 캠퍼들의 성지인 한탄강변입니다.
많은 캠퍼틀이 인산인해를 이루었네요.
아빠와 딸은 주상절리 앞에서 잠시 쉽니다.
제가 지맹이에게 문제를 하나 냅니다.
"가수 비 매니저가 하는 일이 뭔지 알아?"
"매니저면 운전도 하고 일도 도와주겠지~"
"아니야.. 비 매니저가 하는 건 '비만관리!'"
알 수 없는 침묵의 시간이 찾아옵니다....
갑자기 지맹이가 외마디 비명을 지릅니다.
"아빠~ 벌이 자꾸 쫓아다녀~ᅲᅲ"
"괜찮아! 지맹이가 꽃이라서 그래..♡"
비가 안 와서 그런지 한탄강 물이 탁하네요.
물가에 앙증맞은 파라솔이 보입니다.
아주머님들의 고스톱 경기가 한창이네요.
저도 한 게임 참여하고 싶은 욕구가!!
"아빠~ 우리 이제 돌아가 볼까?"
험난한 장애물을 넘으며 전진합니다.
이까짓 물 웅덩이 쯤이야 식은 죽 먹기!
날이 좋아서 그런 지 걷는 게 더 좋나 봅니다.
킥보드가 오늘의 여정을 말해 줍니다.
많은 사람들이 잔디밭에서 광합성 중입니다.
한 것도 없는데.. 벌써 해가 기우네요.
숯을 달구고 목살과 등갈비를 올립니다.
유기농 판매장에서 구입한 채소!
신선한 채소와 골뱅이도 무쳐줍니다.
86 아시안 게임 때 장인어른께서 구매하신 오래된 그릴입니다.
한 번 사용하시고 창고에 넣어 두신 걸
몇 년 전부터 제가 사용하고 있답니다.
34년이나 되었지만 현역처럼 보입니다.
아주 적절하게 잘 익었네요.
옆에서는 그릴에 삼겹살을 굽습니다.
목살과 등갈비는 순삭이니까요.
깻잎과 상추 무침에 고기를 살짝 올려주면 풍미가 더해집니다.
앗.. 옆 사이트 캠퍼님이 김밥을 주셨네요.
오전에 텐트 설치를 조금 도와드렸거든요.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감사했습니다^^
고기가 조금 부족한 느낌이 듭니다.
가래떡과 쫀드기의 환상적인 조합.
여기저기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옵니다.
캠핑장의 저녁 시간은 사랑이 넘치네요.
식사가 일러서 취침 시간도 빨리 옵니다.
침대에 나란히 누우니 잠이 달아났네요.
한 시간 넘도록 이야기가 끊이지 않습니다.
지맹이가 대답이 없어서 돌아보니 쿨쿨..
아내와 저도 불을 끄고 잠을 청합니다..
굿 나잇... zzZ..
오늘 아침은 늦잠을 자서 찌뿌둥합니다.
새벽엔 흐리더니 하늘이 개고 있네요.
산책을 하며 오랜만에 점프샷을 남깁니다.
깔끔한 순댓국이 속을 달래 줍니다.
"지맹~ 아빠랑 레이싱 한 판 콜?"
반환점을 정하고 경주를 시작합니다.
간발의 차이(?)로 지맹이가 승리했네요.
레이싱은 어느새 육박전으로 이어집니다.
경주에 진 아빠가 분풀이를 하는 순간..
닦고 조이고 기름칠해서 정비를 마칩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만난 청설모..
위험한 찻길에서 무얼 주워 먹는지..
훠이훠이 쫓아도 꿈쩍도 안 하네요.ㅠㅠ
곧 장박 살림을 철수해야 해야 합니다.
짐을 미리미리 조금씩 가져오고 있네요.
짐 정리를 마치고 청소를 하고 있는데..
지맹이는 음악을 틀고 댄스 삼매경..
정리를 마무리하고 처가댁으로 달려갑니다.
맛있는 김치찌개를 해드리려고 했는데..
한눈을 파는 사이에 사고가 났네요.ㅠㅠ
장인어른을 위한 두릅전도 부치고요.
살짝 데쳐 초장에 찍어 먹어도 꿀맛입니다.
걸음마를 시작한 게 엊그제 같은데..
딸아이가 벌써 5학년이 되었습니다.
이마에 조그만 여드름이 송송 나고..
아침마다 고데기로 스타일링을 하고..
장바구니에 예쁜 옷들을 골라 담고..
히죽거리며 화장 놀이를 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아이'가 아닌 '청소년이란 말이 더 어울리는 듯합니다.
딸아이가 너무 빨리 커가는 게 서글프지만..
한 편으론 혼자서 이것저것 하려는 모습이
무척이나 기특하고 대견스럽기도 하네요.
딸아이는 여느 또래들과는 다르게 요즘도 매일 제게 안기고 뽀뽀를 합니다.
길거리를 걸을 때도 손을 꼬옥 잡고 다니고
잘 때도 제 옆에 누워 깍지를 끼고 잡니다.
딸아이가 눈앞에서 쌩긋 웃고 있으면 심장이 콩콩 빠르게 뜁니다.
'갱년기 증상인가..?' 생각이 들다가도..
금세 이것이 '설렘'이란 걸 알아차립니다.
그럴 땐 나지막이 주문을 외웁니다.
"나대지 마.. 심장아, 좀 나대지 마..."
너무 쿵쿵거리면 아내가 질투할지도 모르니까요.
"딸.. 내일은 오늘보다 더 사랑할 거야.."
오늘도 행복하세요!
- 끝 -
아고고 3개월이면 너무나 작고 예쁘겠어요. 저희 딸도 그럴 때가 있었는데.. 꼬물거리던 손가락... 쌔근쌔근 잠든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언제나 알면서 져주는게 가장 재밌는 놀이네요^^
벌써 5학년! 지맹이 애기일때부터 본 것 같은데 너무 빨리 커서 속상하시겠어요. 저희 딸 이제 3개월 다 되어가는데 고작 2개월 사이에도 확 큰게 체감이 될 정도라 가끔 1개월때 모습이 그리운게 허클베리님 마음이 이해가 가기도 합니다. 4X4 VXL슬래시랑 순정모변 서밋이 레이싱하면 결과는...ㅋㅋ 딸이 이기게 해 주기 위한 착한 아빠네요 ㅋㅋ
벌써 5학년! 지맹이 애기일때부터 본 것 같은데 너무 빨리 커서 속상하시겠어요. 저희 딸 이제 3개월 다 되어가는데 고작 2개월 사이에도 확 큰게 체감이 될 정도라 가끔 1개월때 모습이 그리운게 허클베리님 마음이 이해가 가기도 합니다. 4X4 VXL슬래시랑 순정모변 서밋이 레이싱하면 결과는...ㅋㅋ 딸이 이기게 해 주기 위한 착한 아빠네요 ㅋㅋ
아고고 3개월이면 너무나 작고 예쁘겠어요. 저희 딸도 그럴 때가 있었는데.. 꼬물거리던 손가락... 쌔근쌔근 잠든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언제나 알면서 져주는게 가장 재밌는 놀이네요^^
따님이 언제나 이쁩니다. 보면서 흐뭇해지는 글입니다.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즘 학교에 못 가서 안달이 났네요. 코로나 조심하세요!
언제나 코로나 조심이 우선입니다. 건강이 최우선 사항입니다.
요즘 바깥활동이 뜸해서 글도 자주 못 쓰게되네요. 코로나가 지나가면 자주 오겠습니다. 행복한 오늘 되시길 바랍니다!
힐링이네요
힐링되는 하루 되세요!
점프샷 오랜만에 보는 듯요 ㅎㅎ 잘 보고 갑니다~
점프는 계속 됩니다..^^
뱀은 유혈목이 입니다. 주로 강가나 낮은 수풀에 서식하는데 물근처에 살아서 수영도 잘합니다. 독사고 물리면 전신내출혈을 일으키는 신경독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리면 잘못하면 죽습니다. 근데 잘 안뭅니다. 공격적인 행동만 안하면 그냥 지가 피해가는 온순한 놈입니다. 그래도 애기들은 조심해야겠죠.
유혈목이라는 것을 이번에 알았습니다. 흔히 꽃뱀이라고 하면 독이 없는 무해한 종인 줄 알텐데.. 앞으로 조심해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꽃뱀 맞습니다. 흔히 유혈목이가 독이 없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어금니쪽에 독이 있어서 물려도 깊게 물리지않으면 독이 퍼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독이 없다고 착각하는데, 잘못하면 위험하죠.
오늘보다 내일 더 사랑할거야 진짜 명언이네요
아마 저희 부모님께서도 그리 생각을 하셨을 것 같습니다..^^
오른쪽 축하드립니다....근데 제목만 보고는 닐 드럭만 얘긴줄.....
닐 드럭만 검색 들어갑니다. 행복한 저녁시간 되세요!
일단 추천 박고 나서 다시 스크롤 올려서 글을 읽습니다.
선추천 감사합니다 휴일 마무리 잘 하세요!
저기요.... 작성자님땜에 이번휴가때 한탄강 구경할껍니다 책임지세욬!
한탄강은 하늘이 주신 선물입니다.
나도 딸 낳고 싶다.
도전하세요!
비만관리! 꺄르륵 행복한 사진과 글 잘 보고 갑니다
제가 해야합니다.ㅎㅎㅎ
세상에!!!! 제가 몇년만에 돌아오니 어느새 5학년이라니요!!!!!! 아이고 ㅠㅠ 세월의 흐름에 놀라기도 하지만.... 너무너무 잘커줘서 다행이고 변함없이 캠핑다니시는 모습에 감탄하고 다닙니다!
오랜만에 오셨나보군요. 세월이 이렇게도 빠르네요.. 이제 금방 중학생이 될 것 같습니다.ㅜㅡㄴ
제목을 왜 그렇게?
심장이 자꾸 나대서요..ㅜㅜ
애들은 정말 눈 깜빡할 새에 자라네요. 그래도 이렇게 성장 과정을 충실히 기록하고 계시니 커서도 따님께 큰 추억과 자산으로 남지 않을까 싶습니다. 따님이 아빠를 대하는 태도가 여느 또래와 다른 것은, 그만큼 허클베리님께서 따님께 쏟는 시간과 애정이 그만큼 남달라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항상 늘 지금처럼 행복하시길 바라겠습니다.
축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세월이 화살보다 빠름을 느끼는 요즘이네요. 늘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우와앙 핵부럽습니다
휴일 마무리 잘 하세요!
마의 중2병까지 2~3년 남았네요 ㅠㅠ 지금 더 많이 함께 다니세요~ ㅠㅠ
부디 잘 이겨낼 수 있길 바래봅니다.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