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사진이 별로 없어서 죄송합니다.
사실 사진보다 하고싶은 이야기가 있어서 왔습니다.
약 2년동안 길냥이들에게 밥을 주면서 항상 다른 이웃에게 피해를 주지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아무래도 고양이를 싫어하시는 분들도 계실테니까요.
제 맘을 알아주는건지 아니면 고양이들도 눈치를 보는건지
제가 밖에 나갈때에는 있다는 표현(엉덩이만 보인다던가, 얼굴만 내민다던가, '냐옹'이라고 한번 소리내준다던가)만 할뿐
-오히려 다른 곳에서 온 길냥이들이 시끄럽게 굴면 쫓아가서 혼내주기도 하고 (아참, 조용조용하면 내버려두더군요.)-
작년 1월에는 집앞에 새끼고양이를 물어오기도 했고....
여튼,
여러가지 에피소드가 많았던 곳이었습니다.
지난 몇주간은 꽤 맘이 심란했었습니다.
집이 재개발이 들어가게되면서
2월 1일에 이사가는 날이 결정되어버렸거든요.
날도 춥고, 누가 사람들 몰래 밥이나 줄까. 고민도 되고......
하지만 막상 이사를 하고나니
이사준비로 떠들석하게 며칠이 지나버렸습니다. (심지어 토요일에는 앓아누웠더랬죠.)
일요일 오후.
아직 몸살이 나아지지않았지만
며칠동안 고양이를 내버려둔 죄책감에 예전에 살던 집으로 향했습니다.
항상 밥을 주던 곳에 가보니
또 '냐옹' 이라고 한번 울고 마는 고양이.
하지만 왠걸? 항상 보던 녀석이 아닙니다.
윗 사진에 등장하는 새끼고양이였지요.
얼른 간식을 까주니까 허겁지겁 먹는 모습에 마음이 놓였습니다.
이때 평소에 큰형님 노릇하던 녀석이 나타나서
간식을 보고 얼른 달려들길래 말렸더니 놀라더군요.
'집사녀석, 오랫만에 나타나더니 건방져졌군.' 이라는 표정이었습니다.
- 워낙 순식간의 상황이라 사진으로 남기지 못해 죄송합니다 -_-;;
얼른 간식을 바쳐드리고
새끼고양이를 보고 있는데 사진에도 보이는 우유곽이 신경쓰입니다.
분명. 누군가 놓아두었을 것인데....
그리고 갑자기
밥을 먹은 새끼냥이가 힘이 난건지 울어대기 시작합니다.
-안돼! 안돼! 사람들이 쫓아내면 어쩌려구!-라고 걱정하던 찰나.....
'냐옹아~ 어딨노? 배고프나?
어딨노? 이리온나'
.....
저희집 왼쪽에 사시는 할머니께서 고등어 한마리를 들고오셔서 고양이를 찾고 있습니다.
.....평소에 간식만 주던 제가 부끄러워질 정도의 스케일입니다.
저는 말없이 새끼고양이를 가리키며 여기에 있다고 말합니다.
'어이쿠. 니 밥묵고있나.
모자라면 이거 머거라잉~'
할머니는 손이 크십니다. 고양이가 숨어서 먹기 좋도록 한 구석에 조용히 놓아두십니다.
제가 항상 밥을 주던 2년간 보지 못했던 광경입니다.....
새끼 고양이가 밥을 먹는 것을 보면서 맘이 푸근해진 저는
이전에 살던 집을 돌아봅니다.
근데...
왠걸? 오른쪽 집 입구에 고양이 밥상이 차려져있습니다.(그릇에 고양이용 사료가 담긴것)
맨날 저에게 밥을 얻어먹던 턱시도 고양이가 저를 힐끔 보더니 밥상에 코를 묻어버립니다.
이것도 2년동안 한번도 보지 못했던 광경입니다......
기분이 묘해져서 바람이나 쐬려고 옥상에 올라갔습니다.
....옥상에는 고양이가 쉬고갈만한 신발장 폐허에 고양이를 위한 밥그릇과 물그릇, 심지어 쿠션도 깔려있었습니다.
옥상 바로 아래 살던 제가 이사하기 전날까지도 못봤던 것들입니다.
이제 슬슬 집에 돌아가야지 하고 내려가다가
이전에 새끼 고양이 다섯마리가 들어왔던 지하가 생각나서 잠시 내려가보던 순간.....
여기에는 고양이가 잠자고 갈 수 있도록
종이상자에 쿠션, 그리고 먹다남은 소세지가 들어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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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사한 이후로 이웃주민들이 변한걸까요?
아니면 이웃주민들이 제가 이사해서 고양이들을 걱정한 걸까요?
제가 없던 얼마간 고양이들이 힘들었을거라 생각하고 올라왔다가
왠지 모를 패배감(?)에 빠져서 집에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뭐, 결론은.... 길냥이들이 굶진 않겠구나란 생각에 맘은 좋았습니다....
이웃분들. 감사합니다. ㅠㅠ
ㅎㅎ 마음 따뜻하신 분은 새해 복을 더 받으셔야해요 얍
님 한시름 나았겠는데요...몸은 떠났지만 그곳의냥이들 걱정되는 님의마음 충분히 이해가 되며 새로운곳에서 행복하시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