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탈 기어 솔리드 2편은 제가 해본 게임들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고, 난해한 주제를 다루고 있었습니다. 전작에서 다루었던 유전자, "GENE" 라는 테마를
더욱 폭넓게 전개시켜 문화 유전자인 "MEME" 에 대한 이야기를 주제로 디지털 매체를 통한 정보 선동에 대해 제작진이 전하고자 하는 바를 플레이어에
게 아주 직접적으로 전달하려고 하였죠. 이것은 굉장히 용감한 시도였습니다. 당시 기준으로 엄청난 자본과 기술력, 제작진의 노력을 갈아 넣은데다가...
수많은 유저들의 기대를 받고 있었던 게임이었으리라고는 감히 생각하기가 쉽지 않았을 정도로 실험적인 스토리텔링을 보여주었으니까요. 조금만 잘못
만들었으면 프로젝트 자체가 망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결국 게임은 제대로 완성되어 높은 평가를 받게 되었고, 작년에 제가
이 게임을 플레이 했을 때는 시간이 아주 많이 지난 뒤였음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충격을 받았습니다. 몇일동안 엔딩의 여운이 가시질 않아 여러모로 고생
을 했었죠. 그만큼 제게 있어서 큰 의미가 있는 게임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게임 플레이 쪽에서는 아무래도 후속작인 메탈 기어 솔리드 3편을 먼저 접했기
때문에 아쉬운 점 또한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탱커편까지는 정말 엄청나게 재밌는 잠입 플레이를 체험시켜 주었지만... 플랜트 편에서는 복잡한 주제를 유
저에게 어떻게든 전하기 위해서 다채로운 게임 플레이를 다소 희생시키고, 선형적인 느낌이 많이 나는 게임으로 돌변해버렸죠. 이것은 후속작인 메탈 기어
솔리드 4편도 마찬가지인데... 전작의 스토리에 불만을 가진 팬들을 위해 모든 떡밥을 소진하여 스토리를 풀어내다 보니 전체적인 게임 플레이가 부실해지
고 말았었죠. 아무튼 게임 플레이 측면에서 이런저런 부분이 아쉽긴 했지만, 이 정도로 충격을 준 게임은 제게 있어서 얼마 없었던것 같습니다. 최고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