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해드릴 패키지는 우연히 얻은 툼레이더 3입니다
저는 꽤 많은 게임 패키지를 모았지만 이건 정말 독보적으로 희한하게 생겨먹었습니다
보시면 알듯이 사다리꼴입니다. 사다리꼴왜? 패키지왜? 대체 상자에 쌓을땐 어떻게 쌓았던 걸까요?
똑바로-뒤집어-똑바로 식으로 차곡차곡 쌓아도 필연적으로 빈 공간이 생기지 않나?
(제 사진 아닙니다. 출처 이베이)
한국에서 일부러 이렇게 만든 건 아니고 사실 툼레이더 3의 원래 패키지도 이렇게 사다리꼴을 하고 있습니다
원래 게임 패키지는 표준규격이 존재하지 않아서 사이즈가 다 지멋대로였습니다
같은 회사에서 생산하는 것들은 그나마 사이즈가 통일되기라도 했습니다만 그렇지 않으면 얄짤없죠
그리고 이렇게 괴상한 패키지들은 주류가 되지는 못했으나 의외로 찾아보면 꽤 많았습니다
(출처 https://bigboxcollection.com/)
예를들면 이걸 대체 무슨 모양이라고 해야할지 설명하기 힘든 페르시아의 왕자 2 박스나
마찬가지로 이것도 대체 뭐라고 해야할지 알기 힘든 울트라보츠라는 게임의 박스도 있습니다
이런 괴상한 박스들은 모두 여혹화(Hock Wah Yeo)라는 중국계 디자이너의 작품들입니다
'무형인 소프트웨어에 물리적인 형태를 부여한다'는 개념으로 디자인한 작품들이라고 하는데
신기한 디자인으로 주목은 받았지만 특유의 구조 상 유통이 지옥이었다고 하더군요
자세한 것은 https://visla.kr/news/art/173580/ 라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다만 툼레이더 3의 박스는 여혹화의 작품은 아닙니다. 잠깐 이야기가 딴데로 샜군요
이 박스는 양 옆이 열립니다만 특유의 구조때문에 열기가 더럽게 힘듭니다
보시면 알겠지만 이미 모서리가 나갔습니다
이왕이면 위나 아래를 열게 만들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그리고 펼치면 라라 크로프트의 전신이 나옵니다
원래도 괴상한 패키지였지만 펼치니까 더 괴상해집니다
박스 뒤에는 라라 크로프트의 빵댕이가 있습니다
저 폴리곤으로 된 라라 크로프트라는 자식이 뭐라고 이런가 싶을수도 있습니다만
90년대말 3D 그래픽의 태동기에 나타난 라라 크로프트는 당시 3D 게임 최고의 섹시 아이콘이었습니다
물론 툼레이더 1 역시 명작 어드벤처 게임으로 역사에 남았죠
어느 정도였냐면, 라라 크로프트가 출연하는 TV 광고도 나왔습니다
게임 광고가 아닙니다. 라라가 자동차, 음료수, 웨딩 드레스, 비자카드, 심지어 펩시콜라 광고 모델로도 등장했고 그 광고들은 지금도 유튜브 검색해보면 찾아볼 수 있습니다
다들 알듯이 안젤리나 졸리 주연 실사 영화도 나왔습니다
이 시대 자체가 라라 크로프트의 시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아직 3D 그래픽의 초창기였던 90년대 치고는 잘 뽑힌 3D 모델의 힘이었습니다
다만 이 3편까지가 라라 크로프트의 커리어 하이였고 그 이후로는 계속 내리막길을 걷게 됩니다
더 고품질 3D 미녀들이 나오기 시작하기도 했고 게임 자체도 문제가 많아지면서요
내용물은 CD, 매뉴얼, 캔뱃지, 엽서, 그리고 짧은 공략입니다
캔뱃지와 CD에 대해서는 딱히 설명드릴 게 없군요. 참고로 CD는 밀봉입니다
매뉴얼은 얇지만 의외로 전 페이지 코팅 풀컬러로 되어있습니다
그리고 이건 공략입니다
이게 의외로 정성을 쏟았는데, 그냥 글줄로 적어놓은게 아니라 스크린샷을 하나하나 첨부해서 설명을 곁들였습니다
저는 90년대 게임잡지에 툼레이더 공략이 실리던 걸 기억합니다만 저렇게 주요 포인트마다 스크린샷을 찍어서 설명을 첨부해놓은걸 수 페이지에 걸쳐 빼곡하게 써놨죠
다행히 마지막까지 있는건 아니고 중반 정도까지만 있는지라 게임잡지의 밥줄을 위협할 정도는 아닙니다
그래도 굉장한 정성이 느껴지죠. 가뜩이나 툼레이더 3는 전작들에 비해 고난이도인 것으로도 유명한데 말입니다
아무튼 이렇게 툼레이더 3의 박스 를! 살펴봤습니다
리부트 이후 툼레이더라는 IP는 물론이고 라라 크로프트도 어쩐지 그다지 관심을 못 받는 캐릭터가 되어버렸습니다만
아무튼 한때의 영광스러운 시절을 보여주는 패키지입니다
이상입니다
패키지 사진 잘 봤습니다. 정성스러운 글 감사합니다. 옛날 게임은 케이스 안에 게임 매뉴얼이 들어있었는데 요즘처럼 간소화도 좋지만 예전이 생각날 때가 있습니다.
저는 게임을 플레이 뿐만 아니라 소장하고 싶어서 구매합니다. 그래서 다운로드판이 편리하지만 패키지판 구매를 더 선호합니다. 요즘은 대부분 게임 매뉴얼이 미수록이라서 아쉽네요. 저지 아이즈, 로스트 저지먼트, 여의 궤적 1,2는 케이스 안에 캐릭터 소개 종이나 해설서가 들어있어서 좋았습니다.
저때 세기말 감성이 그리워 집니다 ..ㅋㅋ 저도 소장하고 있었는데, 정작 게임은 너무 어려워서 기억도 안나고 희안하게 생긴 패키지만 뇌리에 남았네요 ㅎ 오랜만에 재밌는 패키지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