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난 7월 뉴욕을 다녀왔었습니다.
정리가 늦어 이제사 올리네요.
뉴욕에 안타까운 일로 다녀오긴 했습니다만
며칠 여유가 있어 밥은 먹고 다니긴 했기에
사진을 올려봅니다.
올해 초 한국에 있는 페루음식점을 인상깊게
갔었기에 뉴욕에서 좀 더 제대로 된 페루음식점이
호텔 근처에서 있으려나하고 검색해보다가 칮아낸
니케이 음식 (한자로 일계 日系. 일본계 음식?)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을 찾아냈습니다.
18세기 페루로 이민간 일본계 노동자들이 정착하면서
현지화된 일본 음식을 니케이 음식이라고 한다네요.
신기하네. 두세블럭 떨어진 거리에 있기에 바로 가봅니다.
뉴욕에서도 널리고 널린게 일본음식점 이지만 페루식
일본음식인 니케이 음식점은 이곳이 아마도 처음인듯 합니다.
많은 관심을 받는 듯.
상호인 센 사카나. 밑에 작은 글자로 니케이 키친이라고 쓰여있네요.
1800년대 후반부터 일본인들이 페루에 이민가서 어쩌고...
하는 그런 내용의 소개글...
점심 때인지라 가볍게 시켜봅니다.
치라시 즈시를 시켰습니다. 일본식 회덮밥이죠.
다만 비벼 먹는게 아닐뿐.
옥수수 튀김이 올라간 어린잎 샐러드와 연어알을 올린 순두부
그리고 미소 된장국이 나옵니다. 가츠오부시를 필요에 따라
더 올려 먹을수 있게끔 하네요.
아후, 조명이 왜이리 누런건지...
뭔가 많이 올라가 있긴 한데 색감이 안보이네요...
어쩔수 없이 플래쉬를 켜서 한장 찍어봅니다.
엄청 화려한 색감입니다.
여기도 옥수수는 빠지지 않네요.
제비꽃? 같은 뭔가의 꽃잎도 올라가 있고...
일반적인 일식의 느낌은 아니군요.
뭔가 길쭈우욱하고 날씬한 느낌의 아작하게 볶은 옥수수 알맹이.
이리 보니 진짜 무슨 이빨 뽑아 놓은거 같네요. 강냉이네.
엄청 크고 깁니다. 비교를 위해 수저 위에 올려보죠.
순식간에 비우고... 음식에 은은히 깔려 나오는 고수의 향...
고수 못 드시는 분들은 벌써 난리날 상황.
가깝다보니 며칠 후 다시 갔습니다.
여러가지 신기한 메뉴가 많아서 궁금하기도 했구요.
이번엔 니케이식 초밥으로 시작.
각각 열대과일을 올린 도미와 토마티요(한국의 꽈리열매 같은 현지 채소)로 양념한 연어 초밥.
초밥만 봤을때는 익숙하지만 뭔가 특이한 양념이 올라가 있는거다보니
먹다보면 응? 하는 느낌.
실란트로(고수)를 올려낸 방어 뱃살과 또 뭔가 정체불명의 아마존틱한 열매를 갈아올린 가리비.
아, 맞다. 남미는 고수 러버들의 천국같은 곳이었...
저는 고수 러버라 굿굿...
버섯이 들어간 미니 엠파나다.
튀기지 않고 구워내서 파삭하니 좋네요.
일종의 구운 만두 겸 빵인 음식.
아마 속에도 고수가 살짝 들어간듯?
페루의 상징적인 음식인 세비체도 작은 걸로 시켰습니다.
멕시코식, 에콰도르식 여러가지 버전이 있지만 세비체는 페루식이
가장 유명하다고 하죠. 소금과 레몬/라임즙으로 회를 절여내어
갖가지 채소와 겯들어 내는 음식. 산성이 강한 과즙으로 회가
푹 절여져 익어 나옵니다. 게다가 저 녹색 쪼가리들은 다 고수 다진 것...
위 사진만 보면 무슨 떡 같이 생겼지만 이것도 옥수수.
엄청 큽니다. 한알이 뻥안치고 백원짜리 동전 같네요.
크기 비교를 위해 수저위에 올려봅니다.
야- 정말 큼직.
남미가 옥수수의 천국이기도 하죠.
원산지가 남미니까...
광어류의 흰살 생선, 과일 산에 푹 절여져 익혀진 회 초무침 느낌.
닭고기 달걀덮밥인 오야코동도 시켰습니다.
니케이식 오야코동이라고 하여 호기심에... (과식모드 돌입)
고추기름인 라유를 뿌려 먹으라고 별도로 줍니다.
라유? 흠?
노른자에 뿌려 먹으면 좋긴 하겠네요.
그럼 뿌려야죠.
헐. 밥이... 밥이...
녹색의 향연. 게다가 이 향기는 고수?
아마도 밥을 고수 다진 양념에 한번 볶아서 나온 듯?
싱싱한 고수의 맛과 향과 색이 살아있네요.
고수 싫어하시는 분들에겐 미치고 펄쩍 뛰는 수준의 미친 고수의 생생함.
와, 고수 러버인 저도 처음 몇입은 힘들더군요.
라유 더 투하! 다 쏟아버려!
매콤해지니 더 먹을만 해집니다.
기존의 오야코동과는 다르게 양념된 닭을 숯불에 한번 구워
불맛을 더 살려놨습니다. 이점은 아주 훌륭하네요.
어쨓거나 특이한 음식을 먹어서 뭔가 하루 종일 배부른 날이었습니다.
(그냥 단순한 과식의 결과겠지만...)
음식과 음식이 문화와 문화사이에서 변형되고 영향을 주는걸 보면
언제나 참 신기하죠.
늦은 시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
알겠다! 고수를 넣는게 페루화를 의미하는군요! ㅋㅋㅋㅋㅋ 장난입니다. 정말 재미있는 도전이 돋보이는 요리들이네요.
잘봤어요 ㅎㅎ 즈시 세비체도 오야코동 세 음식 호기심이 생기네요 ㅎㅎ 맛있겠어요~~
잘 모르던 음식문화를 보게 해주셔서 좋습니다.
나중에는 뉴욕에 한국식 일식집이 생길 지도 모르겠네요
한인타운에 있는 일식집은 이미 다 한국식 일식집이라... 반찬에, 찌게에, 겯들이는 채소로 마늘쫑 나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