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살다가 취직을 계기로 지방에 내려온 지 반년이 됐습니다.
누구나 그렇듯이 처음 사는 곳에서는 사람 만나는 것도 쉽지 않죠.
이럴 때 위로가 되는 것 중 하나가 맛있는 음식입니다.
화요일마다 출장을 나가는데, 그럴 때마다 바로 사무실로 돌아가기보다는 근처에서 맛있는 식사를 하고 들어가는 편입니다.
아무래도 직장에서 나오는 밥은 한계가 있으니까요.
최근 자주 가던 중식당에서 그야말로 '압도적인' '냉우동'을 한 그릇 먹을 수 있었습니다.
제가 있는 곳은 많은 미식가들 사이에서 지역단위 크기에 비해 꽤나 수준급의 중식당이 많은 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젊은 사람들의 취향인 깔끔하고 다양한 식당은 물론,
30년이 넘어가는 세월 동안 한 자리를 지키며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고수분들도 계십니다.
얼핏 들어와보면 깔끔하기보다는 오히려 산만해 보이는 인테리어를 가진 노포입니다.
물론 혼자 먹는 식사이기도 하고, 웬만한 곳이 아닌 이상 크게 신경을 쓰는 성격이 아니라 자리에 앉았습니다.
가격이 많이 착하죠?
평소엔 간짜장을 자주 주문하는 편인데,
입구에서부터 여름메뉴를 개시했다고 합니다.
이름하여 '냉우동'.
중식당에 웬 냉우동? 서울에서 먹었던 붓카게우동에 국물이 많은 버전이겠지? 하면서 주문합니다.
잠시 뒤, 굉장한 착각인 걸 알게 됩니다.
나왔습니다!
서울에서도 잘 하는 집 찾아서 최소한 명동 중국대사관 앞 골목을 갔었는데!
네, 중화냉면으로 알려진 그 음식 맞습니다!
반찬으로는 사장님 내외께서 직접 담근 푹 익은 김치와(사진은 안 그렇지만요)
중식당이라는 걸 가르쳐주는 단무지와 양파, 춘장,
그리고 취향 따라 먹으라는 채썬 고추와 겨자가 함께 나옵니다.
고명을 찍기 위해 듬뿍 부어진 즈마장을 살짝 걷어냅니다.
단 맛이 없는 것이 일반 땅콩버터 개어놓은 것이 아니라 즈마장(참깨장)입니다.
9000원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의 많은 고명입니다.
기름기가 거의 없는 계란 지단, 얇게 채썬 수육에 오징어, 소라, 칵테일새우, 오이채, 당근채, 말린 해삼을 물에 불린 것까지.
생물이 아니면 어떻고 말린 걸 불려놓은 거면 또 어떻습니까.
이 가격에 이렇게 담음새가 좋은데요.
공장제가 아닌 제면기에서 뽑아내시는 면입니다.
짜장면 먹을 때도 그렇지만 입에서 씹히는 식감이 정말 예술입니다.
더군다나 찬 육수에 담겨져 있으니 오죽할까요.
면식을 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합니다.
어느정도 먹다가 고추채를 넣어서 칼칼한 맛을 즐겨줍니다.
육수의 첫 맛은 꽤나 시큼해서 담음새에 비해 별로인가? 라는 생각을 들게 하는데
즈마장이 육수에 섞이면서 산미를 중화시켜주고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을 추가해줍니다.
한 그릇에 담긴 면 요리로서는 굉장히 밸런스가 좋습니다.
채썬 고추의 칼칼함은 새로운 맛을 더해줍니다.
마치 마제소바에 다시마식초를 더하면 또 다른 맛을 내 주는 느낌입니다.
완식입니다.
혹시 모를 불상사를 대비해 고추채는 먹지 않았습니다만, 지금도 침이 고이네요.
처음 이곳을 검색해서 갔을 때 인상깊은 블로그의 평이 '압도적인 간짜장'이었습니다.
안 그래도 참 짜장을 기본기 있게 잘 볶으시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냉우동이야말로 정말로 압도적입니다.
계절메뉴라는게 아쉬울 정도로요.
이 정도라면 겨울에도 때때로 생각날 것 같습니다.
나오면서 사장님 내외분께 몇번이고 맛있게 먹었다고 인사드렸습니다.
음식 만드는 입장에서 맛있게 먹었다고 하면 기분이 좋으신 걸까요,
사장님께서 환하게 웃으시며 고맙다고 하시네요.
부디 앞으로도 건강히, 그리고 오래오래 노포를 지켜주시면 좋겠습니다.
마무리는 매번 저어주는 이화주 사진입니다.
항아리에 넣은 지 4일째 됩니다.
3주 후에 결과를 올려보겠습니다.
p.s 오른쪽이라니요, 세상에나.
감사합니다.
제천의 영강춘이라는 가게입니다 :) 홍보일까봐 안 올렸는데 많이들 물어보셔서 입구도 같이 올려드려요
중국집 냉우동 또는 냉면 저 음식은.. 기본적으로 양장피 재료 준비하는 요리집에서 할 수 있고 손이 엄청 많이 간다고 들었습니다. 저정도 정성이면 맛은 보장될 듯 하네요!
(김정은 메모하는 짤) 제...천.... 영...강....춘....메모...
어우.. 글을 엄청 맛깔나게 쓰시네요 덕분에 입에 침이고여 실수로 냉면이라도 주문할뻔..
가게의 내공이 상당할 듯...
어우.. 글을 엄청 맛깔나게 쓰시네요 덕분에 입에 침이고여 실수로 냉면이라도 주문할뻔..
야식으로 저도 엄청 먹고 싶었습니다 :)
가게의 내공이 상당할 듯...
30년 넘었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게 아니더군요 :)
가게 이름이 어떻게되나용
제천의 영강춘이라는 가게입니다 :) 홍보일까봐 안 올렸는데 많이들 물어보셔서 입구도 같이 올려드려요
충북 제천에 얼마전에 갔었는데.... 용천막국수도 맛있엇는데 여기도 궁금하네요
용천막국수도 맛있지요. 제천이 도시 규모에 비해 맛집이 좀 있는 편입니다. 다만 영강춘은 외진 곳은 아닌데 접근성은 떨어져서요. 근처에 이 정도 경력이 되는 중식당이 몇 군데 더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또 오시면 들르셔도 괜찮을 것 같아요 :)
이화누룩
(김정은 메모하는 짤) 제...천.... 영...강....춘....메모...
가운데줄 밥종류에 제일 마지막 메뉴를 보시면ㅋㅋㅋ
뭔가 이름에서부터 느껴지는 압도적인 화교 맛집의 포스...! [편견일수 있으나 제가 듣기로 가게 이름에 ㅇㅇ춘이라고 되있으면 화교 식당일 가능성이 높다더라구요.]
맛있어보여요!!
정말 맛있습니다!
와 보기만해도 침이 고이네요ㅎ
며칠 지난 지금도 침이 고입니다 ㅋㅋ
중국집 냉우동 또는 냉면 저 음식은.. 기본적으로 양장피 재료 준비하는 요리집에서 할 수 있고 손이 엄청 많이 간다고 들었습니다. 저정도 정성이면 맛은 보장될 듯 하네요!
그러고보니 들어간 고명이 전부 양장피 재료네요, 생각도 못했는데 또 하나 배워갑니다
배고플 때 이 글을 봐서 정말 괴롭습니다. 침이 꼴깍 넘어가는군요.
점심시간이 다 되어 그런가 저도 괴롭습니다 :)
와 진짜 맛있어 보입니다... 간짜장도 기대가 됩니다 두근두근
다음번에는 다른 메뉴를 올려보겠습니다!
여가 동서남북 어뎁니까!
여는 충북의 제천입네다!
이런 곳은 가게정볼 주셔야죠!
:) 위 댓글에 올려드렸습니다
리스트에 등록 해놓고 아직 못가봤던 곳이네요 ㅎ 주변에 대광식당,송학반장 거리는 좀 있지만 해동반점도 유명하던데 나중에 기회되시면 또 글 써주세요 ㅎㅎ
개인적으로 간짜장은 해동반점이 최고였습니다. 송학반장은 시그니처 메뉴인 깐풍파이구가 유명한데 혼자 가서 먹을 양은 아니라 친구가 같이 와야 하네요. 대광식당은 탕수육이 참 맛있었는데 사장님이 아프신 이후 수타면을 안 하게 된 점이 아쉽네요. 하나하나 글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
리뷰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제천 갈 기회있으면 꼭 나열해주신 음식들도 먹어봐야겠네요 ㅎ
냉우동의 비주얼이 압도적이네요~
맛도 압도적이었습니다!
이런 가게가 안좋은점이 우리동네엔 없다는..ㅜㅜ
ㅠㅠ 닭솔님 동네에는 제가 부러워할 가게가 있을겁니다
즈마장이라니... 처음보는데 무슨맛일지 궁금하네요~
참깨로 만들어서 땅콩버터에서 단 맛을 뺀 맛입니다. 훠궈 먹을때는 필수라서 훠궈나 마라탕 드시는 분들은 자주 드셔보셨을 거예요 :)
이웃도시인데 기회가 되면 방문해봐야겠군요
근처에 사시나봐요 :) 영강춘 외에도 맛집은 많답니다
어딘가에선 근본없는 음식이라고 까지만... 저는 중국식냉면 완전 사랑합니다 ㅠㅠ
저도 정말 환장하게 좋아합니다 ^^
즈마장 듬뿍 올라간 점이 무척 마음에 듭니다 ㅎㅎ 지단도 약간 두툼하고 맛있어보이네요~ 제천에 들를일 있으면 꼭 가봐야겠습니다 ㅎㅎ
지단 이야기를 포스팅에 안 썼는데 개인적으로는 계란 지단을 선호하지 않는데도 참 맛있었어요 :)
도전해보고 싶네요.
새로운 맛의 세계를 느껴보실 수 있지요 :)
중국집 냉면이나 냉짬뽕 정도나 봤지 냉우동은 처음 보네요. 보기만 해도 맛있을거 같아요 ㅠㅠ
추천드려요 :)
아... 두시간 거리네요 올해 안에 도전 해봐야겠습니다
조금 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지만, 맛집을 찾아다니는 심정은 십분 공감합니다
저도
처음 먹어봤던 중화 냉면이 생각나네요.
만흥이네요 ㅋ
우와 알아보셨다니!
어휴, 여기도 담음새가 참 좋군요. 즈마장이나 땅콩장은 따로 나오나요?
추가로 나오는 장류는 따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아.. 땅콩장은 있었던가? 기억이 가물가물 하네요!
중화냉면라고해서 먹던거랑 많이다르네..뭔맛일까 궁금하다
고소하고 부드러운 냉면? 여하튼 직접 드셔보셔야 할 거예요. 유튜브 같은 곳을 보면 냉면국물에 땅콩버터를 타면 좀 비슷하다던데, 그것하고도 조금은 다릅니다
제천에 송학반장이라는 오래된 중국집있는데 거기 탕슉 맛나요.....면은걍 그래요 ㅎㅎ
송학반장의 면식은 뛰어나다기보다는 기본기가 강하다는 느낌이지요. 튀는 맛은 아니니까요.
중화 냉면이란게..중국 음식인가요.? 걍 한국 중국집에서 만든 요리인가요..? 맥주도 뜨겁게 마시는 민족이라..차가운거 몸에 안좋다고 안먹는걸로 아는데.. 냉한음식이 있는게 신기해서.
한국에서 만들어진 요리입니다. 그래서 사실 중국집에서만 만드는 한식이에요 ㅋㅋㅋ
와....저게 9천원이요? 와아...제천이라 메모해놔야겠네요
ㅇㄷ박아놓겠습니다ㅎㅎ
냉우동 ㅇㄷ
냉우동 이미지에 한번 메뉴판 보니 특밥에서의 내공 한번.. 잘느끼고갑니다.. 특밥 궁금.,. 먹고프다..
중화 냉면한번 먹어보고 싶은데 시골이라 그런가 주변 중국집에서 하는곳이 없음... 맨날 콩국수나 하지
저거 못하는집가면 해산물 비릿내남
해삼은 말린게 훨씬 비싸죠. 아니 해삼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게 말린게 비쌈
이화주 궁굼해 지네요 기대 합니다
간짜장 추천한다는곳에 냉우동먹은 당신은 대체..
와아 이웃도시라 기쁘게 지도앱에 저장하려는데 이미 저장되어 있는 곳이네요; 덕분에 냉우동도 맛있다는 정보를 얻었네요. 조만간 방문해봐야겠어요 ☺️
와 맛있겠어요. 즈미가 올라가면 좀 한국에서는 기존에 맛보긴 어려운 식감? 향이 올라올 것 같네요.
이화주를 직접 만드신건가요 ㄷㄷ
오 제천이었군요...고흥에도 인테리어가 비슷한 집이 있어서 거긴줄 알았네요
전 중화냉면 땅콩 넣으면 이상하게 못먹겠더군요 ㅠㅠ 중화냉면 자체는 좋아합니다!
제주도에 비슷한 비주얼의 냉우동을 파는 곳이 있습니다. 여름이면 줄 서서 먹는 곳인데 거기 냉우동이 먹고싶어지네요.
오 어딘지 대강 알겠습니다 휴일에 한번 방문해봐야겠군요 ㅎㅎㅎㅎ
아 여기 서울병원앞에ㅋㅋ옆에 카레집도 맛있어용
와 보기만해도 침 고인다....
저도 한번 먹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게분위기 마음에 드네요 ㅎㅎ
중화냉면 좋아하는 분들은 여름에 이것만 먹는다고 하더군요
충북 제천가면 꼭 들러봐야겠네요! 와드
와 요즘 냉면 너무 먹고 싶었는데... 제천 내려갈 이유가 생겼네여...
오 제천이면 멀지 않네요 집이 청주라 개꿀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