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갤에 글 쓴지 한 3개월은 된 줄 알았던 1달에서 며칠 빠지기 전에 글을 썼었군요.
그렇죠. 1달 전쯤에도 서울 갔다왔고 그때도 뭘 먹긴 먹었을거고 그걸 또 찍었을테니...
아무튼 이번 서울행은 불교박람회 구경+모 밴드의 콘서트를 보러 갔다 왔습니다.
불교박람회와 콘서트 둘 다 자체는 재미있었는데, 정작 제가 시간 계산과 안배를 잘못해서 원 계획과는 좀 다른 일정을 보내긴 했어요.
그래도 계획했던 먹을거 마실거는 거진 다 먹고마시고 왔으니 실패라고 보기는 어렵겠네오
잡설은 이쯤 하고 음식으로 넘어가 볼까요?
1. 충무로 필동면옥 냉면+접시만두
의정부 평양냉면의 친척이라고 하는 을지면옥과 필동면옥 중 필동에 다녀왔어요.
을지면옥은 일단 건물 외장은 대강 다 완성한 걸로 아는데 내장재나 이런 건 완료가 안돼서 오픈을 안하니 못갔고, 의정부 본가는 의정부 갈 일이 없어서(생애 딱 한 번 의정부 가본 게 306보충대에 입대하러...) 그냥 필동으로 갔어요.
스타일 자체는 3가게 다 외모는 비슷비슷한데 맛은 잘 모르겠네요. 비교할 경험이 없으니 꾸며내서 거짓비교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아무튼 제 입에는 꽤 괜찮은 평냉이었습니다. 몇몇 평냉집들처럼 사리 폴기 전에 마셔도 맹물 수준은 아니고, 일단 육향 자체는 나니까요. 간도 그럭저럭 되어있교
꾸미는 소 1장 돼지 2장을 주셨네요. 사실 사리를 풀어버리면 간이 확 줄어들긴 하지만 면 자체의 미묘한 메밀 향과 간으로 먹으면 되는 일이니까요.
만두는 역시나 슴슴하네요. 대부분의 평냉집 만두가 그렇듯이, 이것도 제가 딱 좋아하는 저의 외조모/어머니표 만두랑 닮아서 좋았습니다.
2. 연희동 진미 깐풍기, X.O소스 볶음밥
이 집은 은근 유명하죠. 연희/연남동에 수두룩한 (화교)중식당들 중에서도 손님이 꽤 많은 편인 중식당인걸로 압니다.
사실 모 유튜버 영상에서 이 집 깐풍기 비쥬얼을 보고 저건 꼭 먹어봐야 한다 싶어서 계속 계획만 세우고 정작 안가다가 이번에 그냥 갔다 왔습니다.
저런 비쥬얼(다소 허여멀건한)의 깐풍기가 서울에서 나름 유명한 집들만 꼽아보면 안동장, 금문, 진아춘 그리고 이 진미 정도밖에는 없는 걸로 알아서 진미의 깐풍기는 또 어떤 차이가 있을까 싶어서 방문했어요.
맛있었네요. 좀 매콤하긴 하지만 기분나쁜 매콤함은 아니고, 사실 깐풍기의 3대 맛 중 새콤달콤 부분은 다소 약한 건 사실이지만 닭살의 감칠맛이 그걸 꽤 잘 커버해 주네요.
옆테이블에서 탕수육 볶아달라고 주문하는 거 보니 탕수육도 볶아주는 것 같아 궁금하고 라조기도 궁금하긴 한데, 서울 갈 일도 잘 없는데다 연희동 쪽은 더더욱 방문할 이유가 별로 없어서 마음 먹고 가는 거 아니면 2회차 3회차 방문은 저에겐 다소 어려울지도 모르겠습니다.
X.O소스볶음밥은 잘 볶아졌네요. 의외로 X.O소스 특뮤의 살짝 매콤함은 거의 없고, 감칠맛만 남아서 해물들과 잘 어우러지네요. 재료도 새우뿐만 아니라 해삼도 넣어주고, 이래저래 잘 먹었던 끼니였습니다.
3, 을지로3가 안동장 난자완스
제가 쓴 서울 음식점 관련된 음갤글들 보면 거의 빠지지 않고 나오는 집이죠. 사실 맛도 맛이지만 을지로3가역에서 3호선 타면 바로 고속터미널로 갈 수 있다는 점때문에 마지막 날 점심은 보통 안동장에 가서 먹습니다.
다만 어제는 돌아오는 날도 아니고 점심도 아니자만 둘째낙 저녁으로 먹었죠.
이것도 일정 꼬인 것때문에 생긱 일이긴 한데, 제가 시간계산 계속 이상하게 해서 일정이 꼬인 탓도 있으니 누구를 탓할 문제는 아닙니다.
각설하고 본론으고 넘어가면, 안동장은 꽤나 특이하게 난자완스와 유산슬의 전분소스가 다소 검은 편이에요.
태운 건 아니고(맛하고 향만 봐도 탄건지는 바로 알 수 있는데...), 그냥 상당히 검은색입니다.
맛은 괜찮았습니다. 완자도 잘 튀겨(지져)졌고, 풍성한 채소에 짭잘한 소스까지. 이 날 이거 다 먹고 콘서트 가는 거 아니었으면 아마 맥주 한 병정도는 까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요.
왜 식시류가 빠졌냐하면, 콘서트 같은 곳 갈 때에는 속을 좀 비우고 가서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할 수 있는 신체상태를 만들기 위해서였기도 하고,
안동장의 식사류 양이 은근 됩니다,
제일 큰 이유는 그냥 제 위가 줄어서...
아무튼 지금까지 시켜본 안동장 요리류 중에선 유린기가 다소 실망스러웠지 나머지 요리들은 좋았습니다.
4. 망원동 책바
별칭이 책바가 아니라 진짜 이름이 책바인 바에요.
왠만하면 캐지테이블로 예약하고 가시는 게 좋습니다 . 바라는 게 은근 회전율이 높은 편도 아니고, 바 자리에 앉고 싶으면 거의 무조건 예약해야해서...
아무튼 분위기는 좋습니다. 조용하고 노래도 안나왔던 것 같고... 가게 이름대로 책 읽기에 특화된 바입니다.
첫잔 저 푸른 게 이름이 뭐였지... 아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이거였던 거 같습니다.
달달하고 도수도 낮고. 저에게 딱 맞는 칵테일이네요. 재료가 대강 피치트리+무유당우유+레몬+블루큐라소인걸로 기억하는데 재료 자체는 구하기 쉬워서 그러는데, 비율 맞추는 게 문제죠...
사진은 없는데 두번째 잔으로는 글렌드로낙 12년 올로로소 셰리캐스크 숙성(이게 피니시를 했다는 건지 아니면 처음부터 셰리오크통에서 숙성한 건지는 잘 모르겠네요)
드로낙 12년은 살짝 실망했습니다. 맛 자체는 무난무난하고 향도 알코올이 살짝살짝 나는 거 말고는 괜찮은데...
뭔가 약하고 빠진 느낌이랄까... 맥켈란 12 셰리 신형도 이 정도는 아니었었는데 싶더라고요.
(사실 처음 서빙받을 때 드로낙이 아니라 모렌지 12년 셰리를 받았는데, 술 마시기 전에 향을 맡아보는 습관이 살짝 있어서 맡아보니 제가 상상하던 드로낙이랑은 전혀 달라서(개인적으로는 좀 더 깊고 묵직하게 코를 때리는 느낌이랄까...) 제 바 자리 앞에 무슨 술인지 확인 차 가져다두는 병 보니 역시나 드로낙은 아니라 바꿔달라고 하니 바로 바꿔주더라고요)
이럴 줄 알았으면 모렌지 12년 셰리숙성을 시킬 걸 그랬나 싶었네요. 드로낙 12년은 경쾌가 아니라 행동거지가 좀 방정맞게 가벼운 느낌? 을 잘못 서빙된 모렌지 대신 드로낙을 재서빙받고 맡아보니 그런 느낌을 받아서...
어쨌거나 이런 작은 헤프닝을 뒤로 하고 호텔로 돌아갈 막차 시간이 슬슬 다가오길래 마지막 잔 딱 하나만 마시고 가기로 하고 메뉴판을 한참 들여다보다 넷에서 어느 누군가가 아드벡이 맛있다 맛있다 했던 기억이 나서 아드벡 10년을 시켜봤습니다.
피티드에선 정말 해조류와 바다짠내가 나는군요. 그리고 미묘한 과일향도 같이 숨어서 나고.
맛을 보니 의외로 정산소종/랍상소우총 같은 그런 향은 아니고 태워먹은 밥이나 숯에서 날 법한 그런 쌉사래한 느낌이 있더라고요
아 이게 피티드 중 하나구나 싶긴 했습니다(사실 정산소종이나 랍상소우총 향을 기대한건데 도리어 기문 비슷한 느낌이 나서 사실 약간 당황한...)
5, 서울터미널 신세계백화점 파미에타운 오장함흥냉면
마지막 날(오늘) 점심으로 먹은 함흥비빔냉면입니다
사실 평냉은 나름 투어도 하면서 돌아봤는데 함흥냉면에는 별 관심을 두지 못했었군요.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저는 분식집이나 고기집, 주로 동네중국집에서 내놓는 그런 새콤달콤한 맛을 베이스로 하는 냉면도 좋아하고,, 본격중화냉면도 좋아하고, 평냉도 좋아하고 함흥냉면도 좋아하고 아무튼 지금까지 먹어본 냉면들은 우열을 논할 것도 없이 저 개인에겐 대부분 말있었습니다.
아쇱게도 회냉면은 오이 제거가 안된다고 하여 그냥 비냉으로 시켰습니다.
진짜 오랜만에 막는 비냉인데, 맛있네요. 딱 대중적인 맛입니다(대중적인 맛이건 소위 미식가들 취향(?)이라고 불리는 섬세하고 다소 슴슴/밍밍한 맛이건 둘 다 맛이라는 한 가지 요소에만 집중해 본다면 결국 맛이 일정 수준 이상 되면 결국은 개개인 취향에 따라 호불이 갈리는 것뿐이라고 봅니다)
설탕도 넣고 겨자도 넣고 식초도 넣어봤습니다. 역시 식초와 겨자를 넣어서 일반적인 입맛에 맞게 맛있어지는 건 평냉이 아니라 함흥입니다.
이렇게 2박 3일간 서울에서 이것저것 먹었던 것들입니다. 이번에는 예산이 너무 빠듯해서 사실 몇몇 사이드들은 시켜보지도 못했고, 한 끼(금요일 점심)는 사실상 건너뛰기도 했지만(하지만 서울행 버스도 이래저래 시간계산 실패+제반사정들이 서울행 교통수단 탑승에 지장을 줌 등으로 인해 KTX와 버스를 각 한 번 씩 총 두 번이나 취소하고 하면서 좀 아슬아슬하게 탔고, 서울 도착했을 때의 시간이 해가 뉘엿뉘엿 지던 시간대랴...)
비빔냉면 진짜 취향이네요 맛있겄다~ ㅎ
지역 정보 기재는 추천입니다^^ 기회가 되면 가봐야 겠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