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사람이 많지만, 에르큘 포와로는 셜록 홈즈의 카피에서 출발했다.
애초에 크리스티가 "나도 셜록 홈즈 같은 거 쓰고 싶다"라는 생각으로 만든 캐릭터다.
이 시기에 탄생한 수많은 홈즈 카피들은 세월의 흐름에 묻혀 사라져버렸는데,
포와로만은 용케도 살아남아 셜록홈즈의 명성에 맞먹는 명성을 가지게 된다.
*포와로의 심리 분석이 돋보였던 [테이블 위의 카드]
셜록홈즈가 물증에서 출발해 범인까지 도달하는 "CSI"식 추리를 펼쳤다면,
포와로는 범인의 심리를 추론하는 "프로파일러"식 추리를 펼쳤기 때문이다.
홈즈는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없는 '사람의 마음'을 지표로 삼지 않는다. 객관적이라 볼 수 있는 물증을 단서로 삼는다.
포와로는 물증을 맹신하지 않는다. 물증은 해석하기 나름이니까. 대신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그 심리를 단서로 삼는다.
물론 두 탐정 모두 어느 한 쪽을 완전히 배제하진 않지만, "스타일"이 있는 것이다.
결국 포와로는 홈즈의 카피에서 출발했지만 자신만의 추리 스타일을 완성시켰고, 지금은 홈즈와 맞먹는 명탐정의 대명사가 됐다.
P.S
'추리 스타일'로 사람들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남긴 그 시절 탐정역은 또 한 명 있는데, 바로 [논리학]을 사용한 엘러리 퀸이다.
이쪽은 한국에서의 인지도는 포와로보다 밀리지만 일본에서 엄청나게 인기가 있다. (퀸의 후계자라 자청하는 작가들이 왕왕 튀어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