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화봉요원 초반부만 해도 ‘웃음을 팔아 삶을 부지하는 창부나, 목숨을 팔아서(목숨 걸고 남을 죽이는 삶) 삶을 부지하는 나나 무슨 차이가 있을까’라는 냉소를 짓던 요원화였다. 이를 반영하기라도 하듯, 초중반에 묘사되는 그의 행보는 ‘불사’ ‘불통’같은, 비인간적인 면모가 강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파천황적인 요원화는 점차 인간의 모습으로 하강하기 시작한다. 그와 동시에 실타래처럼 엉켰던 그의 은원이 차례로 해소된다.
오해와 오해가 얽혀 생이별하였던 번부인과는, 비록 비극적인 최후였지만 서로가 ‘인간’이었음을 재확인 했고
자신과 같은 처지였던 ‘창부’ 손숙과는, 촉나라에 인질 신세로 남을 뻔했던 그녀를 구출하고, 직접 동오로 전송하여 앞으로 ‘인간’으로 살아가도록 하였다.
그리고 이번 양주행. 비록 양주행(行)의 시작은 다분히 공적인 시각에서 비롯되었다. 8기가 유비 부하 ‘조운’행세를 하며 양주 내 지식인들을 선동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밑으로는 장로와 손을 잡은 유비지만, 표면적으로는 장로를 치기로 유장과 협약을 맺었으니 유장의 시선을 의식해서라도 유비는 장로를 치는 시늉을 보여야 했다. 더군다나 장로측은 이미 양앙(楊昻)을 마초에게 보내며 그의 힘을 실어주고 있었기에, 양주의 ‘가짜 조운’ 및 ‘유비가 마초를 지원한다’라는 거짓소문은 더더욱 해소해야 할 판이었다. 그렇기에 ‘노예’ 요원화가 파견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 양주행은, 요원화의 입을 빌려서도 나오지만, 결코 헛된 것이 아니었다.
이번 양주행은 ‘노예’가 ‘주인’의 뒤치닦꺼리를 하는 여정이 아니라, 그의 ‘인간성’을 그러모으는 행(行)이었다.
딸을 잃고 불구가 되었던 장인어른과 묵은 오해들을 풀었다. 장인어른은 사위가 자신의 삶을 살길 바라며 즐거이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셨다.
배반자나 마찬가지였던 상산 조(趙)가와도 지나날 은원을 풀었다. 새롭게 조가(趙家)의 가주를 이은 조앙은 더이상 요원화를 원망치 않는다. 그가 몇 번이고 외쳤듯, 요원화가 행했던 그 모든 것들이 마음에 물어 한 점 부끄럼도 없다면 자신은 개의치 않겠다 했다. 조진(趙眞) 노사(老師)를 구하고, 기성(冀城)을 구하러 온 것으로 과거의 배반을 갈음하며, 이 이상 왈가왈부 않고 형제의 정을 간직한다.
스승 조진(趙眞) 노사(老師)도 마찬가지다. 스승은 요원화를 배반자라 생각하지 않는다. 가문이 멸문한 원인은 잘못된 선택으로 인한 것이지 요원화 때문이라 ㅂㅈ 않는다.
그는 무치(武痴), 무에 미친 몸이기에 제자가 성장한 것을 대견스레 여긴다. 그가 수많은 강자와 싸웠던 경험담을 곱씹으며, 마치 자신의 일인양 기뻐한다. 스승에게 요원화는 가문의 배반자가 아니라, 가문을 빛낼 자랑스러운 제자다.
그렇기에 조진은 죽는 그 순간,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즐거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요원화의 과거에 저질렀던 과오들, 그리고 그 마음속 짐들은 이번 양주행으로 모두 해소되는 대단원을 맞이하였다.
‘노예’로서 지난날 저질렀던 잘못들을, 오늘날 ‘인간’으로서 은원을 풀었다. 과거의 미련을 모두 해소하고, 이번 양주행에서 인간성이라는 조각을 그러모았다.
[조가병법]에 적힌 바대로, 주위의 사람들이 그에게 옳은 것(正)을 베풀었기에, 요원화도 한결 더 올발라지는 것이다.
그렇게 올발라진(正) 요원화는 앞으로 펼쳐질 기성전투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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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최후를 두고 8기와 요원화가 맞이한 결과도 판이하게 다른데
요원화의 경우, 스승은 그가 걸어가는 길에 가문(家)이 장애물이 된다면, 가문을 거들떠보지 말고 정도(正道)를 걸으라 한다.
반면 8기의 경우, 스승은 그가 걸어가는 길이 학부(府)와는 정반대의 길이기에, 사람을 해하는 길을 걷지 말고 학부에서 배운 가르침대로 행하라고 한다.
요원화의 스승은 그가 걸어가는 길을 인정하고 응원한다
반면 8기의 스승, 수경노사는 그가 걸어가는 길을 죽기 직전까지도 부정하였고 저주하였다.
요원화는 스승의 마지막을 배웅하고, 그가 남긴 유지를 받들 것을 결의한다.
반면 8기는 스승의 마지막을 더럽히고, 그가 남긴 유지도 먹칠하려 든다.
요원화는 상산 조(趙)가문과 극적인 해후를 하고, 가문을 정상적인 궤도로 돌려놓으려 한다
반면 8기는 종교와는 분명한 선을 그었던 수경부를, 본격적인 '종교'를 퍼트릴 교단으로 바꿔놓았다.
올바름을 베풂 받은 요원화는 올바름을 베풀고, 이는 기성전투에서 승리로 이어질 것이다
사람을 해하던 8기는, 수경노사도 죽이고, 조진(趙眞)의 죽음에도 간접적인 역할을 하며, 이는 기성전투의 패배로 이어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