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에서 걸어가기 시리즈
난생 처음 가보는 안성시, 그것도 걸어서 가는데...
앞서 올린 5개의 여행은 이번 여행에 비하면 소풍 수준이었습니다.
집에서 4월 27일 오전 6시 정도에 출발
거리는 약 45.5km+@
100% 도보로만 갔습니다.
※ 지도는 실제 도보 경로와 약간 차이가 있습니다.
광교호수공원을 지나며 시작. 해 뜨는 시간이 빨라졌군요.
원천동
영통역 사거리
용인시 기흥구 진입 (07:35)
좌회전하면 경희대가 있습니다.
경희대 자체는 용인이지만 정문으로 나오는 순간 수원.
경희대 부지에는 한 번도 안 들어가봤습니다. 웬만큼 가까운 곳이 목적지라면 경유할 법도 하지만 이번엔 그럴 여유가 없어서 직진.
서천지구
화성시 진입 (08:12)
저 세 쌍둥이 빌딩이 보일 때쯤이면 화성 반월동에 들어온 겁니다. 여긴 영통과 동탄 사이에 절묘하게 끼어서 신영통, 신동탄 등으로 불리더군요.
외형이 독특한 반도체 공장
고층 아파트가 많은 동탄신도시
도시 중간에 공원을 잘 조성해놨습니다.
이런 식으로 곳곳에 벤치가 있는 덕분에 휴식지 걱정도 없고요.
한창 아파트를 지어 올리고 있는 중
사진 찍은 곳 인근에 고속철도 동탄역이 있는데 상술한 경희대와 같은 이유로 경유하지 않고 직진합니다.
경부고속도로 밑 통과 (09:45)
드넓은 미개발지
동탄호수공원 (10:35)
날씨가 좋았는데 지나가는 사람이 아주 많지는 않았습니다.
공사중인 동탄8동주민센터. 기와는 뭘까요...
걷기 좋은 동탄 꽃길
동탄을 빠져나와서 험로 돌입 전, 이른 점심 (11:20)
짜장 2,900원에 미니탕수육 9,900원인데 둘 다 쫄깃쫄깃한 식감이 꽤 만족스러웠습니다. 여기가 집에서 걸어서 20km나 떨어진 곳이 아니었다면 다시 올 텐데요.
너무 많아서 짜장은 다 못 먹고 남겼습니다;
ZZZ...
다시 용인시. (12:25) 아까는 기흥구였고 이번에는 처인구 남사면입니다.
여기 버스가 진짜 오긴 하나? 라고 생각했을 때 보란 듯이 11-1번 평택 버스가 세차게 지나갔습니다.
차선이 없지만 워낙 넓어서 걷기엔 지장이 없는 길. 여기까지는 괜찮았지만...
이날 지긋지긋하게 걸은, 갓길 없는 국도의 시작. 역으로 이런 곳은 사진 찍을 틈이 없기 때문에 사진이 적습니다.
20일 전 이천 갈 때 인도 없는 국도 보고 불평했는데 적어도 그땐 갓길은 있었어요...
가급적이면 왼쪽 차선으로 걸어서 전방에서 다가오는 차량에 집중하고 대응합니다.
휴식지 찾기도 어려워집니다. 남사면에서의 첫 휴식지로 통삼4리 노인정 앞에 있는 마루(...)를 이용 (13:10)
239-1 야구장. 왜 이런 이름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름이 그렇습니다.
이름 모를 마을
대부분의 개는 지나가기만 해도 짖어대는데 저 개는 특이하게도 앞발을 하나 들어 보입니다. 무슨 뜻이여?
눈에 띄는 '용인문구물류센터'
남촌초등학교 (14:14)
초중고교는 학교마다 주말 운동장 개방 여부가 불확실해서 휴식지로 계획하지 않지만, 이번 여행은 공원이나 도서관 등이 희박한 국도 비중이 높아 어쩔 수 없었습니다.
만약 이 학교가 닫혀있다면 주변 구멍가게에서 생수 사고 쉴 생각이었는데 운 좋게도 열려있었습니다.
걸어갈 만한 틈새가 왼쪽에 있다가 오른쪽에 있다가 그나마도 아예 없다가 하는 통에 '국도에서 살아남기'가 되어버린 여행
<시민이 행복한 맞춤도시, 안성>
안성시 진입 (14:57)
쿠르르......
사진에 다 담지 못할 만큼 고생하다 오랜만에 제대로 깔린 인도에 올라왔습니다. 오른쪽은 사전에 휴식지로 계획한 편의점.
커피, 음료 등은 평소에도 잘 안 마시지만 걸을 땐 더더욱 그렇습니다. 500원짜리 생수로 수분 보급
수원월드컵경기장이 왜 여기 표지판에서 나와요...?;
잘 걷다가 다시 끊겨버린 인도. 대개 카카오맵은 이런 위험한 길로는 안내하지 않는데 우회로가 없어서 여기를 제시합니다.
차량이 오면 피해서 대기하고, 가능한 한 빨리 탈출.
자동차 극장
뒤에 모텔이 있으니 차에서 이상한 짓 말고... 읍읍
반응이 특이한 개 2
사진을 찍으려 하니까 글쓴이가 하찮다는 듯이 외면합니다.
안성 3.1운동 기념관 (16:16)
제대로 둘러보고 싶었지만 이때는 체력도 시간도 부족한 상황이라 의자에 앉아 잠시 쉬기만 하고 나왔습니다.
정말 아쉬웠지만 후술할 결과를 보면 이 결정은 옳았습니다.
내려갈 땐 그나마 갓길이 있지만 지형이 구불구불해서 전방 차량과 상호 대응이 어렵고,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양성면 읍내에 가까워지자 겨우 안정된 길
양성면사무소 앞으로 형성된 읍내는 대략 이런 분위기입니다.
'마을주민보호구간'이라는 것도 있네요. 인도로 잘 걷다가...
구장리. 솔직히 기분 좋은 만남은 아니었습니다. 이 돌탑을 경계로 인도가 끊겨버렸으니까요. -_-;
한천 (17:20)
끝이 없는 국도에 몸과 마음이 가장 지쳐갔던 시간대입니다. 사진 찍을 여유도 적었고요.
뛰는 건 못해도 걷는 건 마라톤 풀코스 거리 이상으로 해봤습죠.
해탈한 듯이 걸어 안성시내에 가까워지자 차선이 확장되고, 인도가 생겼습니다.
인적 드문 길을 걸으면 외롭다, 지루하다, 목마르다 등의 생각이 들었는데 이번에는 인도다, 꿀길이다... 라고 고마워하며 걸을 지경.
'진천'. 이젠 충청북도 지역까지 표지판에 보입니다.
안성제1산업단지에 농심 공장이 있습니다. (18:45)
안성탕면을 정말 안성에서 생산할지도 모릅니다. '_'
사진에서 동쪽으로 가면 중앙대, 그리고 안성시내보다도 인구가 많다는 공도읍이 나오는데 거기까지는 갈 능력이 안 됩니다;
유독 거대하게 느껴지는 이마트. 대형마트를 오랜만에 봐서 그런지, 진짜 큰 건지...
금석천 뒤로 보이는 한경대
해가 저물고 있습니다.
어두워서 그런지 사진에서는 전광판이 빛에 덮여버렸습니다.
하루의 대부분을 외롭게 걸어왔기 때문인지 사람 많은 시내가 포근하게 느껴집니다.
안성맞춤시장 (19:24)
꼬리를 물고 지나가는 70번 버스 2대. 배차가 얼마나 많은 건가요?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해가 지기 전에 시청에 도착하기에는 실패했습니다.
폰이 자동으로 보정하긴 했지만 실제로는 사진보다 더 깜깜한 상황.
마지막까지 만만찮은 길입니다.
시청이 거의 산(?)에 있어서 계단이 많습니다.
<안성맞춤도시 안성>
안성시청 (19:38)
바로 옆 안성시의회. 건물이 시청 별관을 겸하는 모양입니다. 깜깜해서 잘 안 보이지만 아무튼 시의회입니다;
집 나와서 무려 13시간 30여분 만에...
너무 늦어버렸지만 결국 안성시청에 도착했으니, 끝.
이 아니라
쉴 여유가 없습니다. 안성터미널에서 수원 가는 시외버스 막차 시간이 20:30.
시청에서 터미널까지 약 2km를 또 걸어갑니다.
시청 앞에서 본 안성의 야경
안성천 따라 걷기. 20시 무렵이라 안성천에는 이미 어둠이 깔려있습니다.
안성터미널. 부천터미널이나 이천터미널에 비하면 시내에서 멀고 주변이 많이 휑~한 느낌이 듭니다.
10번 플랫폼, '수원, 서수원'
시외버스 8449를 타고 아주대로 가서, 시내버스를 타고 아주대에서 집으로.
하반신이 쑤셨지만 버스 타고 돌아가면서 기분은 유쾌했습니다. 평생 못 잊을 여행 한 장이 또 추가.
ㅎㄷㄷ 잘봤습니다
ㆅ 고맙습니다...
오~ 우리동네 지나갔네요??? 신기하기도하고 보기좋네요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ㅇ3ㅇ
수원 화성 용인 안성 중 한 곳...에 살고 계시는군요 '_'
굉장하십니다... 한 때 수원 토박이였고, 어머니가 묻히신 곳이 안성이라 클릭하게 되었습니다. 안성은 매년 묘지만 가보고 바로 집으로 와서 몰랐는데 시내를 보니 완전 색다른 느낌이네요 ㅋㅋ 덕분에 사진 잘 보고 갑니다~ 고생 하셨습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마음이 숙연해지네요...
먼데 가시려면 몇박 계획잡고 가셔야 될듯 대단 하십니다. ㅎㅎ
당일치기에서 외박이 낀 여행으로 진화하려면 준비할 게 차원이 다르게 많아지겠죠.
뭘해도 성공할 사람같으니라구...
인생은 이런 것보다 어려운 문제가 무척 많습니다(???)
헛 코리안손짜장 ㅋㅋㅋ 회사 근처인데 반갑네요. 수원에서 저쪽으로 출근하는데 그길 이상을 걸어오시다니 ㄷㄷㄷ합니다. 멋지세요!
20km 걸은 후였고, 안성시청까지 아직 25km도 더 남은 시점이었죠;
제가 아는길로만 주르르 가셨네요 ㅎㅎ
ㄷㄷ 견문이 얼마나 넓으신 건지
대단하십니다. 혹시 지도는 어떤거 참조하시나요? 카카오?
사전에 카카오맵으로 만든 간이 지도를 보며 걷습니다. 길을 잃으면 인터넷을 켜서 네이버 지도를 보고 현위치를 파악합니다.
뒤늦게 댓글 잘봤습니다~! 양성쪽으로 해서 가셨군요. 양성 3.1 기념공원쪽은 산길일텐데.... 그쪽으로 가셨을줄이야... 거기에 터미널은 메인 안성 시내하고 또 외딴곳에 떨어져 있어서... 힘드셨겠습니다... 수원까지 한번에 가는 버스가 있긴 하지만.. 고생하셨습니다. 이상.. 수원 에서20년살고 본가가 용인이고, 안성 가사동을 고향으로 두고 있는 유저였습니다.
안성 3.1운동기념관 전후로는 길이 위험했는데 대안이 없더군요; 도보 시리즈에서 가장 위험했고, 길었고, 힘들었던 여행으로 이 안성 편을 첫 손가락에 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