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허락은 안받고 그냥 올릴겁니다 ㅎㅎ
아무생각없이 유게하다가 누군가가 도보여행을 한다고 올린 글에 문득 예전일들이 떠올라 추억여행을 하게 됐고
왠지 자랑삼아, 오랜만에 기억남기고 싶어서 올리게 되었습니다.
유게에 올렸다가 그대로 묻힌게 왠지 억울해서 여기에 올리는건 안비밀
그 때 당시에는 그냥 별거 없는 도보여행이라서 어디에도 안올리고 자랑도 안하고 그렇게 까먹고 있던 여행입니다.
여행스케쥴은 2011년 11월 7일 ~ 11월 14일 도보여행 성남에서 정동진까지.
10년전 막 스마트폰이 보급화될 때 찍은 사진들이라 화질구지가 좀 있습니다.
2011년 11월 7일 월요일. 구름 많음. 성남(집) 출발.
성남 ~ 광주 가는 이배재 언덕길. 지금은 이배재터널이 뚫렸지만 저 때에는 사람이고 자동차고 저 꼬부랑 고개길을 올라야 했습니다.
점심즈음 도착했던 걸로 기억하는, 광주시청 앞에 있던걸로 기억하는 도로원표.
10년전 일이라 가물가물합니다만 이게 추억여행이죠.
점심먹으러 갔던 식당에 있던 강아지. 되게 아련하게 저를쳐다보는건지 먹을걸 쳐다보는건지... 그래서 한컷.
경로상으로 갈 필요없는 팔당댐 방면으로 북진. 굳이 가는 이유는 다음날에 양평에 있는 두물머리를 가고 싶어서.
(아마도) 팔당호. 경로상으로, 시간상으로 맞겠죠 뭐...
팔당댐 관리교를 건널 수 있을거라 생각했었는데 어림도 없죠 입구컷. 능지수준...
어쩔수 없이 팔당대교로 더 북진. 이럴바엔 광주방향으로 가는게 아니라 서울로 갔어야했죠. 이배재고개를 왜 넘었을까...
그래도 그날 베스트 컷 건짐. 지금봐도 잘찍은거 같습니다. 아님 말구요.
=============================================================================================
2011년 11월 8일 화요일. 흐림. 양평 찜질방 출발.
묵을 장소가 안보여서 찜질방이 있는 국수역 근방까지 갔었지요.
왠만하면 묵는 장소는 찜질방. 왜냐면 싸니까.
양평 두물머리 일출이 그렇게 멋지다고 해서 새벽에 출발했습니다.
그 전날과 마찬가지로 좀 흐려서 걱정했던 기억이 있군요.
경로로 보면 전날 걸었던 길을 다시 돌아가는 형태. 지금보니 초반 경로에 낭비가 좀 많았네요. 효율따져가며 한 여행이 아니지만.
다행히 일출보기에는 무리없었습니다.
해뜨기 전 도착하니 출사하러 나오신 분들이 무지 많았습니다.
명소는 명소인지 그 시절 스마트폰으로 대충 찍어도 멋지게 나와서 기뻐했지요.
(막상 자랑할데도 없는데 사진 참 열심히 찍었네요. 덕분에 지금 올릴 수 있게 되었지만.)
(아마도) 양수역 앞 카페. 강산도 변한다는 10년 전인지라 거리뷰로 확인이 어렵네요. 미리좀 올려볼걸.
양평역 근방 5일장. 3, 8일에 장이 열리는데 딱 맞춰서 갔더라구요.
양평의 한 내천을 따라 걷기.
보통 경로하고 묵을 숙소는 스마트폰으로 찜질방을 그때그때 검색해서 거기까지 가는걸로 정했습니다.
10년 전에도 스마트폰이 있었다 이말이야.
사진의 찜질방 근방엔 식당이 아무것도 없어서 저녁을 삶은달걀로 때웠던 것 같습니다.
..아닌가?
=============================================================================================
2011년 11월 9일 수요일. 구름많음. 양평 찜질방(2) 출발.
날씨 진짜 기가막히게 잡았더라구요. 왠만해선 흐렸습니다. 덕분에 걷기 수월하..진 않았고 11월이라 쌀쌀한데 날씨도 꿀꿀...
하도 짖어대길래 사진찍으려고 하니 딴청부림.
아침부터 죄송했습니다...
손님은 저밖에 없던 찜질방이라 아침달라고 하기 그래서 편의점 찾아감.
저 때 처음으로 참깨라면 먹었던거 같아요.
이후로 컵라면은 무조건 참깨라면입니다.
대학교 mt로 가본사람이 의외로 많다는 용두터미널.
과 그 앞 피씨방. 나름 유명 pc방일거에요. 아마도...
한 번 들어가볼걸.
3일만에 강원도 횡성 도착.
이것이 강원도다.jpg
적설량 단위가 굉장히 통이 크시네요.
1박 2일 나왔다는 찐빵집.
저 당시 여행다니고 싶었던 이유는 물론 많지만 그 이유중 하나가 1박 2일보고 여행가고 싶어서였죠.
5시 횡성 읍내 도착.
문제는 횡성 읍내에 찜질방이 검색에 잡히지 않았기에(지금도 잡히진 않네요) 외각에 있는 찜질방을 가려고 저녁을 먹고 출발.
근데 찜질방이라고 한 위치에는 찜질방이라고 볼 수 없는 건물이 있어서 당황했드랬죠.
검색에서는 찜질방이라고 되어있지만 실제로는 팬션이었던 그 위치.
팬션을 혼자서 묵을 그런 뻔뻔함은 없어서 조금 더 걸으면 있다는 위치에 있는 여관으로 갔지요.
잡소리를 살짝 하자면..
그때가 저녁 9시정도였는데 지도상에 보이는 저 횡성코스길4코스 갈래길에 왠 택시가 멈추더니 하얀 원피스 입은 여자가 저 골목길로 걸어가길래 식겁하며 뛰어갔던 기억이 있네요.
그때 네이버앱 지도상에는 저 골목에 인가가 없던 걸로 떴거든요.
뭐 지금보니 헤프닝이네요.
=============================================================================================
2011년 11월 10일 목요일. 맑은 뒤 흐림. 횡성 여인숙 출발
어느 한적한 마을의 아침풍경.
몇 가구 안되는 마을이라 아침에 연 식당이 없어서 근처 연 슈퍼에서 잠깐 먹을걸 사러 갔다가 주인 아주머니께서 밥은 먹어야한다며 밥과 고들빼기를 챙겨주셨습니다.
이런걸 바라고 들어간건 아니지만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사진을 올리고 싶지만 정성에 비해 사진이 너무 못나와서 올리는게 예의가 아닌거 같아 올리지 않겠습니다;;
한적한 시골의 아침풍경(2)
횡성 어느 면인거 같은데 여기도 5일장이 열려서 한장.
횡성과 평창 사이 어딘가에서 대충 찍기.
이날도 저녁까지 걷다 찜질방 입성. 전날 귀신(?) 소동으로 저녁까지 걷고싶진 않았지만 숙소가 없는데 별수 있나요.
참 엉뚱한 곳에 있는 찜질방이었는데 의외로 몇 사람이 묵고 있었지요.
=============================================================================================
2011년 11월 11일 금요일. 흐리다가 비.평창 찜질방 출발
실제로는 더 멋졌는데 찍어보니 별로였던 기억이 있네요.
지금은 이미 지나간, 그 때에는 미래의 일인 평창올림픽
사실 이 때서야 평창에 온 걸 알았습니다.
중간에 경게푯말을 못보고 지나친건지 뭔지...
1박 2일에 나왔다는 막국수집.
그 때에는 1박 2일이 정말 인기프로그램이었습니다.
10, 20대에겐 무한도전, 패떴이 더 잘 나가긴 했는데 나머지 세대나 몇몇 10, 20대에겐 1박 2일이 최고의 국민 예능이었지요.
그래서 한번 프로그램에 나왔다 하면 저렇게 현수막을 걸어 놓을만 했습니다.
그래서 내친김에 막국수로 점심을 먹기로 결정.
저떄 막국수를 처음으로 먹어봐서 기대를 좀 했지요(1박 2일 광고도 좀 있었고)
결론은...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하하하. 너무 심심한 맛이라 자극적으로 물든 혀에겐 전혀 맛이 안났습니다.
뭐든지 경험이 중요한 일이지요. 저때 내가 간을 세게 해서 먹는구나 느끼기도 했고요.
(아마도) 영동고속도로
여기는 도대체 뭐하는 마을일까 궁금했는데 막상 10년뒤에 찾아보게 되다니 크게 궁금하진 않았던 걸수도.
팬션과 농촌체험마을이라고 합니다.
계속 흐리더니 결국 비가 오락가락해서 근처에 있는 여관으로 일찍 대피했습니다.
=============================================================================================
2011년 11월 12일 토요일. 구름많음. 평창 여관 출발
오늘은 날씨가 좋겠지 했지만 여전히 구름이 많았지요. 그래도 완전 흐리지는 않은 날씨.
그 유명한 대관령 가는길.
10년전의 얼굴들. 지금 보니 문득 왜 10년이 지났는지 현타가 오는군요...
대관령면 도착.
식당에서 근방에 볼만한거 없냐고 물어봤는데 양떼목장을 추천해주시더라구요.
그 유명한 삼x 대관령김치라면의 고장이구나 싶어서 가려고 했는데 근처 pc방에서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굉장히 어중간한 시간이 되어버렸지요.
목장을 가기에도, 대관령을 넘기에도 애매한 오후 3시.
별수있나 대관령 찜질방 가야죠.
여행기간중 제일 짧게 걸은 날이 아닌가 싶네요.
=============================================================================================
2011년 11월 13일 일요일. 흐림. 대관령 찜질방 출발
아침에 출발한지 얼마 되지 않아 (옛) 대관령 휴게소 도착
아침먹은지 얼마 안되서 저 꼬치구이를 못먹은게 이제야 아쉽네요.
따지고 보면 옛날엔 고속도로였던 곳을 도보로 걷는 셈이 되서 묘한 느낌이었습니다.
강릉 도착.
대관령비
11월 대관령 풍경.
꽤나 감개무량해서 여러장찍었는데 10년전이라 확실히 화질구지더군요.
아니면 찍는 사람이 문제였던가.
강릉 시내 10Km 전
멀리 보이는 강릉의 풍경
3시 이전에 도착해서 강릉 한바퀴
일찍 도착했기 때문에 일찍 자고 다음날 여행의 목적을 달성하기로 했습니다.
=============================================================================================
2011년 11월 14일 월요일. 맑음. 강릉 찜질방 출발.
새벽 2시에는 출발해야 정동진에서 일출을 여유롭게 볼 수 있겠더라구요.
오전 6시 정동진 도착
다른 사람들에겐 알랑방구 뀌던 녀석.
관광지 동물들은 먹을 것이 있는 사람을 잘 구분하는 것 같습니다.
정동진 역사.
일출이 시작되기 직전.
꽤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꽤 감흥이 없었던 순간.
그냥 해가 뜨는구나 싶었던 때군요.
10년전에 여행을 떠날 때엔 직접 걸어서 도착한 정동진에서 보는 일출은 어떤 느낌일까 싶어 도보여행을 시작했지요.
그리고 도착해서 뭔가 이벤트가 생기고 마음가짐이 바뀌고 그럴 것 같은 치기 어린 생각들이
지금까지 한 일들이 별 일 아니라는 허무감을 가져오고 이 사진들을 묻어두기로 했던 것 같네요.
10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좀 알 것 같습니다.
어떤 일들은 조금 시간이 지나서야 깨닫게 되는걸 아는 것 역시 시간이 필요한 일이군요.
그 때 했던 도전들이 별 것 아닌 것처럼 느껴지고 별 볼 일 없어보여도 시간이 지나면 내가 무언가 도전했다는 그 사실이 가치있다는걸 알게 되었네요.
어차피 해봤자 결과는 정해져 있어, 해보나 마나 똑같은데 왜 해야하는지
무력함과 냉소, 자포자기에서 벗어나려면 결국 무엇이라도 해야한다는 사실을 꽤 예전에 이해했다고 생각했는데
도전의 성과를 조금 늦게 얻을 수 있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얻게 된다고. 그러니 힘내보자고. 뭐든 해보자고.
10년 전의 여행을 정리하면서 다시 한 번 다짐하게 되네요.
뭐 그렇습니다. 이제 이 글을 다시 10년이 지난 뒤에 보면 얼마나 손발이 오그라들까. 이래서 새벽에는 뭔가 남기질 말아야합니다.
그래도 10년 뒤에 또 다른 깨달음을 얻었으면 좋겠네요.
그 이후에는 여행 일주일만에 드디어 맑은 날씨를 즐기며 경포대를 거녔습니다.
거 여행 그만하기 딱 좋은 날씨네
그 이후로는 도보여행을 중단하고 울릉도, 부울경, 일본여행을 다녀왔지만 그건 나중에 기회가 되면 옮겨볼게요.
옛날 일들이라 당시 일기장 보면서 주저리주저리 쓴 긴 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합니다.
와우 대단하시네요... 전 이리 걸었으면 다리가 ㅠㅠ 잘 읽었습니다^^
와 10년전이라니.. 사진 잘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