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밀라노에 학회 참석차 방문했습니다.
다른 분야는 모르겠지만, 저희 분야의 경우 (핵입자 물리학) 통상적으로 학회 중간이 수요일 점심 이후에는 반나절 자유시간이 주어집니다.
그래서 학회 주최측에서 간단한 여행코스를 준비하는데, 보통 노잼이죠.
제 경우는 매번 혼자 또는 마음이 맞는 일행끼리 자유롭게 다니는 편이라, 이번에도 따로 밀라노 대성당쪽으로 가봤습니다.
우선 이태리의 로컬 커피는 진짜 맛있었습니다.
인생 샤케라또를 거기서 맛봤죠.
근데, 로컬 커피는 이태리 방식(희석 없이 원액)일때 맛이 있는거지, 저처럼 자본주의 커피 맛에 길들여진 사람은 결국 얼음 가득 넣은 아이스커피를 찾게 되더군요.
그래서 남들이 간다는 스타벅스 리저브 밀라노 점을 방문해서 일단 시원하게 한잔 들이키고 대성당으로 향했습니다.
학회기간 내내 밀라노 날씨는 낮에 37도에 육박하는 더운 날씨였습니다.
이미 성쪽의 박물관 던전을 몇시간 동안 뺑뺑이 돌았는 탓에 지친 몸을 이끌고 찾아간 대성당은 진짜 건물 그자체로 예술품이었습니다.
정신없이 보다가, 25유로 지르고 옥상으로 직행.. (역시 자본주의..)
공사중이라 생각보다 별로였지만, 그래도 저런 조각품들 하나하나 보면서 1유로, 2유로하며 마음의 위안을 삼았습니다.
그렇게 옥상을 돌아보고 자본주의 추종자들을 위한 계단을 통해 성당 내부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모리아 광산급 웅장함이..
없던 신앙심도 생기겠다 싶었는데, 갑자기 파이프 오르간으로 넬라 판타지아가 연주되고..
정말 분위기가 대단했습니다.
혹시라도 밀라노 대성당 가신다면 옥상은 패스하셔도 성당 내부는 꼭 보시길 추천합니다. ㅡㅡb
그리고 근처에(?) 라파엘로 그림이 전시된 미술관이 있다고 하여 다시 무작정 걸어봅니다.
골목에 늘어선 식탁들이 유럽갬성을 막 불러일으킵니다.
그런 유럽갬성 충만한 골목을 지나 만난 미술관은 12유로를 요구하더군요.
전반적으로 그림들도 좋았지만, 복원에 대한 설명이 잘 되어 있어서 더 흥미로웠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라파엘로의 그림. 제목도 몰라요. 그냥 라파엘로라고 하니 그런줄.. ㅡㅡ;;
그렇게 학회를 마치고 귀국을 하려는데, 환승할 암스테르담에서 사건이 발생합니다.
밀라노에서 늦게 출발했던 탓에 환승에 실패, 우리를 버리고 인천으로 가버렸어요.
그렇게 다음날 밤 9시 비행기가 잡히고, 우리는 암스테르담 시내로 갔습니다.
사전 지식이 하나도 없었는데, 부인님으로부터 반고흐 미술관과 국립미술관, 그리고 기념품, 와플 등의 미션을 받고 구글맵을 키고 갔습니다.
미술관들은 한곳에 모여있는데, 그 광장이 너무 좋았습니다.
버스킹을 하는데, 버스킹이.. 현악연주라곤 1도 모르는 제가 들어도 좋더라구요.
그렇게 정신 놓고 듣다가 다시 반고흐 미술관으로 갔는데, 매진...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시 그 옆에 있는 국립미술관으로 향했습니다.
국립 미술관안은 1600년부터 현대까지의 작품이나 유물들이 시대별로 잘 전시되어 있어서 관람하기 좋았습니다.
아래의 레어템들이 얼마나 탐나던지.. (왠지 마법 부여가 되어 있을것 같은 비쥬얼..)
그리고 국립미술관의 하이라이트, 렘브란트의 Nightwatch.
책에서만 봤던 그림을 실제로 보니 그 느낌은 대단했습니다.
복원을 위해 X-ray fluorescence 장비를 이용해서 스캔하는것도 멋있었습니다.
사람이 많지 않았다면 아마 하루종일 서서 보고 있었을지도 몰라요.
그리고 유럽의 상징, 스테인드 글래스..
밀라노 대성당에서만큼의 감동은 없었지만, 여전히 예뻤습니다.
빡빡한 일정에 점심을 거를려다가 부인님께서 꼭 먹어보라고 하셨던 Avocado Show라는 식당으로 향해봅니다.
역시 유럽갬성 충만한 골목을 지나 도착한 식당은 waiting이 한시간..
하지만 일행 모두 아보카도를 좋아한 탓에 기다리기로 합니다. (참고로 주변 식당들이 구글맵 리뷰 150여건일때, 여긴 2,200건이 넘더군요.)
한시간의 기다림 끝에 만난 음식들...
진짜 맛이 미쳤습니다. 모든 메뉴에 아보카도가 들어있는데, 다 너무 맛있었어요. ㅠㅠ
그렇게 미친듯이 퍼먹고, 다시 국립미술관으로 돌아옵니다.
이유는 여기서만 파는 Play Mobil 한정판을 사기 위함이죠.
사진에서처럼 그림을 컨셉으로 한 Play Mobil 3종 한정판을 사오라는 부인님의 퀘스트도 무사히 수행했습니다.
더위와 비행기 연착등으로 고생스럽긴 했지만, 그래도 이래저래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학회 일정으로 인해 없는 시간을 쪼개서 다니다보니 무슨 깃발 꽂기 게임하듯 돌아만 다녔습니다.
훗날 휴가를 통해 가족들과 함께 다시 방문해서 여유롭게 돌아봐야겠어요.
다들 더위에 건강 챙기세요.
이렇게 좋은글에 댓글이 없다니 ㅠ 추천드리고 갑니다. 혹시 요즘 밀라노 물가는 좀 어떤지 여쭤봐도 될까요?
아니, 이 누추한 포스팅에 댓글을.. 감사합니다. 물가는 교통, 식사 정도만 파악했습니다. 대중교통의 경우 매트로 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중심가만 보신다면 종일권 4.5유로면 됩니다. 그러면 버스, 트램, 매트로 모두 이용가능합니다. 티켓은 매트로 역에서 자판기로 구매 가능합니다. 지상에는 없어요. 식사는 어디서 뭘 먹느냐에 따라 천차 만별입니다. 이탈리아 식당은 크게 Ristorante, Osteria, Tratoria로 구별되는데, Tratoria는 가벼운 식사를 저렴하게 먹을수 있습니다. 10유로 내외에서 해결이 가능하죠. Pizzaria는 이런 시스템과 독립적으로 있는데, 되도록 중앙역 근처 호객행위하는 곳은 가지마세요. 비싸고 맛도 없습니다. 차라리 Osteria에 가서 시키는게 훨씬 맛있고 쌉니다. 답변이 길어졌네요. 더 알고 싶으시면 댓글이나 쪽지 주세요.
사진과 글 잘봤습니다 밀라노 가보고 싶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