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만에 시애틀을 다시 방문한 아재입니다. 애초 목적지는 밴쿠버이지만, 어차피 옆동네이니 15년 동안 얼마나 많이
변했을까? 라는 생각으로 시애틀로 입국을 했습니다.
(물론 제가 예전에 지내던 곳은, 공항에서 차로 2시간 정도 걸리는, 훨~씬 더 안쪽이고 한적한 동네이고, 이번에 잡은
숙소는 다운타운 근처입니다만)
이왕 그 먼 곳에 다녀 오는 것, 길~게 다녀 오라는 사장님 말씀에, 일정을 사흘 더 추가해서 일주일을 채웠다가..
막상 휴가계 제출하니, 내가 그렇게 말했다고 정말 그렇게 길게 갔다 올 거냐고 은근히 돌려서 구박하시는 사장님 때문에
출발 전날까지 여행 계획이고 뭐고 꿈도 못 꾸고, 심지어는 출발하는 날 새벽에야 겨우 짐 싸고, 출발 직전까지 서류 작업
하다가 점심 때 출국했습니다..
출국할 때에는 생각지도 못 하게 손톱깎이 (정확히 말하면 손톱깎이에 달려 있는 그 쬐끄만 칼)가 걸려서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 가서 검사 받고 하다 보니.. 시간이 촉박해서, 공항 라운지는 사용할 틈이 없을 것 같더라고요.
(이 카드 만들어서 몇 년째 매달 최저 실적의 몇 배를 쓰고 이제 두 달 뒤면 카드 해지하려고 하는데, 단 한 번도 라운지
를 못 써 봤네요..-_-; 물론 그거 하나 들어가 보자고 일부러 이 먼 공항까지 온다는 건 말도 안 되고요)
그래서 포기하고 게이트 앞에 앉아 있는데.. 출발이 30분 정도 지연 된다는 안내가 뜨고.. 그럴 거면 그냥 라운지에 가서
컵라면이라도 하나 먹고 올 걸..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또 되돌아 가는 건 말이 안 되고요..
그리고 비행기를 타 보니, 파오후 몸매라선지 비상구 자리를 줬는데..
저한테는 쥐약 같은 자리더라고요. 제가 비행기에서 잘 때에는 앞으로 머리를 기대고 자는데 그것도 없고.. 국적기라고
담요며 베개며, 거기에 비상구쪽 자리라고 무슨 안내 책자도 주는데.. 그것들을 보관할 수 있는 자리 or 꽂을 곳도 없고
발 밑에는 뒷자리 아줌마가 자기 짐을 꾸겨 넣어 놔서 뭘 넣을 수가 없고..
더구나 여행 후반부쯤에는 이곳이 비 오고 추워진다기에 두터운 잠바를 입고 왔는데, 그것조차도 넣을 자리가 없어서..
더워 죽겠는데 계~속 끌어 안고 왔습니다. 기댈 곳이 없어서 제대로 자지도 못 하는데, 비행기 안은 또 왜 그리 더운지
결국 숙소 도착을 점심 때 했는데.. 그렇게 좋은 시간대에 도착한 보람도 없이 그대로 쓰러져서 자다가 일어나 보니까,
한밤중이더라고요..-_-;
7/11에 가서 물하고 컵라면 사서 목 축이고 배 채우고 다시 잠을 청하다가.. 날 밝을 때쯤이 되어서야 겨우 다시 잠이
들어서는 일어나 보니 오후 1시더라고요.
아직도 피로가 제대로 안 풀려서 몸 상태가 썩 좋지는 않지만.. 그래도 좀 움직일까.. 하다가 어차피 여행 기간은 꽤
남아 있고, 꼭 무언가를 해야 되겠다는 계획도 없는지라 그냥 하루 더 쉬기로 했는데..
데스크에서, '오늘은 추수감사절이라 숙소 자체적으로 다 모여서 저녁에 파티하니까 너도 오라'고 초대를 하더군요.
그 말을 들으니, 끼니 거리를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 옛날 기억을 더듬어서 근처 마켓들을 뒤져 봤더니만..
걸어서 10분 거리에 아시안 마켓이 하나 있고, 그거 말고는 차로 20분 거리에 대형 슈퍼마킷 하나만 있더군요.
(그 다음으로 가까운 곳은 차 타고 50분 거리에 있더군요)
일단은 아시안 마켓을 가 봤는데.. 제 기억 속의 비교 대상이 15년 전 물가라서인지, 아니면 가격이 저렴한 대형 마켓
가격이라선지.. 제 기억보다 20~30% 정도는 더 비싸더라고요.
그래서 녹차들이랑 컵라면만 몇 개 사 오고 먼 곳에 았는 대형 마켓을 나중에 다녀 오기로 하고, 일단은 저녁 파티에
참석을 했는데..
왠 아자씨 하나가, 한국 사람이라는 말에 기뻐하면서 이것 저것 물어 보는데..
아마 한국에서 러브 호텔을 하는 분 같더군요? 그런데 한국은 이제 아무래도 레드 오션이다 보니 이 근처에다 하나
차려볼까? 하고 시장 조사?를 하러 온 것 같은데..
제가 예전에 끌려 가서 알바해 본 경험과 예전에 여기서 지낸 경험등을 바탕으로 얘기를 좀 해 드렸더니만..
그렇게 생생하고 현실적인 조언은 처음 듣는다고 저한테 착! 달라 붙어서 이것 저것 상담을 해 달라고 하는데..
애초에 제 결론은, "여기에 러브 호텔 차려 봤자, 장사가 잘 될 것 같지 않으니 관두시라"였는데, 자신이 보기에는
여긴 아직 블루 오션이다, 얘네들도 인간이니 메치기, 업어치기는 할 테니 수요는 있을 텐데 왜 그렇게 부정적인
생각만 하냐면서 자꾸 저를 설득하려고 하더라고요..-_-;
그러면서, 제 일정이 어떻게 되냐고 묻기에, 아직 확정 지은 건 없다고 했더니, 식사 제공할 테니 자기랑 같이 다니
면서 조언을 좀 해 주면 안 되겠냐기에 딱 잘라서 거절을 했습니다.
(그리고 아까 보니, 돈을 아낀다면서 저녁으로 1달러짜리 태국 라면을 끓여 먹고 있더라고요? 혹시라도 제가 따라
다녔으면.. 그런 걸 저한테 먹이면서 엄청나게 생색을 냈겠죠?)
솔직히 파티 음식도 맛은 없었지만.. 그래도 공짜로 저녁 식사를 해결해서 그걸로 만족하고 잠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새벽에 어디에선가 동물 똥이 썩는 냄새가 나기에 뭐지? 하고 깨보니, 룸메가 생겼더라고요. 그래서..
이곳 시애틀이 녹지와 동물이 풍부한 곳이라고 하니, 어디서 갈매기 똥이라도 맞거나 밟았나 보다..라고만 생각
을 했는데.. (더구나 계속 서걱거리면서 뭔가 긁는 소리가 나기에 신발 밑창에 붙어서 말라 버린 똥을 처리하는
걸로만 생각을 했는데..)
조금 있다가 너무 냄새가 지독해서 정신 차리고 보니, 왠 손가락 굵기의 시가들을 정리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저게 혹시 냄새의 원인인가? 이렇게나 지독하게 썩는 냄새가 나는 담배도 있나?'라고 생각하면서 갸한
테, 그게 도대체 뭐냐?고 물었더니만..
마리화나더라고요..-_-;;
세수하러 온 김에 검색을 해 보니, 마리화나의 별칭이 스컹크 방귀라고 할 정도로 악취가 난다던데..
아무튼 그래서, 갸한테 "네 취향이니 내가 뭐라고 할 건 아니지만, 그건 냄새가 너무 지독해서 참기가 힘들다"
고 했더니, 한국에서 불법이냐고 묻기에 그렇다고 했더니 알겠다고 조심하겠다고 했는데요..
10시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냄새가 방에 배여서 조금 남아 있고..
심지어는 몇 시간 전에 새로운 룸메 하나가 왔는데.. 걔는 뭔지 알았는지 단박에 방을 바꿔 달라고 해서 딴 방
으로 가버리더라고요.
그걸 보니, 저도 지금이라도 데스크에 말해서 방을 바꿔 달라고 해야 하는 건 아닌지.. 나중에 귀국하고 나서
괜히 이상한 오해를 받아서 안 좋은 기록이라도 남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는 게 사실입니다만..
그리고.. 전 아까 점심 때에야 알았는데.. 오늘이 바로 그, 블랙 프라이데이더군요?
그래서 어제 아마존에서 10TB짜리 HDD가 뜬 걸 보고 고민하다가.. 이달 초에 8TB 산 걸 아직 뜯지도 못한 게
생각 나서 관뒀는데, 오늘은 1시간 거리에 있는 베바에서 12TB짜리를 $180에 팔기에.. 그것에 혹~해서 결국엔
왕복 2시간 버스를 타고 다녀 왔는데..
결국 실패했네요.. (대신, 스위치 호환 패드 하나를 약간 저렴하게 업어 왔습니다.. 거기까지 갔는데 빈 손으로
돌아 오기에는 뭣하더라고요..)
그리고 거기 가기 전에, 1시간을 걸어서 대형 슈퍼에 다녀 왔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멤버십 카드 재고가
다 떨어져서 회원 가입을 못 시켜 준다는 황당한 이유가..-_-;;;
(연말이라 그 카드 재고가 언제 보충될지 확답을 못 해 주겠다고, 다른 지점으로 가 보라고 하더군요..-_-;)
그렇다고 멤버십 할인을 안 받으면, 숙소에서 가까운 아시안 마켓 가격과 큰 차이가 없다 보니 운반하는 수고
혹은 비용을 생각하면 큰 잇점이 없어서 결국 인스턴트 도시락만 두어개 사 왔네요..-_-;
아무튼 피곤한 몸과 마음으로 숙소에 돌아 와서 인스턴트 도시락을 전자렌지에 돌리고 있는데..
왠 중국인 아줌마가 1시간 남짓을 계속 통화하면서 떠들고.. (아마 방에서 통화하다가 시끄럽다고 홀로 쫓겨
난 것 같더라고요) 동남아 여자애 하나가 어장(물고기를 삭힌 젓갈)을 가지고 요리를 해서 괴로운 냄새가 풍
겨 나고..
내일은 기운 내서 전망대도 돌아 보고, 번화가를 누벼 볼까? 했더니만.. 누가 비와 흐림의 시애틀 아니랄까
봐, 내일부터는 비가 오고 흐리다네요..-_-;;
너무 오랫만에 와선지.. 추억의 장소들은 다 없어져 버리고 (그나마 예전에 여기 있었을 때 사귀던 중국인
여친이 다니던 UW은 당연히? 남아 있긴 하던데.. 오히려 추억의 장소에 가 보니, 맘만 더 울적~해졌어요)
일은 생각대로 안 풀리고.. 내가 이러려고 사장님 눈치 보면서 고생하며 여기 왔나..? 라는 자괴감이 들어서
이렇게 글을 올려 봅니다..
ps. 원래대로라면 그나마 몇 장 찍은 야경 사진이라도 올리고 싶은데..
이 노트북은 SDHC 슬롯이 없어서 디카에서 사진을 옮겨 올 수가 없어서, 일단은 니들 사진이라도 하나만
퍼와서 덧붙여 봅니다..
2년 전에, 저희 이모할머니께서 시애틀에 거주하셔서 그때, 방문했습니다. 다시 한번 가고 싶습니다. 시애틀, 그리고 밴쿠버로~~
밴쿠버는 뭐, 제대로 머무르지를 않아서.. 저는 딱히 추억이 없기는 하네요..^^;; 그래서 이번 일정에서도 주객이 전도된 감이 엄청나게 많고요..^^;;
저도 갔다온지 벌써 3년이 되었네요 ㄷㄷ
전 이번에 은근히? 여러 모로 실망을 해서 다음에는 이렇게 일부러는 안 올 것 같네요.. 출장이나 같이 올 사람이 고집하지 않는 이상은..
아니 사장이라는게 저딴식으로 말하면......-_-;;;
저희 사장님이 자주 하시는 말씀들 중 하나가.. 거래처에 미수금 결재해 달라고 할 때, 빨리 돈 달라고 갈구되, 기분은 나쁘지 않게! 입니다. 빨리 돈 달라고 갈구면서 기분을 나쁘지 않게 말하는 게 어떤 건지.. 아직도 모르겠네요..
뭔 말을 저따구로 한대요 그럼 말을 하지 말던가
그러니까요.. 좀 솔직해지셨으면 좋겠습니다..
시애틀에서 잠못이루셨군요 아재라 그런지 시애틀하면 숀캠프와 게리페이튼의 현란한 플레이만 생각납니다 당시 다 시카고 불스 물고빨데 저는 슈퍼소닉스를 빨았죠
캐리어 잃어 버리고 와서 멘붕 상태입니다..ㅠ.ㅠ..OTL..
발 아래 공간은 뒷사람을 위한 자리가 맞습니다...
그러니까요..ㅠ.ㅠ..
궁시렁 거리는 성격이시군요
예리하십니다. 궁시렁대고 혼잣말이 많은 타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