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일러 영상 --> https://youtu.be/QdpPnX8nhIs
Day 10
블루밍턴
휴식
아침 6시 반. 켈리 출근 전에 나이조 산책 시킬 때 나도 포키랑 같이 따라 나갔다.
날씨가 꽤 춥다. 어제 텐트에서 잤으면 엄청 추웠을 것 같다. ‘덥다, 덥다’를 입에 달고 살았는데 하루만에 이렇게 추워지다니.
원래 일리노이주 날씨가 변덕스럽다고 한다.
오늘은 쉬는 날이다.
푹신한 침대에서 늦게까지 뒹굴뒹굴하다가
빨래를 해서 널고 밖으로 나갔다.
자전거에서 가방을 다 떼고 가볍게 블루밍턴을 돌아다녔다.
그리고 서서 자전거 타는 데 성공했다.
이제 나도 서서 자전거 탈 수 있다.
미국 스타벅스에는 도그 프라푸치노라는 게 있어서
요청 시 무료로 준다.
오랜만에 카페에서 커피마시는 여유를 즐겼다.
그런 다음 펫스마트라는 대형 반려동물 용품점이 있어서
가서 구경도 하고 포키 간식도 사줬다.
집에 돌아와 펫스마트에서 산 간식 먹는 중
>
다른 개의 관심은 부담스러운 포키
>켈리 집에서 먹은 저녁
각종 소스와 핫도그빵, 구운 소시지 등 토핑을 식탁에 늘어놓고 취향대로 핫도그를 만들어 먹었다.
그중 곁들여 먹은 채소구이가 너무 맛있어서 레시피를 물어보았다.
깍둑 썬 당근, 양파, 감자, 마늘을 올리브유, 소금, 후추와 섞은 뒤 450도에서 45분.
달콤한 휴식의 하루가 저문다.
오늘 좋은 집에서 푹 쉬었으니
내일 다시 힘내서 달려 보자.
Day 11
블루밍턴 - 링컨
64km
켈리는 늘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한다. 그래서 켈리 출근길에 나도 함께 출발했다.
날이 쌀쌀하다. 이틀 전만 해도 반팔, 반바지 입고 이너텐트만 치고 침낭 걷어차고 잤는데
이제는 아침이 엄청 춥다.
긴팔에 바람막이까지 입고 라이딩을 시작했다. 자전거 타기엔 딱 좋은 날씨다.
켈리와 트레일길을 나란히 달리며 이야기를 했다.
블루밍턴은 트레일길 말고 일반 도로에서는 자전거 타기 좋은 편이 아니라서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이 많지는 않다고 한다.
역시 인프라가 자전거 이용률에 영향을 미치는구나.
아침 먹을 베이커리집 앞까지 켈리가 안내해주었고 그곳에서 우리는 작별인사를 하였다.
무엇을 먹을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캐러멜 애플 바(caramel apple bar)를 골라 야외 테이블에 앉아서 먹었다.
춥기도 하고 음식이 더 들어가지도 않아서 반은 포장한 뒤 다시 출발했다.
>
오늘은 길도 날씨도 너무 좋았다.
트레일길을 따라 달리다 보니 마침내 미국 최초의 대륙 횡단 도로인 루트66을 만났다.
시카고에서 엘에이까지 이어진 66번 도로는 과거 미국인들이 캘리포니아 드림을 꿈꾸며 동부에서 서부로 이동하던 도로라고 한다.
지금은 거의 이용되지 않아 방치된 느낌이고 길이 좋은 편은 아니다.
근데 이게 웬걸! 루트66과 나란히 바이크 레인이 따로 있었다.
"66번 도로는 도망치는 사람들의 길이다."
-분노의 포도, 존 스타인벡-
>
그래서 맘놓고 즐거운 마음으로 라이딩을 했다.
오늘은 별로 힘을 들이지 않아도 속도가 24까지도 나왔다.
음악 들으면서 흥얼거리며 달리다가 아무도 없어서 삼각대 놓고 사진 찍는 여유도 즐길 수 있었다.
포키도 신이 났다.
이틀 푹 쉰 덕일까? 아니면 내 체력과 허벅지가 단련된 걸까?
어찌된 것이든 좋다.
오늘은 기온도 그리 높지 않아서 태양이 뜨거운데도 불구하고 그늘도 물도 찾지 않았다.
내가 안보이면 불안해해서 항상 보이는 곳에 포키를 두고 밥을 먹으러 간다.
빅맥을 먹고 다시 출발.
오늘 길이 너무 좋아서 늘 하던 ‘대체 언제 길이 끝날까’ 하는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런 생각을 하지 않고 달려도 금방 길이 끝났다. 깜짝 놀랄 정도로.
링컨에 거의 다와갈 무렵 자전거에 태운 말티즈와 남자 둘을 만났다.
그들은 포키를 보고 반가워하며 말티즈와 포키를 인사시켜 주었다.
어디서 어디까지 가냐는 이야기를 주고 받았고
그 중 U.S PATROL이라 적힌 모자를 쓴 남자가 자신을 존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더니 나에게 저녁을 같이 먹자고 제안했다.
나는 오늘 머물 곳까지 아직 갈길이 멀다 하고 헤어졌다.
다시 출발하여 가고 있는데 존이 자신의 집이라고 했던 곳 근처 연못가에서 그들을 다시 만났다.
존은 계속해서 나에게 여기서 좀 쉬고 가라고 설득했다.
안그래도 멀리서 여기에 그늘이 있는 것을 보고 쉬었다 가야겠다 생각했던 참이어서
그냥 그를 따라가 보기로 했다.
그는 자신이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안심시키려는 듯 이웃이 경찰이라고 이야기하며 나에게 계속 따라오라고 했다.
따라가다가 너무 멀리 가는 것 같아서 나무 그늘 아래 멈춰 더 가지 않고 여기서 쉬겠다고 했다.
포키 물도 주고 말티즈랑 놀게 해주며 잠시 연못을 바라보며 쉬었다.
이제 다시 출발하려고 인사를 하는데 두 남자 중 선글라스를 쓴 남자가 말했다.
"항상 조심해요"
존은 자기 번호와 이름을 적은 쪽지를 건네며 무슨 일이 있으면 연락하라고 했다.
그날 어디서 잘 지 정하지 못했을 때는
적당한 거리에 있는 도시의 소방서나 교회를 목적지로 삼고 출발하곤 했다.
오늘 목적지로 정했던 소방서를 향해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가는 길에 자전거를 탄 백발의 아저씨가 반갑게 나를 불러 세웠다.
교회 앞이었고 손에 전단지같은 것을 들고 계시길래 교회 관련된 이야기를 하려는 걸까 싶었는데, 예상과 달리 내 여행에 관심을 보이셨다.
그는 바로 앞에 있는 공원의 파크레인저라고 했다.
"오늘 어디서 자요?" 남자가 물었다.
"잘곳을 찾고 있는 중이에요."
"그럼 우리 공원에 텐트 치고 자도 좋아요. 지난주에도 자전거여행자 한 명이 자고 갔어요."
자전거여행자들 이야기 듣는 걸 좋아한다며 그가 말했다.
그래서 그를 따라 공원으로 들어가 안내를 받았다.
그는 한국사람을 처음 본다고 했다.
그는 물쓸 수 있는 곳, 화장실, 텐트칠 장소를 알려주었고
재차 “화장실은 저쪽에 있고 물은 저기 있고 밤에 가로등이 켜질 거예요…” 말하며
또 더 알려줄 게 없나 계속 생각하셨다.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과 반갑게 인사하시는 걸로 보아 정말 공원 관리인이 맞으신 듯했다.
그때, 공원에서 자전거를 타다가 집에 돌아가는 길이던 노부부가 우리를 발견하고 다가오셨다.
80대로 보이시는 할머니는 너무나도 곱고 정정하셨다.
그녀는 다짜고짜 내게 다가오시더니 포옹을 청하고는 말씀하셨다.
"Welcome to USA.
미국에 온 걸 환영해요."
홀로 강아지를 데리고 동양에서 온 낯선 여자아이를 대뜸 안아주시던 그 따뜻한 마음은 어떤 것일까?
모르는 사람을 안아줄 상상도 해본적이 없었던 나는 그 마음이 궁금하면서도 뭉클해졌다.
할아버지는 전직 경찰이셨다고 한다.
할머니는 나를 또 안으시며 말씀하셨다.
"I love you. 사랑합니다."
나도 답했다.
"사랑합니다."
그러자 할머니가 또 다시 나를 안아주시며 말씀하셨다.
"사랑합니다."
뭐지 이 감정은…
세 번의 포옹과 세 번의 '사랑합니다'가 오가던 그 순간,
나는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말했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사랑을 느꼈다.
관리인 아저씨는 떠나기 전 내게 걱정스런 눈빛으로 말씀하셨다.
"사람이든 길에서든 항상 조심해요."
모두가 좋은 사람같고 평화로워보이기만 하는데 모두가 내게 조심하라고 신신당부한다.
그러니 오히려 무서워진다.
어쨌든..이 공원은 공원 안에 차가 다닐 수 있을 만큼 크다.
제너럴 스토어에서 사온 통조림 파스타와 오렌지 주스를 저녁으로 먹고 포키도 껌이랑 밥을 먹고
후식으로 감자칩을 먹고 있는데 어떤 아주머니가 활짝 웃으며 내게 다가왔다.
그녀는 공원 관리인 아저씨의 시스터인데, 아저씨가 나 잘 있는지 가서 보라고 해서 오신 것이다.
필요한 건 없냐, 뭐 가져다 줄 거 없냐, 음식이나 음료수나 담요 같은 거 필요 없냐 등
혹시나 내가 못알아 들을까봐 또박또박한 발음으로 계속 물으셨다.
"괜찮아요. 밥도 먹었고 필요한 것도 없어요. 감사합니다."
아주머니는 내게 포옹을 요청하시고 꼭 안아주신 뒤 떠나셨다.
그런데 잠시후 아주머니가 담요를 들고 돌아오셨다.
"밤에 추울 거예요. 내일도 추울테니 이거 그냥 계속 가지고 다니면서 써요."
마지막으로 다른 관리인 아저씨가 와서 공원에 차가 다 나갔는지 확인하고 이제 공원 정문을 닫겠다고 말해주시고 가셨다.
에어매트에 구멍이 났는지 바람이 자꾸 빠져서 돗자리 위에 아주머니가 주신 담요를 깔고 누웠다.
근데 그냥 따뜻하다. 마음이 너무 따뜻하다.
커다란 공원에 혼자 있지만 포키가 있어서 무섭지 않다. 이렇게 많은 분들이 신경써주시니 안심된다.
텐트 안에 엎드려 안심되는 마음으로 노래도 틀어놓고 일기를 썼다.
안전하게 잘 곳이 있다는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그것도 갑자기 내 앞에 나타난 사람이 마련해 준 것이라니..
내가 그 시간에 그 길을 지나게 되어 관리인 아저씨를 만나게 된 것이 신기하고 감사하다.
아까 말티즈를 자전거에 태운 남자가 쉬었다 가라고 계속 붙잡지 않았다면, 그때 그 시간에 공원 앞을 지나지 않았을 테고
관리인 아저씨도 만나지 못했을 텐데 말이다.
아무튼 다 신기하고..감사하다.
딱딱한 바닥에서 자야 하지만 서럽지 않다.
옆에서 곤히 자는 포키를 보며 아늑한 텐트 안에서 일기를 쓰는 이 순간, 너무 행복하다.
1편 https://blog.naver.com/hhlss__/221105945248
2편 https://blog.naver.com/hhlss__/222677373233
3편 https://blog.naver.com/hhlss__/222701921326
4편 https://blog.naver.com/hhlss__/222705726790
트레일러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QdpPnX8nhIs
무사하게 한국에 오셨으니 기록을 남기시는 거라고 봅니다 재밌게 보고 있어요
좀 위험해 보이긴한데 궁금해서 자꾸 글 챙겨보게 되네...
이미 몇년전이라 무사히 잘 다녀오신거죠 ㅋㅋ
좀 위험해 보이긴한데 궁금해서 자꾸 글 챙겨보게 되네...
Canversdevil
이미 몇년전이라 무사히 잘 다녀오신거죠 ㅋㅋ
무사하게 한국에 오셨으니 기록을 남기시는 거라고 봅니다 재밌게 보고 있어요
네이버 블로그 가 보니 잘 다녀 오신 거 군요. 늘 보면서 불안했는데 다행입니다. 저도 블로그를 하고 있어서 이웃신청 남기고 갑니다 :) 잘 봤습니다.
횡단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그래도 혼자가 아닌 소중한 반려견과의 추억이 많이 되시겠습니다.
포키 ^^
너무 잘 보고 있어요.. 다음 이야기들도 궁금해 죽겠네요 ㅎㅎ
좋은 사람에게는 좋은 일이 항상 일어나는군요. 잘 봤습니다~!
너무 잘 보고 있습니다. 이런 글을 술 한잔 하면서 볼 수 있다니. 멋진 경험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음... 미국은 아직 저런 옛스러운 소박함이 남아있군요 도시에서만 살다보니 생소하게 느께집니다
정이 느껴지는 글이다
사람냄새 가득한 에피소드네요 좋은 글 재밌께 잘 봤어요~
강아지와 함께 미국 자전거 횡단 여행이라니.. 너무 멋져요~~
진짜 신기하고 대단한 여정이다
영상 마지막..강쥐...ㅜ
강쥐 ㅜㅜㅜ
여윽시 미쿡!! 댕댕이도 스벅을 마실수 있는나라!
아니 우리집 멍멍이 산책 하네스랑 똑같아요
글에서 낯선이에게서 느껴지는 두려움과 고마움이 동시에 느껴져서 그런지 몰입감이 엄청나네요! 잘 다녀오셔서 글 쓰신 걸테니 걱정 그만하고 여행기 계속 재밌게 읽어야겠습니다. 저도 14년째 미국에서 사는 중인데 시골에 있어서 그런지 시골 분들 소소한 정이 느껴져서 재밌게 봤어요! 여행 끝날 때까지 계속 잘 보겠습니다~
동영상 보고 눈물났네요.. 포키.... ㅠㅠ
잘 보고 있습니다!! 한가지 질문이... 핫도그 450도에서 45분... 맞나요?? @_@
앗 화씨 450도 였던 거 같아요!!
450도???
화씨 450도 였던 거 같아요!!
저도 강아지 가방에 메고 자주 놀러다니는데 기록으로 남겨 주셔 감사합니다 그리고 정말 존경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