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구입한 초기형 PC엔진 롬롬이 세트입니다.
어릴때 PC엔진을 접한 적도 없고 그다지 추억도 없습니다만, 합체하여
일체화되는 합체로봇 같은 로망이 구미에 당겨서 구입했습니다. 하지만...
나온지 40년이 다 되어가는 물건이다보니, 겉은 멀쩡해 보여도 속이
곯아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름 양품을 구했다고 생각했으나 롬롬이가
CD를 제대로 돌리지 못해 드라이버를 집어들었습니다.
뒤집어서 나사 4개만 빼면 케이스는 금방 벗깁니다. 다만 가장 처음에
나왔던 CD 게임기라 그런지 이후에 나온 게임기들에 비해서 내부 모듈화가
깔끔하지 않습니다. 온갖 케이블이 잔뜩 있어서 분해할때 상당히 신경쓰이네요.
케이스 벗긴 후에 맨위 기판에 있는 나사를 풀고 필름 케이블 2개를 조심스럽게
빼내야합니다.
롬롬이의 가장 잦은 고장 원인인 렌즈 모터의 미들 기어 노후화입니다.
주변에 다른 기어들과 다르게 저놈만 누렇게 떠 있습니다. 습기를 잔뜩 빨아들여서
조금만 건드려도 이가 바로 나가버립니다. 그러니 습기를 철저히 막으면서 보관한
롬롬이가 아니면 대부분 기어가 세월의 흐름을 이기지 못하고 저렇게 맛이 가버립니다.
그런데 왜 유독 저 놈만 저렇게 되지;;
플라스틱이 제 구실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약해졌기 때문에 보수해서 쓸 수가
없으므로 부품을 새로 구입합니다. PC엔진이 해외에서 인기가 많은 기종이 아니다보니
중국 등지에서 부품을 만들어 팔지 않기 때문에 쉽고 저렴하게 부품을 구입하기 불가능합니다.
일본에서 튼튼한 재질로 만들어 꾸준히 팔고 있는 업자가 있어서 구입했습니다.
코로나 덕에 재료 수급 문제로 몇달간 판매를 안해서 구입하는데 힘들었습니다.ㅠㅠ
이 코딱지만한 기어 하나가 1400엔 정도 합니다.
하지만 이게 없으면 롬롬이를 살릴 수 없으므로 반드시 구입해야 합니다.
판매자 설명으로는 원래 들어있는 기어보다 훨씬 좋은 재질로 튼튼하게
만들어서 수명이 훨씬 길다고 하네요.
과자처럼 바스러진 기존 미들 기어.
이거 제가 힘줘서 부순게 아니라 그냥 손가락으로 잡았더니 이래 되었습니다.
이러니 다른 기어에 물려 모터 힘을 전달할 수가 없죠.
기어 앞에 기어가 빠지지 않도록 잡아주는 고정핀이 있습니다. 분실되지 않게
조심해서 빼내야 합니다. 빼낼때는 커터칼 등으로 밀어내면 쉽게 빠집니다.
고정핀이 고정되는 홈이 있는데 집어 넣을때는 기어와 함께 동봉된 밀대로
밀어주면 딱 들어갑니다. 맨손으로 집어넣으려면 굉장히 힘드니 밀대를 이용합니다.
기어와 핀을 고정했으면 구리스를 듬뿍 발라서 기어 전체가
부드럽게 물릴수 있도록 꼼꼼하게 마무리 하면 되겠습니다.
기어를 교체했으니 일단 음악 CD로 테스트를 해봅니다.
CD롬 자체로만 테스트를 하고 싶다면 인터페이스 유닛에 접속하지 않고
PC엔진 본체용 어댑터를 연결한 후 이어폰이나 스피커를 연결하면 됩니다.
참고로 인터페이스용 전원 어댑터는 규격이 안 맞아서 안 들어갑니다.
오옷 꿈쩍도 안하던 CD가 돌기 시작합니다.ㅠㅠ
기쁜 것도 잠시.
읽어 들이는 시간이 길고, 소리는 온통 노이즈 덩어리.ㅠㅠ
여기서 멘탈이 잠시 나갔습니다. 보통 이런 경우는 콘덴서 수명이 다 된게
원인인 경우가 많아서 콘덴서 갈아야 하나 머리가 복잡해졌습니다.
일단 쓸데없이 읽어 들이는 시간이 긴것부터 잡아 볼까 해서 다시 뜯습니다.
기판부에 여러가지 저항 스위치가 있습니다. 여기서 렌즈 세기를 조절하는 스위치는
102라고 쓰여진 스위치입니다. 반시계 방향으로 슬금슬글 돌리면서 테스트 합니다.
어느 정도 맞추니 읽어 들이는 시간이 정상이 되고, 소리도 깨끗하게
정상으로 나옵니다! 다행이 콘덴서 문제가 아니고 렌즈쪽 문제였습니다.ㅠㅠ
랜덤 재생 해도 빠르게 전환되며 음악들이 깨끗하게 잘 나옵니다. 오예~
이번에는 게임 테스트를 해보기 위해서 구입하고 못 돌려봤던
게임들을 꺼내옵니다. 명작 동급생과 프린세스 메이커 2!
PC엔진 롬롬이는 그냥 CD만 있으면 돌아가는게 아니고 PC엔진 본체에
휴카드 모양의 시스템 카드를 넣어줘야 CD화면으로 넘어갑니다.
오예 잘 된드아....앗!?
그냥 시스템 카드만 있으면 CD 게임 다 돌아가나 싶었는데, PC엔진 CD 게임은
그냥 CD 게임과 슈퍼 CD롬 게임으로 크게 나뉜다고 하네요. 슈퍼 CD롬 게임은
슈퍼 시스템 카드가 없으면 구동이 안된다고 합니다. 없는데...-_-;;;
슈퍼 CD롬롬이나 듀오 시리즈 등은 없어도 된다고 하는것 같네요.
딸래미가 웃으면서 슈퍼 시스템 카드 사오라고 하는데 슬프군요.
같은 슈퍼 CD롬 게임인 동급생도 될리가 없습니다.
그런데 안내 화면 왜 이래 ㅋㅋ 역시 동급생!
어쩔수 없이 그냥 CD 롬 게임인 이스 1+2로 테스트를 합니다.
롬롬이가 1배속으로 알고 있는데, 로딩이 별로 안 길고 음악 끊김도 없이
스무스하게 아주 잘 작동됩니다. 그나저나 이 게임 처음해보는데 무기를 장비해도
휘두르지 않고 그냥 적한테 가까이 가면 자동으로 대미지를 주네요.
그래서 몸통박치기라고 하나-..-;
단순히 합체하는게 멋있어서 구입한 초기형 PC엔진 롬롬이 세트입니다. 본체사고 인터페이스 세트
사고 한번 돌려보려고 했더니, CD가 돌지를 않길래 뜯어보니 미들 기어가 죽어버렸네요. 부품을
아무데서나 파는 것도 아니고 코로나 때문에 업자도 판매를 중단해서 고치는데 시간이 오래걸렸습니다.
미들 기어가 교체되지 않은 순정 상태의 롬롬이는 지금쯤이면 다 누렇게 떠서 못 쓰는 상태일거라고
하네요. 현재 판매하고 있는 기어는 좋은 재료로 질 좋게 만들어서 원본보다 튼튼하다고 하니 조금
비싼것 같아도 믿고 써봅니다. 다 고쳐서 기분은 좋은데, 게임 할려니 뭔 시스템 카드를 또 사라고
압박하고 돈은 돈대로 깨지고 상당히 귀찮은 기종입니다. 그냥 CD 롬 게임이나 할까 했는데,
검색해보니 재밌는 게임은 죄다 슈퍼 CD롬용으로 나와 있어서 시스템 카드를 안 살수가 없네요.
아케이드 카드를 사면 그냥 한방에 해결이라는데, 아케이드 카드가 제일 비쌉니다.ㅠㅠ
일단 잘 닦아서 집어넣어야겠네요. 설 명절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D
아케카드 듀오에 물릴라고 삿을때는 2만원쯤 했었는데...지금은 얼마나 하나요?
듀오용도 보통 5만원 이상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롬롬이용 프로는 10만원 이상
천외마경3를 기대하며 구매하고 아랑전설 돌리는데 몇번 사용한 신품급 있습니다. 구매 의사 있으시면 쪽지주세요 ㅎㅎ
와 굉장하시다 어떻게 저걸 고칠생각을 하시고 그걸또 부품을 파는데가 아직도 있고 그걸 또 찾아내서 고쳐쓰나요. 그나저나 저 미들기어만 저질로 만드는건 일부러 빨리고장나게해서 또 사게 만들려는 목적인걸려나?
그래도 한 시대를 풍미했던 게임기라 꾸준히 추억을 되새기면서 즐기는 유저들이 일본에는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보편적인 고장 증세는 오랜 기간에 걸쳐서 공유가 되고 있기 때문에 좀 알아보면 왠만한 해결 방법은 찾을수 있더라구요. 미들 기어 고장은 PC엔진 유저들 사이에서 워낙 유명해서 틈새 시장도 노리고 유저들한테 방법도 제시할겸 업자가 존재하는것 같구요. 사실 이 업자가 아니면 미들 기어 고치는게 아주 어려워지기 때문에 빛과 소금같은 존재라 할 수 있습니다. 허허 미들 기어만 맛가는건 보통 10년 이상 가야 증상이 나오기 때문에 NEC가 의도했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왜 미들 기어 재질만 저렇게 맛이 가는지는 도통 모르겠네요. 다른 기어들은 튼튼합니다;
콘덴서 문제인줄 알았는데 아니었군요 살리신거 축하드립니다 'ㅁ')
콘덴서 문제면 정말 귀찮아질 일이었는데 다행입니다. ㅠㅠ
동 세대 게임기에 비해 유독 돈 들어가는 구석이 많았던 게임기죠 그래도 그때 겜기들이 개성이 강해서 재밌었다고 생각하네요
2인용 할려면 멀티탭 필수에 세이브 장치가 휴카드용 CD롬용 따로 있고 피곤한 게임기입니다. 다만 특유의 개성은 무시못하네요.
부럽네요ㅜㅜ 피시엔진 정말 구경도 못해본 게임기
현역 당시도 그렇고 현재도 그렇고 한국에서는 쉽게 보기 힘든 게임기죠.
지금 모으기엔 너무 방대해서..
일본에서도 막 널려있는게 아닌지라 어댑터마저 다른 겜기에 비해 비싸고 솦트도 고가가 많더라구요. ㅠㅠ
금손이십니다!!! 동급생의 안내화면 너무나도 맘에드네요~ ㅋㅋㅋ ^^
당황스럽지만 좋네요.ㅋㅋ
어릴때 진짜 갖고 싶었던 게임기. 그때 교회형이 갖고 있었는데, 어느날 우표북처럼, 모은 게임 휴카드북을 보여주는데, 정말 부러웠던 기억이 나네요. 지금 생각해보니 그형 금수저였네.ㅋㅋㅋ 당시 보편적인 팩이 아닌 저 휴카드방식이 너무 이뻤던 게임기.
게임을 카드 형식으로 소장한다는게 참 괜찮은 아이디어였던거 같습니다. 전 어릴때 PC엔진을 주변에서 본적이 단 한번도 없어서 추억이 없지만 합체도 그렇고 그때 당시에 봤다면 아마 정말 갖고 싶었을것 같습니다.ㅎㅎ
자가 수리까지 하시는군요. 동급생 화면에 원츄. ㅎㅎ
이런거 고쳐내는 것도 소소한 재미라 할 수 있죠. :)
합체는 로망이지요! 저런식의 합체 시스템을 보니 왠지 초인전대 바라타크의 '펜타고라스'나 갓챠맨F에 나온 '갓챠 스파르탄'이 떠오르기도 하네요ㅎㅎ
메가드라이브처럼 선이 여러개 필요한 것도 아니고 인터페이스 유닛에 끼우기만 하면 하나의 기종으로 완성되는 깔끔함이 이 기종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
대단하십니다!!!자가수리!
검색하면 다 나오는거라 대단한 건 아닙니다..ㅠ
롬카드만 구하기 쉬우면 PC엔진도 다시 구입해보고 싶어요. 정식수입도 안되어서 보따리상에게 구입해야했는데.. 너무 고가였던지라.. 친구집에서 PC엔진 하다가 집에와서 재믹스로 게임하면 현타가...
일옥을 이용하거나 레트로 카페 장터 등을 이용하면 시디롬 카드는 전부 구할수 있습니다. 문제는 가격일뿐-..-; 어릴때 더 좋은 성능의 새게임기를 맛보면 집에 있는 내 게임기가 그렇게 실망스러울수가 없었죠. 그 기분 저도 느껴봤습니다. ㅎㅎ
와..수퍼시디롬도 아닌 진짜 오리지날 초창기 시디롬 달린 피씨엔진은 오랜만에 봅니다...저렇게 부속 아이템들을 일일히 다 구비하기 귀찮아서 결국 듀오를 많이 찾으시죠...ㅎㅎ
맞습니다. 귀찮기도 하고 총알도 더 낭비될수 있기 때문에 듀오 시리즈가 편합니다. :)
동급생은 사랑입니다 (엄근진)
옆집 아줌마 ㄷㄷㄷ
롬롬이가 그래도 롬 인식률이 아주 뛰어나요. 거지같은 듀오는 심심하면 음이 튀더라구요 망할
듀오는 콘덴서 수명이 짧아서 그것도 문제죠. 저도 한대 가지고 있는데 콘덴서가 다 죽어서 솜씨 좋은 지인분께 의뢰해서 겨우 고쳤습니다.
삭제된 댓글입니다.
lostingenesis
일본 옥션에서 구입했습니다. 헌데 코로나 영향으로 재료 수급이 원할하지 않아서 재고 상황이 여유롭지 않은지 지금은 판매하지 않고 있네요. ㅠㅠ
lostingenesis
슈퍼그래픽스까지 있으시군요. ㄷㄷ 듀오 시리즈는 콘덴서 고장이 제일 잘 일어나는데 레트로 카페같은데 보면 수리를 해주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듀오는 콘덴서가 워낙 많아서 직접하는건 엄두가 안 나더라구요.
lostingenesis
https://www.ebay.com/itm/Famicom-Disk-System-Twin-Famicom-Replacement-Rubber-Belt-/114342394018 이베이에 은근히 많아요. 이런식으로 검색하면 나오긴합니다 알아보시고 구매하세요
lostingenesis
성공하길 빕니다.. 저게 체인 걸고 그 모야 조정하는게 진짜 욕 나오더라구요 ㅜㅜ
대단하십니다. 추천!
약간의 삽질은 했지만 고쳐져서 다행입니다. :)
중학교때 게임잡지 혹은 게임매장에서 눈으로만 보던 PC엔진 시리즈는 그야말로 꿈의 물건이었죠...
전 어릴때 접해본적이 없던데 정발도 된 게임기더라구요.
제가 살면서 제일 후회하는게 99년도에 "나중에 또 사지 머"하면서 신품급 박스 듀오-RX를 헐값에 처분한거였네요. 지금은 구할라면 정말 피토하네요.
그런 경험 한번씩 다 있을겁니다. ㅠ 저도 예전에 게임 판거중에 나중에 다시 사면 되지 했는데 가격이 엄청 올라서 지금도 못사고 있는게 몇개 있습니다.
예전 소니디스크맨 어떤모델들도 저렇게 중간기어가 삭아서 부서지는 증상이있어 그 기어쓰는 모델가지신분들은 기어구하느라 진땀들빼시는걸본적이 있습니다. 비슷한 수리교체과정을 피씨엔진게임기에서 보니 뭔가 반갑?네요. 콘덴서쪽문제가 아니라 다행입니다. 수리완료 축하드려요!^^
범용이 아닌 전용 부품으로 만들어진 제품들은 고치기가 진짜 힘들죠. 저도 기어 판매자가 없었으면 못 고쳤을겁니다.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D
삭제된 댓글입니다.
제네리아
맞습니다. 기어의 재질문제로 시기의 차이가 있을뿐이지 무조건 파손이 되는것 같습니다. 순정 자체로 고장이 잘 안 나는건 휴카드 본체 정도 같아요.
추억의 휴카드가 그립네요~!
지금봐도 카드 형태의 게임 카트릿지는 감각이 좋은것 같아요. :)
음 nanpa.bat 가 생각나는군요 ㅎㅎ
신사시네요. -ㅅ-)
PC엔진이 비싸다고 소문이 났던데 재력이 남다르시네요 +_+
나온지 오래되서 관련 물품 구하기도 힘들어요.ㅠ
와....저 미니카 기어같이 생긴게 가격이 ㄷㄷㄷ
고생 많으셨네요 부품구하기도 힘드셨을텐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