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마존에서 구매한 '젤다의 전설 ~황혼의 공주~' 게임큐브 버전입니다.
밀봉품은 아주 비쌌지만 그래도 유년시절의 추억과 함께한 게임인지라 돈이 아깝다는 생각은 안들었습니다.
새삼 발매당시 집 근처의 롯데마트의 닌텐도 코너에서 재생해주던 광고영상을 매일매일 쳐다만 보고 온 기억이 나네요.
참 특이한 게임이라 게임 외적으로도 얘기 할 거리가 많은 게임이기도 합니다.
먼저 젤다의 전설 황혼의 공주 게임큐브 버전은 정상적으로 발매된 게임이 아니였습니다.
이 이야깃 거리는 게임의 개발단계에서 부터 시작하는데요, 일단 젤다 황공의 개발은 게임큐브 기반으로 이루어 졌습니다.
그러나 개발기간이 길어지는 와중에 '닌텐도 wii'가 개발을 마치고 런칭상태로 들어가게 됩니다.
따라서 닌텐도 측에서는 wii의 초반을 견인해줄 런칭타이틀이 필요하던 찰나 마침 젤다 황공의 개발이 마무리 되었다는 보고가 올라오게 됩니다.
그래서 닌텐도는 젤다 황공을 냅다 wii 런칭타이틀로 돌려버렸습니다.
문제는 닌텐도는 이미 2004년 E3 행사에서 젤다 황공의 티저 영상과 함께 '게임큐브' 로 개발되고 있다고 홍보를 해놓은 상태였습니다.
덕분에 wii의 런칭타이틀 이지만 게임큐브로 발매하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였기에, 닌텐도는 게임큐브 버전을 특이하게 발매를 했습니다.
아무래도 닌텐도는 게임큐브가 판매량도 저조한 콘솔인데다 거의 끝물이었다는 점에서 wii 버전과 정상적으로 동시발매 하기엔 좀 싫었을 겁니다.
그리하여 젤다 황공 게임큐브 버전은 온라인 한정판매로 발매가 되었습니다.
그마저도 일반적인 인터넷 판매가 아닌 '닌텐도 클럽'의 회원 한정으로 판매가 진행되었습니다.(이부분은 제 기억상이라 정확하진 않습니다. 확실한건 일반 리테일 숍에 풀린적은 없습니다.)
수량 한정품은 아니였기에 닌텐도 클럽의 회원이기만 하면 누구나 구매할수 있었습니다만 문제는 게임큐브 자체도 유저수가 적은데다, 새로운 콘솔인 wii가 아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있던 상황에, 그 젤다의 전설의 주인공 '링크'의 검을 직접 휘두르는 듯한 조작감을 가진 wii버전을 두고 게임큐브 버전을 구매할 이유가 거의 없었기에 시장에 풀린 수량은 생각보다 많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위 배경상황에 맞물려 게임큐브 버전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소장'의 목적으로 구매를 했었기에 현재도 상태가 좋은 매물이 심심찮게 올라오는 희귀게임이기도 합니다.
다만 이 시기의 외산게임이 항상 그렇듯, 한국의 상황은 다릅니다.
닌텐도 클럽은 커녕, 닌텐도는 한국의 대원미디어에게 그냥 물건을 던지듯 장사를 하고 있었고 법인같은건 존재하지도 않았습니다.(한국닌텐도 법인 설립 후 최초 정식발매 콘솔인 '닌텐도 dsl'이 2007년도, 황혼의 공주 정실발매일은 2006년 12월. 이렇게 보면 감이 오실겁니다.)
매니아층 빼고는 닌텐도 클럽의 존재 자체도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국내에서 이 물건을 구하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물론 발매 그 당시만을 놓고 보면 분명 유저들 사이에서 거래는 이루어 졌었겠지만요.
서론이 길었습니다만, 앞서 말했듯이 이 게임은 게임 외적으로 이야깃 거리가 참 많은 게임입니다.
먼저 고전게임을 몇개 구하다 보면 한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원본게임의 리마스터 버전이 발매되면 원본게임의 시세가 하락합니다.
굳이 똑같은 내용물을 더 좋은 성능, 더 좋은 환경에서 플레이 할 수 있는데 진짜 소장목적 외에 구할 필요가 있냐는 심리가 더해지기 때문이죠.
그러나 젤다 황공 게임큐브 버전의 경우는 얘기가 많이 다릅니다.
왜냐하면 처음 발매했을때 부터 이미 '내용물'이 틀리기 때문입니다.
조금 시간을 들여 젤다의 전설 시리즈 얘기를 하나 해보겠습니다.
젤다의 전설 시리즈의 팬, 특히 고전시리즈의 팬분들은 아마 아실텐데요.
우리의 주인공 '링크'는 원래 '왼손잡이' 입니다.
게임 내에서도, 모든 일러스트에서도 항상 검을 왼손에 쥐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링크가 오른손잡이로 개변하게 되는 순간이 있는데 그게 바로 '젤다의 전설 ~황혼의 공주~' 입니다.
이것도 좀 정확히 말하면 '게임큐브' 버전은 여전히 왼손잡이 입니다. 그리고 'wii' 버전은 오른손 잡이로 수정되었습니다.
갑자기 20년 동안 유지해오고 있던 설정을 뒤집어 버린 이유가 뭘까요?
그 이유는 정말 단순했습니다.
wii는 다들 아시다시피 리모콘을 휘두르는 조작이 주가 되는 콘솔입니다.
그래서 이 특징을 잘 살려서 wii 버전 젤다 황공에서는 리모콘을 휘둘러서 검을 휘두릅니다.
마치 본인이 정말 링크가 된것같은 기분좋은 경험을 하게 해 줍니다.
그러나 전세계 인류의 90%는 약 오른손잡이 입니다.(정확한 통계는 아닙니다.)
때문에 플레이어는 오른손으로 리모콘을 휘두루는데 링크가 왼손으로 검을 휘두루고 있으면 상당히 어색하겠지요. 몰입도 안되고.
그래서 닌텐도는 링크를 오른손잡이로 교정시켰습니다. 지난 20년의 설정을 깨고 말이죠.(사실 젤다의 전설 메인 개발자인 미야모토 시게루가 이런 사소한 설정놀이에 목숨거는 것을 싫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별로 개의치 않고 오른손잡이로 교정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아까 제가 잠깐 말했던 '게임큐브 버전은 '내용물'이 틀리다' 라는 말 기억하시나요?
바로 여기서 게임큐브 버전의 '내용물' 의 차이가 발생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링크의 왼손잡이 설정을 오른손잡이로 교정할때 쓴 방법이 게임의 '좌우반전', 즉 미러모드를 적용시키는 방법을 썼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wii 버전과 게임큐브 버전은 완벽히 좌우가 반대로 되어있습니다.
던전구조, 마을모양, 퀘스트 동선 등등 모든것이 좌우가 반대로 입니다.
단순히 wii 이용자의 편의를 위해서 였다면 링크의 모션을 조금 손봐서 오른손 잡이로 만들어 주었을 테지만,
처음에 말씀드렸듯이 닌텐도는 그리 한가한 상황이 아니였습니다.
wii의 발매일은 다가오는데 애초에 게임큐브로 개발되던 물건을 황급히 wii의 런칭타이틀로 돌린 상황이였으니 당장에 그래픽쪽을 수정하기는 쉽지 않았을 테지요.
그래서 정말 단순무식하게 '좌우반전'을 거는것으로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이 외에도 wii버전 에서는 존재하는 스킬 쿨타임이 게임큐브 버전엔 없다거나, 특정 스킬의 판정이 버전별로 상이하다거나 등등 세부적으로 여러가지 차이점이 존재합니다.
아, 근데 왜 게임큐브는 왼손잡이 그대로 냐구요?
게임큐브는 여전히 게임패드로 조작을 하기 때문에 굳이 수정해줄 이유가 없었기에 왼손잡이 설정이 유지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여담이지만, 앞서 몇가지 말씀드린 것(20년 넘게 유지된 왼손잡이 설정, 원래는 게임큐브용으로 개발되던 물건.) 때문에 일부 젤다 팬들은 게임큐브 버전만을 원류로 취급하고 wii버전을 이식작으로 여기기도 하는데,
물론 게임큐브용으로 개발되던 물건이기는 하나 미야모토 시게루가 대놓고 '그런거 없다' 라고 언급을 해주었기 때문에 어느 버전이 '오리지널' 이다 라고 정의할 수는 없습니다.
그냥 두 버전 모두 '오리지널'로 보는게 맞겠지요. 물론 내용물은 다릅니다만ㅋ
이제 야부리 터는건 그만하고 사진 몇장만 올리고 그만 들어가겠습니다.
집에 뭔가 물건의 사진을 찍을만한 스테이지가 마땅히 없더라구요.
그래서 드럼이 좀 바닥이 하얗고 크롬코팅 때문에 반사광이 예쁘게 나오길래 드럼위에서 찍었습니다.
저 아름다운 밀봉 비닐의 씰.... 보이십니까?
속옥장에 넣어놓고 매일매일 출근하기전에 한번씩 보고 갑니다.
아침부터 기분 좋으라고 하는 행위입니다.
아무튼 좀 내용물을 확인하고 싶은데 저 귀한 물건을 잡아 뜯을순 없잖아요?
그래서 개봉품으로 하나 더 샀습니다.
개봉품은 밀봉품에 비해 많이 싸서...
표지라던가 다양한 부분에서 세월의 흔적이 느껴집니다만 어차피 막굴릴려고 산 물건이니 개의치는 않습니다.
한번 열어볼까요?
게임큐브 특유의 케이스 형태입니다.
사각 종이 슬리브를 위, 아래로 벗겨내면 본박스가 나옵니다.
본박스는 프린팅이 되어있지 않은 반투명 클리어 케이스 입니다.
사실 좀 짜증나는 게임 포장방식인데, 게임의 패키지 프린팅이 되어있는 부분이 그대로 종이 슬리브 형태로 외부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세월의 흔적을 정말 많이 받습니다.
가만히만 세워두어도 슬리브 밑단이 종이 말리듯이 구부러져 버립니다.
예쁘긴 하지만 소장의 측면에선 최악의 포장방식입니다.
보통의 게임들은 패키지 프린팅 이미지를 씰로 보호하고 있는 형태잖아요?
근데 게임큐브는 아니에요.
패키지의 내부입니다.
설명서는 쉽게 꺼낼 수 있게 중심에서 약간 밑부분을 지탱하게 고정되있습니다.
게임큐브는 특이하게 CD가 전부 단색입니다.
제 기억상 CD를 화려하게 꾸민 게임을 본적이 없습니다.
무조건 단색으로 실루엣만 처리해놓은 것을 보면 뭔가 닌텐도에서 가이드 라인을 정해줬었나 봅니다.
CD위에는 메모리 카드를 수납할 수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예전 광미디어 기반 게임콘솔은 저장매체를 탑재 안하는게 기본이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콘솔이 별도의 메모리 카드를 썼었습니다.
게임 외견과는 다르게 설명서의 품질은 아주 좋습니다.
예전에 어릴땐 게임기 좀 그만하라며 부모님이 게임기를 숨겨놓으면 게임의 설명서를 정독하는게 일상이였습니다.
참 화려하게 꾸며놓았기 때문에 설명서만 읽어도 정말 재밌습니다.
물론 전 일본어는 못하기 때문에 이 설명서는 못 읽습니다만 그림은 정말 이쁩니다.
정말 근엄하게 말을 타고있는 링크, 그 뒤에 저 '대마왕' 이라는 느낌을 뿜뿜주는 젠트. 이 구도가 전형적인 고전느낌을 줍니다.
설명서 앞장에는 게임 CD를 올바르게 닦는 방법이라던가, 콘솔의 렌즈를 청소하는 방법이라던가 뭔가 부산스러운 설명들이 적혀있습니다.
설명서만 읽어도 참 재밌기 때문에 사실 게임을 처음사면 설명서 부터 읽는게 일과였습니다.
헌데 어느순간부터, 정확히 말하면 닌텐도 3ds, ps vita 세대부터 설명서가 전자 설명서도 대체되기 시작하더니,
스위치 세대에 와선 완전히 삭제되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섬란 카구라 시리즈 라던가 몇몇 서브컬쳐 계열 게임은 패키지에 실물 설명서를 동봉 해주기도 합니다.
제가 지금 설명서 이야기를 이렇게 길게하는 데에는 한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지금 이 게임을 못하고 있습니다...
발매된지 14년이나 넘었기 때문에 CD가 살아있는가는 둘째 치고, 게임 콘솔이 현재 없습니다.
콘솔자체는 일본 본토에는 물량이 썩어 넘치기 때문에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만,
게임큐브의 경우 도란스로 다운트랜스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하더군요.
게임을 정말 하고 싶지만 그렇다고 거실에다 도란스같은 부산스런 물건을 설치하기도 싫고, 도란스 자체도 별로 저렴한 물건은 아니더라구요.
그래서 게임큐브 정식발매 버전을 구하려고 하는데... 요상하게도 부산에는 물량이 씨가 말랐습니다.
온라인에서도 팔고있는곳이 없고 있다 하더라고 넘 비싸서...
추후에 기회가 닿으면 플레이 하려고 합니다.
언어는 일본어지만 워낙에 유명한 게임인지라 인터넷에 공략이 차고 넘치는 편이더라구요.
개인적으로 젤다 시리즈중에 제일 어두운 분위기를 풍기는 작품이라서 다른의미로 애착이 가는 겜중에 하나입니다
그쵸ㅋㅋ 역대 젤다 시리즈중 이렇게 진지하고 어두웠던 스토리를 가진 시리즈가 없었죠. 야생의 숨결은 좀 다른 느낌으로 어둡긴 합니다만ㅎ
옛날 겜큐브로 엔딩보고 아무생각없다가 젤다야숨에 늑대아미보이야기듣고 위유판으로 또 엔딩보고.... 기억에남는건 미드나 뿐이야
요상한 언어때문에 더 기억에 남지 않았나 싶습니다.
처음봤네요 추천 !
감사합니다.
저도 이거 북미큐브 버젼으로 소장중ㅋㅋ
그러고 보니 북미시장은 어떻게 배포가 됬었는지 새삼 궁금해지네요.
추천합니다!
감사합니다.
큐브버전이 특이하게도 일본내에서는 닌텐도에 연락해서 구입하는 방식이었던걸로 기억합니다. 직접 닌텐도에 연락해서 구입한게 엇그제같은데 ㅎㅎ 저도 아직 큐브판을 소장중이죠 ㅎ
아 그랬던가요? 저는 그 당시 초등학교 다니던 코찔찔이라서 자세한 사정까지는 기억이 안나네요ㅋㅋㅋㅋ
황혼이 초기에는 큐브 마지막을 장식할 작품이었던 모양이에요. 그런데 얼마 있지 않아서 큐브의 후속기기로 큐브와 거의 동일한 스펙을 지닌 위가 나왔고 동시 발매였나, 혹은 거의 위 발매시기에 맞춰 황혼이 발매가 되었을 겁니다. 이러한 이유로 닌텐도 본사에서 주문하는 방식으로 변경되었던 모양이더라구요 ㅎ
제가 해외 위키 돌아다니면서 들었던거랑 비슷하네요. wii는 기본적으로 게임큐브 하위호환 기능을 들고나왔을 정도로 구조상 두 콘솔이 비슷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황공 개발 스케줄과 wii 발매 스케줄이 겹치니 런칭타이틀로 출시 안하는게 이상한 상황이였던 거죠ㅋㅋㅋ 덕분에 큐브버전의 희귀성만 올라갔습니다ㅎㅎ
큐브판으로 엔딩은 봤는데 위판 황공은 한글판이라 해볼까 했지만 다시 하기 귀찮아 PASS 위유 사고 나서 다시 해볼까 했는데 국가버젼때문에 어짜피 안돌아 갈테니 결국 한번 밖에 클리어 못하긴 했네요
큐브판 해보았음 wii버전은 안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워낙에 카메라조작이 불편해서ㅠ
헐~ 밀봉품 ㅎㄷㄷ 저도 큐브판이 있긴한데 밀봉품은 진심 부러워요~ 멋진 소장품 잘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빵봉지 작업 해두세요 밀봉에 스크래치 생기면 맘 찢어집니다
그렇게 까지 빡세게 수집물을 관리하는 성격은 아니라서ㅎㅎ...
도란스 필요없이 일본판 게임큐브본체에 정발판 220v 전원어댑터 꽂아도 됩니다. 옥션같은 데서도 전원어댑터만 팔기도 합니다.
아 진짜요? 좋은정보 감사합니다!
황공은 뒤늦게 접했는데 옛날 겜이라 조작에서 불편하거나 짜증나는 부분들이 종종 있었지만 던젼 하나 하나 레벨디자인 구성은 정말 대단하더군요, 야숨도 오픈월드 디자인은 좋았지만 던젼의 깊이 면에서는 황공이 역시 대단했던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