펙소 콘소시엄 지배 하 뉴욕 브루클린.
사람들이 저마다 통신용 단말기, 태블릿, 라디오나 전광판에서 나오는 레모네이드 오메가의 연설을 보고 있었다.
- “…… 따라서, 그 동안 오드리스콜 전 펙소콘소시엄 총재 치하에서 고통을 받았을 여러분들에게 심심한 사죄를 드립니다. 앞으로 저희 펙소 콘소시엄 수뇌부는 과거부터 저질러온 악행들을 반성해나갈 것이며, 펙소 콘소시엄 산하의 모든 가족 여러분들을 하나의 인격체로서 따뜻한 마음으로 대하여 드릴 것임을 약속드립니다.”
“오메가 저 년은 이제와서 우릴 인간처럼 대우해주겠다고 저러는 거냐? 따뜻한 마음으로 대하여주겠다고?? 지랄을 해라, 진짜 아주.”
“쉿, 조용히 해. 누가 들을라…….”
“들을테면 들으라 그래. 이제와서 뭐? 회장이 죽었음 다야? 지가 앞장서서 회장 부활시켜야 한다고 우리들을 괴롭혔을 때는 언제고?? 저 년 때문에 또 광산에 끌려갔다가 사지불구되서 돌아온 애들은 또 어떻고. 그런 애들 앞에서도 고작 미안합니다, 한 마디면 끝인 줄 알아????”
앞으로 펙소 콘소시엄 산하의 바이오로이드들을 인격체로 대우를 하겠다는 오메가의 연설에, 이를 보고, 듣고 있던 바이오로이드 시민들은 모두 부정적인 반응을 내비췄다. 어떤 이는 아예 전광판에서 나오는 오메가의 연설을 보고는 전광판을 향해 침을 내뱉기도 하였다. 화면 속 오메가를 향해 주먹을 치켜세우는 이도 있었다. 안절부절 못하며 말리는 이도 있었지만, 적극적으로 그들의 언행을 말리는 사람들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펙스의 총재를 부활시킨답시고 인류가 멸망하고도 2세기나 가깝게 자신들을 괴롭힌 악독한 여인인데, 이제와서 자신들을 인격적으로 대우해주겠다고 한 들, 과연 그 말을 쉽게 믿을 수야 있을까? 오로지 회장의 부활을 위해 새벽 일찍부터 밤 늦게까지 혹사시키며 부려먹고, 심지어 그 과정에서 다치거나 죽어도 보상 하나 안 해주었으며, 너희들은 그저 회장님의 부활을 위한 발판에 불과하다며, 오히려 그런 너희들이라도 거두어주는 자신에게 고마워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아냥 거리던 오메가를 그들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거기다가 자기는 워싱턴에 있는 백악관을 자기 취향에 맞게끔 개조하여 호의호식 하고 있을 때, 대다수의 바이오로이들은,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레모네이드 오메가를 제외한 모든 바이오로이드들은 그저 거무틔틔하고 무광빛이 도는 정체모를 단백질 바 만으로 허기를 달래야만 했다. 그 마저도 제 때 배급되지 않은 경우도 종종 있었고, 그럴 때는 수돗물이라도 마셔야지 겨우 허기를 달랠 수 있을 정도였다. 오메가는 그 마저도 제대로 배급하지 않았고, 그 덕분에 영양실조로 쓰러져 죽은 자매들도 적잖이 있었다.
소문에 의하면 그거 바퀴벌레 갈아넣은 것을 식용 응고제로 섞어서 만든 거라고 하던데, 펙스 치하의 바이오로이드 사회에선 반쯤 이게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그 검은 여자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테니깐.
바바리아나는 피우던 담배를 잠시 치우고 새 담배를 꺼내 입에 물어 담배꽁초에 남은 불씨로 담뱃불을 새로 피우며 말하였다.
“후아아~ 인간들 싹 다 뒤지고 나서 갑자기 우리들 찾아와서는 이 넓은 도시를 다시 재건하라 그랬을 때 그 년은 어쨌어? 지는 뒤에서 담배만 피우고 있지 않았어?”
“너 6384번 더치걸 기억 나? 오메가 그 년이 맨해튼 교를 다시 복원하라 그랬을 때 무슨 일 있었었는지 기억 하냐고.”
“한 겨울에 손 벌벌 떨어가면서 핫팩 하나만 가지고 하루 24시간 일주일 내내 쉬지도 못하고 건설 현장에서 노가다 하는데, 오메가 그 년은 밥 먹는 시간 조차 아깝다면서 오늘 목표치를 건설하지 못하면 밥도 굶겨가면서 자매들을 부려먹었어. 안 그래도 야윈 애가 먹질 못하니깐 더 야위어 가더라고.”
“그 날도 어김없이 ↗뺑이 치면서 노가다 하는데, 우리도 그렇지만 애가 뭘 먹지도 못하고 잠도 제대로 못 자니깐 뭐 몸이 남아나겠어? 비몽사몽한 상태로 일하고 있는데 하필 자기 머리 위로 철근들이 우수수 떨어지는 지도 모르고 있었어. 다행이도 우리가 그 때 피하라고 소리를 쳐서 망정이지, 피하긴 피하더라고.”
“단지, 그 뒤에 철근이 떨어진 반동으로 바닥 지지대가 박살나면서 그대로 강 밑으로 튕겨져 나가서 문제지. 모두가 6384번을 구하려고 했지만, 오메가가 그 때 뭐했어? 우리한테? 가만히 자리에서 하던 일이나 계속 하라고 그랬지. 안 그러면 반역죄로 모두 처단하겠다고 AGS 대동해서 총까지 겨눠가면서 말이야.”
“그 때 우리 중 한 명이라도 강에 뛰어들었더라면 걔 충분히 살릴 수 있었어. 4462번 럼버제인은 그럼에도 애 살려보겠다고 강에 뛰어드려고 했다가 총 맞아 뒤졌고. 결국 그 날 우리는 자매 둘을 잃고 말았지. 시체도 건져내지 못했고. 그렇게 해서 완공된 다리 밑에 작은 돌 무덤 만들어서 묵념한게 전부였어. 그래놓고서는 오메가 그 년은 자기 리더십이 뛰어나서 이렇게 빨리 지을 수 있었던 거라면서 자기 스스로에게 공적을 치하했고.”
“우리에게 주어진 건? 아무것도 없었잖아. Not Thing. 없을 무(無). 아무것도 없었다고. 여기 이 뉴욕 시에 우리가 지은 수 많은 건물들 중에서 우리가 발 편히 뻗고 잠잘 수 있는 곳이 있기나 해? 회장님을 위한 건축물들이라면서 아무도 들어가서 살지 못하게 해서 죄다 공실로 만들어놓고 정작 우리는 이렇게 거지새끼들마냥 다리 밑에서 텐트 치고 살고 있고.”
“야, 그래도 우리들 인권 개판이었던 제1차 연합전쟁 이후에도 이 정도는 아니었어.”
“…….”
바바리아나는 단 숨에 깊게 빨아드린 담배를 피우곤 꽁초만 남은 심지를 강가를 향해 냅다 던져버리며 말했다.
제1차 연합전쟁 이후 자신들 바이오로이드들의 인권이 나락으로 떨어진 건 맞지만 그래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는 말은 그 때도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힘들기는 매한가지였지만, 오메가와 비교해봤을 때 그 때가 선녀였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오메가 치하의 펙소 콘소시엄이 개판이라는 소리이기도 하였다. 당연히 그 때가 좋다는 소리는 결코 아니었다. 그래봤자 최악이냐, 차악이냐 차이일 뿐이었다. 혹여나 누가 들을까봐 안절부절 하지 못하던 보련도 잠자코 그녀의 푸념을 들어줄 뿐이었다.
그런데 최근에 들려오는 소문에 따르면 연방이라고 불리우는 신흥 바이오로이드 세력이 나타나 펙소 콘소시엄에게 전쟁을 선포하였고, 지금 서부-중부지역을 아우르는 미국 땅의 절반 이상을 점령하여 지금 동부지역을 향해 진군하고 있다고 들었다. 연방이라는 조직은 모든 바이오로이드들이 제1차 연합전쟁 이전의 바이오로이드도 평범한 인간이던 시절로 회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그렇기 때문에 펙소 콘소시엄과 전쟁을 선포한 것이라고 하였다. 그들은 이미 동북아시아를 비롯한 아시아 전역과 태평양 전역을 점령하였으며, 그 세력은 펙소 콘소시엄 전체를 다 합친 것보다 더 크다고 하였다.
다만 연방이 미국 땅에 쳐들어온 것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아직까지 확인된 바가 없다.
펙소 콘소시엄 내에서 사용하는 인트라넷에 꾸준히 연방에 대한 소문에 대해서 글들이 올라오곤 있으나 매번 삭제될 뿐이었다.
몇몇 자매들이 그 실체를 확인하기 위하여, 그리고 펙소 콘소시엄 치하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 길을 나서긴 했다.
그리고 그 이후의 길을 떠난 자매들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현재까지 알 수가 없었다.
소문이 사실인지 아닐 지는 몰라도 바바리아나도 이 지옥같은 곳을 떠나고 싶었지만, 혼자서 도망가기에는 뉴욕을 재건해나가면서 죽어나간 자매들 때문에라도 죄스러운 마음에 도저히 혼자 도망갈 수가 없었다. 하물며 옆에 있는 여기 보련이라도 데려가고 싶어도 공사 중 사고로 인하여 한 쪽 다리가 괴사되어 절단해버리는 바람에 그럴 수가 없었다. 설령 데리고 갈 수 있다 하더라도 뉴저지는커녕 뉴욕 시를 벗어날 수 있을 지부터가 의문이었다. 애초에 오메가가 탈주자를 그냥 놔둘 리도 없었고.
차라리 이대로 뉴욕이랑 워싱턴까지 연방군이 진격해주기를 기다리는 수 밖에 없었다.
답답함에 다시 담배를 꺼내려던 그 때였다.
“저…… 바바리아나, 이거 좀 봐봐.”
“왜, 뭔데?”
보련이 바바리아나를 부르며 떨리는 손으로 펙스 단말기의 화면을 보여주었고, 바바리아나는 보련이 보여주는 단말기 화면을 보고 이윽고 충격에 빠진 얼굴로 뒤바뀌었다.
“뭐, 뭐냐,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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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 중 삽화로 사용되는 그림과 사진의 출처는 구글링과 핀터레스트입니다.
새벽 연재 고생많으십니다. 좋은 한주 되기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