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구들이 오메가의 손에 의해 많이 죽어나갔어요. 그 여자 때문에 제 때 치료를 받을 수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죽은 친구들도 있었어요.”
- “전 원래 뉴욕에서 공사를 하던 인부였어요. 브루클린에서 맨해튼 교 복원 공사를 하다가 철근이 떨어져서 강물에 빠지고 말았죠. 전 수영을 못해서 죽는가보다 싶었는데 정신 차리고보니 뭍에 올라와있더라구요. 불행인지 다행인지 죽지는 않았구요. 근데 저 강물에 빠질 때 절 구해주려고 뛰어들었던 럼버제인은 뛰어들기도 전에 총에 맞고 죽고 말았어요. 걔는 시체도 못 건졌어요.”
- “나머지 친구들이 살아있을까요?”
- “살아있길 빌어야죠. 저도 죽은 줄 알았는데 이렇게 살아있잖아요. 그리고 저 살려주려고 뛰어들었다가 죽은 4462번 럼버제인 그 친구를 위해서라도 저도 함 부로 못 죽어요.”
- “결의가 대단하시네요. 강물에 빠졌다가 뭍으로 올라와서 홀로 미 대륙을 횡단하다가 연방군에게 발견되어 넘어오신것도 그렇고, 그걸로도 모자라서 연방군에 입대하신 것. 정말 스펙타클 그 자체네요.”
- “연방군이 다시 동부 전선으로 진격하게 되면, 그 땐 저도 같이 따라 나설거예요. 저는 여기서 밥도 잘 먹고 잠도 잘 자고 있지만 제 친구들은 그렇지 않잖아요. 그러니 제가 여기서 잘 사는 만큼 제 친구들도 잘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요. 제 친구들 못살게 괴롭힌 오메가 그년 얼굴에 꼭 총알 한 방이라도 박아줘야지만 속이 풀릴 것 같아요.”
- “아하하하~ 다들 오메가를 향한 분노가 장난이 아니시로군요.”
- “그럼요. 그 년이 우리들을 얼마나 괴롭혔는데요.”
“6384번?!?!”
“야, 예, 얘…… 얘 살아있어?!?!”
“오, 하나님, 하나님 정말 감사합니다……!!!!”
단말기 화면으로 송출되는 생방송 인터뷰에 나타난 6384번 더치걸의 모습에 바바리아나는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렸다.
강물에 빠져 죽은 줄로만 알았던 6384번 더치걸이 버젓이 살아서 인터뷰를 하는 모습에, 바바리아나는 안도감과 동시에 제 때 구해주지 못해 대륙의 반대편까지 가버린 그녀를 향한 죄스러움이 밀려왔다.
곁에 있던 보련도 화면 너머로 비춰지는 6384번 더치걸의 모습에 안도감이 밀려와 그대로 목발도 떨어뜨리고 주저앉으며 눈물을 흘렸다.
연방의 괴소문이 퍼졌을 땐 긴가민가했었다. 과연 이대로 펙스에 그냥 남는 것이 맞는지. 실체도 모르는 채 퍼지는 연방의 괴소문으로 인해 바바리아나와 보련도 다른 펙스의 시민들처럼 어느 편에 서야함이 맞는지 불안과 혼란 속에서 잠을 지새웠는데, 오늘에서야 나온 생방송에서 6384번 더치걸이 멀쩡히 살아있는 모습을 보고 심지를 굳힐 수 있었다. 심지어 그 야위였던 애가 잘 먹고 잘 쉰 덕분인지 볼살이 빵빵하게 오른 것을 보니 절로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그걸로도 모자라서 연방군에 자진 입대하였다니.
정말 장하구나, 더치걸.
- “지금 펙소 콘소시엄 내에서 오드리스콜 회장이 죽고 그 뒤로 레모네이드 오메가가 새 펙소 콘소시엄 총재로 올라간 상황인데요. 새 펙스의 총재인 레모네이드 오메가가 그 동안 펙스가 저질러온 악행들을 반성하고 사죄를 하며, 앞으로 모든 펙스 치하의 바이오로이드 시민들을 인격적으로 대해줄거라고 약속하였습니다만, 이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이거 생방송 오메가도 보고있나요?”
- “확답은 못해드리지만, 아마 보고 있을 겁니다. 멋대로 송출 중단할 수 없게 저희 쪽에서 손을 써뒀으니까요.”
- “그럼…….”
- “…… 이 ㅆㅂ년 그런 개구라를 우리더러 쳐 믿으라는 거냐, 이 보지에 거미줄 친 미친 ㅂㅅ 같은 새끼ㄱ…….”
- “아아아아아!!!! 방송사고!!!! 방송사고!!!!”
“…….”
“…… 하…… 하하…… 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바, 바바리아나??”
“이 녀석 입에 걸레 물은 건 여전하구나!!! 죽다 살아나서 좀 순해졌나 싶더니 입 험한 건 그대로구만!!!!”
오메가를 향한 날 것 그대로의 쌍욕을 내뱉는 더치걸의 모습을 보고 바바리아나는 호탕하게 웃어보인 뒤, 결심한 듯 자리에서 보란 듯이 일어났다.
“좋아, 이렇게 된 이상 나도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지.”
“보련? 사람들을 모아줘!”
“아니 뭘 어떻게 하려고??”
“떠나야지, 여기를.”
“어디로??”
“설마 연방으로?!?!”
“응, 연방으로 떠날거야. 가서 더치걸 녀석을 반겨주는 거지. 우리들도 아주 잘 살고 있었다고. 그러니깐 걱정을 하지 말라고.”
“더치걸이 살아있다는 걸 안 이상, 우리도 언제까지 이 뉴욕 거지촌에서 살 수는 없어. 있을 필요도 없고. 오메가 밑에서 맨날 단백질 바나 먹으면서 연방군이 진격해오길 기다리느니, 차라리 우리가 먼저 서부로 떠나는거야. 게다가 난 기다리는 건 딱 질색이거든?”
“너도 함께 갈거지?”
‘
바바리아나는 주저앉아있는 보련을 향해 손을 내뻗었다.
한 쪽 다리가 없는 보련. 그녀는 옆에 떨어뜨린 목발과 바바리아나가 건네는 손을 번갈아가면서 봤다.
그래, 항상 잘린 이 다리가 문제였다.
오메가가 지시한 공사현장에서 사고를 당해, 제 때 치료를 받지 못하여 괴사되면서 결국 억지로 잘라내야만 했던 내 다리.
보련은 제 평생 느껴야 할 고통을 그 때 다 느낀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다리를 잘라낸 고통은 그 순간이 끝이었지만, 사느니만 못한 거지촌 생활은 매일 매일이 그보다 더 극심한 고통이었다. 하물며 이제는 목발이 없으면 어딜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인생. 다리 한 쪽이 잘려진 걸 머리로는 알면서도 가슴으로는 이해하지 못해 매일 밤마다 환상통으로 고통받길 밤을 지세우고, 그 덕분에 찬란하게 아름답던 얼굴에는 잿빛이 드리워졌다. 거기다가 절단면을 치료하지 못하여 썩어 문드러져간 피부를 언제나 빨간약에 낡은 붕대로 감싸며 인내해야만 했었다.
그런 자신을 향해, 바바리아나가 눈빛으로 말한다. 지금 연방으로 가면 너의 그 잘려나간 다리도 다시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더 이상 이 곳에서 고통받으며 살 필요가 없다고. 정 움직이기 힘들면 내가 너의 다리가 되어줄 것이라고. 그녀의 눈이 자신에게 말하고 있다. 이 넓은 뉴욕 시티에서 제 집 하나 없고, 사는 곳이라곤 오로지 맨해튼 교 아래 거지촌인 집시만도 못한 인생. 더 이상 오메가의 억압 아래에서 살아갈 이유가 없었다. 소문의 장막은 들춰졌다. 아직도 그 의심이 가시질 않는다면 믿으라, 더치걸이 살아있음이 바로 그 증거렸다.
고민하던 보련은 이내 떨어뜨린 나무 목발을 향해 팔을 뻗어 목발을 집었다.
그리곤 보란 듯이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바바리아나의 손을 부여잡았다.
“…… 가자, 더치걸한테!!”
“나도 더 이상 오메가의 폭정 밑에서 바보같이 살아가진 않겠어!!!!”
“좋아, 더치걸을 찾으러 가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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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 중 삽화로 사용되는 그림과 사진의 출처는 구글링과 핀터레스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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