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약하나, 어머니는 강하다.」 라는 말이 있다.
레미제라블의 작가, 빅토르 위공의 명언이다.
자식을 향한 모친의 사랑은 그 어떠한 풍파와 역경 속에서도 자식을 지킬 수 있는 간교함과 힘을 길러주기 때문이었다.
이는 인류가 멸망하고 바이오로이드 인간들만 남은 세상에서도 통용되는 말이었다. 다만 상식적으로 생각해 봤을 때 바이오로이드 인간이 보통 평범한 인간 여성보다 신체능력을 비롯한 종합적인 부분에서 약할리 없었고, 하물며 인간 남성보다도 몇 배는 더 뛰어난 능력을 지니고 있었으니, 지금은 약간 변형되어서「바이오로이드 인간은 강하다. 그리고 어머니는 더욱 강력하다.」 라는 느낌의 뉘앙스로 불리고 있었다.
여기서 굳이 뒤에 더 사족을 더 붙이자면,「그래서 눈에 뵈는 게 없다.」라고 덧붙힐 수도 있었다. 왜냐하면 오르카 인류 저항군의 권력 서열은 통령 라비아타, 부통령 요안나, 평의회의장 고진아 순으로 시작하여 마지막에 합참의장, 합참차장, 합참 본부장 순으로 내려오지만, 오르카에 존재하는 단 열 다섯 명의 어머니들은 비공식적 권력 서열 0위라는 무시무시한 타이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 농담조로 하는 소리이긴 하나, 멸망한 인류를 재건하는 인류 재건 계획의 핵심인 아이들을 낳은 태초의 어머니들이라는 점에서 결코 그녀들의 발언은 결코 작지 않다.
실제로 오르카의 열 다섯(이제는 열 여덟 명이다. 미르 엄마 용, 혁이 엄마 칸, 토니 엄마 마키나)어머니들은 아이들과 관련된 것이라면 그 어떤 사안이라 할 지라도 오르카 평의회에 객원 멤버로서 발언권의 상당부분을 가지고 있었다.
가장 가까운 예로, 비록 회의의 주제가 아이들은 아니나, 인류 저항군 합동참모차장인 민하준 원수의 트라우마 증상 발현으로 인하여 근무지를 무단 이탈했던 사건이 벌어졌을 때, 그리고 그로 인하여 아이들끼리 서로 난투극을 벌이고 싸웠을 때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머니들은 발언권자로 평의회에 참석하였었다. 이 외에도 아이들의 교육 문제라던가 아이들을 위해 필요하다면 가감없이 평의회에 참석하여 목소리를 내곤 하였다.
평의회에서 조차 이 정도의 발언권과 힘을 가지고 있는 어머니들인데, 평소에는 오죽할까. 괜히 사조직 오르카 어머니회라고 불리는게 아니었다.
이렇듯 아이들을 지극정성으로 보살피는 어머니들을 과연 누가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오르카엔 적어도 없을 것이다.
하물며 그 대상이 라비아타 통령일 지라도...
... 그래서 겉으로는 다들 아이들을 지극정성으로 보살피는 인자한 어머니들 같아보이겠지만, 실상은 새끼를 품에 안고서 언제든 돌변하여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고 덤벼드는 어미 사자, 아니 어미 호랑이들의 무리나 다름이 없었다. 심지어 예전에 어떤 한 브라우니 병사는 서준이를 보고 너도 엄마 닮아서 혹시 군대에 말뚝 박을 거냐고 물어본 것 만으로 은서에게 호출당해 된통 혼난 전적이 있었을 정도니깐. 한 마디로 가족과 아이들 한정, 건들면 무지하게 아픈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오르카의 일부 대원들은 아이들과 연애를 하거나 혹은 결혼을 하려는 상대는 우선 먼저 아이들의 유모들로부터의 고도의 심층 면접을 보고, 최종적으로 아이들의 어머니라는 최종보스와 만나 보스전을 치러야 한다는 농담도 간간히 하는 중이었다. 심지어 이 농담에 최소 2페이즈 짜리에 브금은 라틴어 가사가 들리는 무시무시하고 웅장한 브금까지 나온다는 쓸데없이 퀄리티 좋은 소문까지 돌 정도였다. 주로 유빈이의 어머니인 대마왕 규리나, 피에트로의 어머니인 죽음의 천사 사라카엘이 그러했다.
그런데 그런 어마무시한 어머니를 건드려버리고 말았으니, 아무리 가상현실이라 할 지라도 그 죄는 톡톡히 치러야만 할 것이다.
설령 그 대상이 가족 만큼이나 가까운 사람이라도 말이다...
“...”
* * *
- 파치이잉~!!!!
“으윽!!!!”
키리시마 총리를 보좌하던 코헤이 교단의 베로니카는 사라카엘의 이모의 오른손에서 던져진 번개창을 맞고 쓰러졌다. 번개창을 맞은 충격으로 인해 온 몸에서 그을린 자욱과 함께 연기가 피어올랐다. 보통 사람이 맞았다면 진즉에 타죽어버렸을 테지만, 베로니카는 처음부터 코헤이 교단의 신자 확보 및 교단의 전위 행위 및 이단심문관 활동을 위해 만들어진 바이오로이드였으므로, 그저 그을린 화상 자국 조금 난 것 빼고는 멀쩡했다.
그래, 비교적. 비교적 말이다.
앞서 말했듯 태생부터 코헤이 교단의 신부이자 교단의 이단심문관/전위대원으로 태어난 베로니카는, 오히려 코헤이 교단과 하등 상관없던 시절부터 태어났던 사라카엘에게 압도적으로 밀리고 있었다. 이는 베로니카가 처음부터 교단의 포교 활동을 위해 비교적 양산형으로 태어난 바이오로이드였던 것도 있었지만, 오랜 만의 착용한 바이오로이드용 장비의 성능을 무려 120%나 끌어올린 사라카엘 본인의 피지컬도 한 몫했다.
베로니카를 상대하는 사라카엘의 피지컬의 원천은 분노였다. 하지만 그 분노는 이단을 향한 이단심문관으로서의 분노가 아닌, 세상에서 제일로다가 귀엽고 예쁘고 사랑스럽고 깨물어주고싶고 애껴주고싶고 품에 꼭 껴안고 싶은 자신의 단 하나 뿐인 아기 천사 피에트로를 납치한 저 겁대가리를 상실해버린 자들을 향한 어미 호랑이의 깊은 분노였다. 이것이 가상현실인 것은 중요치 않았다.
아니, 차라리 가상현실이라 다행이지, 진짜였으면 오늘 시체를 봤을지도 모를 일이다.
“어찌하여 빛의 힘이...?!”
“통하지 않는 거냐고?”
“키리시마의 베로니카여, 참으로 무지몽매하구나.”
“나 또한 코헤이 교단의 몸을 담고 있었던 자. 한 때는 죽음을 관장하는 천사였던 나, 사라카엘을 감히 너 따위가 상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느냐?”
“이런 불경한...!!!”
“죽음을 관장하는 천사라니, 그런 이름 들어본 적도 없습니다...!!!”
“교단의 빛의 대리인의 이름을 먹칠하지 마십시오!!!!”
사라카엘 이모가 덴세츠에 귀속되어 코헤이 교단의 치품천사로 이단심문관 활동을 하게 된 것은 제1차 연합전쟁 이후였다. 그 이전의 사라카엘은 원래 덴세츠 엔터테인먼트 출신의 바이오로이드 연예인으로, 모 야구 구단의 응원단장이며 다카라즈카 극단의 남역배우였고, 그 외에도 뮤지컬 무대와 드라마, 영화를 오가던 탤런트였다. 같은 시기 활동했었던 아자젤과 다르게 유독 여자 팬들이 많았는데, 남자 못지 않는 피지컬과 넘치는 카리스마가 여성 팬들을 사로잡는 매력 포인트였으리라.
그래서 예전부터 그녀의 날카롭고 이지적이고 카리스마 넘치는 인상을 눈여겨 봐온 요시미츠 회장이 그녀를 베이스로 아자젤과는 또 다른 교단의 천사를 만들려다가 제1차 연합전쟁이 벌어져 기업의 승리로 끝났고, 아예 그녀를 강제로 데려와 아자젤과 똑같이 생긴 천사용 바이오로이드 장비를 달게 만들어 그녀를 교단의 교리로 세뇌시켰다. 그리고는 교단의 종교 계도 활동을 빙자한 이단심문관으로 만들어 교단에 의문을 품거나 비판하는 사람들을 찾아가 단죄케 하였다.
덴세츠에선 비밀리에 교단의 사라카엘을 위한 개조수술을 준비해놓긴 했으나, 아무리 요시미츠라 해도 자사 출신의 유명한 연예인까지 납치할 수는 없었다.
사라카엘이 교단의 천사가 된 배경이 이러니, 키리시마 게이트가 터진 지금 시점의 베로니카가 사라카엘의 존재를 모르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그럼에도 베로니카는 사라카엘을 향해 불경한자라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지축을 박차고 거대한 낫을 휘두르며 덤벼들었다.
“감히 신성한 빛의 대리인의 이름을 함부로 판 죄!!!! 그 목숨으로 씻도록 하십시오!!!!”
- 파치이이이이잉~!!!!
“아닛?!?!”
“흥, 가소롭군...”
“... 뚫린 입이라고 멋대로 성령의 이름을 팔아넘기던 네 녀석이, 감히 진짜 치품 천사인 나에게 그런 말을 담을 자격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느냐??”
굳이 따지면 사라카엘 본인도 피조물이니 진짜 치품 천사라는 말은 틀렸지만, 여기서 그런 것을 지적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키리시마 총리의 수행원인 코헤이 교단의 베로니카가 도약하며 휘두르던 거대한 낫은 사라카엘의 손에서 뻣어나온 뇌전격을 맞고 튕겨져 나가 모퉁이 벽에 그대로 꽂혀버렸다. 사라카엘의 뇌전격이 어지간히도 강했는지, 베로니카의 낫은 벽에 박히고 나서도 계속 파지직- 거리며 전류를 띄고 있었다. 마치 꺼내기 위에서 잡았다가는 한 순간에 통구이가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베로니카는 사라카엘의 뇌전격 공격으로 손에 쥐고 있던 거대한 낫을 놓쳐버린 충격으로 두 손에서 강한 격통을 느꼈다. 고통이 얼얼하게 느껴지는 두 손을 바라보며 겨우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그 때, 어느새 코 앞까지 걸어온 사라카엘은 베로니카를 향해 오른손을 뻗어 펴보였다. 그리곤 전류를 파지직- 거리며 내뿜기 시작했다. 손 끝에서부터 작게 아지랑이 피던 전류는 어느새 팔까지 휘감으며 점점 거세지기 시작했다.
죽는다.
이건 확실하게 죽는다. 라고 베로니카는 생각했다.
이미 사라카엘의 표정은 베로니카를 향하여 성령 충만한 심판을 내리기 위한 결단의 의지가 가득해 보였다.
“회개하라...”
“... 성령의 이름으로!!!!”
“!!!!”
그 때였다.
“어?”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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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 중 삽화로 사용되는 그림과 사진의 출처는 구글링과 핀터레스트입니다.
이야, 슬슬 클라이막스로 치닫네용.
어떻게 끝날지 저도 기대됩니다!!
새벽에 올리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