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조
어렸을 때는 겨울 저수지에 빠져
간신히 죽다가 살았고
젊었을 때는 욕조에 빠져 평생 먹을 물을
하루에 다 먹은 적이 있었다.
헌법이 태어난 넓이 107×60cm, 깊이 50cm
그 이후 이 세상은 작은 욕조였고
이 세상에서 가장 깊은 곳도 욕조였다.
어느날 우연히 길거리 모조품 노점상에서
내 영혼이 감전될 것 같은 게 눈에 띄었다.
금방이라도 악의 평범성을 증명할 것 같은
자코메티의 조각상「걷는 사람」이었는데
난 얼른 운구해 빈 욕조 안으로 입관했다.
그때부터 욕조가 봉쇄수도원으로 바뀌었다.
악의 평범성
이산하, 창비시선 4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