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은 죄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으로 세상이 폭발 직전일 때
키 큰 한 젊은 노동자가 광화문 광장에서
‘살인마 전두환을 처단하라’고 외치며 분신했다.
DJ, YS를 비롯한 재야인사들이 병원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죽을 줄 알았던 노동자가 ‘기어이’ 소생해버리자
그들은 더이상 병원을 찾지 않았다.
박종철의 관에 또 하나의 관을 쌓아 연쇄폭발시킬
큰 호재가 사라져 내심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노동자는 살아난 것이 죄여서 30년이 지난 아직도
우울증을 앓으며 자기 몸의 불을 꺼준 사람들을
원망하고 또 원망하고 있다.
악의 평범성
이산하, 창비시선 4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