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평범성 2
“불교 승려들이 숲을 지날 때 혹 밟을지도 모르는 풀벌레들
에게
미리 피할 기회를 주기 위해 방울을 달고 천천히 걷는다는
말에
난 아주 깊은 감동을 받았다.
우리는 그동안 아무 생각 없이 얼마나 많은 생물들을 밟아
버렸던가.”
득음의 경지에 이른 어느 고승이나 성자의 얘기가 아니다.
유대인 학살을 총지휘한 나치 친위대장 하인리히 히믈러의
말이다.
전 친위대원을 술과 담배를 하지 않는 채식주의자로 만들고
가난하고 소박한 생을 최고의 삶으로 꿈꾼 사람이기도 했다.
악의 비범성이 없는 것이 악의 평범성이다.
우리의 혀는 여기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악의 평범성
이산하, 창비시선 4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