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은 봄
1
4월
5월
6월
1961년 태어난 나는 기억할 달이 너무 많아, 해산일
앞둔 임부처럼 누워서 달력을 넘긴다
2
4ㆍ19를 맞이해 나는 어떤 노래도 뽑지 않으리
나와 관계없이 내 속에 웅크린 기억
그 기억의 싱싱한 톱날, 다듬을수록 날이 서던 상처
모두 다 떠나거라
나도 모르게 내 속에 씨뿌린 열망
그 열망의 숱 많은 머리 틈으로 시때 없이 쳐들오
던 바람
모두 고개 숙이고 청춘의 뒷문으로 사라지거라
3
다시 찾은 학생회관, 공터에선 스물을 갓 넘긴 아이
들이 삼삼오오 빈 우유곽으로 제기를 차고 걸음을 뗄
때마다 툭 툭 실밥 터지듯 벌어지던 하늘, 진달래 개
나리 목련 저희 맘대로 함께 피었다 차례차례 스러지
는 어느 허드러진 봄날, 교정을 나서며 나는 이를 악
물었다 4ㆍ19를 맞이해 어떤 노래도 뽑지 않으리, 뜨
거운 국수가락처럼 헐떡이던 혀
서른, 잔치는 끝났다
최영미, 창비시선 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