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멘토링
너네 엄마가 딸기를 씻어줬지, 올해 저도 처음 먹어요, 너
는 문제를 풀다 말고 딸기를 흡입했다, 그거 나 먹으라고 준
거 아니니? 난 고작 두 개 먹었는데, 입맛만 버렸구나 너 먹
는 걸 지켜보다가 포크를 내려놨어
그런데 아까부터…… 밖에 고양이가 있나봐, 고양이가 술
취한 아저씨처럼 울어
포크질이 멈췄지 네가 조용해지니까 고양이 소리가 점점
더 잘 들렸어 이 밤중에 어디야? 저 소리를 다 듣다가는 귀
에서 애벌레가 나오겠어, 내 맘을 읽었는지 너는 방문을 열
고 나갔지, 그래, 아직까지는 희망이 있구나 너라는 아이
엄마, 오늘따라…… 알아, 오늘따라 왜 저…… 이젠 정
말…… 알았다구, 어서 들어가 공부……
그럼 그렇지 정말 못됐어, 그런 걸 엄마한테 시키면 어떻
게 해? 송곳니를 드러내니까 보지도 않고 네가 말했지
……우리 아빠예요
집에, 아빠가, 있, 었, 어? 네, 누워 있어요 삼 년 전부
터…… 아, 나는 느껴버렸네 너니 집 냄새…… 장마에 간장
달이는 냄새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삼 년 묵은, 니네 아빠
몸 냄새, 입천장이 홀라당 까진 사람처럼 나는 쩔쩔거렸어
ㅈㄴ, 쪽팔려
중얼거리며 너는 문제집만 노려봤지 또 시작이구나, 없이
사는 애가 성격까지 거지같아, 이러면 넌 평생 삼천원짜리
컵밥이나 먹다가 죽는 거다 피시방에서 주는 공짜 커피나
받아먹다가 죽을 거라고, 참, 지난번에 말했구나 네 소원,
곧 이뤄지겠어 겜방에서 게임만 하다가 죽는 거
내가 말했지, 죽을 마음으로 공부해. 그래야 너도 살고 가
족도 살아
해놓고 보니 나도 못 믿을 말…… 네 아빠가 살 거란 말은
못했지 삼 년이나 못 일어났으면…… 미안, 산 사람이라도
살려면 정신 차려, 네가 장남이라며, 괜찮아 요샌 스토리니
까, 올라가서 웃자 잘하면 너 TV에도 나갈 수 있어 그러니
까 영어 풀어, 지금 이 꽉 다물고! 멋진 척 멘토링을 해줬다
아이 씨, 진짜 이런 씹
안방에선 너네 엄마가 고양이를 때리나봐, 저러다 고양이
가 벌떡 일어나겠어! 아, 폭주하면 멈출 수가 없는 아이, 이
놈의 집구석, 지면 안 돼 지면 안 돼!! 나는 고개를 흔들었
다 옷이 뜯어질 것처럼 부풀어오르는 너의 등을 때리며, 언
제까지 어리광만 피우고 있을 거야, 응? 언제까지 어리광만
피우고 있을 거냐고!! 내 진심에 아이는
씹템버, 쎕템버라구요!!
울면서 박력을 터뜨렸다.
오늘 같이 있어
박상수, 문학동네시인선 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