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연장 근무
시골에서 소……를 본 적 있니? 사우나 연기 같은 콧김
을 쏟아내며, 맨날 뭘 씹고 있지 그러다가 혀가 나와서는,
제 코랑 입가를 다 핥는데…… 세수일까 식사일까 두 개 다
일 거야, 저렇게 기다란 게 입속에 어떻게 들어 있는 거야!
황소 부장 아저씨는 노래를 불러댔지 낼름거리며 세 곡이
나 불렀어 불개미랑 지네랑 넣어서 만든 술이 있대 흰
뱀을 넣어서 만든 술을 먹으면 밤에 잠을 못 잔대, 그런 애
길 중얼거리면서, 맥주도 마시고 노래도 부르면서
따지자면 휴일에 모인 것부터 잘못, 집 없는 사람들한테
급식 봉사했으면, 그걸로 끝나면 됐는데 여긴 왜 왔어, 부
장 아저씨가 목에 수건 두르고 지껄일 때부터 알아봤지 큰
회사에서 모시던 회장님 얘길 왜 여기서 하고 있어, 스프링
인형처럼 모두 끄덕여주니까 신이 나서는, 이차는 노래방
에 가자고 외쳤지 집에 가면 자길 무시하는 거라고, 직원들
을 다 끌고 여기까지 왔어 노래 세 곡을 다 부르더니 털썩,
내 옆으로 앉았지
너 향수 뭐 쓰냐?
혓바닥이 내 몸을 파고들었어 몇 번을 비틀어 빠져나왔지
만 또 붙고 또 붙고…… 독미나리랑 생강이랑 칠리 소스를
섞어 뿌린 것처럼 뜨거워서, 간신히 직원들을 돌아봤더니
내 눈을 피했어 구해줘요, 눈동자를 움직였지만 뒷걸음질치
며, 각자 청보리밭 속으로 숨어버렸어 이 사람들, 옥상에서
기합받는다더니 사실이구나
농업용 배수로에 처박힌 인형아, 그 안에 뭐가 있니? 숨
이 안 쉬어지니? 나가야 하는데, 그럴 수가 없었지 밀크스
킨 필터에, 얼굴을 깎고 모자이크 필터를 돌려도 지울 수가
없겠어, 그 순간
벌떡,
나는 일어서고 말았지
직립은 되지만 보행은 안 되나봐, 벌써 아킬레스건까지
독이 퍼진 걸까 마비돼서 더는 움직일 수가 없었지, 문이 바
로 저기 있는데, 내가 왜 이래, 한 발만 더, 한 발만 더, 다들
우리 쪽을 쳐다봤어 틱톡틱톡 이렇게 석화되는 걸까, 적
막을 뚫고, 부장 아저씨가 소리쳤어
야, 노래 안 부르냐? 왜 이렇게 쳐졌어?
분위기가 그러니까 신나는 곡으로 부르래, 그랬다가, 아
니, 다시 느린 곡으로 부르랬지 (안 돼 신나는 곡 불러요!!)
마침내 느린 곡이 흘러나왔어
……느린 곡은…… 끈적끈적한 곡……
자연스럽게, 부장 아저씨가 내 손을 끌었지 리듬을 타기
시작했어 팀장이 캔맥주를 더 따고, 팀원 애 둘이 야광봉을
흔들었다 한 손은 내 허리에 대고, 황소 아저씨는 혀를 낼
름거리며 말했지
이것도 다 시험이야
머리는 업스타일에, 치마 정장 하랄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정장 치마랑 급식 봉사가 무슨 상관이야, 독이 퍼
져나가는 몸뚱어리로 나는 부장 아저씨랑 블르수를 췄어
춤을
그래, 춤을 추었지.
오늘 같이 있어
박상수, 문학동네시인선 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