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작동
집에 가고 싶어요
몇 번을 말했는지 몰라 근데 자꾸 바람을 쐬러 가재, 남
산에 자기만 아는 뷰 포인트가 있대, 내가 거길 왜 가요 말
해도 들어주지 않았지 간청하고 간청할수록 터틀넥에 얼굴
을 구겨넣는 기분, 들어갈 수 없는 걸 구겨넣으려면 방법이
있지 어깨를 꺾고 목을 접어서 넣으면 되지 근데 왜 이렇게
밖이 안 나와
남산에 이런 데가 있구나 무슨 건물 뒷마당에 숲만 우거져
서는 길도 보이지 않았어 차가 멈추자마자 뛰어내리려니까
팔목을 잡혔지 아파, 새끼손가락을 삐었나봐, 등에도 골이
있다는 걸 오늘 처음 알았네 거기로 땀이 흐르고, 선팅 필름
까지 까맣다면…… 누구도 우릴 볼 수 없다는 뜻
나한테 왜 이래?
그게 뭔 말이야, 내가 할말을 왜 네가 하고 있어 직원 네
명 중에 내가 막내, 외근 나갈 때마다 옆에 앉히려길래 그
정도는, 해줬지 터널 세차정에는 왜 데려가…… 커피 두 번
사주었다고 내가 당신을 사랑해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난
그저 내 명함 한 통 다 써보고 싶은 거예요 아침에 어디 걸
데가 있고 저녁에는 내 책상을 정리하고…… 이번에는 나도
다리가 발목까지 부어서 실려갈 때까지 일 좀 해보고 싶은
거예요, 아무리 설교를 해도 물러날 줄을 몰랐어
니가 나를, 남자로 만들어
정신이 제대로 헐어버렸구나…… 벼락을 안 맞으니까 세
상이 잘만 돌아가는 것 같니?! 내 계정으로 사진 몇 장 봤다
고 당신이 나를 아는 것이 아닙니다 엄마가 부적까지 넣어
줬는데, 올해부터 드디어 꽃가마를 탈 거랬는데, 캡사이신
양동이에 얼굴을 빠뜨린 것처럼 열이 나, 쿨 앤 나이스, 쿨
앤 나이스!! 세상에 그런 건 없겠지 난 빨리 집에 가서 풋크
림 잔뜩 바르고 양말 신고 자려고 했어 수분 마스크팩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려고 했다구 그게 그렇게도 잘못이야……
목까지 달아올라서는 어느덧 네 손이 내 허벅지로 올라왔
지 그 위에…… 내 손을 겹치면서 물었어
그럼 대리님은 날 얼만큼 사랑하는데요?
네 얼굴이 잠깐 움찔했지
뭐라도
생각해야 할 것이 있는 것처럼.
오늘 같이 있어
박상수, 문학동네시인선 109
독하다 독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