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픽게임즈가 꿈꾸는 미래, 언리얼 엔진 5.1과 인터랙션 콘텐츠
27일(화), 에픽게임즈 코리아는 자사의 엔진 기술 및 개발 노하우를 공유하는 ‘언리얼 서밋 온라인 2022’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오는 30일까지 나흘간 총 20여 세션이 진행되며 각 주제는 27일 공통, 28일 게임, 29일 영화, TV & 애니메이션, 30일 건축 & 자동차 산업이다.
환영사, 메타버스와 에픽게임즈의 비전
환영사로 나선 에픽게임즈 코리아 박성철 대표는 “오늘 하려는 이야기는 요즘 가장 재밌는 용어에 관한 내 생각이다”며 운을 띄웠다. 그는 “’메타버스 뭐냐’고 질문을 던지면 제각기 다른 답을 한다. 매튜 볼이 정한 이상적인 메타버스의 조건이 몇 가지 있다. 아마도 여기 오신 분들이라면 전부 수긍이 갈 만한 내용이다. 하지만 언젠가 메타버스가 본격적으로 성장하려면 그 사용자는 우리뿐 아니라 우리 주변의 모든 이들이어야 한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아이슈타인의 명언이 있다. ‘쉽게 설명할 수 없다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주변 친구들과 부모님까지 다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원점으로 돌아가 메타버스를 바라보자. 메타 + 버스. 1992년 닐 스티븐슨의 소설 Snow Crash에서 처음 사용된 합성어다. Meta가 초월하는, 가상이란 뜻이고 Universe는 잘 아시듯 현실 세계를 의미한다. 즉 둘을 더하면 ‘현실을 초월하는 가상 세계’ 그냥 이게 답 아닐까? 이 기준으로 현재 메타버스라는 플랫폼들이 현실을 초월하는 경험과 가치를 제공하는지 살펴보면 재밌겠다. 진정한 메타버스 플랫폼에서는 리얼타임 3D로 구현되는 가상현실 속에서 누구나 자유롭게 3D 콘텐츠를 창작하고 또 그 가치를 느껴서 그걸 여러 사람과 공유하고 이를 통해 경제활동이 가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대표적인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불리는 ‘포트나이트’ 속 콘서트를 보라. 직접 가수들 옆으로 날아다니며 뒷모습을 보거나 좋아하는 가수가 거인의 모습으로 공연을 하는 등 현실을 초월하는 경험을 준다. 만약 이보다 더 나은 가치를 여러분이 자유롭게 만들어 다른 사람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면 어떨까. 우리는 7년 전, 언리얼 엔진을 완전 무료화하고 인수한 회사의 기술들을 개방했다. 진정한 메타버스 플랫폼이 이러한 툴들을 기반으로 정착했을 때 아무도 소외되지 않고, 이 생태계의 일원으로서 자유롭게 가치 있는 콘텐츠를 제작하고 경제활동과 자아실현을 하는, 현실을 초월하는 경험을 만들어갈 준비가 되어있도록 돕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언리얼 엔진 개발 총괄인 닉 펜워든 부사장도 인사를 전했다. 그는 “에픽게임즈의 설립 철학은 훌륭한 게임을 만들고 개발자와 그 툴을 공유하는 것이다. 수십 년의 긴 여정 끝에 올해 초 언리얼 엔진 5를 출시했다. 이제 모든 규모의 개발자가 전례 없는 수준의 디테일과 퀄리티로 거대한 오픈월드를 제작하게 됐다. 올해 말 선보일 언리얼 엔진 5.1은 보다 사용성과 성능에 초점을 맞추고 루멘, 나나이트 같은 주요 기능을 확장하여 게임 외 분야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우리는 모바일 엔지니어링에도 노력을 기울이는 중인데, 바로 서울에 있는 개발팀이 주도하여 기쁘게 생각한다. 덕분에 지역의 많은 재능 있는 팀과 협업하고 한국이 모바일 게임 개발을 선도하고 혁신하는 데 동참하고 있다”고 사의를 표했다.
언리얼 엔진 5.1과 콘텐츠 제작의 미래
다음으로 에픽게임즈 코리아 신광섭 부장이 ‘콘텐츠 제작의 미래’라는 주제로 첫 세션을 진행했다. 앞서 환영사가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본 발표는 지금 일어나고 있는 콘텐츠 제작의 변화와 그것이 미래에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지에 대한 내용이다.
언리얼 엔진이 도입됨에 따라 모든 산업의 콘텐츠 제작 방식이 리얼타임 3D 렌더링으로 혁신되는 중이다. 언리얼 엔진은 당초 에픽게임즈가 자사의 게임 개발을 위해 발전시킨 툴을 외부로 공개한 것이다. 이를 통해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 개발자가 ‘칼리스토 프로토콜’, ‘플린트록’, ‘파이널 판타지 7: 리버스’까지 정말 많은 게임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이제는 게임을 넘어 우리가 보고 즐기는 영화, 애니메이션, 드라마, 라이브 이벤트 등등 영상 콘텐츠 제작에도 기여한다. 언리얼 엔진 덕분에 고성능 PC만으로 렌더링이 되어 기존에는 시간과 비용 문제로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다양한 시도가 가능해졌다. 최근 기후변화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상황에서 렌더팜을 돌리는 데 소모되는 전력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음은 물론이다.
이는 곧 대규모 예산이 받쳐줘야 했던 CG 영상 제작을 이제 소규모 팀도 충분히 제작한다는 의미다. 에픽게임즈는 최근 ‘시작해요 언리얼 엔진’이란 강좌를 제공하고 그 연장선으로 언리얼 엔진 5를 활용한 CG 영상 제작 챌린지를 열었다. 일반 부분 1등 ‘나의 여름’과 2등 ‘YOUTH’ 등을 보면 짧은 기간임에도 무척 수준 높은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다. ‘시작해요 언리얼 엔진’ 강좌에 참여한 이들 중에는 초등학생도 존재한다. 그만큼 언리얼 엔진 5 덕분에 누구나 쉽고 편리하게 CG 영상을 제작하는 시대로 한 발짝 더 나아가는 것이다.
공연 및 방송의 경우, 언리얼 엔진으로 실시간 렌더링한 CG를 영상에 합성하여 방송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 기존 방송에 비해 의미 전달력이 개선될 뿐만 아니라 완전히 색다른 콘텐츠 포맷도 생겨났다. 드라마 및 영화에선 인카메라 VFX 같은 혁신적인 기법이 대두되어 보다 효율적인 촬영이 가능해졌다. 즉 언리얼 엔진을 통해 새로운 버추얼 프로덕션의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근 몇 년간 세계적으로 K-콘텐츠 열풍이 부는 중인데, 언리얼 엔진의 버추얼 프로덕션 기술이 더 많은 K-콘텐츠가 만들어지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뭇 만화가가 자신의 작품을 보다 많은 이들이 볼 수 있도록 디지털화하며 웹툰 시장이 커졌듯, 언리얼 엔진으로 CG 영상 제작의 접근성과 편의성이 높아지고 버추얼 프로덕션 기법이 도입되면 훨씬 다양한 작품이 나오게 될 것이다. 마치 유튜브라는 플랫폼과 스마트폰이란 간편한 촬영 기기의 등장이 맞물려 기존에 몰랐던 새로운 크리에이터들이 빛을 보고, 먹방이란 생각지도 못한 콘텐츠가 인기 장르로 굳어졌다. 이러한 흐름처럼 우리가 즐길 만한 다양한 디지털 기반 영상 콘텐츠를 더 많이 만들도록 돕는 게 에픽게임즈의 비전이다.
여기까지가 게임, 영화, 애니메이션 같이 우리에게 친숙한 엔터테인먼트라면, 이외에 언리얼 엔진이 쓰이는 대표적인 분야로는 건축, 자동자, 가전제품 디자인을 들 수 있다. 언리얼 엔진으로 복잡한 건축물을 설계하고 신형 자동차를 검증하며 자율주행 기능 개발에도 폭넓게 활용된다. 또한 그 무엇보다 중요한, 사람의 생명이 좌우되는 고위험 작업에 대한 훈련과 각종 시설 관제도 언리얼 엔진이 도입된 긍정적인 사례로 꼽힌다.
종합하자면 디지털 콘텐츠부터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제품까지, 이 세상 거의 모든 부분에서 언리얼 엔진을 통한 혁신이 일어나는 중이다. 이를 바꿔 말하면 기존에는 산업마다 각기 다른 툴과 포맷으로 제작되던 3D 기반 디지털 콘텐츠가 모두 언리얼 엔진으로 통합되는 시대가 열리는 셈. 서로 툴과 포맷이 달라 제한된 접근만 이루어지던 콘텐츠들이 언리얼 엔진이라는 리얼타임 렌더링 플랫폼을 만나면, 단순히 눈으로 보고 끝나는 게 아니라 직접 인터랙션하고 체험 가능한 에셋으로 확장되고 공유될 것이다. 나아가 앞선 먹방의 예시처럼 그 누구도 상상치 못했던 새로운 인터랙션 콘텐츠 장르가 탄생하리라는 게 신광섭 부장의 전망이다.
그러면 이러한 비전을 위해 에픽게임즈는 어떤 업데이트를 준비 중일까. 올해 말 출시될 언리얼 엔진 5.1은 모든 산업군에서 주목하는 루멘, 나나이트뿐 아니라 패스 트레이싱과 GPU 라이트매스 등을 개선하여 보다 사실적인 실시간 렌더링을 가능케 한다. 아울러 언리얼 엔진 5가 당초부터 강조해온 넓은 월드를 제작하는 기술도 향상되는데, 특히 한층 더 큰 좌표계를 지원하는 라지 월드 코디네이트(Large World Coordinates) 지원이 눈길을 끈다. 영상 관련 업계가 활용하는 버추얼 프로덕션의 경우, 인카메라 VFX 스테이지 관리를 실시간으로 할 수 있는 앱이 나오고 버추얼 카메라 및 스카우팅 성능도 강화된다. 무엇보다 드디어 인카메라 VFX에 루멘이 적용된다.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