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LTI] 삼국지 13 : 장수제 아니었어?

한동안 삼국지는 군주가 중심이 되는 게 당연했다. 장수는 그저 도구나 수집 대상에 불과했다. 누구나 그렇게 생각했다. 6편까지는. 그러나 그런 관념은 플레이어가 직접 장수가 되어 중국 천하를 누비는 7편이 등장하면서 급격하게 무너졌다. 처음엔 어색하고 이상한 구석이 많았지만, 세력이 아닌 개인의 눈으로 바라보는 삼국지 세계는 특별했다. 그리고 이런 특별함에 쐐기를 박은 것은 바로 10편. 체계를 갖춰가는 장수제 시스템 위에 다양한 콘텐츠를 얹은 명작이 탄생했다. 통일에 욕심을 부리지 않아도 재밌었다. 동오의 덕왕 엄백호로 유유자적 놀아도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장수제 삼국지는 그렇게 자신의 자리를 확고하게 점했다.
하지만 이 장수제 삼국지에서 군주로 플레이했을 때 드러나는 문제점은 늘 따라다녔다. 플레이어가 담당하는 장수 한 명에 의해 전투의 결과가 크게 좌우되기도 하고, 세력의 양상마저 순식간에 무너지는 일도 허다했다. 심지어 장수제와 크게 관련 없는 전투 밸런스까지 무너지기도 했다. 돌격으로 5배 병력 차이도 뒤집었던 7은 말할 것도 없고, 10에서는 원융노병에 정란 정도만 끌고 다녀도 통일은 식은 죽 먹기였다. 전략 게임에 전략이 없었다. 그래서 장수제로 돌아온 13에서 가장 눈여겨본 건 작은 그림의 전투와 큰 그림의 전쟁이었다. 과연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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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인물로 짧은 시나리오를 진행하는 영걸전 모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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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토리얼을 겸하고 있으니 초반 시나리오는 해보는 게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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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휘와 전법으로 만들어가는 전투
전투는 토탈 워 시리즈처럼 특정한 전장에서 정지 가능한 실시간 방식으로 진행된다. 시시각각 변하는 전황에 맞춰 동시에 여러 부대를 지휘하는 과정이 흥미롭다. 전장이 좁고 날씨나 지형 효과가 없는 게 아쉽지만, 창병으로 적의 진군을 차단하고 뒤에서 궁병으로 함께 공격하고 기병으로 상대 진영을 기습하는 기본 체계는 잘 잡혀있다. 전투 A.I.도 나쁘지 않은 편. 병과 간 상성과 협공을 이용하는 간단한 전략은 늘 구사하며 빈 진영을 급습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결국엔 스크립트의 한계가 드러나긴 해도 최소한의 긴장감은 유지할 수 있다.
협공은 이런 지휘 체계를 더욱 빛낸다. 여러 부대가 적 부대 하나를 둘러싸고 공격하면 상대편 사기가 급격히 떨어지고, 따라서 통솔력 높은 무장 한 명이 대군을 이끌기보다 소규모 부대를 많이 운용하는 게 유리하다. 이런 협공 상황을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생각을 하게 된다. 소규모 기병 부대로 적을 유인하여 접전이 벌어지는 장소에서 수적 우세를 노릴 수도 있고, 적이 일렬로 늘어서서 진군한다면 중간에서 허리를 끊은 다음 에워싸는 방법도 있다. 유리한 상황을 연출하기 위한 섬세한 조작과 전술적인 판단이 계속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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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 준비는 잘 된 편. 대사뿐만 아니라 일러스트나 애니메이션으로도 연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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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고통받는 안량과 문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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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법은 전투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전투를 시작하면 지휘 포인트가 천천히 올라가게 되고, 이 포인트를 소모해서 장수 개인이 가지고 있는 전법을 발동하는 방식. 공격력과 방어력에 영향을 주기도 하고 거짓 정보를 흘려 적군을 잠깐 뒤로 물릴 수도 있다. 화계도 전법에 포함된다. 바람이 부는 방향과 적 부대가 몰려 있는 정도를 보고 적절한 타이밍에 발동하면 꽤 재밌는 불놀이가 된다. 다른 전법도 마찬가지. 언제 어느 상황에 무슨 전법을 발동할지 고심하고 관찰하게 되고, 제대로 들어갔을 때 성취감이 높은 편이다.
전법마다 필요한 지휘 포인트를 다르게 정한 것도 괜찮다. 능력이 뛰어나고 유명한 장수들이 가진 전법은 효과가 뛰어나지만, 대부분 7이나 8포인트를 요구하기 때문에 자주 사용하기 힘들다. 그래서 코스트를 적당히 소모하면서 효과가 나쁘지 않은 전법을 찾게 되고, 이런 전법을 가진 무장을 살펴보게 된다. 상대 세력이 주로 기병으로 구성해서 공격해온다면 지휘 포인트를 약간만 소모하면서 기병의 성능을 내려주는 전법이 효율적일 때도 있다. 평소 거들떠보지 않던 장수가 이런 전법을 가지고 있으면 전투에서 보석처럼 활약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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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성별이나 존대가 맞지 않는 번역이 있다. |
개념을 집에 두고 온 전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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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뉴얼은 꼼꼼하게 준비되어 있고 번역도 자연스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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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님 백부가 아닙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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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와 전법 위주로 구성된 전투가 흥미롭긴 하다. 하지만 계속 반복하다 보면 단조로움을 유발할 위험도 크다. 플레이어가 개입할 부분이 저 두 가지밖에 없기 때문이다. 단순하게 본다면 이동시킨 뒤 공격 명령을 내리다가 지휘 포인트가 차면 전법 쓰는 게 끝이다. 이전 작품들에서 턴마다 모든 장수가 매복이나 돌격 같은 자신의 특기를 활용하는 재미가 사라졌고, 일기토도 자동으로 발동되기 때문에 전술적 판단의 대상에서 제외된다. 정말 지휘와 전법만으로 재미를 주려 했다면, 전장마다 특징을 강하게 줘서 다양한 지휘 방법을 구상하도록 유도하는 게 좋지 않았을까.
수성전에서 수비 측의 이점이 별로 없다는 점도 아쉽다. 성 안에서 버티고 있으면 성 밖의 진영이 함락당하고 사기가 내려가는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전법으로 사기를 올린다면 지휘 포인트에서 큰 손해를 본 셈이다. 그렇게 버틴다고 해도 성문 내구도가 약하고 운제나 충차 등 공성 병기 성능이 뛰어나서 성벽의 의미가 없다. 그냥 나가서 싸우는 게 훨씬 마음이 편할 정도. 결국, 공성과 수성이라는 중요한 콘텐츠 하나가 사라진 것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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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성 체계가 잘 잡혀 있어서 병과의 효과적인 활용이 중요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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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휘 포인트가 모이면 전법을 발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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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 그림을 그리는 전쟁
예전 작품들은 그랬다. 병력과 뛰어난 무장들을 전선에 몰아넣고 후방에는 고만고만한 장수들로 내정만 돌렸다. 일부 도시 중심으로 전투가 벌어졌고 멀리서 원군을 보내도 군량 문제가 발목을 잡았으니 그러는 게 당연했다. 그런데 삼국지 13은 그런 전방과 후방의 경계가 약한 편이다. 병력 수송이 불가능하고 한 도시의 병력 상한은 그 도시의 규모나 인구 등으로 결정된다. 모병 커맨드가 따로 없고 도시 민심 정도에 따라 병력이 자동으로 충원된다. 결과적으로 적국과 맞닿은 도시에 대규모 병력을 주둔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곳곳에 분산된 군대를 집결하는 형태가 된다.
얼핏 들으면 불편해 보이겠지만 실제로는 편리하다. 목적지를 결정한 다음에 출진하는 도시 여러 곳을 한꺼번에 지정할 수 있고, 다수의 군대가 집결할 장소를 정하면 끝. 먼 거리에서 와도 사기 저하나 병력 손실이 없고 부족한 군량은 지나는 도시나 집결지에서 보충할 수 있다. 따라서 전쟁이 일어나면 도시 몇 곳에서 국지전이 벌어지는 정도에서 그치지 않고, 여력이 되는 도시 모든 곳에서 출병하는 국가 대 국가의 전면전 양상이 나타난다. 전력을 최대한 쥐어짜서 오랜 기간 맞붙은 다음 대전에서 이긴 세력이 나머지 도시를 수월하게 점령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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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 특기가 없으면 물 위에서 사기가 내려간다. 연환계로 방지할 수 있지만 화공에 취약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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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토가 전술 구상에서 제외되고 수성전이 의미가 없다는 게 아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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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대를 도시마다 편성해야 해서 인재를 일부 도시에 집중적으로 배치하는 건 효율이 떨어지게 되었다. 전쟁이 일어나면 어느 도시에서 어떤 장수들이 조합을 이뤄 출전할까 잘 생각해야 한다. 균형 있는 인재 배치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그리고 처음 전쟁이 시작된 지역이나 도시를 너머 영토 전체를 공격 대상으로 볼 수 있다는 점도 독특하다. 상대가 한 도시에 병력을 집중하느라 후방을 소홀히 하고 있다면 뒤를 칠 수도 있고, 구원하러 오고 있는 병력을 다른 도시에서 요격할 수도 있다. 가짜 목표에 관심을 돌린 사이 진짜 목표했던 도시를 치러가는 성동격서 전략도 가능하다. 전투보다 전쟁이 더욱 중요해졌다.
다만, 싸움의 규모가 크다 보니 전투를 시작하기 껄끄러워지는 문제가 있다. 딱 도시 하나만 차지하고 싶어도 세력의 운명을 건 결전을 각오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력이 비슷하면 별로 문제 될 게 없고 오히려 사실성을 높여주지만, 상대적으로 힘이 약하면 한 번 건드려 보는 것도 포기하게 된다. 특히 상대가 화북을 차지한 조조라면 더욱 심각해진다. 예전처럼 전투 한 번 이긴 다음 수비 몇 번 성공하면 끝나는 게 아니라, 화북 전체 도시의 막강한 물량 공세를 몇 년에 걸쳐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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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각도를 잘못 재면 화계가 아군까지 집어삼키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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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력 대 세력의 전면전이 자주 벌어지는 편. 관도대전이 생각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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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순하지만 중요한 내정과 외교
앞에서 말한 대로 한 번의 전투가 대규모 전면전으로 이어지다 보니 평소에는 전투 보다 전체적인 국력을 키우는 일이 더욱 중요해졌다. 내정을 탄탄히 다져 놓으면 몇 번의 전투에서 패배하더라도 전체적인 전쟁에서는 이길 수 있다. 군량과 병력이 회복되는 속도가 극명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일단 몰아쳐서 한 번 이긴 다음에 내정으로 수습하기보다는 전체적인 국력을 쌓아놓고 장기전에 돌입하는 전략이 더 잘 통한다.
내정은 농업, 상업, 문화에 민심이 더해지는 정도로 단순한 편이다. 발전 정도에 따라 특수 시설이나 도시 특성을 더할 수 있고 도시에 인접한 군락을 차지해서 다양한 보너스를 얻을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꾸준하게 수치를 올리고 관리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 이렇다 할 깊이는 없다. 다만 편의성은 높다. 군사/내정/군무 별로 중신을 임명한 다음 이들이 내놓는 제안을 허락 또는 거부하는 방식을 골자로 하기 때문에 분야별로 직접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종종 엉뚱한 제안을 내놓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잘 흘러간다.
내정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태수들이 일을 한다는 것이다. 세력이나 도시별로 목표를 정해주면 높은 확률로 달성하고, 목표를 정하지 않아도 내정 관리는 물론 상대 세력이나 재야에 있는 장수까지 알아서 등용한다. 군주 자신이 머무르는 도시에도 태수를 임명할 수 있어서 모든 도시를 중신과 목표 설정을 통해 자동으로 관리할 수 있어서 편리하다. 군주가 담당하는 건 도시 하나의 작은 문제에 신경 쓰는 게 아니라, 전체적인 국력 신장과 외교 그리고 세력 간의 전쟁에서 승리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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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신과 임무장 시스템으로 세력을 쉽게 관리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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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에서 정한 내정 목표는 태수들이 알아서 달성하는 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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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무리 내정에 힘을 쏟아도 국력의 큰 차이는 극복하기 힘들다. 차지하고 있는 도시 수가 부족하면 물량에 압도당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삼국지 13에서는 외교가 무척 중요하다. 주변의 강한 세력과 동맹을 체결해 이들끼리 싸우도록 유도한 후, 비교적 약한 상대를 제압해 힘을 키우는 전략이 중요하다. 평소에 여러 세력과의 친밀도를 미리 높여 둘 필요도 있다. 그래야 자신을 향한 반 연합 이벤트가 발생하는 걸 막을 수 있고, 친밀도 관리를 통해 쌓은 은의를 소모해서 꼭 필요한 동맹이나 정전 협상을 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정과 외교가 단순해서 전략적인 깊이는 얕은 편이지만, 전체적인 세력 운용과 전쟁에서 필수적이고 편리하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하고 싶다. 하지만 이 부분의 범위를 넓혀서 충성도 관리와 계략까지 포함한다면 조금 부실하다. 예전과는 달리 포상으로 충성도를 쉽게 올릴 수 없고 세력 사명 달성이나 관직 수여 같은 방법을 써야 하지만 시간이 걸린다. 아이템을 수여하면 좀 더 쉽지만 아이템을 사서 자기 아이템을 몰수한 뒤에 다시 수여하는 귀찮은 과정을 거쳐야 하고, 삼국지 10과는 달리 군주가 세력 자금을 마음대로 인출할 수 없어서 이 방법도 한계가 있다. 좀 더 현실적인 변화이긴 하지만 적대 세력이 인재를 빼가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상대 세력의 장수를 데려오기도 힘들다. 계략도 부족하다. 적국 휘하 장수의 배반과 충성도 저하, 군락 회유가 전부고 시설 파괴나 세력 간 이간질 같은 견제 수단이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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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정 시설과 도시 기술로 발전을 촉진하거나 도시를 특화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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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맥과 은의를 쌓아두면 쉽게 풀어갈 수 있는 외교 시스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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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수제 콘텐츠가 부족하다
장수로 플레이하는 삼국지 13은 어떨까? 이번 작품에서 핵심은 인연 시스템이다. 연회나 증여로 호감도를 일정 수준까지 높인 다음에 어떤 사건을 함께 해야 다음 단계인 인연을 맺을 수 있다. 인연에도 발전 단계가 있어서 의형제가 되기도 하고 부부가 되기도 한다. 인연을 맺으면 내정 임무에서 도움을 받거나 전법 발동 시간이 늘어나기도 하고 일기토와 설전에서 보너스를 받거나 동맹을 쉽게 성사시킬 수도 있다. 인연 시스템을 게임 전반에 촘촘히 연결해두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다.
하지만 그 이상의 콘텐츠가 없다는 게 문제다. 랜덤으로 발생하는 의뢰 이벤트는 종류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해결 방법도 단순하고 지역의 특성을 제대로 살리지도 못했다. 결혼을 해도 그 뒤에 이어지는 부부 전용 이벤트나 출산과 육아 시스템이 없어서 의형제와 다를 게 없다. 재야 무장으로 즐길 수 있는 이벤트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그러니 삼국지 세계관 속 개인으로 다양한 삶을 즐기기보다는 천하 통일이라는 한 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일원으로 살아가게 된다. 그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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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밀도가 쌓인 상태에서 어떤 사건을 함께 겪으면 인연이 성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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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전반에 걸쳐 다양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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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 이렇게 되었으니 장수로 통일 한 번 거들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제갈량으로 재야에서 시작해 천하삼분지계를 이루는 꿈을 꿀 수 있다. 그러나 군주의 답답한 A.I.가 발목을 아주 세게 잡는다. 있는 병력을 영혼까지 끌어모아 한번에 몰아쳐도 상대가 안 될 상황에서 자꾸 한 부대 단위로 공격을 들어가질 않나, 동맹 맺을 타이밍에 협정 깨서 6개월 동안 외교권을 박탈당하기도 하고, 이제 막 입촉 성공해서 내정 다져야 할 타이밍에 조조에게 시비를 걸어대니, 반란 일으키고 싶은 충동이 한 시간에 몇 번이나 든다.
그나마 군주군사중신이 되면 외교권을 비롯해 다양한 권한을 발휘해서 모자란 군주가 폭주하는 걸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지만, 사람 보는 눈은 있는지 지력이 조금이라도 높은 장수가 나타나면 바로 군사중신에서 해고 당한다. 아주 열심히 일해서 도독의 자리에 오르면 외교권도 없어서 몇 시간 공들여서 세운 나라가 군주의 삽질로 시원하게 망하는 걸 두 눈으로 지켜봐야 한다. 특권을 발동해 외교 제안을 할 수 있긴 하지만, 이 특권을 얻을 기회가 극히 적어서 제대로 활용하기 힘들다. 삼국지 A.I.가 엉망인 게 하루이틀의 문제가 아니긴 해도, 어느덧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전략 게임을 만들어왔으니 '코에이는 원래 그랬다'는 말로 감싸주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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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가 부족이 문제. 결혼을 해도 달라지는 게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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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장난 그만 칠 때도 되지 않았나
기대도 안 했던 전략 파트는 의외로 괜찮았다. 일부 단순하고 허술한 면이 있긴 하지만,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전투와 넓게 펼쳐보는 전쟁 모두 플레이어가 판단하고 개입할 부분을 폭넓게 준비해 두고 있다. 에이스 무장 몇몇이 대국을 좌우하지 않고 모든 장수가 각자 맡은 자리에서 함께 움직여 승리를 이끌어내도록 한 점도 마음에 든다. 내정과 외교의 장기적인 관리가 통일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도 훌륭하다.
하지만 오랜만에 돌아온 장수제 삼국지에 걸맞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 점은 무척이나 아쉽다. 뛰어난 A.I.를 만들기 어려웠다면 그걸 상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두었어야 했다. 특권을 조금 얻기 쉽게 만들었다면 도독 플레이가 이렇게까지 아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새로운 이벤트는 고사하고 기존에 있었던 콘텐츠까지 덩어리째 들어내고 출시한 점도 실망스럽다. 왜 이렇게 다 빼버리고 내놓은 걸까? 실수? 역량 부족? 삼국지를 조금 해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그 답을 알고 있다. 그렇다. 이번에도 답은 [파워 업 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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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이든 성배가 되어버린 도독 자리. 쿨하게 거절해야 정신 건강을 지킬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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