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LIT] 오버쿡드! 2, 돌아온 양파 왕국의 헬스키친 (혹은 푸드트럭)

| 제목 | 오버쿡드! 2 | 출시일 | 2018년 8월 7일 |
| 개발사 | 고스트타운게임즈 | 장르 | 협동 요리 액션 |
| 기종 | PC, PS4, XONE, 스위치 | 등급 | 국내 미발매 |
| 언어 | 자만 한국어화 | 작성자 | PforP |
*본 리뷰는 닌텐도 스위치 판을 기준으로 했습니다.
1980년대-90년대 8bit/16bit 시절엔, TV가 있는 거실에서 친구들과 같이하는 모습이 흔했다. 물론 혼자서 하는 RPG나 어드벤처 게임도 있었지만, 이 시절 가정용 콘솔 게임들은 한 장소에 사람들이 모여 패드를 들고 하는 로컬 멀티플레이 요소를 포함하고 있었다. 일부는 기술적인 한계이기도 했다. 당시엔 전화 모뎀을 통한 통신 플레이는 지금처럼 온라인 멀티플레이를 하기엔 턱없이 느렸고, 비쌌다. 게임 콘솔을 연결할 만한 화면 역시 거실 앞 배불뚝이 TV에 한정되어 있었고 당시 모니터는 게임기와 연결할 방법이 제한되어 있었다. 아직 세가 강했던 아케이드 게임 역시 거치형 콘솔의 로컬 멀티플레이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 시절 로컬 멀티플레이 게임들이 협업보다는 대결을 강조했던 것도 대전을 중시했던 아케이드 게임들의 영향이 크다. 종합하자면 로컬 멀티플레이 게임들이 흥했던 시절은 게이머들은 아직 아날로그적인 만남에 익숙했던 시절이었다.
로컬 멀티플레이는 1990년대 말부터 인터넷과 광랜이 보급되면서 하락세를 타기 시작했다. 물론 개념 자체는 죽지 않고 살아남았지만 더는 게임 제작사들은 로컬 멀티플레이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당연한 요소로 자리 잡았거나 필수적으로 포함해야 할 소구력을 상실했다고 하는 게 정확할 것이다. 대신 MMORPG를 비롯한 온라인 매칭을 이용한 멀티플레이가 주목받기 시작했고, 이제 대형 게임사는 무한한 네트의 세계에서 만나길 권하지, 거실에서 만나길 권하지 않는다. 그나마 애드훅 네트워크 개념이 휴대 게임기에 도입되면서, 로컬 멀티플레이는 휴대 게임기를 통해 새롭게 재구성되어 안착했다. 포켓몬을 교환하는 트레이너나 퀘이커들의 랜 파티는 삼삼오오 거실에 앉아 패드를 잡고 즐기던 그 시절의 풍경이 어떻게 시대에 적응해갔는지 보여주고 있는 사례일 것이다.
로컬 멀티플레이가 다시 AAA급 게임에서 주력이 되는 날은 오지 않을 것이다. 약속 잡기보단 친구들을 인터넷에서 만나는 게 편하니깐. 대신 2000년대 중후반부터, 게임계는 새로운 멀티플레이 형식을 만들어냈다. 바로 협동 멀티플레이다. 알고리즘이나 인공지능이 발전하면서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다수의 플레이어가 서로 돕는 양태의 디자인을 훨씬 쉽게 구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레프트 4 데드 시리즈의 히트는 협동 멀티플레이의 가능성을 보여줬고, 곧 게임계에 하나의 기준이 되었다. 밀리터리 FPS 게임에 있는 무수한 좀비 모드라던가 저니, 소울 시리즈의 흔적 시스템은 협동 멀티플레이의 발전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보여주고 있다. 한편 급성장하기 시작한 인디 게임에선 신종 멀티플레이 장르가 탄생했다. 주류에서 밀려난 오래된 게임 장르들을 재활용하면서, 로컬 멀티플레이의 향수를 현대 기술에 맞게 재구성한 게임들을 일컫는 카우치 코옵 말이다. 물리 엔진 특유의 미묘함을 유머로 활용하면서 기상천외한 대전격투 게임을 만든 갱비스트, 아케이드형 던전 크롤과 주도권 다툼을 혁신적으로 결합한 크롤이 대표적일 것이다. 카우치 코옵은 그 점에서 인디 게임 특유의 틈새를 돌파하려는 저력을 보여주는 장르라고도 할 수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에 기반으로 2인 제작팀 고스트 타운 게임즈가 제작한 오버쿡드 시리즈 역시 카우치 코옵에 속하는 게임이다. 다만 오버쿡드는 크롤이나 갱비스트랑 달리, 경쟁보다는 현대적인 협동 멀티플레이를 카우치 코옵과 결합해 게임의 특색으로 내세우고 있다. 후술하겠지만 1편은 정말로 로컬 코옵만 지원해서 단점으로 지적받았을 정도다. 그렇다면 대체 오버쿡드는 어떤 게임인가? 패키지 사진에 있는 인물들의 복장을 보면 알겠지만 오버쿡드는 요리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요리사로서 양파 왕의 명을 받아 다양한 스테이지에서 요리를 해야 한다. 요리하는 방식은 간단하다. 재료를 꺼내 조리한 뒤, 대기열에서 손님이 주문한 요리에 맞춰 접시에다 담아내면 된다. 이외 대기열의 시간 제한 게이지 감소가 변칙적이라던가 난도가 올라갈수록 조리법이 복잡해지는 요소들이 있긴 하다. 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오버쿡드는 붕어빵 타이쿤을 위시한 피처폰 시절부터 꾸준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캐주얼 시뮬레이션 게임들하고 크게 다르지 않다. 빠른 손놀림으로 재료를 다지고 조리해 조합하는 과정이 중요한 게임인 셈이다. 다만 시뮬레이션 게임에 있을 법한 투자나 설계 개념이 없는 대신 재료 조합을 맞추거나, 스테이지의 조작 버튼을 눌러 방향을 전환하는 등 퍼즐 게임적 요소가 강한 편이긴 하다.
여기까지 보면 오버쿡드 시리즈는 퍼즐 요소가 포함된 평범한 시뮬레이션 게임처럼 보일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잡아보면 상당히 짓궂은 유머와 긴장감으로 얌전한 디자인을 훼방 놓고 있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오버쿡드 시리즈는 갱비스트가 그랬듯이, 멀쩡한 게임 디자인을 의도적으로 훼방 놓거나 뒤죽박죽 흔드는 연출과 요소들로 플레이어를 '웃기는' 게임이다. 가벼운 유머로 묘사되는 양파 왕국부터 시작해, 오버쿡드 시리즈는 스테이지의 동선을 최대한 불편하고 부조리하게 설계하고 있다. 오버쿡드의 스테이지는 탑 뷰 형식을 기본으로 인물과 상호작용 지점은 오밀조밀한 데 비해, 공간 자체는 상당히 넓게 설계되어 있다. 여기다 플레이어를 방해하는 장애물이나 개별 스테이지의 특징도 많은 편이다. 주방과 음식 배식구가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로 놓여있는 건 애교일 정도며, 레벨을 진행할수록 온갖 상황이 요리를 방해한다. 길 중간에 난 구멍, 화재, 지진으로 생겼다가 사라지는 고저 차, 끊임없이 움직이는 뗏목과 열기구, 버튼을 눌러야 방향이 바뀌는 컨베이어 벨트, 특정 순간에만 작동하는 워프 게이트와 계단 등 오버쿡드는 온갖 비현실적이고 기상천외한 상황들을 활용해 부조리하고 불편한 동선을 더욱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반대로 조작이 간편한 데다 방향 판정은 빡빡한 편이기에 플레이어는 세심하게 제어해야 필요가 있다. 상호작용을 하려면 1칸에 맞춰야 하는데, 조작은 1칸 이상을 움직이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조작은 대시다. 일단 대시는 1분 1초가 아까운 순간 때문에 던지기는 스테이지 클리어하려면 필수적으로 익혀야 한다. 게임이 배치한 함정과 방해물을 얼마나 잘 피하며 대시로 빨리 움직일 수 있느냐에 따라 게임의 숙련도가 결정된다고도 할 수 있다. 2편에서 추가된 던지기는 대시보다도 훨씬 중요한데, 조리된 재료가 아니면 던질 수 있다는 법칙 때문에 2편을 하다 보면 재료를 막 던져서 최대한 조리 기구 근처로 옮겨 두게 될 것이다. 심지어 가공되지 않은 재료를 도마나 오븐 위 조리도구에다 던지면 자동으로 조리되기 때문에, 2편에서 실력을 올리고 싶다면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물론 막 던져 댄 재료로 요리해 손님들에게 내도 되나 자괴감이 들어 고심 끝에 양파 왕국을 해체할지도 모른다.
때문에 오버쿡드는 싱글 플레이로는 게임의 재미를 온전히 느낄 수 없다. 1편부터 솔로 플레이를 지원하긴 했지만, 솔로로 플레이하면 두 캐릭터를 일일이 변환해 조작해야 한다. 당연하겠지만 동시다발적인 작업을 해야 하는 게임의 구조 특성상 두 캐릭터를 조작해서 플레이하려면 상당한 순발력과 조작 실력이 필요하다. 당연하겠지만 진행 속도도 배로 느려지고, 체감 난도도 올라간다. 문제는 이 늘어짐이 코옵용 스테이지를 1인이 억지로 풀어가면서 생기는 설계상의 오작동에 가깝다는 점이다. 솔로 플레이 특화 스테이지를 지원하지 않는데다 몇몇 스테이지는 캐릭터별로 공간과 동선이 완전히 분리되어 있는지라 이 오작동은 더욱 두드러진다. 제작진도 나름 고심했는지 1인 플레이 할 때 클리어 점수 기준치를 낮게 잡아 뒀지만, 그래도 복잡한 동선과 무수한 조리 과정을 거쳐야 하는 건 변함없으므로 특유의 유머를 느끼기도 전에 피로를 느낄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2인 이상 카우치 코옵으로 하면 상술한 불편함은 줄어든다. 일단 신경 써야 할 동선이 하나로 줄어들고, 스코어링도 줄어든다. 동시에 움직이는 친구랑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조리 과정을 상대적으로 쾌적하게 처리할 수 있다. 스코어 상한선은 올라가지만, 체감 난이도가 줄기 때문에, 게임이 제공하는 혼란스러움을 유쾌하게 받아들일 여유가 생긴다고 할 수 있다. 움직이던 친구에게 밀쳐 조리 과정이 방해받는다던가, 재료를 썰다가 다른 일로 허겁지겁 달려가다가 함정에 빠진다던가, 아예 요리는 제쳐두고 재료 던지기 싸움까지 오버쿡드는 유쾌한 난장판으로 플레이어를 유도하는 게임이다. 2편에서 온라인 멀티플레이를 지원함에도 같은 공간에 사람이 모여서 하는 게 가장 이상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무작위로 모인 인터넷 멀티플레이가 그렇듯이 채팅 기능을 쓰지 않는 이상 서로 대화 나누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오버쿡드는 다른 기종보다도 닌텐도 스위치에 강세를 보이는 게임이다. 카우치 코옵이라는 장르가 스위치라는 기기의 특성과 상성이 좋고, 스위치 두 대 혹은 조이컨 네 개만 있으면 언제든지 플레이할 수 있다는 점도 한 몫 한다. (다만 스위치랑 상성이 안 좋은 유니티 엔진로 제작된 게임이기에 스위치 최적화는 그저 그런 편이다.)
여기까지가 오버쿡드 시리즈를 이루는 핵심적인 요소에 대한 분석이었다. 이런 식으로 포괄적으로 분석을 한 까닭은, 리뷰 타이틀인 오버쿡드 2 자체는 후속작보다는 확장판에 가까운 게임이기 때문이다. 물론 스테이지가 일신되었고 새로운 요리법과 던지기 조작이 추가되긴 했다. 특히 스테이지 디자인 같은 경우 전작보다 명확한 테마로 구성되었다. 한편 UI도 전작에 비해 좀 더 깔끔하게 변했다. 그럼에도 던지기를 제외하면 큰 뼈대는 바뀌지 않았기에 이런 변화들은 진화보다는 보강에 가깝다. 던지기 조작과 많은 요구가 있었던 인터넷을 활용한 온라인 멀티플레이가 추가되었다는 점 정도가 큰 변화라 할 수 있다.
사실, 이 온라인 멀티플레이는 전작에서 패치로 추가되었어야 했으나 영세한 제작 환경 때문에 추가되지 못하고 2년 후에야 추가된 것에 가깝다. 온라인 멀티플레이 자체는 본편의 규칙이 그대로 적용된 아케이드랑 팀 대결로 나뉘어 있으며, 스팀이나 스위치 로컬 통신 기능을 이용해 스토리 모드를 같이 플레이할 수도 있다. 팀 대결 같은 경우 2:2로 이뤄지며, 팀별로 공간이 분리된 채로 진행된다. 방식은 아케이드랑 동일하지만, 마지막에 팀별 최종 스코어로 승패가 결정된다. 어떤 지점에서는 동료의 협업이 아케이드 모드보다도 중요한 모드라 할 수 있다. 다만 온라인 멀티플레이는 기술력이 부족했는지 조작 반응에 짧지 않은 지연이 있어서 개선이 필요하다. 스테이지 분량 자체는 충분한 편이나 전작이 DLC로 스테이지를 추가해줬던 걸 생각해보면 이번 2편에서도 스테이지 DLC를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 제작진도 염두에 뒀는지 10월에 별 4등급 점수 도전이 가능한 어려움 난이도 뉴 게임+ 모드가 추가될 예정이다.
어떤 지점에서 오버쿡드는 장르는 달랐지만 올봄에 나왔던 어 웨이 아웃과 유사한 게임이다. 협동에 기반해 왁자지껄한 카우치 코옵의 즐거움을 안겨주는 게임이라는 점에서 말이다. 다만 일단은 시네마틱 어드벤처 게임풍 스펙터클 속에서 의도되지 않은 혼돈이 파생되었던 어 웨이 아웃과 달리, 오버쿡드는 장르부터 시작해 스테이지 디자인, 조작, 동선까지 가벼운 모양새랑 달리 혼돈을 설계하고 통제하는 게임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버쿡드 1이 평단의 주목을 받고 시상식에서 수상했던 이유도 혼돈을 설계하는 노련함과 로컬 멀티플레이의 향수를 동시대적인 감각으로 깔끔하게 버무려낸 손길에 있다. 가벼운 소품을 의도한 캐주얼 게임이지만 카우치 코옵이라는 영역에서 분명한 개성을 띄고 재미를 안겨준다는 점에서 오버쿡드 시리즈는 성공적이다. 부담 없이 다 함께 둘러 앉아 할 만한 게임을 찾는 분들에게 추천한다.
P.S. 양파 왕국엔 식품의약품안전처 개념이 없는 건 확실하다. 만약 있었다면, 양파 왕과 케빈, 휘하의 요리사들은 역성혁명을 당했을 것이다.
편집: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