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LTI] 진・삼국무쌍 8 엠파이어스, 대체 3년 10개월간 뭘 했나

| 제목 | 진・삼국무쌍 8 엠파이어스 | 출시일 | 2021년 12월 23일 |
| 개발사 | 코에이 테크모 | 장르 | 무쌍 액션 |
| 기종 | PC, PS4, PS5, XONE, XSX/S, NS | 등급 | 15세 이용가 |
| 언어 | 자막 한국어화 | 작성자 | Graz'zy |
최근 유저 커뮤니티서 ‘크루세이더 블레이드’라는 MOD가 적잖이 화제다. 중세 배경의 대전략 게임 ‘크루세이더 킹즈’서 전투 발생 시, 마찬가지로 중세를 배경으로 한 RPG ‘마운트 앤 블레이드’로 자동 전환되어 부대를 진두지휘할 수 있다고 한다. 과연 제대로 돌아갈까 싶지만 어쨌든 사람들이 이러한 발상에 열광하는 까닭은 명확하다. 각자 분야에서 완성도를 인정 받은 여러 게임의 결합, 그로 인한 궁극적 엔터테인먼트의 완성을 꿈꾸기 때문이다. 이와 비슷한 조합을 찾긴 그리 어렵지 않다. ‘풋볼 매니저’를 즐기다 경기만 ‘피파’로 붙는다면? ‘시드 마이어의 문명’에서 역사적 전쟁을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로 치른다면? 상상만 해도 흥미롭지 않은가.
아마도 2004년 즈음 코에이도 비슷한 생각을 했던 모양이다. 당시 코에이는 ‘진・삼국무쌍 3’와 ‘삼국지 9’로 액션과 시뮬레이션 양쪽에서 최고의 주가를 올리는 중이었다. 두 시리즈의 장점을 합친다는 과감한 발상을 실현시킬 여유와 저력이 충분했다. 그렇게 ‘무쌍’에 ‘삼국지’ 대전략 요소를 접목한 외전 ‘엠파이어스’가 3편서 첫 선을 보였고 어느덧 10년 가까이 사랑받는 콘텐츠가 됐다. 그간 달라진 점이 있다면 코에이의 개발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 무리하게 오픈월드 유행을 좇은 ‘진・삼국무쌍 8’은 사상 최악의 평가를 받았고 ‘삼국지’는 13편 이후 겨우 숨만 붙어있다. 두 시리즈의 결합체인 ‘엠파이어스’가 잘 나오려야 내올 수가 없는 실정이다.

오픈월드 유행에 편승했으나 기대 이하의 완성도로 혹평을 받은 '진・삼국무쌍 8'.
그로부터 3년 10개월만의 외전 '진・삼국무쌍 8 엠파이어스'. 과연 본편을 만회할 수 있을까?
엠파이어스, 무쌍에 대전략 요소가 살짝
자, 그러면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진・삼국무쌍 3’부터 시작된 외전 ‘엠파이어스’는 정해진 시나리오에 따라 장수를 조작할 뿐인 닫힌 구성을 벗어나, 보다 넓은 시야에서 세력을 운영하고 확장을 꾀하는 열린 구성으로 나아갔다. 군주로서 인재를 등용하고 내정과 용병에 힘써 천하통일을 노리는 전체적인 맥락은 동사의 ‘삼국지’를 연상케 한다. 뿐만 아니라 다른 이의 신하로 복무하거나 재야 장수가 되어 유유자적한 삶을 살수도 있으니, 이 역시 ‘삼국지’ 가운데 장수제 시리즈의 영향을 받은 부분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게임의 기반은 ‘무쌍’이므로 내정 요소라 봐야 ‘삼국지’보다 훨씬 간소하고, 대신 그만큼 전투에서의 호쾌함으로 벌충하는 식이다.
이는 지난해 말 국내 정식 발매된 최신작 ‘진・삼국무쌍 8 엠파이어스’도 대동소이하다. ‘엠파이어스’만 벌써 여섯 편째이니 어느정도 틀이 존재하는 게 당연하다. 문제는 기반이 되는 ‘진・삼국무쌍 8’이 시리즈 최악이란 소리까지 듣는 졸작이란 것(자세한 평가는 앞서 발행한 리뷰로 갈음한다). 다만 ‘진・삼국무쌍 8’도 나름대로 명암이 갈리는 측면이 있어 ‘엠파이어스’가 이를 어떻게 취사 선택하느냐가 중요하기도 했다. 여기서 명암이라 함은, 중국 전토를 오픈월드로 구현했으나 조악하고 반복적임, 시리즈 최다 무장이 참전했으나 무기와 동작이 중복됨, 스토리 모드 연출은 훌륭하지만 내용이 망했음, 그래픽 품질을 개선했으나 최적화는 손 놓음 등이다.
![07.mp4_snapshot_05.46_[2022.01.06_03.16.38].jpg](https://i1.ruliweb.com/img/22/01/06/17e2b75a2994c329e.jpg)
‘엠파이어스’는 마치 코에이 '삼국지' 시리즈처럼 세력을 운영하는 대전략 요소가 특징.
![02.mp4_snapshot_08.20_[2022.01.06_03.45.06].jpg](https://i2.ruliweb.com/img/22/01/06/17e2b907d974c329e.jpg)
신무장 제작을 지원하여, 한고조 유방이 관뚜껑 박차고 일어났다는 컨셉도 가능하다.
전투, 내정처럼 굵직한 부분은 뒤에서 더 자세히 소개하겠지만 ‘진・삼국무쌍 8 엠파이어스’가 이 취사선택을 꽤 잘하긴 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오픈월드는 산책이나 가끔 하는 정도로, 사실상 퇴출 수순을 밞았다. 중복 무기와 동작은 이제와 수습하기 어려운 부분이나 참전 장수가 많은 점이 본편보다 더 빛을 발한다. 원전을 훼손할 지경인 스토리도 프리 시나리오나 다름없는 ‘엠파이어스’ 특성상 거슬리지 않는다. 최적화는 뭐… 애초에 기대도 안 했다. 해상도를 중시하는 시네마틱 모드와 프레임레이트를 우선하는 액션 모드를 지원하나 어느 쪽 결과물도 썩 인상적이진 않다. 특히 스위치 버전은 PS VITA 시절을 연상케 하는 배째라 이식이다.
그리고 명과 암을 넘어 ‘진・삼국무쌍 8’이 확실히 잘했다 싶은 점도 없진 않다. 적장 상태에 따라 다른 액션이 발동하는 스테이트 콤보 시스템은 전투의 단조로움을 크게 덜어냈다. 비록 장수별 고유 무기와 동작이 삭제된 걸 면피할 정돈 못되지만 전투 자체는 한층 더 발전했다고 봐야한다. 이는 속성 효과가 달라지는 수준의 조정만 거쳐 ‘진・삼국무쌍 8 엠파이어스’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딱히 의도한 바는 아니겠으나 본편서 오픈월드의 일환으로 성마다 구조를 달리한 것이 이번에 공성전을 좀 더 풍성하게 만들어주기도 했다. 끝으로 동백이 ‘진・삼국무쌍 8’로 데뷔했음을 잊어선 안되겠다. 즉 ‘엠파이어스’를 통해 동백과 혼례를 올리는 게 가능하다!
![05.mp4_snapshot_28.19_[2022.01.06_02.52.57].jpg](https://i2.ruliweb.com/img/22/01/06/17e2ba2db1e4c329e.jpg)
본편의 패착이었던 오픈월드는 산책이란 콘텐츠로 남았으나 사실상 퇴출 수순이다.
![11.mp4_snapshot_26.23_[2022.01.06_03.38.02].jpg](https://i1.ruliweb.com/img/22/01/06/17e2ba3495f4c329e.jpg)
필자는혹자는 동백과 혼례를 올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 풀프라이스 가치를 하는 게임이라고…
빈약한 내정, 갈수록 반복적인 땅 따먹기
상술했듯 ‘엠파이어스’는 ‘진・삼국무쌍’과 ‘삼국지’를 결합한다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코에이는 ‘진・삼국무쌍’의 성공 전까지 시뮬레이션 장르 전문 개발사에 가까웠으니 꽤 그럴싸한 발상이었다. 다만 마냥 가벼운 결정은 아니었을 게, 서로 완전히 다른 두 작품을 결합하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가령 ‘진・삼국무쌍’ 팬덤이 어느 선까지 내정, 용병 요소를 원할지 어떻게 가늠하겠는가? 이것이 서문에서 언급한 ‘궁극의 게임’이 나오기 힘든 이유다. 게이머라고 모든 장르를 섭렵하는 건 아니니까. 결국 한 쪽에 무게추를 달긴 달아야 하는데, 게임 제목이 ‘삼국지 더 무쌍’이 아닌 ‘진・삼국무쌍 엠파이어스’인 시점에서 정답은 자명했던 셈이다.
그렇게 ‘엠파이어스’는 늘상 내정과 전투가 2~3:7~8 정도의 비중을 유지해왔다. ‘삼국지’나 ‘토탈 워’와 비교하여 ‘엠파이어스’의 내정 요소가 빈약하다는 이들은 늘 있어왔고, 그에 맞서 ‘엠파이어스’가 ‘진・삼국무쌍’ 본편에 비해 쓸데없이 복잡하다는 이들도 늘 있어왔다. 말인즉슨 내정과 전투의 황금 비율이란 애초에 존재치 않고 게이머마다 원하는 바가 다르다. 필자의 경우 모처럼 ‘엠파이어스’이니 내정도 좀 챙겨줬으면 하는 입장으로, 나아가 ‘삼국지’는 장수제를 선호하고 신무장으로 롤플레잉하길 즐긴다. 이런 취향을 전제로 평하자면 ‘진・삼국무쌍 8’의 내정 요소는 정말이지 꽝이다. 그야말로 구색 맞추기에 불과한 수준이라 파고들 여지가 없다.

아무리 근본은 '무쌍'이라지만 이렇게까지 빈약해서야 무엇을 위한 내정인가.
![09.mp4_snapshot_00.01_[2022.01.06_03.07.30].jpg](https://i3.ruliweb.com/img/22/01/06/17e2b76c8784c329e.jpg)
외교나 계략도 지나치게 단순하다. 과거 '엠파이어스'에 있던 요소도 적잖이 사라졌다.
내정이라 봐야 전투에 필요한 군량과 자금을 끌어오는 수단으로 도시의 개발하거나 기술을 발전시키거나 하진 않는다. 교역이나 약탈도 있지만 그에 따른 수행자의 명성 변화, 즉 육성에 영향을 끼칠 뿐이다. 외교는 동맹, 포섭, 전향공작, 이간계, 뇌물, 농락, 구호탄랑이 가능하나 가짓수만 많아 보이지 엄밀히 따지면 불가침 조약 맺기랑 적 장수 빼앗기 두 가지다. 군사 부문은 모병, 징병, 훈련인데 훈련은 그냥 수행자의 경험치 쌓기다. 정작 군대의 훈련도나 사기 관리는 따로 필요치 않다. 관직은 군사, 대장군, 장군 정도이며 세력을 운영하는데 별다른 의미는 없다. 사정이 이러니 장수 능력치에 따라 내정 효율이 달라지는 건 기대조차 하기 어렵다.
필자도 안다. 자꾸 ‘엠파이어스’에 내정 요소를 바라지 말고 ‘삼국지’하러 가면 된다는 거(요샌 ‘삼국지’도 좀…). 하지만 필자의 바람이 너무 지나치다기엔 기존 ‘엠파이어스’ 시리즈에 크든 작든 모두 존재하던 것들이다. 당장 ‘진・삼국무쌍 7 엠파이어스’만 봐도 건설 요소를 갖췄고 성마다 원하는 태수를 임명할 수도 있었다. 내정과 외교도 늘상 반쪽짜리였지만 이정도로 빈약하진 않았다. 이제는 내정이랄 게 없다시피 해서 그냥 군량 확보 → 전투 → 모병 → 전투의 무한 반복일 뿐이다. 별다른 첩보 없이도 적의 공격 계획을 미리 다 알 수 있어서, 평소에 성마다 장수 하나씩만 뒀다가 한 달 전에만 이동시켜도 쉬이 막는다. 즉 세력 운영의 긴장감이 없다.
![11.mp4_snapshot_30.15_[2022.01.06_03.22.35].jpg](https://i2.ruliweb.com/img/22/01/06/17e2b7c183f4c329e.jpg)
천하통일은 그저 과정에 불과하고 비책과 보옥판 파밍이 진짜 목적이 되는 모양새.
![10.mp4_snapshot_29.15_[2022.01.06_03.48.57].jpg](https://i3.ruliweb.com/img/22/01/06/17e2ba1ae424c329e.jpg)
결국 '엠파이어스'도 준비 과정이나 좀 다를 뿐, 전투 일변도를 벗어나지 못한다.
정작 오픈월드를 써먹어야 할 때 버렸다
할 일이 없어 괴로운 건 군주로서의 플레이만이 아니다. 재야와 신하일 때가 몇 배는 더 심각하다. 일단 ‘진・삼국무쌍 8 엠파이어스’에서 재야라는 상태는 아무런 의의나 가치가 없다. 재야는 그저 방랑군을 결성하기 위한 전 단계이고, 방랑군은 도시를 점령하여 세력화하기 위한 전 단계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그 외에 재야 장수와 방랑군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하루하루 주변에 사는 장수들 찾아가 농이나 나누고 친분이나 쌓는 한량이다. 도대체 밥이며 술이며 어디서 빌어먹는지 모르겠다. 싸움도 잘하겠다 마을 사람들을 위해 위수를 퇴치하거나 도적단을 몰아내거나 하는 재미 요소는 일절 존재치 않는다. 진짜 그냥 백수다.
웃긴 건 정작 ‘진・삼국무쌍 8‘은 오픈월드 장르로 선회하며 이러한 RPG 요소를 나름대로 챙겼다는 것이다. 비록 낚시나 채집 같은 기본적인 수준이었지만 그래도 있긴 있었다. 그런데 막상 본편보다 RPG 요소를 챙겨야 할 외전 ‘엠파이어스’에선 싹 제거해버렸다. 오픈월드 자체는 산책이란 콘텐츠로 남겨뒀지만 그걸 해야 할 최소한의 동기도 부여하지 않는다. 장수 방문은 전용 UI로 간편히 이루어지니 굳이 긴 로딩을 참으며(이 역시 심각하다) 오픈월드로 나갈 이유가 없다. 극초반에 도적 두당 1원씩 뜯는 앵벌이 뛰는 정도? 이럴 거면 용량이나 아끼게 그냥 삭제해주면 안될까. 본편의 똥을 좀 치루랬더니 정말로 오픈월드를 똥으로 취급하는 처사다.
![15.mp4_snapshot_13.02_[2022.01.06_03.32.15].jpg](https://i1.ruliweb.com/img/22/01/06/17e2b83f5744c329e.jpg)
산책은 간소화된 UI가 훨씬 편리하다. 오픈월드는 진짜 용량만 차지하는 흉물이다.
![10.mp4_snapshot_06.26_[2022.01.06_03.12.59].jpg](https://i2.ruliweb.com/img/22/01/06/17e2b83f4224c329e.jpg)
그나마 연애할 때 명승지를 관광하는 용도가 아주 아주 아주 미비하게 존재한다.
방랑군은 거대 세력의 분쟁에 개입하며 용병단 노릇을 하는 컨셉 플레이가 아예 불가능하다. 현재로선 그냥 장수를 몇 명 못 받는 반쪽짜리 세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따라서 장수 머릿수가 다 차고 모병이 끝난 시점에서 방랑군으로 보내는 개월이 모두 시간낭비다. 최대한 빨리 원하는 성에서 거병하도록 하자. 시스템 상 하나의 전투에 동원되는 병력은 많아야 2만 명이라 방랑군이라고 밀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거병에 성공하면 거기서부턴 또다시 군주 플레이가 시작되고. 이렇게 재야와 방랑군은 그저 거쳐가는 상태일 뿐 그 자체로 재미를 준다는 고려는 전혀 느낄 수 없다. 이 역시 ‘진・삼국무쌍 7 엠파이어스’에 존재하던 요소인데 말이다.
만약 가신으로 임관했다면 또다른 고통이 시작된다. 게임이 전반적으로 AI 상태가 별로인지라 군주가 끊임없이 삽질을 벌인다. 앞뒤로 다 적대 세력인데 대책 없이 전쟁을 벌이고 잔고가 텅 비었는데 쓸모없는 클론 무장을 대거 등용한다. 보통, 어려움 난이도까진 어찌어찌 대신 앞가림을 해주기도 하지만 직접 군주 노릇을 해도 힘든 수라 난이도에서 가신 플레이는 지옥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동사의 ‘삼국지’도 AI가 매번 욕을 먹지만 ‘엠파이어스’는 차라리 그거라도 가져왔음 좋겠는 지경이다. 왜 같은 개발사인데 AI가 이렇게까지 다른 걸까. 냉철무비하기로 유명한 조조나 덕이 많고 인의를 중시하는 유비나 하는 짓이 똑같으니 몰입감을 헤친다.
![13.mp4_snapshot_28.45_[2022.01.06_03.34.25].jpg](https://i1.ruliweb.com/img/22/01/06/17e2b85a07f4c329e.jpg)
역사무장을 선호하면 주로 가신으로 플레이할 텐데, 정신 건강에 상당히 해롭다.
![15.mp4_snapshot_20.09_[2022.01.06_03.31.08].jpg](https://i3.ruliweb.com/img/22/01/06/17e2b85a1844c329e.jpg)
재야나 방랑군은 그저 세력화를 위해 거쳐가는 상태일 뿐 그 자체로는 의미가 없다.
땅 따먹기답게, 공성/수성전 중심의 전투
여기까지 쓴 소리도 많이 했지만 역시 ‘진・삼국무쌍’은 ‘진・삼국무쌍’. 전투의 재미만큼은 인정할 만하다. 특히 본작은 천하통일을 목표로 땅 따먹기를 벌인다는 ‘엠파이어스’ 컨셉에 맞춰 전투의 근간을 공성/수성전으로 일신했다. 이는 ‘진・삼국무쌍 7 엠파이어스’서 거점간 보급선을 중심으로 돌아가던 전투를 탈피하여 보다 속도감 넘치고 목표지향적인 전장을 만들어냈다. 공성측이라면 충차와 정란이 생산되는 거점을 점령하고 적의 성문이 열린 후에야 사령관을 도모할 수 있으며, 역으로 수성측이라면 어떻게든 공성 병기를 막는 게 선결 과제로 주어진다. 이외에도 어떤 거점은 발석차를 동원하여 누각 거점을 비롯한 모든 적 영역을 주기적으로 공격한다.
또한 모든 공성/수성은 작전 비책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사전에 아예 작전 비책을 설정하지 않은 경우를 제외하면 공성/수성은 세 단계로 진행된다. 아군 작전비책 → 적군 작전비책 → 적 총대장 작전비책. 이때 같은 작전비책이라도 공성/수성에 따라, 아군이 쓰냐 적군이 쓰냐에 따라 조건이나 효과가 달라진다. 당연히 아군 작전비책은 성공하도록 조력해야 하고 적군 작전비책은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 가령 아군이 비책을 쓸 때는 제한시간 동안 작전병장이 죽지 않도록 지키고, 적군이 비책을 쓰면 어떻게든 작전병장을 찾아내 처리하는 식이다. AI가 알아서 비책을 성공 혹은 저지하는 경우는 없다고 봐도 좋으니 플레이어가 반드시 챙겨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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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성/수성 중심으로 전투가 개편되면서 플레이어가 할 일이 부쩍 많아졌다.
![17.mp4_snapshot_53.48_[2022.01.06_04.04.02].jpg](https://i1.ruliweb.com/img/22/01/06/17e2ba16f004c329e.jpg)
아군 작전비책은 성공시키고 적군 작전비책은 저지하는 것이 전투의 기본이다.
그렇다면 아군이든 적군이든 비책을 완전히 무시하고 플레이하면 어떻게 될까? 주인공의 파밍이 완료됐고 병력차가 압도적이라면 그래도 무방하나 보통은 무척 힘겨운 싸움을 벌이게 될 것이다. ‘진・삼국무쌍 8 엠파이어스’에선 전황에 따른 보정이 매우 강력하기 때문에 화면 우측 상단에 병력차 UI를 계속 주시해야 한다. 제아무리 날고 기는 장수라도 전황이 극도로 나쁘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만큼 적은 강해지고 아군은 약화되어 칼질 한 방에도 피가 쭉 빠지고 경직이 마구 걸린다. 역으로 적장의 방어 게이지는 도저히 뚫을 수 없어 전투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즉 전황에 큰 영향을 끼치는 비책은 반드시 성공, 저지하는 게 권장된다.
이는 단순히 끊임없이 적을 베고 또 베면 그만이던 기존의 ‘무쌍’ 승리 공식을 보다 다채롭게 만들어준다. 또한 개전과 함께 작전비책이 딱딱 맞물려 발동하므로(아군 비책이라고 원하는 시점에 쓸 순 없다) 전투에 속도감이 붙는다. 시작부터 아군 작전비책 성공시키랴 적군 작전비책 저지하랴 뛰어다니다 어느새 성문이 열리고 총대장까지 쓰러트리면 전투 종료. 다만 여기서 전투의 다양성이란 결국 작전비책의 가짓수를 의미하는데, 이것도 결국 천하통일을 추진하다 보면 갈수록 이 작전비책이 그 작전비책이라 질리는 건 어쩔 수 없다. 전황에 따라 보정이 강력히 적용되는 점은 현실적이지만 과연 ‘무쌍’에 정체성과 어울리는지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07.mp4_snapshot_23.06_[2022.01.06_03.51.46].jpg](https://i1.ruliweb.com/img/22/01/06/17e2ba126724c329e.jpg)
작전비책 성패 여부가 전황에 직결되므로 무시하고 싸우봤자 힘겨울 뿐이다.
![07.mp4_snapshot_54.41_[2022.01.06_03.07.07].jpg](https://i2.ruliweb.com/img/22/01/06/17e2ba1279d4c329e.jpg)
전황에 따른 보정은 현실적이지만, 무진 애써도 병력차를 극복하기 힘든 편이다.
이제 코에이 프라이스 좀 그만 매겼으면
결국 ‘진・삼국무쌍 8 엠파이어스’는 본편의 똥을 대충 수습하긴 했으나 개선하지는 못한, 기존 ‘엠파이어스’ 시리즈와 비교해도 뚜렷한 발전 없이 일부 콘텐츠만 잘려나간 미묘한 작품이다. 공성전은 꽤 재미있지만 단순 반복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고, 내정의 깊이나 장수 개인으로서 자유도는 실망스러울 따름이다. 주로 신무장으로 ‘엠파이어스’를 즐기는 입장에선 커스터마이징도 장족의 후퇴인데, 얼굴만 잘생겨/예뻐졌지 의상이나 체형 등 세부 조정은 거의 불가능하다. 전작과 달리 기본, EX, 무쌍 동작을 따로 설정할 수도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당당히 내세울 만한 장점은 동백과 혼례를 올릴 수 있다는 것뿐! 개인적으론 그걸로 만족하지만!
코에이는 ‘진・삼국무쌍 8’에 대해 ‘맹장전’도 내지 않았고(즉 사실상 포기했고) ‘엠파이어스’도 그다지 공들인 결과물은 못된다. 본편 출시 후 6개월 내지 1년 만에 나온 외전도 아니고 장장 3년 10개월 만에 출시된 ‘엠파이어스’다. 이정도면 개발사에 따라 본편에 그냥 재미 요소로, 스토리 모드 밀고 즐기는 별도 모드로 넣어줄 법한 분량 및 완성도인데. 코에이는 언제나처럼 본편과 외전 모두 풀프라이스, 그것도 살짝 비싸게 팔아먹었다. 그럼에도 막상 해보면 꽤 재미있긴 하다. 그런 점도 ‘무쌍’이나 ‘엠파이어스’나 닮았다. 발전 여부와 상관없이 취향만 맞으면 재미를 보장하니까. 하지만 그조차 코에이의 안일함과 본작의 조악함을 다 덮어줄 순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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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기본적인 재미는 보장하지만 그뿐. 도대체 3년 10개월이나 걸린 이유가?
![11.mp4_snapshot_40.43_[2022.01.06_04.09.05].jpg](https://i2.ruliweb.com/img/22/01/06/17e2ba5e21c4c329e.jpg)
최소한 가격이라도 저렴했다면 소소한 추가 콘텐츠 정도로 받아들였을 텐데.
작성 및 편집: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