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4] 입문작으로 추천, 새로운 에피소드 '영웅전설 여의 궤적'

| 제목 | 영웅전설 여의 궤적 | 출시일 | 2022년 02월 10일 |
| 개발사 | 니혼 팔콤 | 장르 | RPG |
| 기종 | PS4 | 등급 | 15세 이용가 |
| 언어 | 한국어 지원 | 작성자 | DALs |
‘파이널 판타지 7 리메이크’, ‘용과 같이 7: 빛과 어둠의 행방’, ‘신 사쿠라 대전’ 등의 작품들은 장르적으로 전작이나 원작과 달라졌다는 점에서 공통된 특징을 가집니다. 이러한 변화는 장시간 이어져오며 고착화되어 가는 게임 시스템에 변화를 주어 새로운 재미를 전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이 있습니다.
다만 변화는 어디까지나 익숙하고 안정된 것에서 벗어난 새로운 도전인 만큼 어느 정도의 리스크를 안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 때문에 성공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완성도는 물론, 게임 시리즈에 대한 높은 이해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커맨드 시스템과 액션 시스템의 조합을 보여준 ‘파이널 판타지 7 리메이크’
‘궤적’ 시리즈의 신작인 ‘여의 궤적’은 출시 전 공개된 정보들을 통해 이러한 ‘변화’의 관점에서 주목을 받은 작품입니다. ‘여의 궤적’은 외전격에 해당하는 ‘나유타의 궤적’처럼 장르 자체를 바꾼 것은 아니지만 기존의 ‘궤적’ 시리즈의 AT 배틀 시스템에 액션성을 더하며 변화된 모습을 예고했습니다.
이는 ‘파이널 판타지 7 리메이크’가 리메이크 과정에서 보여준 변화와 유사한데, 이 작품의 경우 액션성에 상당한 비중을 두며 하이브리드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었던 만큼 기존의 시스템을 유지하는데 더 초점을 맞춘 ‘여의 궤적’은 어떻게 다른 시스템을 보여줄지 궁금증을 모았습니다.
거침없이 샤드 전개!
칠요력 1208년, 새로운 무대인 칼바드 공화국. 뒷세계 해결사(스프리건)인 반 아크라이드는 아라미스 고등학교 1학년인 아니에스 클로델의 의뢰를 받게 됩니다. 그녀의 의뢰 내용인 도력기를 찾는 과정에서 그들은 공화국 내에서 세력을 키워가고 있는 마피아 조직 아르마타와 부딪치게 되며 공화국을 향해 다가오는 새로운 어둠을 직면하게 됩니다.

이번 작품의 메인 빌런인 아르마타
‘여의 궤적’은 예고했던 것처럼 기존의 시스템과 상당히 다른 전투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기존에도 존재했던 필드 어택은 이번 작품에서는 필드 배틀로 전환되며 액션 요소가 확실히 강화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필드 배틀은 단순히 회피와 공격이 주를 이루며 적을 쓰러트리는 심플한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전투를 유리하게 가져가는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필드 배틀과 커맨드 배틀는 샤드 전개를 통해 경계가 나뉘게 되는데 적을 스턴시킨 상태에서는 샤드 스킬까지 발생하게 됩니다. 발동하는 샤드 스킬들은 캐릭터에게 장비시키는 쿼츠의 속성치에 따라 달라지며 웨폰, 실드, 드라이브, Extra마다 발동되는 효과들이 다른 만큼 동일한 쿼츠 조합이라도 이를 어떤 위치에 배치시키는지에 따라 발동되는 효과들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특히 이번 작품은 패도, 명황 등 강력한 쿼츠들이나 막강한 악세서리들이 등장하지 않는 만큼 이를 대체하기 위해서는 효과적인 쿼츠 배치가 중요합니다. 때문에 단순히 쿼츠가 가진 효과만 고려할 것이 아니라 속성치의 분배도 신경 써준다면 더 쾌적하고 전략적인 게임 운영을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모 샤드 스킬의 경우 모 악세서리와 동일한 역할로 죽는 순간 캐릭터를 부활시켜줍니다
다만 변한 게임 시스템이 모두 만족스러웠던 것은 아닙니다. 우선 바뀐 AT배틀 순서창은 다소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습니다. 기존과 달리 아군과 적군이 순서창을 다르게 쓰면서 캐릭터들의 순서를 한 눈에 보기 어려워졌습니다. 물론 L2 버튼을 누르면 순서가 명확한 번호로 뜨긴 하지만 아츠와 같이 구동 시간이 걸리는 행동은 여전히 명확하게 확인하기 어려웠습니다.
AT배틀 순서창이 나뉘면서 생긴 또 다른 변화는 기존에 공유하던 AT보너스가 분리된 점입니다. 이 때문에 상대의 AT보너스를 훔치는 전략을 쓰기 쉽지 않아져서 개인적으로 아쉬웠습니다. 물론 여전히 상대의 AT보너스를 훔치거나 상쇄시키는 방법은 있지만 비교적 제한되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린의 ‘신기합일’을 대신할 새로운 무기 등장!
필드 배틀 자체에 대한 아쉬움도 있습니다. 앞에서 잠시 언급한 것처럼 필드 배틀은 직접적으로 적을 쓰러트리는 방식과 전투에 유리한 위치를 잡는 전략적인 방식이 있습니다. 저는 이들 중 전략적인 방식 위주로 이용했는데 이는 필드 배틀만으로 적을 쓰러트리는 방식이 다소 답답하게 느껴져서입니다.
‘여의 궤적’은 시스템적으로 커맨드 배틀과 필드 배틀 둘로 전투 시스템을 나누고 있지만 이들이 대등한 위치에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게임 내에서 보스전 등을 포함한 중요한 전투들만 봐도 필드 배틀로 진행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필드 배틀은 시스템이 단조롭고 데미지도 커맨드 배틀에 비해 떨어지는 만큼 단독 시스템으로서 완성도나 만족도는 높지 않습니다.

그 대신 스턴+S크래프트라는 단순한 공식을 통해 빠른 필드 공략을 가능하게 합니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필드 배틀은 필드 어택을 조금 더 발전시킨 것 정도로만 생각됐습니다. 물론 ‘여의 궤적’이 장르적으로 액션 게임이 된 것이 아니므로 필드 배틀이 발전할 수 있는 한계는 명확하며 중요한 이벤트까지 커버해주기를 바라는 것도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필드 배틀만이 가지는 아이덴티티도 확보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희망사항일 수도 있습니다
입문작으로 추천!
‘여의 궤적’은 시스템적인 변화 뿐만 아니라 ‘궤적’ 시리즈의 후반부를 본격적으로 여는 작품으로도 큰 의미를 가지는 작품이었습니다. 물론 전작이었던 ‘시작의 궤적’부터 후반부가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지만, ‘시작의 궤적’의 경우 기존의 등장인물들을 등장시키며 새로운 이야기보다 기존의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 쪽에 더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에 본격적인 후반부는 ‘여의 궤적’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여의 궤적’에서 ‘궤적’ 시리즈의 핵심이 되는 결사(몸을 먹는 뱀)와의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지 기대하신 분들도 많겠지만 아쉽게도 이 작품에서는 이와 관련된 이야기 진행이 많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번 작품에서 결사는 주인공 일행과 어느 정도 같은 목적을 가진 세력으로 묘사됩니다.

전작 ‘시작의 궤적’을 통해 결사의 리더 맹주가 모습을 드러내며 기대감을 증폭시켰습니다
이 선택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지만 신규 입문자들에게는 긍정적이었다고 생각됩니다. ‘궤적’ 시리즈는 큰 흐름의 메인 스토리가 연결되어 있어 중간에 입문하는 것이 어려운 시리즈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에피소드가 바뀌는 시점에 한해서는 무대와 등장인물들이 바뀌는 만큼 새로운 유저들이 자연스럽게 유입되기도 합니다.
‘여의 궤적’는 후반부를 시작하는 작품인 동시에 새로운 에피소드인 공화국 에피소드의 첫 작품이기도 합니다. 때문에 이 작품에서는 신규 입문자들을 위해 진입장벽을 낮추고 이들이 작품 내에 적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줘야 합니다.

물론 이번 작품에서도 반가운 얼굴들은 모습을 드러내며 팬 서비스도 아끼지 않습니다
진입 장벽을 낮추는 관점에서 결사 대신 아르마타를 메인 빌런으로 선택한 것은 적절한 선택이었다고 생각됩니다. 물론 아르마타 역시 이전에 등장했던 DG 교단과 관련이 있는 조직인 만큼 배경지식이 필요하지만 이는 게임 내에서의 설명만으로 어느 정도 커버되는 수준이라 큰 문제는 없어 보입니다.
메인 스토리를 이번 작품 내에서 완결 지었던 것도 입문자들에게는 부담감을 줄여주는 요소였습니다. 기존에 ‘궤적’ 시리즈를 플레이하던 이들이라면 이번 작품에서 이야기를 마무리 짓지 않고 다음 작품으로 끌고 가더라도 큰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이 시리즈를 체험해보고 싶은 입문자에게 두 작품 이상을 플레이하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여의 궤적’은 입문자에게 추천할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섬의 궤적’의 경우, ‘섬의 궤적 I’과 ‘섬의 궤적 II’과 하나의 사건을 그리는 만큼 반드시 ‘섬의 궤적 II’를 해야 하는 부담감이 있었습니다
스프리건이 쏘아올린 작은 공
※이후 내용은 게임 전개에 대한 일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작품에 가장 큰 매력은 뒷세계 해결사라는 직업의 특징을 잘 살린 점이라 생각됩니다. 반은 뒷세계 해결사로서 ‘궤적’ 시리즈의 다른 주인공들과 비슷한 일들을 합니다. 다만 이것을 수행하는 마인드와 방식에서는 차이를 보입니다.
유격사나 특무지원과, 토르즈 사관 학교에 소속되어 있던 이전 작품들의 주인공들은 기본적으로 정의로운 일을 수행하며 시민들의 안전과 평화를 최우선으로 했습니다. 하지만 뒷세계 해결사는 정의가 아닌 자신들이 정한 주관적인 기준에 따라 움직입니다. 해결사는 이 기준에 따라 선과 악을 넘나드는 의뢰를 받기도 하며 의뢰 해결을 위해 편법을 쓰는 것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진행 자체는 큰 차이가 없지만 내용적으로는 조금 차이를 보입니다
보기에 따라 뒷세계 해결사는 좋지 않아 보일 수도 있지만 기존의 인물들처럼 정의에 편향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움직인다는 점이 해결사만의 아이덴티티를 형성했습니다. 그리고 이 스탠스는 여러 세력들 간의 전투가 펼쳐지는 게임 후반부인 오라시온 편에서 빛을 발합니다.
이번 작품에서 게이머가 해결사로서 선택하는 결정들은 LGC 얼라인먼트 속 세 가지 지표로 누적되게 됩니다. 그리고 그 누적 결과에 따라 후반부 아크라이드 해결 사무소가 협력할 수 있는 세력의 선택지가 달라집니다. 여기서 협력하는 세력은 정의의 편인 유격사 외에도 공화국의 뒷세계 질서를 담당하는 헤이위에, ‘궤적’ 시리즈의 메인 빌런 결사, 사무라이 집단 이카루가가 있습니다.

‘시작의 궤적’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냈던 달인급 강자 시즈나 렘 미스루기를 플레이어블 캐릭터로 쓸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해결사의 유연한 태도는 그동안 적으로 생각했던 세력까지 아군으로 품으며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습니다. 또 이렇게 형성된 드림팀과 강자들로 이루어진 세력들간의 연전이라는 빅 이벤트까지 준비되며 이 게임의 하이라이트를 화려하게 장식했습니다.

달인급 캐릭터들의 격돌을 보는 재미!
김 빠진 샴페인
하지만 멋진 후반부를 보여준 것은 이 작품에게 꼭 장점으로만 작용하지 않았습니다. 후반부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것은 다른 말로 하면 최종장이 그에 미치지 못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이후 최종장에서 보여준 전개는 다소 실망스러웠습니다.
최종장은 크게 구역을 돌며 동료들을 모으는 전반부와 최종 결전이 펼쳐지는 후반부로 나뉘게 됩니다. 그런데 전반부의 경우 전투에 참여하는 사람들만 조금씩 바뀔 뿐 이야기의 전개는 반복의 연속입니다. 그나마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투라도 매력적이었다면 그 안에서 재미를 찾을 수 있었겠지만 아쉽게도 전반부는 전투마저 박진감이 부족했습니다.

샴페인을 이미 따버린 느낌이라고 할까요?
최종 결전이 펼쳐지는 후반부는 이와는 또 다른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아르마타 간부들과의 전투가 펼쳐지는데 이는 하이라이트라고 표현한 오라시온 편에서 이미 경험했던 것입니다. 오히려 오라시온 편에서는 아르마타 간부들 외에도 강한 세력들이 등장했던 만큼 임팩트는 최종장이 더 약했습니다. 전투 역시 바로 직전에 한 번 경험했던 만큼 색다른 부분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물론 최종장에서는 모든 진실이 밝혀지고 다른 보스전들과는 다른 최종 보스전도 준비되어 있는 만큼 중요한 부분은 맞습니다. 그럼에도 그 중요한 부분을 향하는 과정이 중요한 부분을 받쳐주기에 여러모로 부족했다는 점이 아쉬움을 남깁니다. 그 여파로 엔딩의 강렬함은 다소 색이 바랬던 것 같습니다.

중요한 부분 30분-1시간을 위해 5-10시간의 인내가 필요합니다
작성 DALs / 편집 : 안민균 기자 (ahnmg@ruliwe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