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LTI] BM이라는 기름과 클래식 감성이라는 물, 소드 오브 콘발라리아

| 제목 | 소드 오브 콘발라리아 | 출시일 | 2024년 8월 1일 |
| 개발사 | XD 엔터테인먼트 | 장르 | SRPG |
| 기종 | PC /MOBILE | 등급 | 12세 이용가 |
| 언어 | 완전 한국어화 | 작성자 | Mustang |
지난 8월 1일 대한민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 출시된 ‘소드 오브 콘발라리아’는 과거 SRPG 명작들에 대한 경의에서 출발한 타이틀이다. 현재 시점에서는 조금 고전적인 감성이라고 할 수 있지만, 유려한 픽셀 아트와 함께 턴제로 진행되는 플레이들이 SRPG 팬층에게는 충분히 소구할 수 있었다. 이미 과거 PV부터 SRPG 명작들에 대한 경의를 보여준다는 점에. 그리고 적어도 장르 측면에서 이제는 모바일로 보기는 쉽지 않은 타이틀이라는 점에서 많은 관심이 쏠린 것은 분명했다.
소드 오브 콘발라리아는 기본적으로는 아주 오랜 시간 유지되었던 SRPG의 장르적 플레이를 바탕으로 둔다. 캐릭터를 획득하고. 조작하며, 상황에 맞춰서 배치하고. 전투하는 플레이의 흐름이다. 때로는 오브젝트를 조작해서 플레이를 이끌어나가야 할 때도 있고, 때로는 특정 구역까지 도달하는 등 다양한 목표를 제공한다.
다만, 콘텐츠를 풀어나가는 방식에서 차이를 보인다. 크게 보자면 ‘전형적인 모바일 SRPG의 구조’를 택한 지점들과 ‘패키지의 플레이 형식을 따르고 있는 구조’가 명백하게 선을 나눠 구분되어 있다. 이는 BM과 연관이 있는 결정이었으며, 궁극적으로 개발사가 장기적인 서비스를 위한 지점과 본인들이 만들고 싶었던 지점들을 구분하는 기준이 된다.
● 소드 오브 콘발라리아의 플레이 - 전략성 그리고 SRPG의 기본적인 틀
소드 오브 콘발라리아는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전형적인 SRPG의 문법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이제는 고전적인 플레이로 판단할 수 있는 플레이들을 모바일에 맞게 옮기는 데에 목적을 두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타일로 구성된 전장에서 캐릭터가 자리하며, 행동력에 따라서 동작할 수 있는 순서가 돌아온다.
여기서 플레이어는 이동 - 공격이라는 SRPG의 플레이 방식을 따라서 적을 제압하거나 목적을 달성하는 플레이를 마주하게 된다. 여기까지 봤을 때에는 소드 오브 콘발라리아는 SRPG가 아주 오랜 시간 유지해 온 문법을 따르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이는 곧 전략성 측면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가져간다는 의미다.
소드 오브 콘발라리아의 전략성은 크게 몇 가지고 구현된다. 병종이 아닌 캐릭터 속성에 따른 상성 관계 / 플레이어가 활용할 수 있는 오브젝트 (폭발물 통 등) / 지형 지물의 활용 / 전술 스킬 등이 영향을 미친다. 어디까지나 모바일 타이틀이기에 상성과 같은 요소는 간소화 하는 과정을 거쳤고, 플레이어의 직접 조작에 따라서 활용할 수 있는 오브젝트를 늘린 것에 가깝다.


소드 오브 콘발라리아는 전형적인. 혹은 정석적인 SRPG의 플레이를 따른다
아마 게임 플레이 전체 과정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지형 지물을 이용한 낙사 유도가 될 것이다. 전반적으로 간소화 된 상성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나 게임 시스템 전반이 복잡하게 얽히는 것보다는 간단 명료한 지향점을 가지고 있기에 그러하다. 여기에 전장의 넓이도 좁은 편이므로, 가장 효율적인 전략은 ‘적을 절벽으로 밀쳐내는 것’이 되는 경향이 있다.
전술 스킬의 존재로 인해서 유닛의 상성이나 전략적 활용에 여유가 생기기도 한다. 플레이어의 성장 과정에서 부여되는 전술 스킬은 적에게 직접 피해를 주거나 / 이동 능력을 올린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선택으로 자리한다. 전술 스킬 자체는 게임 내의 거의 모든 모드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플레이어가 어떤 움직임을 택할 것인지를 만드는 요소가 된다.

적절하게 쓰면 유용한 전술 스킬들
이외에 전술적인 고민거리 등은 전장 내의 오브젝트를 활용하는 정도에 그친다. 오브젝트를 밀쳐서 적에게 피해나 디버프를 주는 것 외에도 타로를 획득하는 것이 유의미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필드에 배치된 타로를 획득하면, 적에게 피해를 주거나 적의 보호막을 날려버리는 등의 효과를 가져온다. 거기다 획득 이후 재행동이 가능하게 되므로 특정 캐릭터에게 있어서는 아주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하겠다.
이러한 기본적인 문법을 가지고 소드 오브 콘발라리아는 플레이어의 행동을 규정하기 시작한다. 우선적으로는 지금까지 여럿 시장에 자리했던 모바일 SRPG의 플레이 양상으로 마감되는 구조를 보여준다. 간단하게는 뽑기라는 BM와 맞닿아 있는 지점이 되며, 이후에는 반복 플레이로 육성하는 플레이 과정의 연속이다.

궁극적으로는 반복 플레이. 하지만 단편적이 아닌 스토리가 중심이 되는 구조다
● 첫 번째 층 - 아주 익숙하고 반복적인 플레이 ‘바보의 여정’ / ‘엇갈린 세계’
앞서 ‘익숙한 플레이’라고 언급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소드 오브 콘발라리아에서 플레이어가 가장 먼저 경험하게 되는 콘텐츠 전반이 보여주는 것들이 전형적인 모바일 SRPG의 틀로 설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플레이어는 기억을 잃은 채, 감옥에서 깨어난다. 그리고 사건에 휘말리고. 이후 어딘가로 전송되면서 이전의 사건을 바꾸기 위한 과정을 거치게 된다.
조금 진행한 뒤에는 뽑기를 통해서 새로운 캐릭터를 얻고 - 스테이지를 진행하면서 이야기를 감상하는 구조가 반복되는 형태다. 이 과정에서 플레이어 계정 레벨 한도에 따라서 진행을 막고 기존 캐릭터의 육성이나 장비 파밍을 하도록 유도한다. 여기서 새로울 것은 없다. 모바일 SRPG로 장르를 한정하지 않고 다른 장르에서도 볼 수 있는 형태다.
스테이지를 클리어 하고. 여기서 스토리를 감상하는 것이 주력으로 자리하지만, 그 스토리는 옴니버스 식으로 구성된다. 한 챕터마다 주역 캐릭터가 정해져 있으며, 이들의 이야기를 플레이어가 경험하는 관찰자 형식이다. 그렇기에 스테이지 돌파 방식인 ‘바보의 여정’은 때로는 독특한 플레이를 선보이기도 한다.

감옥에서 탈출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바보의 여정. 스테이지를 돌파하고 타로를 찾고. 다음 지역으로 가는. 전형적 플레이다
단순히 플레이어가 획득 / 육성한 캐릭터들로 스테이지를 클리어 하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묘수 풀이와 같은 스테이지도 존재한다. 이는 항상 비슷한 목적으로 진행되던 스테이지에 변주를 가한 것이며, 플레이어가 조금 더 생각을 하거나 고민하는 경험을 제공하는 데에 성공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바보의 여정은 명백한 제한이 걸려 있는 콘텐츠이기도 하다. 각 챕터는 조금만 진행하면 의도적으로 특정 계정 레벨을 달성하라는 제한이 걸린다. 이 과정에서 다른 콘텐츠로 도전적인 플레이를 마주하도록 해뒀으며, 여기서 다른 콘텐츠와 연계되는 지점들이 나온다. 이 즈음에서 BM과 접목이 이루어진다. 플레이어의 진행이 막혀있을 때,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몇 가지 방법론이 제시된다.
첫 번째는 뽑기를 통한 새로운 캐릭터의 획득이다. 플레이어에게 주어지는 전략 / 전술적인 선택을 늘리는 역할을 한다. 캐릭터의 속성이나 능력치, 스킬에 따라서 이전과는 다른 전략을 선보일 수 있게 되기에 그렇다.

수집형 타이틀이라 각자 스킬과 속성, 능력과 성능이 다르니, 당연한 이야기다
두 번째는 육성이다. 육성 과정은 ‘엇갈린 세계’라는 콘텐츠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여기서는 새로운 장비를 획득하거나 / 경험치 자원을 획득하거나 / 장비 강화에 필요한 자원 등을 획득하는 콘텐츠로 설계되어 있다. 여기서 반복 플레이를 하면서 캐릭터와 장비를 강화하고, 이후에 바보의 여정에 사용하는 흐름이다.
동시에 바보의 여정 진행도에 따라서 엇갈린 세계의 콘텐츠가 개방되는 구조를 택했다. 엇갈린 세계에서 모든 콘텐츠와 기능을 개방하기 위해서는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바보의 여정을 꽤 많은 시간 플레이 해야 하며, 추가되는 기능과 강화를 위한 자원도 사이사이에 모아야만 하는 구조를 택했다.
초반에는 캐릭터와 장비 / 캐릭터 승급을 위한 재료만이 요구되었다면, 이후에는 새로운 기능이 개방되면서 반복 플레이를 해야 하는 요소들이 점차 증가한다. 장비 강화를 위한 재료 / 재화 / 타로 등 한 번 클리어 한 이후에도 여러 횟수를 반복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바보의 여정이나 관련 이벤트를 클리어할 수 있는 수준이 되며, 바보의 여정 - 엇갈리는 세계 - 관련 이벤트 클리어 라는 원활한 흐름을 달성할 수 있다.

스테이지 돌파, 요일 던전, 조각 던전 등등.. 다른 이름이어도 어색하지 않은 구조긴 하다
반복 플레이로 구성되는 바보의 여정 / 엇갈리는 세계는 플레이어가 분명히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장소임에는 틀림없다. BM 또한 여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플레이어들은 뽑기로 획득한 캐릭터들을 육성하고 강화하는 데에 시간을 보내며, 같은 스테이지를 반복하거나 소탕하는 것으로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소드 오브 콘발라리아에서 ‘계속해서 반복 플레이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플레이어가 스테이지에 돌입할 때에 사용하는 행동력 수치가 매우 제한적이어서다. 계정 레벨이 올라가도 100% 채워지지 않는 행동력은 게임 플레이 초반부터 후반에 이르기까지 항상 부족한 상태로 유지된다.
단적으로 240 정도의 행동력이 있다면, 40이 소모되는 반복 플레이 콘텐츠를 6번 이용하면 끝나는 수치다. 한 번 행동력을 다 소진하고 나면, 다음날이 되서야 다 채워지는 무자비한 재생성 속도를 자랑하기도 한다. 결국 빠르게 계정 레벨을 올리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다. 행동력을 채우는 데에 들어가는 재화는 최초 1회를 제외하면 악랄한 수준으로 설정되어 있기에, 다른 데에 재화를 소모하는 것이 나은 면도 있다.

행동력 (존재의 힘)은 항상 부족하다. 농담이 아니다
캐릭터의 최대 레벨이 플레이어 계정 레벨과 같기에, 스테이지 진행과 반복 플레이는 시간이 지나면서, 다음 콘텐츠 / 다음 도전 단계에 도달하기 위해서 더 많은 시간을 요구하게 된다. 하지만 행동력 부족으로 물리적인 시간은 금세 한계를 맞이한다.
여기서 소드 오브 콘발라리아는 행동력이 들어가지 않는 모드. ‘운명의 소용돌이’를 즐길 거리로 제시한다. 소위 콘솔 모드라 부르는 운명의 소용돌이는 행동력의 제한 없이. 그리고 지금까지 설명한 모든 콘텐츠와는 다른 방향성으로 플레이어를 인도한다. 심지어 BM과도 유의미한 관련이 없도록 만들어, 오직 독립된 방향성으로 구성했다.

행동력이 부족하면? 콘솔 모드인 운명의 소용돌이로 가라는 의도다
● 두 번째 층 - 개발진이 원래 만들고 싶었던 형태? ‘운명의 소용돌이’
운명의 소용돌이는 바보의 여정에서 파생되는 콘텐츠다. 스테이지 방식인 바보의 여정을 통해, 과거를 바꾼 플레이어가 별도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여기서 플레이어는 감옥을 탈출해 콘발라리아 지역으로 돌아가며, 용병단이 되어 여러 사건과 상황에 따라 선택을 내리는 과정을 거친다.
운명의 소용돌이는 그 목적을 ‘반복 플레이를 통해서 여러 이야기를 즐기도록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콘솔 타이틀로 치자면, 회차 플레이를 추구한다고 보면 될 것이다. 플레이어가 내린 선택에 따라서 이야기가 바뀌고 다른 엔딩으로 이어지므로, 엔딩을 본 이후에는 다른 선택을 하고. 거기에 따라서 달라지는 이야기를 마주하라는 의미다. 콘솔 모드라 부르는 것은 이러한 이유다.

운명이 바뀌고, 새로운 모드가 나오고. 나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구조
여기서 플레이어는 이전에 뽑기 등으로 획득한 캐릭터 등을 사용하는 데에 제한이 걸린다. 플레이어는 운명의 소용돌이를 새로 시작하는 시점에서 3개의 캐릭터만을 가지고 입장할 수 있다. 이렇게 가져간 캐릭터들은 얼마나 육성을 했는지에 상관없이 레벨 1에서 시작한다. 이렇게 진행되는 이유는 운명의 소용돌이가 앞서 설명한 모든 시스템과는 별개의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레벨업을 하는 과정 / 스킬을 배우는 방법 / 장비 획득 등 육성 전반에 걸친 모든 시스템은 운명의 소용돌이에서 별개의 시스템 내에서 작동한다. 콘솔 모드 내에서 플레이어는 주단위로 일정을 진행하며, 주마다 특정 미션을 선택해서 전투에 돌입한다. 전투에서 사용한 유닛들은 피로도라 불리는 수치를 가지고 있으며, 100%에서 0%로 줄어드는 구조를 가진다. 하나의 유닛을 계속해서 사용할 수는 없는 구조다.


이러나 저러나 많은 캐릭터가 필요한 구조가 된다
따라서 플레이어는 운명의 소용돌이에서 이전과는 다른 플레이 방식을 택한다. 자신이 필요한 보상이나 평판에 따라서 임무를 선택하는 한편, 다양한 유닛을 육성할 필요성도 생긴다. 피로도의 제한이 있으므로 필연적으로 여러 유닛을 육성해야만 이후의 전투를 원활하게 이끌어나갈 수 있게 된다.
여기서 콘솔 모드의 새로운 유닛 획득은 ‘뽑기와 관계가 없다’. 모드 내의 주점에서 일정 기간마다 새로운 캐릭터들이 방문하고, 플레이어는 임무를 통해 얻은 재화를 소모하여 새로운 캐릭터를 영입하고 성장시키는 과정을 거친다.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BM과의 접점 없이, 이야기 진행이나 플레이어의 영입에 따라서 획득하고 육성을 해야만 한다. 사전에 미리 뽑은 캐릭터 중에서 세 명을 선택해 가져오는 정도로 영향력이 한정되어 있다.
이야기의 구조도 꽤나 흥미롭게 다가온다. 기본적으로 전투 자체는 다른 모드와 같지만, 플레이어가 선택할 수 있는 임무들 / 간헐적으로 나오는 이벤트 /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서 달라지는 이야기와 엔딩 등이 플레이어의 집중력을 끌어올린다. 콘텐츠의 볼륨이 크다거나 다수의 선택지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운명의 소용돌이 내부를 채우는 시스템들은 제대로 맞물려 돌아간다.

하나의 스토리. 운명을 완료하면 결과가 정산되고 이후 진행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효과를 개방하기도 한다
게다가 반복 플레이를 추구하는 만큼, 다회차를 위한 몇 개의 기능도 마련되어 있다. 특정 지점에서 운명의 소용돌이를 시작하도록 하거나. 운명의 소용돌이 진행에 따라서 보상을 주는 이벤트로 이어지는 등 여러모로 운명의 소용돌이로 플레이어를 유입하기 위한 일면들이 눈에 들어온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스토리 측면에서 전개가 이루어지는 지점들이다. 사람마다 플레이 과정이 다를 수는 있지만, 운명의 소용돌이를 기반으로 스토리를 풀어나가고자 했다. 소드 오브 콘발라리아는 운명의 소용돌이에서 메인 스토리를 진행시키고 - 왕성 감옥 탈출 이후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른 전개가 메인 스토리다 - 메인 스토리 진행 도중에 마주하는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스테이지 방식으로 풀어내고자 했다.
따라서 스테이지 방식으로 전개되는 바보의 여정은 거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캐릭터 중심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데에 초점을 맞춘다. 메인 스토리에서 자세하게 알 수 없었던 조연 캐릭터의 과거나 이전까지의 상황을 전달하는 데에 목적을 두는 것이다.


콘텐츠 상으로는 바보의 여정 - 운명의 소용돌이 순서지만, 이야기 상으로는 그 반대가 되어야 맞지 않을까 한다
이러한 점에서 결론을 내려보자면, 소드 오브 콘발라리아는 명백하게 ‘운명의 소용돌이’를 중심으로 기획된 타이틀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통해서 소드 오브 콘발라리아는 확실한 이점을 가질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캐릭터를 뽑고 육성하는 수집형 구조에서 각 집단과 거기에 속하는 캐릭터들의 매력을 알릴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수집형 타이틀처럼 뽑기에 먼저 추가되고 그 다음. 혹은 그와 동시에 캐릭터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가 먼저 이야기에 자리하고 그 다음에 뽑기로 등장하는 구조다. 이러한 면에서는 캐릭터나 이야기의 손실 없이 자연스레 매력을 전달할 수 있게 됐다. 이야기가 명확하게 중심에 자리하며, 거기서 다른 BM과 부가 콘텐츠들이 가지를 뻗는 구조와 같은 셈이다.


세력 / 캐릭터 / 갈등 / 평판 등등. 본격적인 이야기이자 이 게임의 가장 중심에 자리한 모드라 할 수 있다
● 만들고자 했던 것, 만들어야 했던 것의 분리 - 소드 오브 콘발라리아
정리하자면, 소드 오브 콘발라리아는 개발진이 만들고 싶었던 것이라는 방향성이 너무도 분명한 타이틀이다. 이들은 과거 SRPG의 감성을 담아내고자 했으며, 운명의 소용돌이라는 콘텐츠를 통해서 자신들의 방향성을 여실하게 반영할 수 있었다. 몇 개의 분기에서 여러 엔딩을 마련해 둔 다음, 반복 플레이가 기반이 되는 이야기를 선보인다.
간소화된 전투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는 하지만, 여러 인물과 선택들이 얽히는 이야기는 충분히 긍정적인 감정을 가져온다. 그 분량 또한 플레이 과정까지 포함하면 짧게는 20~30시간은 걸릴 수 있어 보인다. 스토리의 완성도는 차치하고 모바일 수집형 타이틀에서 명확하게 스토리를 구현하고자 한 것은 충분히 긍정적인 시도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택해야 하는 지점도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장기간 서비스를 위한. 혹은 지속적인 수익을 위한 선택처럼 보인다. 운명의 소용돌이라는 나름 굵직한 이야기를 중심에 두고, 뽑기를 통한 수익 모델을 추구했다. 자칫하면 이 BM을 택한 순간부터 개발진이 추구하던 게임 플레이에 영향을 미치고 변질될 수 있는 지점이기도 했을 것이다.

PvP도 있다는 점에서 더 위험한 상황이 나올 수 있었다는 점
하지만 개발진은 여기서 꽤 괜찮은 결정을 내린다. BM이 영향을 미치는 콘텐츠는 명확하게 구분을 하고, 원래 자신들이 하고 싶었던 것과 분리하는 결정을 말이다. 그래서 소드 오브 콘발라리아는 하나의 컵 안에 물과 기름이 서로 층을 나눠서 구성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아예 섞이지 않도록 비중을 구분지었고 서로가 영향을 미치는 지점들을 간접적인 수준에서 그치도록 해뒀다. 그렇기에 충분한 의미가 있다.
몇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기름이라고 할 수 있는 BM과 연관된 부분을 앞서 선보인다는 점이다. 초반 플레이를 한다고 했을 때, 뽑기와 일반적인 SRPG의 플레이를 먼저 음미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다른 게임과 비교해서 익숙하거나 별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실망감이 먼저 고개를 들기도 한다. 게다가 메인이라고 할 수 있는 운명의 소용돌이 콘텐츠의 개방에도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조금만 더 진행을 했을 때, 소드 오브 콘발라리아의 매력은 비로소 개화하기 시작한다.

단순한 전투라서 아쉬움이 있지만, 반복 플레이를 고려하면 적절한 수준 같기도 하다
타이트한 행동력과 의도적으로 콘솔 모드로 유도하는 콘텐츠 구성. 그리고 BM 결과물에는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등 빛날 수 있는 지점들이 눈에 들어온다. 모바일 SRPG를 패키지 감성으로 하고 싶다는 지향점이 말이다. 그렇기에 SRPG 팬이라면. 혹은 소드 오브 콘발라리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조금 인내심을 가지고 플레이를 하기를 추천한다.
그래야만 기름 아래에 있던 원래의 감성이 드러나기 시작하고 비로소 개발진이 추구했던 플레이를 마주할 수 있을 테니까. 오는 9월에는 신규 DLC라 부르는 업데이트를 통해 운명의 소용돌이 신규 에피소드도 추가될 예정이므로, 모바일에서 느끼는 고전적 SRPG 감성을 느끼기에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