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888576
지난 2월 12일 PS3와 Xbox360으로 스트리트 파이터 4가 정식으로 발매되었습니다. 사실 1999년에 제작되었던 스트리트 파이터 3 서드 스트라이크 이후로 스트리트 파이터의 정식 후속작은 없을 것이라 대부분의 게이머는 생각했고, 아케이드 시장이 축소되면서 게임계의 유행도 대전 게임에서 다른 장르로 이동했기에 과연 캡콤이 이제 와서 굳이 스트리트 파이터 시리즈라는 건들기 힘든 작품의 정식 후속작을 낼 것인가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2007년 10월 급작스러운 스트리트 파이터 4 제작 공식 발표 이후 1년도 채 못된 2008년 7월 아케이드 버전이 먼저 가동되었고, 발 빠른 이식으로 거의 반년 만에 가정용으로 이식되기에 이릅니다.
거의 10년 만의 후속작이지만 일단 한번 불이 붙기 시작하자 굉장한 추진력으로 숨 가쁘게 제작 발표와 아케이드 가동, 이식 발표가 이루어졌고, 결국 한국에도 생각보다 빨리 정식으로 스트리트 파이터 4를 집에서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과거 SFC나 SS, PS1 시절 상대적으로 아케이드 기판보다 성능이 떨어지던 콘솔로도 훌륭한 이식도를 자랑했고, DC나 PS2 시절에는 완벽한 이식도를 보여주었던 캡콤이니 만큼 이번 콘솔용 스트리트 파이터 4에서 중요한 건 원작 재현도가 아니라 가정용만의 오리지널 요소나 추가 요소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아케이드에서 즐길 수 있었던 감각 그대로 집에서 즐길 수 있는 이식도를 보여줍니다.
10년 만의 후속작이라 더욱 감격스러운 스트리트 파이터 4. |
많은 추가 요소로 무장한 콘솔 버전. |
스트리트 파이터 4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역시 독특한 비주얼과 3D 게임답지 않은 대전 감각일 겁니다. 비록 발매 전 공개되었던 류와 켄의 대전 영상의 압도적인 모습까지는 아니지만 붓 세이더라는 기법을 사용해서 여러 번 색을 덧칠한 듯한 독특한 그래픽과 캐릭터마다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과장된 표정, 특정 공격시 펼쳐지는 극적인 카메라 연출은 스트리트 파이터 3의 경악스러울만큼 부드러웠던 프레임만큼이나 무척 신선한 느낌입니다. 3D로 제작되었지만 과거 스트리트 파이터 EX 3처럼 어색한 신체비율이 아니라는 것도 굉장히 다행스러운 부분입니다. 게다가 PS3와 Xbox360 버전 모두 하드 인스톨 기능을 지원하기 때문에 4~5초 정도의 짧은 로딩으로 스피디하게 대전을 할 수 있으며, 그 정도의 로딩은 다양한 화면 연출로 인해 실질적으로 거의 느낄 수 없다는 것도 만족스러운 부분입니다.
솔직히 이 영상이 너무 멋져버리셨죠. |
한껏 끌어당긴 카메라 시점과 재미난 표정이 넘쳐난다. |
스트리트 파이터 EX 3에서 많이 발전한 캐릭터들. |
유저들에게 많은 논란을 일으킨 부분이 있다면 캐릭터 선별에 관한 것입니다. 아케이드 버전을 기준으로 선택할 수 있는 캐릭터 16명 중 12명이 초대 스트리트 파이터 2에 등장했던 캐릭터를 그대로 가져왔기 때문에 스트리트 파이터 4가 아니라 스트리트 파이터 2의 3D 버전이라는 비아냥도 있었을 정도입니다. 제작자가 인터뷰를 통해 스트리트 파이터 2 시절의 캐릭터들이 세월이 흘러 동창회를 연다는 콘셉트라고 언급한데다 발전된 그래픽으로 2 시절의 캐릭터들을 다시 만나는 즐거움도 각별했지만 수많은 스트리트 파이터 시리즈의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을 볼 수 없다는 것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콘솔 버전은 캐릭터 인기 투표를 통해 캐미와 로즈, 사쿠라와 페이롱 등 엄선된 캐릭터 6명을 추가해서 캐릭터 라인업상으로도 상당히 만족스러운 모양새가 나왔습니다.
총 25명의 캐릭터가 준비되어 있다. |
압도적인 지지로 선정된 추가 캐릭터 캐미. |
그간 정식 넘버링 타이틀이 전부 2D로 제작되었던 것과 달리 3D로 제작되었음에도 스트리트 파이터 EX 시리즈처럼 플레이 방식이 2D 스타일이기 때문에 여전히 스트리트 파이터의 분위기를 절절하게 느끼면서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횡이동 없이 앞뒤로 움직이면서 대전을 하며 점프 공격이나 필살기의 운용도 기존 스트리트 파이터 시리즈와 다를 것이 없습니다. 적당한 게임 속도에 필살기 커맨드 역시 예전과 다를 것이 없어서 오랜 시간 대전 게임을 플레이하지 않았던 게이머라도 과거 스트리트 파이터 2를 플레이하던 것처럼만 하면 어려움 없이 기술을 낼 수 있을 정도로 스트리트 파이터 4의 베이스는 요즘 게임보다는 과거의 게임에 더욱 가까운 느낌입니다.
애초에 콘셉트가 그러해서인지 필살기가 거창하게 늘어나지도 않았으며 캐릭터들의 필살기 수나 커맨드 방식은 대부분 예전 시리즈와 비슷한 수준입니다(역시나 가일의 기본 필살기는 소닉붐과 서머솔트킥 단 두 개뿐). 슈퍼 콤보 역시 제로 시리즈처럼 2~3개씩 있거나 스트리트 파이터 3처럼 여러 개의 슈퍼 콤보 중 하나만 고르는 식이 아니라 아예 처음부터 하나씩만 준비되어 있으며, 슈퍼 콤보보다 강력한 위력의 울트라 콤보 역시 누르는 버튼의 수만 달라지고 커맨드 자체는 슈퍼 콤보와 같은 커맨드를 공유합니다.
스트리트 파이터 4는 무리하게 많은 시스템과 기술을 넣기보다는 예전에 스트리트 파이터 2를 플레이했던 올드 게이머들이 큰 저항감이나 부담없이 쉽게 게임에 익숙해질 수 있는 게임을 목표로 제작되었기에 게임의 감각이나 캐릭터들의 구성과 복장, 배경까지 옛 향수를 느끼게끔 만들어졌습니다. 물론 완전히 새로운 캐릭터와 시스템으로 중무장한 스트리트 파이터 4를 기대했던 게이머들에게는 조금 아쉬움이 남겠지만 콘솔 버전을 제작하면서 6명의 캐릭터를 추가하는 것을 보면 스트리트 파이터 4의 마이너 업그레이드 후속작이 등장하게 되면 좀 더 기대에 가까워질 게임이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사망했을 거라 여겨졌던 고우켄을 되살린 데다 로즈도 멀쩡히 등장하고 내쉬의 존재까지 아벨을 통해 넌지시 떡밥을 드리우는 모습에선 과연 낚시계의 제왕 캡콤의 위용을 느낄 수 있습니다.
겉보기엔 화려하지만 기술 운용은 요즘 관점으로 보자면 굉장히 소박할 수도 있는 스트리트 파이터 4. |
생긴 것도 그렇고 색깔도 그렇고 배에 있는 태극 무늬도 그렇고 모 캐릭터가 자꾸 생각나는 최종 보스 세스. |
시스템을 살펴 보면, 전작의 블로킹 시스템을 대체해서 중심 시스템으로 자리 잡은 것이 세이빙 어택입니다. 중펀치와 중킥을 동시에 눌러 사용하며, 버튼을 떼는 타이밍에 따라 기술의 성능이 3단계로 나뉩니다. 1단계 세이빙 어택은 하이퍼 아머 효과가 순간적으로 발동되면서 적의 공격을 한번 무력화한 뒤 공격할 수 있고 카운터로 공격이 들어가게 되면 상대방을 잠시 동안 무방비 상태로 만들 수 있습니다. 2단계 세이빙 어택은 적의 공격을 한번 무력화한 후 공격하며 무조건 상대방을 무방비 상태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쓰러지는 적을 쫓아가 추가 공격을 넣을 수 있습니다. 3단계 세이빙 어택은 적의 하이퍼 아머 상태를 무시하고 공격할 수 있는 아머 브레이크(=가드불능) 공격을 할 수 있게 됩니다. 2단계부터는 공격에 성공하면 무조건 상대방을 무방비 상태로 만들고 추가 공격을 넣을 수 있게 됩니다.
블로킹 시스템처럼 적의 연타 공격을 막을 수는 없으며 하이퍼 아머로 적의 공격을 견딘 후에는 일정량 체력 게이지가 줄어들게 됩니다. 이때 줄어든 체력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원래대로 회복되지만 그 전에 공격을 받게 되면 그대로 게이지가 줄어들기 때문에 성공하기만 하면 적의 공격을 완벽하게 무력화할 수 있었던 블로킹과는 조금 성격이 다른 시스템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세이빙 어택 중에는 이동과 점프가 불가능하지만 버튼을 누르는 중이나 세이빙 어택이 들어간 직후에는 전방 대시와 후방 대시가 가능하기 때문에 대시를 사용해서 세이빙 어택 자체를 캔슬하거나 세이빙 어택 직후에 상대방을 추격해 들어가서 추가타를 넣을 수 있습니다.
버튼을 누르는 시간에 따라 3단계로 나뉘는 세이빙 어택. |
발동 시 들어오는 첫 타는 하이퍼 아머로 무력화. |
또한 공격 도중에 사용할 수 있는 EX 세이빙 어택도 가능한데, 특정 공격이나 필살기를 내고 나서 세이빙 어택을 발동하면 해당 기술을 강제로 캔슬하고 바로 세이빙 어택을 낼 수도 있습니다. 하이퍼 아머 성능은 생기지 않지만 전방 대시를 사용해 추가 공격을 넣거나 후방 대시를 사용해 적의 반격을 피하는 등 공격이 성공했을 때나 혹은 가드 당했을 시에 따라 전략적으로 나누어 사용할 수 있습니다. 세이빙 어택이라는 시스템 하나 안에 블로킹과 가드 브레이크, 하이퍼 아머와 슈퍼 캔슬 등의 요소를 조금씩 따와서 녹여낸 느낌이며, 유저의 실력에 따라 가볍게 사용할 수도 있고 반대로 고도의 심리전도 펼칠 수 있는 재미난 시스템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외의 기본 시스템은 이전 작품과 비슷한 느낌입니다. 잡기는 스트리트 파이터 3 서드 스트라이크나 스트리트 파이터 제로 3와 마찬가지로 약펀치와 약킥을 동시에 누르는 방식으로, 입력 방향에 따라 던지는 방향이 달라집니다. 슈퍼 콤보는 특정 캐릭터를 제외하면 기본적으로는 하나씩만 준비되어 있습니다. 슈퍼 캔슬 시스템도 존재하기 때문에 일반 공격-필살기-슈퍼 콤보가 가능하며, 모은 게이지를 일정치 소모해서 보통 필살기보다 위력이 강해지거나 기술의 성격이 변하는 등의 다양한 효과가 붙는 EX 필살기 또한 존재합니다.
공격이 막혔다면 EX 세이빙으로 적절한 철수도 가능. |
추가 판정이 생기거나 기술의 성격 자체가 바뀌는 EX 필살기. |
화면 상단에 있는 체력 게이지 외에 화면 하단에 두 가지의 게이지가 존재하는데, 슈퍼 콤보 게이지와 리벤지 게이지가 바로 그것입니다. 총 네 칸으로 이루어진 슈퍼 콤보 게이지는 상대방을 공격하면 차오르며, 끝까지 다 차면 슈퍼 콤보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슈퍼 콤보 게이지로는 슈퍼 콤보 외에도 게이지를 하나 소비해서 EX 필살기를 사용하거나 게이지를 두 개 소비해서 EX 세이빙 어택을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리벤지 게이지는 슈퍼 콤보 게이지와는 반대로 공격을 받게 되면 차오르며, 절반 이상 차게 되면 울트라 콤보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격한 시점 이동과 재미난 표정을 볼 수 있는 울트라 콤보는 일단 한 번 발동하면 게이지의 양에 상관없이 리벤지 게이지는 전부 사라지며, 모아놓은 리벤지 게이지의 양에 따라 울트라 콤보의 공격력이 달라집니다.
과격한 화면 연출을 자랑하는 울트라 콤보. |
여러 부분에서 의외로 나카하라 마사히코가 그린 스트리트 파이터 코믹스의 설정을 많이 따온 듯한 느낌. |
아케이드 모드에는 콘솔 버전만을 위해 제작된 애니메이션 프롤로그와 에필로그가 모든 캐릭터마다 준비되어 있어서 각 캐릭터의 스토리에 대해 좀 더 명확하게 알려줍니다. 다만 분량이 그리 길지 않은데다 조금 뜬금없는 내용의 영상이 많아서 프롤로그나 에필로그를 보면서 격하게 감동하기엔 부족한 느낌입니다. 굳이 넣지 않아도 되는 애니메이션을 비싼 돈 들여 넣어준 제작사에겐 조금 미안하지만 오히려 라이벌전에서 리얼타임으로 펼쳐지는 캐릭터들의 모습이 더 나아 보이기도 합니다. 그간 스트리트 파이터 시리즈가 캐릭터들 간의 이벤트나 스토리 연출에 그리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에 비해 이번 작품은 다양한 연출을 사용해서 스토리를 이끌어나가며 대전 도중에도 류와 사가트 같은 경우는 "벗이여 이것이 나의 해답이다"와 같이 상대 캐릭터에 따라 전용 대사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멋져야 하는데 좀 웃겼던 장면. |
다양한 모습을 많이 보여주었던 라이벌전 이벤트. |
스트리트 파이터 4의 네트워크 대전은 굉장히 독특한 방식입니다. 지금까지 콘솔용 대전 게임에서 네트워크 대전이라 한다면 다른 모드와 독립된 네트워크 매치 모드에 들어가서 플레이어를 고르거나 만들어진 방에 들어가서 대전하는 방식이었던 반면 스트리트 파이터 4는 마치 아케이드에서 대전을 하다 상대편이 난입을 해오는 듯한 대전 방식을 구현했습니다. 난입 옵션을 켜놓고 혼자 스토리 모드를 플레이하다가도 온라인상의 다른 플레이어가 대전을 걸어오면 네트워크 대전에 들어가며, 대전이 끝난 후에는 다시 스토리 모드로 돌아가는 방식입니다. 같은 상대와 여러 번 대전할 수도 있으며 굳이 싸우기 싫다면 대전을 취소하거나 아예 옵션에서 네트워크 매치를 끌 수도 있습니다. 하염없이 상대방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혼자서 놀고 있으면 끊임없이 난입해오는 시스템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갑자기 누군가가 대전을 걸어온다는 꽤 신선한 시스템. |
조용히 플레이하고 싶다면 아케이드 대기 설정을 끌 수도 있다. |
물론 따로 독립된 네트워크 매치 모드도 존재하며 일반적으로 대전을 하는 플레이어 매치와 랭크를 매기는 랭킹 매치 또한 지원합니다. 의외로 안테나 칸 다섯 개에서 두 개 정도만 떠도 매우 원활한 대전이 가능하다는 것도 스트리트 파이터 4의 장점입니다. 대전이 진행 중인 방에 들어가서 다른 플레이어들의 대전을 관전하는 기능이 없는데다 여러 명이 한 방에 모여 돌아가며 대전을 하는 것이 아니라 두 명이서 1 대 1 대전만 할 수 있는 것은 약간의 아쉬움이 드는 부분이지만 원활하게 네트워크 매치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른 단점의 상당 부분이 감쇄될 듯합니다. 비록 캐릭터 커스터마이즈 기능은 없지만 자신의 아이디를 표시하는 부분에는 다양한 그림을 이용한 아이콘을 넣을 수 있고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얻은 다양한 칭호를 달아서 자신을 PR할 수도 있습니다.
안테나 두 칸 정도로도 괜찮게 플레이할 수 있다. |
게임을 진행하면서 얻을 수 있는 칭호의 수는 엄청나게 많다. |
가정용 모드인 챌린지 모드는 네트워크 대전과는 반대로 홀로 플레이하면서 실력을 쌓는 것을 좋아하는 유저를 위한 모드로, 정해진 시간 내에 많은 적을 쓰러트려야 하는 타임 어택 모드와 승리할 때마다 조금씩 체력을 보충받으면서 최대한 많은 적을 쓰러트려야 하는 서바이벌 모드, 그리고 가정용 스트리트 파이터 EX에서 볼 수 있었던 트라이얼 모드를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트라이얼 모드는 해당 캐릭터의 다양한 콤보를 배울 수 있으며 세이빙 어택을 비롯한 게임 전체의 시스템 이해까지 곁들인 모드로, 꽤 많은 시간을 들여 플레이할 수 있는 모드입니다. 초반 스테이지에서는 간단하고 평범한 콤보를 익히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사람이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드는, 시스템을 완전히 이해하고 타이밍과 커맨드 조작에 익숙한 플레이어가 아니면 클리어하지 못할 수준의 과제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가정용 싱글 모드인 챌린지 모드. |
EX의 트라이얼 모드도 (악랄하게) 부활. |
그 외에도 스트리트 파이터 4에 대한 여러 가지 자료를 모아놓은 갤러리 모드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애니메이션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감상할 수 있는 무비 갤러리에는 춘리와 바이퍼, 가일과 아벨, 고우키와 고우켄이 화려하게 싸우던 멋진 영상도 스페셜 무비로 수록되어 있어서 소장 가치를 높여줍니다. 대부분 이미 공개된 영상이지만 고화질로 편하게 감상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팬에게는 멋진 선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일러스트 모드에서는 스트리트 파이터 4의 공식 일러스트를 비롯해서 각 스테이지와 캐릭터의 설정화와 개발 도중의 모습도 감상할 수 있습니다. 그간 스트리트 파이터 시리즈가 높은 이식도에 비해 의외로 이러한 갤러리 모드에서 미흡했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 스트리트 파이터 4의 가정용 버전은 넘치는 팬서비스로 중무장한 타이틀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오프닝을 비롯한 총 6개의 스페셜 무비가 수록되어 있다. |
각 캐릭터의 설정화도 감상할 수 있다. |
멋진 오프닝과 애니메이션을 활용한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영상, 6명이라는 추가 캐릭터 등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운 콘솔 버전이지만 한편으로는 이해가 안 가는 부분도 있습니다. 3D 대전 게임이라면 아주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2P 복장을 지원하지 않고 색상만으로 1P와 2P를 구분한다는 것입니다. 10년, 15년 전에 나왔던 옛 게임에서도 지원했던 2P 복장을 2009년에 발매된 스트리트 파이터 4가 지원하지 않는다는 것은 언뜻 이해하기 힘든 부분입니다. 게다가 유료 다운로드 콘텐츠를 통해 어나더 복장을 몇 주에 걸쳐서 지원하고 그 방식 또한 데이터 다운로드 방식이 아니라 디스크에 담긴 내용을 언락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많은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물론 복장이야 게임하는데 직접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을 지원하지 않는 게임에서 2P 복장마저 기본으로 지원하지 않는다는 것은 시대를 역행하는 것인지, 아니면 반대로 시대의 흐름을 너무 잘 파악한 것인지 찝찝한 기분마저 듭니다. 차라리 특정 조건으로 얻을 수 있는 2P 복장까지는 기본적으로 지원하되 3P 복장이라 할 수 있는 어나더 코스춤을 유료 다운로드 콘텐츠로 지원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마저 듭니다.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요즘 게이머들이 치솟는 제작비와 줄어든 판매량에 대해서 모르는 것도 아니고 납득할만한 콘텐츠라면 약간의 비용을 지불하고 유료 콘텐츠를 구입하겠지만 가장 기본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을 유료화해버리면 유료 다운로드 콘텐츠에 자체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기본적으로는 색상만 달라진 1P와 2P 복장. |
차라리 2P 복장까진 넣어주고 3P 복장을 팔았더라면…. |
이번 작품은 스트리트 파이터 시리즈 중에서는 최초로 자막 한글화가 이루어졌으며 음성도 일본어와 영어 중에서 선택할 수 있는데다 캐릭터별로 음성을 일본어나 영어 중에서 취향에 맞게 따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것도 특이한 사항입니다. 또한 본체 언어 설정만 바꾸면 자막이나 캐릭터 이름까지 일본어 버전과 북미 버전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나의 디스크 안에 수록했습니다. 한글 버전은 번역 수준도 깔끔한 편이고 폰트도 별로 멋스러운 폰트는 아니지만 튀지 않고 무난한 가독성을 보여줍니다. 게임 자체에서는 섀도루와 바이슨이라고 표기했다가 매뉴얼에서는 샤돌과 베가라고 표기하는 등 특정 고유명사에 대한 통일이 되지 않았다거나 춘리가 신룡권을 쓰는 등의 사소한 실수는 있지만 전체적으로 무난하고 자연스러운 한글화 타이틀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기존의 스트리트 파이터 시리즈와 비교해서 유난히 스토리성이 강한 타이틀인 만큼 한글화를 하고 안 하고가 꽤 큰 차이로 느껴질 정도입니다. 라이벌전의 이벤트도 꽤 정성 들여 만들었기에 한글화는 무척이나 반가운 요소이며, 한글화의 수준도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운 수준을 보여줍니다. 라운드가 끝난 후 나오는 각 캐릭터의 승리 대사를 통해 스트리트 파이터 2에서 세월이 흘러 사가트와 류의 라이벌 관계나 가일의 증오심의 변화 등 어떻게 캐릭터들의 성격이 변했고 스토리가 진전되었는지를 드러내 주는 부분이 많아서 은근한 향수와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것도 작지만 가볍게 넘기면 안 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무난한 한글화. |
애니메이션 파트도 한글화되었다. |
스트리트 파이터 4는 대전 게임으로서도 진입 장벽 자체는 높지 않은 편이라 대전 격투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유저도 충분히 재미나게 플레이할 수 있는 타이틀이며, 가정용 이식 버전이라는 점에서도 다양한 추가 요소로 인해 스트리트 파이터 시리즈에 대한 추억을 가진 유저라면 기꺼이 구입해서 즐길 만한 가치가 있는 타이틀입니다. 특히 일본판과 동시에 세계 최초로 발매되면서도 일본판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영어/일본어 음성 지원과 자막 한글화까지 이루어졌기에 굉장히 이상적인 발매 형태가 되었습니다. 비록 대전 격투 게임에 취미가 없는 사람에게까지 추천할만한 타이틀은 아니지만 과거 스트리트 파이터 시리즈를 즐겁게 플레이했고 차세대기의 성능을 활용해 멋지게 부활한 스트리트 파이터 시리즈를 기대하는 유저에게는 후회 없을 타이틀이라 평가할 수 있습니다.
너무나 멋졌던 류와 사가트의 라이벌전. |
제작진의 지극한 애정을 느낄 수 있는 춘리. -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