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도 플레이엑스포를 가야하는 이유 중 하나, 2023 레트로장터 탐방
매년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리는 게임쇼 'PlayX4(플레이엑스포)'는 목·금·토·일 평일 이틀, 주말 이틀 총 4일에 걸쳐 행사가 진행된다. 올해 진행된 2023 플레이엑스포는 지난 5월 11일부터 14일까지 진행됐으며, 평소에 게임을 좋아하던 게이머, 올해 초까지 지속돼 오던 코로나 이슈로 그간 외출을 꺼리던 사람, 그리고 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해 나들이 나온 가족까지 합쳐져 많은 관람객으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2023 플레이엑스포
게임쇼가 4일 열린다고 4일 모두 방문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보통 플레이엑스포는 평일반과 주말반으로 나뉘어 방문하게 된다. 평일에는 비교적 방문객이 적어 여유롭게 관람할 수 있는 대신 특별한 행사가 많지 않다. 주말은 방문객이 몰려 관람이 불편하지만 그 날만 즐길 수 있는 특별한 행사가 많다. 그래서 보통 전시 및 시연 관람이 목적인 사람은 평일에 방문하는 편이고, 특별 행사 관람이 목적인 사람은 주말에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 소개할 것은 주말에 플레이엑스포를 방문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인 '레트로 장터'다. 레트로 장터는 레트로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레트로 게임 물품을 가져와 사고 파는 플리마켓 행사로, 플레이엑스포 기간 중 토요일과 일요일, 주말 이틀에만 열린다.
주말 아침부터 레트로 장터에 길게 줄이 형성됐다
많은 사람들이 서로 배려하며 줄 지어 이동하는 모습이 인상 깊다
레트로 장터에서는 이름에 걸맞게 패미컴, 네오지오, 세가세턴, 드림캐스트 등 추억 속 게임과 관련된 다양한 물건을 직접 만나볼 수 있었다. 어렸을 적 실제로 가지고 놀았던 물건부터, 좀처럼 구하기 힘든 희귀한 물건까지 등 레트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보물단지라고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정말 다양한 레트로 게임 물품이 판매된다. 레트로에 대해 큰 열정이 없는 기자도 구경하다 덜컥 구매해 버렸을 정도다.
게임보이! '한때' 손에 쥐었던 물건이다
이젠 CD-ROM이 없어서 돌리지 못할 물건들. 최근 화제인 '디아블로'의 선조님이 눈에 띈다
마치 좋아하는 주제로 운영되는 박물관에 간 것처럼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재밌다
헉. 한국에선 구하기 힘들었던 귀한 물건들이다
없는 것 빼곤 다 있다는 느낌으로 다양하게 파는 마켓도 있다
최근까지도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게임 시리즈도 많아서 반갑고, 가지고 싶다는 마음도 더욱 커진다
게임이 있다면 게임기도 있어야 하는 법
보기 드문 형태의 게임기기도 보인다
구성이 구성인지라 볼 마우스가 아닌게 어색하다
수제로 만든 게임기기를 선보이는 판매자도 있었다
게임 뿐만 아니라 피규어도 판매되고 있다
레트로 장터에서 판매되는 물건은 어림 잡아도 천 개는 훌쩍 넘고, 일반적인 마켓처럼 물품을 리스트업하여 판매하기 보다는 전통시장 혹은 노점처럼 지나가면서 구경하다 마음에 드는 물품을 골라 사는 구조로 꾸며져 있기 때문에 원하는 물건을 찾기가 쉽지 않다. 목표로 하는 물건을 찾기 위해서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발품을 팔아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관람을 하게 된다. 박물관을 돌아보는 느낌도 있고, 마치 보물찾기를 하는 것 같아 즐겁다. 이런 것이 진정한 '장터'의 참맛 아닐까 싶다.
또 물품 구매를 위해 판매자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서로 레트로 게임에 대한 추억을 공유하게 된다는 것도 재미있는 점이다. 기자도 장터를 열심히 구경 중 우연히 한 점포에서 판매 중인 '게임보이'를 발견하고 잊고 있었던 추억이 되살아 났다. 기자는 어렸을 적 게임보이를 가지고 있었는데, 명절에 본의 아니게 사촌동생에게 주게 된 아픈(?) 추억이 있다. 지금은 닌텐도 스위치 OLED를 가지고 있는 마당에 게임보이가 무슨 쓸모가 있겠냐마는, 잃어버린 추억을 되찾아볼까 하는 마음으로 게임보이 구매를 결정했다. 딱히 사용할 곳은 없지만 피규어처럼 책상 위에 장식해 두자는 생각이었다.
하나의 가게를 차릴 정도로 공간이 넓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 물건을 겹쳐 놓는 경우도 많았다
원하는 물건을 찾는 가장 빠른 방법은 판매자에게 직접 문의하는 것이다.
뭔가 어린 아이도 알 정도로 유명한 타이틀이 있었던 모양이다. 사달라는 아이의 말에 난처해진 아버지 曰 "어.. 그건 게임기도 있어야 하는데 말이다"
판매 리스트가 따로 없어서 불편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건 누가 봤으면 사갔을텐데 남아 있네?" 혹은 "내가 먼저 찾아냈다!" 같은 보물을 찾아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둘러보는 맛이 있어 좋았다
기자의 시선을 강탈한 그 물건, 게임보이 컬러
기자도 게임보이 구매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판매자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됐는데, 게임보이를 책상 위에 장식해 피규어처럼 쓸 생각이라는 기자의 말에 "확실히 게임보이는 그냥 보고만 있어도 힐링되는 무언가가 있다. 그래도 테스트용 게임 하나 쯤은 있어야 되지 않겠느냐"라며 판매 중인 게임팩 중 하나를 공짜로 건내주는 것이 아닌가. 그때 판매자가 보여주던 레트로를 사랑하는 자의 순수한 미소는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레트로 장터의 매력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 파는 것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행사장 한켠에는 오락실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아케이드 기기들이 설치돼 있어 무료로 레트로 게임을 즐겨볼 수 있다. 여기에 레트로 게임 퀴즈쇼나 레트로 경매 등 부대 행사도 진행돼 단순히 관람 목적으로 방문한 관람객에게도 큰 즐거움을 준다.
레트로 장터 구석 한켠에 마련된 작은 오락실. 승리한 자의 불끈 쥔 주먹이 인상 깊다
더 경찰관 2 시연. 게임도 게임인데, CRT 모니터가 세로로 누워 있는 것이 신기했다
진행자도 참가자도 모두가 설레고 즐거웠던 레트로 게임 퀴즈쇼
표지 일러스트 혹은 BGM을 듣고 정답을 맞추는 방식. 맞출 시 기념으로 레트로 게임이 선물로 주어졌다
레트로 게임 경매
가정의 달에 진행된 행사인 만큼 가족 단위 관람객도 심심치 않게 보였다. 아케이드 기기 앞에 함께 앉아 함께 게임을 즐기는 형제, 아이가 즐겁게 게임을 즐기는 모습을 뒤에서 흐뭇하게 바라보는 부모, 어렸을 적 추억을 서로 공유하는 연인 등 레트로에 대한 추억을 가족과 공유하고 전달하는 모습을 보니 왠지 모르게 마음이 푸근해지는 것을 느꼈다. 확실한 것은, 방문한 관람객들 얼굴엔 남녀노소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레트로 장터 옆에 위치한 추억의 게임장. 추억의 게임장은 레트로 장터와 한 몸이긴 하나 평일에도 운영된다.
아이에게 게임 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부모님
레트로 게임 하나에 남녀노소할 것 없이 모두가 즐겁다
기자의 부모님은 어린 아들이 외롭지 않도록 어려운 살림에도 슈퍼패미컴과 게임보이 등 게임기기를 사주셨다. 어느 날 슈퍼패미컴이 작동하지 않아 슬퍼하는 아들을 위해 기기를 거침 없이 분해하고 납땜해 고쳐주시던 아버지의 멋있는 모습은 아직도 머릿 속에 생생하게 떠오른다. 그런 부모님 덕분에 기자는 오늘날 좋아하는 게임과 함께 살아가는 게임 기자로 자랄 수 있었다. 플레이엑스포에 찾아와 레트로 게임을 즐기는 가족 단위 관람객을 보며 바쁜 삶에 잊고 지내던 추억이 떠올랐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찔끔 났다.
레트로 게임에 대한 추억이 있다면 매년 플레이엑스포에 열리는 레트로 장터에 방문해 보는 것도 좋다. 레트로 게임 물품을 사고 파는 것은 물론, 돈으로 주고 살 수 없는 옛 추억 또한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레트로 게임에 대한 추억이 없어도 좋다. 레트로 게임도 게임. 게임은 언제나 즐거운 것이니까. 마지막으로 기자가 레트로 장터에서 사온 물품 사진을 공유하며 글을 마치도록 하겠다.
어렸을 적 좋아했던 게임의 공략집과 게임보이 컬러를 사왔다
랑그릿사 드라마틱 에디션 공략집(좌)와 랑그릿사 1&2 공략집(우)
내용 구성은 두 책 모두 대략 비슷했다
기자는 랑그릿사 1의 크리스와 2의 쉐리를 좋아했다
전설의 게임. 프린세스 메이커 2
육성 시뮬레이션에 RPG까지. 굉장히 재밌게 했던 기억이 있다
대망의 게임보이. 책상 위 피규어가 될 예정이다. 나중에 백라이트 개조도 해보고 싶다
안민균 기자 ahnmg@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