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아웃4의 장단점과 온라인의 시너지, ‘폴아웃 76’ 베타 체험기
‘폴아웃 76’은 폴아웃 시리즈 최초로 온라인 전용 게임이며, 이 때문에 온라인 환경에 맞춘 여러 변경점이 보였다. 먼저 하나의 맵을 사용하지만 채널 시스템과 비슷한 방식으로 유저들을 분산시켜 플레이하게 만들며 게임에 접속하면 랜덤 채널로 접속된다. 또한 보이스 채팅을 기본적으로 지원하며, 메뉴를 들여다보거나 하여도 게임 시간은 계속 흐른다.
기본적인 그래픽이나 인터페이스는 ‘폴아웃4’ 의 그것을 그대로 따른다. 때문에, 2015년 발매 당시에도 그래픽 퀄리티가 대단히 좋다고는 할 수 없었던 만큼 적당한 품질의 비주얼을 보여준다. ‘폴아웃4’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만큼 아이템 스탯이나 인벤토리 등 모든 기본 시스템은 ‘폴아웃4’와 같으며 때문에 기존의 팬이라면 게임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는다.
게임을 시작하면 볼트76 에서 간단한 캐릭터 생성 과정을 거친 뒤 볼트76 내에 꾸며진 코스를 따라 밖으로 나가게 된다. 전반적으로 살펴보았을 때, 게임의 배경은 이미 한차례 오버시어를 필두로 한 선봉대가 볼트76 밖으로 나가 정착을 한차례 시도한 이후 모종의 이유로 이들이 실패하고, 이후 깨어난 주인공이 뒤늦게 볼트 밖으로 나서서 이들이 남겨놓은 흔적을 쫓는 것이 게임의 주된 흐름이다. 볼트를 나서기 전에 간단한 옷과 도구를 받고, 특히 자신의 보금자리를 꾸밀 수 있는 C.A.M.P. 를 받게 된다.
이 C.A.M.P. 는 설치 구역 내에서 자유롭게 배치할 수 있는데, 이 설치 구역은 정확하게는 알 수 없었지만 몇가지 기준에 따라 정해져 있는 것 같았다. 일단 각종 도로나 길에서 일정 이상 거리를 둬야만 했으며, 마을이나 시가지 내에는 설치할 수 없었다. 이런 설치 가능/불가능 영역은 C.A.M.P. 를 들면 맵 상에 붉은색 실선으로 표시되었다. 플레이어의 보금자리는 필연적으로 기존의 마을이나 플레이어들이 드나드는 곳에서 어느정도 거리가 있는 곳에 설치할 수 밖에 없었다.
C.A.M.P. 를 일단 설치하면 플레이어는 설치되어 있는 C.A.M.P. 와 상호작용하여 건설 모드로 들어갈 수 있다. 건설 모드 UI는 기본적으로 ‘폴아웃4’의 그것과 같다. 바닥을 놓고 벽을 세우고 지붕을 얹고 내부를 꾸민다. 발전기를 설치하면 전기를 소모하는 각종 발열기구나 장난감도 사용할 수 있다.
건축에 필요한 재료는 전적으로 루팅에 의존한다. 나무가 필요하면 필드에 서있는 나무를 베는게 아니라, 바닥에 널려있는 쓰러진 나무들에서 루팅한다. 각종 약초나 식물도 동일하다. 철 재료는 로봇 적이나 필드에 널린 공구함 등에서 스크랩 재료로 획득할 수 있다. 재료를 획득하기 위해서 복잡한 활동이 요구되지 않았기에 비교적 편리하게 간단한 형태의 집을 짓거나 필요한 가구들을 놓을 수 있었다. 다만 점점 제작품의 등급이 올라갈수록 필요한 재료가 다양해지고 고급 희귀 재료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그 때부터는 이 재료가 어디에서 나오는지, 어디서 얻을 수 있는지 추측하여 활동할 필요가 있었다.
C.A.M.P. 뿐만 아니라 게임 전체가 ‘폴아웃4’ 를 기반으로 했기 때문에 기본 플레이에 대해서는 특기할 것이 많지 않았다. MMORPG 화 된 ‘폴아웃4’ 라고 한다면 상상하기 쉬울 것이다. 게임에 접속하자마자 다른 플레이어들을 마주칠 수 있었고, NPC 들은 설정에 따라 인간들은 모두 죽거나 실종되었으며 로봇이나 기계 단말기들이 대신 존재한다. 텍스트 채팅이 없이 오로지 음성 채팅에 의존하여, 옵션에서 맵 전체를 대상으로 하거나 가까운 지역, 팀원, 혹은 아예 보이스챗을 끄는걸 선택할 수 있었다. 다만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MMORPG 에서 과연 지역 전체의 수십명의 플레이어가 동시에 음성 채팅으로 유의미한 커뮤니케이션을 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 같았다.
채널 시스템으로서 접속할 때마다 랜덤하게 같은 채널에 속한 플레이어들과만 상호작용할 수 있었고, 친구나 팀원 시스템도 존재했다. 한 채널=지역에 최대 몇 명이 있을 수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게임의 주된 흐름을 이끌어가는 메인 퀘스트는 오버시어의 흔적을 쫓아 오버시어 일행이 먼저 정착한 마을에 도착하여 이들이 왜 모두 실종되거나 죽었는지 찾아가는 내용이다. 메인 퀘스트를 진행하면서 이런저런 사이드 퀘스트가 주어진다.
캐릭터는 기본적으로 체력과 AP 뿐만 아니라 허기와 목마름 수치도 가지고 있어서, 주기적으로 음식과 물을 섭취해 이를 보충해주어야 한다. 인벤토리 제한도 폴아웃4와 같으며 이 음식과 물을 제때 섭취하지 않을 경우 각종 불이익을 받거나 질병에 취약해진다. 야외에서 노숙을 할 경우에는 벼룩 등 병균에 노출되어 스탯에 손해를 볼 수도 있다.
맵에는 기존의 폴아웃 시리즈나 엘더 스크롤 시리즈처럼 이런저런 숨겨진 장소도 많이 존재했다. 어느 한 빌딩에서는 수색 끝에 파워 슈트도 발견할 수 있었고 레벨 제한이 있는 파트들을 해체하고 기본 골조는 자유롭게 입고 활동할 수 있었다. 파워 슈트 시스템은 ‘폴아웃4’ 의 퓨전 셀 방식을 따랐다.
캐릭터 성장 요소는 다른 시리즈에 비해 폴아웃 76이 차별화를 보이는 부분인데, 각각 특별한 기능을 가진 퍼크 카드가 담긴 팩을 열면 각 능력치마다 1개씩의 퍼크 카드를 장착해서 사용할 수 있다. 퍼크 카드는 등급이 나뉘어 있으며 S.P.E.C.I.A.L. 마다 한 장 씩만 장착할 수 있기 때문에 7개의 퍼크 카드를 어떻게 구성할까에 따라 다양한 조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전투는 ‘폴아웃4’ 방식 그대로를 재현했으나, V.A.T.S. 은 실시간 MMO임에 따라 변화했다. 사용시 시간이 멈추거나 슬로우모션이 되지 않고 실시간으로 명중률을 측정해주며 ‘오버워치’의 ‘솔져76’ 궁극기처럼 명중률 %에 따라 자동으로 사격이 명중한다. 베데스다의 고질적인 문제인 모션은 여전해서 근접 무기의 경우 상대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함에도 여전히 쓰기 불편했다. 이를 테면 파워 슈트를 입고 근접 무기를 휘두르는 모션에서 허리를 거의 쓰지 않고 손만을 휘두르기 때문에 타격 범위가 오른손 주위로 매우 한정되어 있었으며 때문에 타격점을 매우 신중하게 맞추는 웃기는 상황이 연출된다.
종합하자면 ‘폴아웃4’ 의 장점과 단점을 그대로 가져왔다고 할 수 있었다. ‘폴아웃3’와 ‘폴아웃4’ 를 지나며 확립된 기본 시스템에서 크게 변화한게 없이 MMO 장르로 확장한 것에 가까우며 때문에 고질적인 문제인 엉성한 모션과 불편한 조각감 등은 그대로지만 폐허가 된 학교나 공공 건축물 등의 던전 크롤링, 장비 커스터마이징, 아이템 파밍, 빌리징 등의 장점은 MMO 라는 장르의 변화와 아주 잘 맞아 떨어지는 요인이고 그 장점들 또한 극대화 되었다. 베데스다의 새로운 폴아웃 시리즈가 플레이 자유도가 높고 반복 플레이에 치중한 만큼 이는 분명 MMO화와 시너지를 내는 장점이라고 볼 수 있다.
또 각종 콘텐츠의 심화 역시 중요한데, 온라인 게임화 된 만큼 엔드 콘텐츠의 깊이와 볼륨 모두 중요한데 과연 폴아웃 시리즈에서 파티 기반의 심화 콘텐츠를 얼마나 고퀄리티로 만들어낼 수 있을까가 매우 중요한 관찰 포인트일 것이다.
정식 버전에서 확인해야 할 중요한 판가름 요소로는 반복적인 장비 파밍을 가능케할 만큼 다양한 옵션과 장비의 종류가 과연 보장되는지와, MMO 필드에서의 빌리징이 과연 다른 플레이어들과의 상호작용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고 또 어디까지 공유가 가능한지 정도를 손꼽을 수 있었다. 특히, 최초로 MMO화 되는 폴아웃 시리즈인 만큼 많은 시행착오가 예상된다. 일례로 제작사에서 직접 수많은 버그와 불안정한 요소가 있다고 미리 주의를 준 테스트 버전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형용못할 문제들이 가득한 클라이언트는 이제 출시가 겨우 2주 남은 시점인 만큼 빠른 보완과 안정화가 시급하다.
결론적으로 기존의 ‘폴아웃4’ 를 재미있게 플레이했던 게이머라면 충분히 재미있을 게임이며, 또 ‘폴아웃4’ 를 플레이할 때 “기껏 열심히 만든 빌리징을 공유할 수 없어서 아쉽다” 거나 “던전 크롤링이나 보다 심화된 PVE 콘텐츠를 파티로 같이 플레이 할 수 있으면 좋겠다” 고 생각했다면 그런 아쉬움을 채울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다만, 단점 또한 ‘폴아웃4’ 의 것을 그대로 가져왔기 때문에 이 부분을 어떻게 보완할지도 기대된다.
‘폴아웃 76’ 공개 테스트는 오는 4일까지 계속되며, 루리웹은 한국시간 2일 오전 3시부터 루리웹TV 트위치 채널(twitch.tv/ruliwebtv) 을 통해 2차 공개 테스트 플레이 실황을 스트리밍할 예정이다.
이명규 기자 sawual@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