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난 연출 그리고 성장에 집중한 타이틀 - 블랙클로버 모바일 CBT 체험기
이렇게 탄생한 빅게임 스튜디오는 자체 IP를 이용한 타이틀을 개발 중인 한편, 만화 원작인 ‘블랙클로버’를 이용한 모바일 타이틀 제작에 착수했습니다. 방향 측면에서는 자신들이 개발했던 작품의 연장선에 있는 것이고 했고. 그렇기에 보다 애니메이션의 감성을 담아낼 수 있는 타이틀로의 전환이기도 했습니다.
2020년 설립된 빅게임 스튜디오가 처음으로 시장에 선보일 작품 ‘블랙클로버 모바일’은 이제 출시를 앞두고 글로벌을 대상으로 하는 CBT에 돌입했습니다. 그간 몇 차례 FGT를 진행하며 방향성을 점검했던 것을 넘어서,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게임을 선보이고. 서비스를 위한 점검을 하게 된 셈입니다.
가레나를 통해서 퍼블리싱이 이루어진 ‘블랙클로버 모바일’은 이번 CBT를 통해 최초 공개보다 나아진 비주얼을 선보이는 한편, 지금까지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웠던 게임 플레이를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첫 CBT를 진행한 블랙클로버 모바일은 무엇보다 ‘애니메이션의 감성을 게임 플레이로 구현’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는 개발사인 빅게임 스튜디오의 모토이기도 합니다. 단순히 애니메이션의 IP를 가져와서 게임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애니메이션에서 볼 수 있었던 연출. 그리고 거기서 나오는 감정 등을 게임 플레이로 구현하는 것이 최종적인 목표가 됩니다.
이러한 기조 아래, 블랙클로버 모바일의 플레이는 큰 장점과 여기에 따라오는 약점을 동시에 가지게 됩니다. 원작 만화와 애니메이션이 근간이 되기에 발생하는 문제이기도 하며, 게임으로 이를 옮기는 과정에서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모된다는 점에서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 가장 큰 장점 - 원작 스토리 중심으로 흘러가는 시스템과 플레이
블랙클로버 모바일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애니메이션이 줬던 감성을 게임으로 느끼도록 하는 것’이란 가치에서는 충분히 만족할 만한 비주얼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빅게임 스튜디오 주요 개발진들의 전작을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어찌됐든 이런 형태의 비주얼을 보여줌에 있어서는 손에 꼽을 만한 실력자들이라는 평을 내리기 충분합니다.
애니메이션을 게임으로 옮긴 것 같은 비주얼은 블랙클로버 모바일을 ‘스토리를 따라가는 게임’으로 만들어내는 일등공신이 됩니다. 원작의 스토리를 게임으로 옮긴 스토리 모드는 큰 각색이 들어가지 않고 원작의 이야기를 충실하게 구현하고 있습니다.
CBT 기준으로 블랙클로버 모바일의 스토리 모드는 왕도가 습격 당하는 부분까지 수록된 상태입니다. 원작 만화 기준(대원씨아이 정발본)으로는 5권 중반 정도의 분량을 게임으로 만날 수 있습니다. 굵직한 사건을 중심으로 챕터가 나뉜 것을 생각하면, 현재 국내 발매인 32권 기준으로는 10개를 넘는 챕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블랙클로버 모바일은 다른 그 무엇보다 스토리 중심으로 플레이를 이끌어내고. 확장하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스토리를 중심으로 시스템이 뻗어 나가는 한편, 플레이어 캐릭터의 육성 / 강력한 적의 등장 / 아지트 기능이나 소환 / 기사단(길드) 생성 등 전반적인 모든 것들이 스토리에 맞춰서 제공되는 상태입니다.
이는 꽤 흥미로운 모습이기도 합니다. 게임 플레이의 시스템 개방이 이루어지는 과정마저 원작 스토리를 중심으로 설계되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잠시 원작의 흐름을 생각해보죠. 원작에서는 주인공 아스타가 수여식에서 다섯잎 마도서를 획득한 뒤에는 마법 기사단 ‘검은 폭우’에 입단 - 솟시 마을 - 던전 조사 - 왕도 습격 순서대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개발사는 여기서 적재 적소에 시스템들을 선보입니다. 한 번에 여러 가지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씩. 하지만 순서는 원작의 장소와 시간을 따라서. 대략 이런 기조에서 시스템 추가가 이루어집니다.
예를 들면, 원작에서 아지트에 먼저 방문하기에 아지트를 중심으로 부가적인 기능들이 가능하도록 설정해둔 것이 대표적입니다. 원작에서는 한 컷으로 월급이 나온다는 장면이 있는데, 이를 반영해서 급료 시스템(오프라인 시 누적되는 재화)을 넣어둔다거나 하는 식입니다.
이렇게 시스템이 뻗어나가는 것과 함께, 스토리가 플레이어의 성장 / 진행을 이끌어나가는 형태입니다. 게임에 관심을 두는 사람이라면, 원작의 스토리를 복기하면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고. 원작이나 애니메이션을 접하지 않았던 사람이라면, 이야기 흐름을 따라가서 세계관과 등장 인물의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해뒀습니다.
인게임 컷신이 아니라 영상이 되면서 몇 가지 시도들도 더해졌습니다. 영상이기에 여기에 출력되는 대사는 자막에 가까워졌고. 그렇기에 자막 효과가 추가되었다는 점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꽤 눈여겨볼 만한 시도였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사소한 것이기는 하지만, 자막 효과가 가져오는 재미도 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자막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ASS 자막과 같이 효과가 입혀져 있습니다. 원작 기준으로 소위 ‘뽕’이 차는 부분들. 그러니까, 아스타가 ‘포기하지 않는 것이 나의 마법이다’라고 외치는 장면. 혹은 등장 인물들의 감정이 격해지는 장면들에 폰트 크기가 달라진다거나. 자막 효과가 입혀진 상태입니다. 이런 이유에서 이점을 가질 수 있기에, 컷신이나 다이얼로그로 일원화 한 것이 아니라 영상과 다이얼로그 두 가지 형태를 사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한 번에 스토리 전반을 주파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꽤 오랜 시간을 들여서 캐릭터를 육성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때로는 강제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캐릭터를 육성해야 할 때도 있기에 그렇습니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생기는 현상이긴 한데, 이야기 진행 도중 육성한 캐릭터가 등장하지 않는다면 해당 캐릭터는 사용할 수 없는 구조입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이렇게 스토리를 풀어나가는 과정이 흥미롭게 다뤄진다는 사실입니다. 연출도 좋고. 원작의 팬들에게도.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도 몰입할 수 있는 여지를 남깁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스토리를 다 끝낸 이후, 어떤 플레이가 이어질 것인지에 대한 물음입니다.
● 그리고 따라오는 맹점 - 이야기 전개 이후에는?
실제로 이야기를 따라가는 과정에서는 꽤 할 것들이 많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새로운 캐릭터들이 추가되고 시스템이 개방되는 과정에서 육성의 폭은 계속해서 늘어납니다. 이 과정에서 플레이어는 캐릭터들을 크게 성장시킬 수 있습니다. 스토리 개방이라는 목표가 있기 때문에 육성에는 속도와 목표가 붙기도 합니다.
그러나 스토리 전개가 다 끝난 이후에는? 명확하게 제시되던 지점이 사라지면서 목표가 흐릿해지는 현상이 도래합니다. 원작의 이야기를 가장 핵심에 둔 타이틀이기에 이야기를 더 제공하지 못했을 때 힘이 살짝 빠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셈입니다.
스토리 외부에 자리한 콘텐츠들은 크게 보자면 두 가지로 구분됩니다. 경험치나 장비를 얻기 위해서 반복 플레이를 하도록 구성된 것. 그리고 하루에 몇 번만 입장하고 도전할 수 있는 콘텐츠들이 자리합니다. 결국 준비된 스토리 콘텐츠를 마치면, 한정 입장 콘텐츠에서 더 많은 보상을 얻기 위해 캐릭터를 육성하거나. 기간 한정으로 진행되는 콘텐츠 등을 플레이하게 됩니다. 이전까지 명확한 보상과 목적이 제시되었다면, 이 시기부터는 반복 플레이가 중심이 됩니다.
시간이 길어질수록 플레이어 캐릭터들의 전투력이 계속해서 상승하고. 이는 다음 스토리가 나왔을 때 전반적인 요구 전투력 기준의 증가로 이어질 수 있어서입니다. 캐릭터를 육성하는 것이 어려운 편이 아니므로, 더욱 그러합니다. 실제 전투력의 변화와 함께 요구 전투력의 인플레가 오지 않도록 관리하는 과정이 필요해 보입니다.
● 캐릭터의 조합과 전략 구성 - 전투 및 육성의 특징들
블랙클로버 모바일의 전반적인 전투는 애니메이션에서 캐릭터들의 공격 / 주요 마법들을 스킬로 옮긴 형태입니다. 연출 또한 스토리와 마찬가지로 카메라 워크를 포함한 전반적인 비주얼이 만족스럽게 제공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전투 측면에서는 턴제 전투를 기반으로 상당수 복잡한 설계들이 더해졌습니다. 턴제 전투지만 행동력이라는 기준으로 각자의 턴이 다르게 주어지고. 각 스킬의 사용 타이밍과 형태를 플레이어가 규정하도록 해뒀습니다. 크게 보자면 쿨타임이 주어지는 일반 스킬 / 마나라는 자원을 사용하는 ‘필살기’ 그리고 ‘합격기’가 그것입니다.
이와 더불어 스킬들의 효과도 꽤 복잡하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연출은 원작에서 보여준 것이지만, 효과 자체는 서로 얽히면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합니다. 효과들도 잘 생각해보면 플레이어에게 꽤 유리하게 제공되는 편입니다. 적의 버프를 날려버린다거나. 변이를 시킨다거나. 체력 회복과 보호막을 제공하는 등, 원작의 개성적인 마법들이 그대로 구현되어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보자면, 블랙클로버 모바일은 전략적으로 파티 구성을 하도록 유도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특히 레이드와 같은 콘텐츠가 그러합니다. 사전에 레이드 보스의 패턴 등을 파악하는 한편, 해당 페이즈의 패턴을 막기 위한 방법을 강구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장비를 강화하거나 마법 페이지를 강화하는 등 부가적인 활동이 이어집니다. 플레이어의 선택지를 늘려야 하므로 여러 캐릭터들을 육성하는 것은 필수적인 단계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게임은 육성 전반은 쉽게. 그리고 반복 플레이를 통해서 자연스레 고등급으로 진급하도록 유도합니다. 아마 이후에도 이런 육성 구조는 유지될 것으로 보입니다. 필수적으로 등급을 올리도록 구성해두는 한편, BM에 의존하지 않고도 진급을 쉽게 달성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고 있습니다.
성장 측면에서 보자면 중복으로 캐릭터를 획득했을 때 지급되는 ‘피스’를 애정도라는 수치를 올리는 것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 애정도는 파티에 편성을 하고 콘텐츠를 플레이할 때 올라갑니다. 캐릭터마다 정해진 분량의 전용 피스를 얻을 수 있고 중간마다 공용 피스를 지급하는 것으로 랭크업 - 진급이라는 사이클을 성공적으로 달성합니다. 덕분에 R - SR - SSR - UR - LR까지 구성된 등급 내에서 충실한 육성을 해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전투 외적인 부분들. 그리고 아레나 등의 PvP 콘텐츠. 레이드 같은 도전적인 콘텐츠들까지 고려하면, 블랙클로버 모바일의 지향점은 너무도 명확합니다. 캐릭터를 육성하기 쉽도록 만들어두고 에피소드나 이벤트에 따라서 같은 캐릭터지만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 그리고 이를 통해서 다수의 캐릭터를 육성하고 조합하도록 만드는 구조입니다.
● 많은 캐릭터를 보유할 것 - BM과 콘텐츠의 상관 관계
결론적으로 블랙클로버 모바일은 스토리 측면에서 강제적인 캐릭터 사용의 제한을 걸어뒀다는 점 / 레이드 등의 콘텐츠에서 8명의 캐릭터를 사용한다는 점 / 전략적인 조합을 구축하도록 시스템을 마련했다는 점 등에서 많은 캐릭터를 보유할 것이라는 지향점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는 이번 CBT에서도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다소 극단적이기는 하지만, 저등급 캐릭터도 나름의 쓰임새가 있고 최고 등급까지 육성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각각의 스킬이 사용되는 장소를 마련해 뒀다는 점 등에서 무조건 많은 캐릭터를 보유하는 것이 이점이 되도록 했습니다. 플레이어의 선택지가 늘어날수록 이후의 콘텐츠를 얼마나 잘 풀어나갈 수 있는지가 결정되는 셈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비추어보면, 게임 내에서 획득하는 성장 재화를 계속해서 투자하도록 만드는 것. 그리고 캐릭터 풀을 늘려서 다양한 조합을 시도하도록 만드는 것에 가까워집니다. 최고 등급인 LR까지 달성하는 과정이 어렵지는 않으므로, 조금씩 성장의 폭을 늘려나가고. 스토리 이후에 반복 플레이를 구성하는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동시에 시즌별로 외전격 캐릭터를 선보이는 방향성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번 CBT에서는 신학기 아스타 / 유노 / 미모사까지 세 개의 캐릭터가 등장했는데, 기존 캐릭터와는 다른 스킬셋을 가지고 있고 보다 높은 등급과 성능을 보여줍니다. 이와 같은 점을 생각하면, 원작에서 캐릭터가 성장하며 모습이 변하거나. 새로운 능력을 부여받았을 때 이름은 같지만 다른 캐릭터로 만들어낼 것이란 예상이 가능합니다. 이러한 양상은 개발진이 담당했던 전작에서도 같은 전략을 취한 바 있습니다.
● 뛰어난 연출 그리고 성장에 집중한 타이틀 - 블랙클로버 모바일
정리하자면, 블랙클로버 모바일은 CBT 기준으로는 아주 뛰어난 연출과 애니메이션의 감성을 살리고자 한다는 의도가 명확히 드러난 타이틀입니다. 적어도 이 방향성에서 모든 시스템들이 견고하게 맞물리고 있고 때때로 원작 이상의 즐거움을 주기도 합니다. 스토리를 따라가면서 만나는 영상과 대사. 스킬의 연출은 이 작품의 백미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스토리 중심으로 플레이가 구현되어 있기에, 장기적인 플레이를 위한 콘텐츠 개발이 필요하다는 측면도 있습니다. 결국에는 스토리를 따라가면서 나오는 플레이가 메인이며, 일정 지점까지 진행했을 때에는 플레이의 목적이 흐릿하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원작에서 볼 수 없던 일부 콘텐츠를 준비 중인 것 같기는 하지만, 현재 CBT에서는 확인할 수 없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비주얼이나 전투의 완성도 측면에서는 준수한 모습을 보여준 만큼, 정식 서비스 시점에서는 보다 탄탄한 엔드 콘텐츠. 지속적인 플레이를 만들어낼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정필권 기자 mustang@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