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기다림 끝에 드디어 오는 2월 29일 ‘파이널 판타지 7 리버스’가 한국어화 정식 발매된다. 삼부작으로 확정된 ‘FF7’ 리메이크 프로젝트의 중반부로, 전작서 다져둔 기반 위에 본격적인 모험담을 펼쳐가는 더없이 중요한 대목이다. 새롭게 구현된 지역은 그래스랜드부터 쥬논, 코렐, 골드소서를 지나 잊혀진 도시까지. 원작 팬이라면 잘 알다시피 ‘FF7’ 스토리를 관통하는 굵직한 사건들이 발생하는 구간이다. 물론 첫 작품이 그러했듯 ‘FF7 리버스’ 역시 본래 흐름을 순순히 따라갈 리 만무하지만 말이다.

지난해, 본지는 좋은 기회로 ‘FF7’ 리메이크 프로젝트를 이끄는 사령탑 키타세 요시노리P와 몇 차례 만남을 가졌다. 덕분에 어째서 부제가 ‘리버스’인지, 오픈월드는 어떻게 채워졌는지, 전투 시스템은 얼마나 달라졌는지 등 값진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나 시기에 따라 답변을 피하는 내용도 적잖거니와 구두 설명만으로 이해하기 힘든 경우도 있었다. 이에 ‘FF7 리버스’ 출시를 한 달 앞두고 도쿄 스퀘어에닉스 본사를 찾아 그래스랜드 전역을 돌아봤으며, 그렇게 얻은 정보로 다시금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스퀘어에닉스 하마구치 나오키 디렉터와 키타세 요시노리 프로듀서

● ‘FF7 리메이크’ 후반부 전개가 상당히 파격적이었다. 흥미진진하다는 호평과 더불어 원작을 파괴했다는 부정 여론도 적잖았는데. 그러한 반응이 속편 개발에 영향을 줬나. 아니면 당초 계획대로 우직하게 진행 중인가

키타세: 당초 계획대로라. 어디서부터 답해야 좋을지 좀 어렵다. ‘FF7 리메이크’ 엔딩에 대한 찬반 여론이 크게 갈릴 것이란 건 우리도 상정한 바다. 지금 스토리가 어떻게 전개될지 고찰이 난무하는 상황인데, 팬들 사이에서 활발한 토론이 오가길 의도한 건 맞다. 일단 안심해주기 바라는 부분은 원작 스토리를 최대한 존중한다는 거다. 결코 완전히 파괴해버리는 게 아니다. 그렇다고 100% 따라가면 신선미가 없을 테니, 잭스의 죽음처럼 중요한 지점마다 나름대로 어레인지를 가했다. 요는 원작에 대한 존중과 신선미를 모두 고려한 방향이다.

● 앞서 TGS 쇼케이스 등으로 보여줬던 구간이지만 역시 직접 플레이하니 훨씬 더 인상적이다. 다소 선형적이었던 ‘FF7 리메이크’와 달리 금번 ‘FF7 리버스’는 완연한 오픈월드 게임에 가까워졌는데, 이러한 기획의 목표는

하마구치: 오픈월드라는 장르랄까, 플레이 포맷의 특징은 게이머 스스로 선택하는 부분이 많다는 거다. 광활한 월드맵에 서브 퀘스트 같은 즐길 거리가 없다면 그건 그냥 커다란 공간을 펼쳐뒀을 뿐이지 않나. 그래서 오픈월드로 전환하며 콘텐츠를 채워 넣고자 굉장히 신경을 썼다. 솔직히 완성하기 쉽지 않으리라 걱정했는데, 다행히 요즘 많이 듣는 이야기는 “어떻게 이걸 4년만에 다 만들었느냐”는 거다. 개발 과정에서 이런저런 사양을 놓고 지지부진하지 않고 4년간 오롯이 완성도 향상에 집중한 덕분에 납득할만한 결과를 낼 수 있었다.

● 챕터 2 지역인 그래스랜드 에어리어서 메인 스토리 및 서브 퀘스트와 월드 리포트를 모두 완료하기까지 대략 5시간 걸렸다. 극초반 지역만으로 이만치 시간이 든다면 ‘FF7 리버스’ 전체 플레이 타임은 얼마나 된다는 걸까

하마구치: 그래스랜드 에어리어를 5시간만에 끝내는 건 아주 잘하는 사람 기준이다. 보통은 메인 스토리만 쭉 달렸을 때 엔딩까지 40시간이 걸린다. 다만 서브 퀘스트, 월드 리포트 보상을 전혀 얻지 못하기 때문에 그만큼 난도가 올라갈 터다. 그래서 평균적으로 서브 퀘스트와 월드 리포트도 적당히 완료하며 플레이할 경우 대략 50~60시간 정도. 모든 콘텐츠를 올 컴플리트한다면 100시간 이상이 필요하다. 참고로 전개상 그래스랜드 같은 초반 에어리어로 돌아갈 때가 있는데, 거기서 추가 콘텐츠가 발생하기도 한다.

● 미니게임이 더욱더 풍성해졌다. 이렇게까지 미니게임에 진심인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개인적으로 ‘FF7 리메이크 인터그레이드’서 콘도르 포트를 무척 재미있게 즐겼다. 이번에 미니게임서 빠졌다면 아쉬울 듯하다

하마구치: 앞서 이야기했듯 ‘FF7 리버스’는 즐길 거리를 최대한 많이 제공하는 걸 과제로 삼았다. 만약 어느 에어리어나 하는 일이 똑같다면 새로운 지역을 여행한다는 두근거림도 없을 터다. 그러한 플레이 경험을 피하고자 에어리어마다 색다른 미니게임을 넣거나 도전 난이도가 올라가도록 준비했다. 뿐만 아니라 전용 보스와 수수께끼도 존재하므로 늘 여행의 즐거움이 따를 것이다. 가령 그래스랜드 초코보는 가장 기본적인 형태인데, 다른 에어리어에 가면 산을 오르거나 높은 곳에서 활공하기도 한다. 그렇게 에어리어를 탐색하는 방법이 다양해지는 식이다. 참고로 콘도르 포트는 업그레이드 버전을 수록했으니 기대해달라.

● 주인공인 클라우드를 파티에서 제외할 수 없는 것으로 안다. 그런데 앞서 공개된 스크린샷 가운데 티바, 유피, 바레트로 파티가 구성된 장면이 있더라. ‘FF7 리버스’는 클라우드를 제외하는 게 가능한지, 아니면 특정 구간에서만 그런지

하마구치: ‘FF7 리버스’는 클라우드 시점에서 진행되는 스토리라 기본적으로 파티에서 제외하는 건 불가능하다. 다만 메인 스토리 중간중간 클라우드 없이 동료들만으로 진행하는 구간이 존재하는데, 아마도 그러한 장면이 스크린샷에 담긴 모양이다. 물론 자유롭게 파티를 구성하고픈 수요가 적잖다는 건 인지하고 있기에, 클리어 특전으로 클라우드를 제외하는 게 가능해진다. 참고로 이 자리에서 처음 밝히는 정보다.

● 레드서틴, 유피, 캐트시까지 조작 가능한 동료가 많이 늘었다. 여전히 배틀 멤버가 세 명뿐이라 아쉬운 지점인데, 혹시 더 많은 인원으로도 테스트를 진행했나. 하드웨어 성능을 고려하여 인원을 늘리지 않았는지도 궁금하다

하마구치: 확실히 ‘FF7 리버스’ 개발을 시작할 적에 배틀 멤버를 늘릴지 논의한 바 있다. 다만 실제로 테스트까지 진행하지는 않았는데, 역시 원작처럼 세 명이 좋겠다는 의견이 굉장히 우세했기 때문이다.

키타세: 하드웨어 성능 때문이라는 이야기는 사실무근이다. 이미 다른 동료들도 외야에서 함께 싸워주고 있으므로 기술적으로 인원을 늘리는 건 어렵지 않다. 그저 게임 밸런스 측면에서 배틀 멤버는 세 명이 가장 적절했을 뿐이다.

● 그 외야에서 싸워주는 부분에 대해서 한 가지 더 확인하고 싶다. 금번 시연에서 배틀 멤버가 아닌 바레트가 멀리서 열심히 사격하는 모습을 봤다. 이게 전투에 유의미한 영향을 줄 정도로 대미지가 들어가는지 궁금하다

하마구치: 기본적으로 함께 싸운다는 분위기를 내기 위한 연출에 가깝다. 대미지가 존재하긴 하는데 정말 조금씩 들어간다. 실제로 유의미한 도움을 받는 건 파티가 위기에 처했을 때 서브 멤버로 연계기를 발동하는 기능이 있으니 그쪽을 확인해주기 바란다.

● 캐릭터 육성이 스킬코어를 해금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이걸 스킬북이 비치된 곳에서만 할 수 있더라. 강적과 싸워 승리했을 때 곧장 파티를 강화하고 싶은 게 보통이지 않나. 장소의 제한을 둔 특별한 이유가 있나

하마구치: 물론 그만한 이유가 있다. ‘FF7 리버스’서 동료들이 많이 늘어난 탓에 매번 스킬코어를 다 해금하려면 시간이 무척 오래 걸린다. 그래서 차라리 특정 장소에서 파티 전체를 몰아서 세팅하고 그 전력으로 일정 구간을 진행하도록 기획했다. 말하자면 게임의 단을 나눈다고 할까. 육성의 피로감을 줄이기 위한 방편이라 생각해달라.

● TGS 쇼케이스 때 뒷모습만 살짝 보여준 붉은 투구가 길가메쉬인지 질문했었다. 당시에는 누구라고 확인해주지 않았는데, 직접 시연해보니 역시 그건 길가메쉬였다. 사실 ‘FF7’ 원작에선 등장하지 않은 캐릭터인데, 드디어 직접 싸워볼 수 있을까

하마구치: 에이션트 매터 관련 서브 퀘스트에서 길가메쉬가 등장한다. ‘FF7 리버스’ 월드맵 여기저기 굉장히 많은 에이션트 매터가 존재하며, 그걸 차례로 모아가며 점차 스토리가 심화되는 식이다. 서브 퀘스트 중에서도 특히 많은 공을 들였으니 다른 콘텐츠는 건너뛰더라도 에이션트 매터 관련은 꼭 즐겨주기 바란다. 그리고 길가메쉬와 싸운다는 게 굉장히 매력적인 아이디어긴 한데, 지금 여기서 어떻게 된다고 확답하진 않겠다.

● 금번 리메이크 프로젝트는 ‘컴필레이션 오브 파이널 판타지 7’ 전체를 한 번 싹 정리하여 통합하려는 야심이 느껴진다. 일례로 ‘FF7 리메이크 인터그레이드’서 ‘더지 오브 케르베로스’ 캐릭터인 딥그라운드 츠비에트가 등장한 바 있다. 이번에도 비슷한 사례가 존재하나

하마구치: 구체적으로 누가 나온다고 알려줄 순 없지만 ‘컴필레이션 오브 파이널 판타지 7’ 캐릭터가 등장하는 건 확실하다. 관련하여 서브 퀘스트를 통해 그에 대해 좀 더 많은 정보를 알 수 있을 테니 기대해도 좋겠다.

● 오랫동안 레노를 담당한 성우 후지와라 케이지가 몇 년 전 타계했다. 아직 후임은 미정으로 아는데, 최근 비슷한 상황에 처한  ‘사이버펑크 2077’은 유가족과 합의하여 고인의 목소리를 AI로 재현한 바 있다. 혹시 이러한 기술도 고려 중인가

하마구치: 우리도 최신 기술을 다루는 회사인지라 그러한 방식과 사례가 존재한다는 건 파악하고 있다. 다만 레노의 음성을 어떻게 할지는 미정인 채라 여기서 뭐라 답하기 어렵다.

● 대표 이미지가 두 가지 버전이다. 좌우에 선 캐릭터는 클라우드와 잭스, 에어리스와 티파로 바뀌는 반면 중앙은 언제나 세피로스 차지더라. 한정판 피규어도 세피로스니까 어떤 의미에선 클라우드보다 주인공스러운 대접인데

키타세: ‘FF7 리메이크’는 신라 컴퍼니라는 명확한 적이 존재했다. 그래서 클라우드 일행이 싸우는 동기도 신라 타도로 집중된다. 반면 ‘FF7 리버스’는 원작과 마찬가지로 누가 진짜 적인지 다소 애매하다. 어디까지나 세피로스의 흔적을 쫓아 월드맵을 전전하는 상황인 만큼, 게이머가 목적의식을 잃지 않도록 그의 존재감을 강조한 것이다. 스토리 흐름에 있어서도 과거 니블헤임을 먼저 조명하여 세피로스가 아직 솔저로 활동하던 시절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알려주고, 그를 뒤쫓아야 한다는 사명감을 확실히 심어주고자 했다.

● TGS 시연에서 니블 산을 오르는 동안 세피로스로 플레이할 수 있었다. 그렇게 잠깐 쓰고 끝나기에는 고유한 운용법과 기술까지 제대로 갖췄는데, 혹시 채들리의 VR 시뮬레이터를 활용해서라도 세피로스를 좀 더 사용할 순 없을까

하마구치: VR 시뮬레이터로 세피로스를 사용하고 싶다는 지금 그 이야기는 개인적으로도 “아, 그렇구나!” 싶다. 이제와 실현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인터뷰가 끝나고 개발팀과 상의해보도록 하겠다(※ 인터뷰 시점은 1월 중순).

● “출시일까지 기절했다가 깨고 싶다”는 우스개가 돌 정도로 ‘FF7 리버스’를 손꼽아 기다린 팬들이 많다. ‘FF7 리메이크’가 2015년 최초 공개로부터 5년만에 나왔고, 다시금 4년이 지나서야 ‘FF7 리버스’가 완성됐다. 삼부작 마무리는 언제쯤 가능할까

하마구치: 마지막 편이 언제 나온다고 확답하기 어렵지만, 일단 노지마 씨(※ FF7 리메이크 프로젝트 시나리오 담당인 노지마 카즈시게)가 앞으로 전개를 거의 다 구상해뒀다. 우리도 이제 ‘FF7 리버스’ 개발이 일단락되어 마지막 편으로 넘어갈 참이다. ‘FF7 리메이크’ 5년과 ‘FF7 리버스’ 4년간 주요 개발진은 변동없이 참여 중이다. 따라서 갑자기 마지막 편에서 힘이 빠지거나 엄청 오랫동안 기다리게 만드는 일은 없을 터다.

● 끝으로 ‘FF7’ 리메이크 프로젝트를 성원하는 뭇 한국 게이머에게 인사를 전한다면

하마구치: “일정 연기 없이 오는 2월 29일 정식 발매합니다.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FF7 리버스’는 전작보다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콘텐츠가 굉장히 많아졌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즐거움을 드릴 만한 작품이니 꼭 플레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키타세: “오늘 말씀드렸듯 ‘FF7 리버스’는 세피로스가 핵심이 되는 스토리입니다만, 팬 여러분이 신경 쓰고 계실 에어리스의 운명도 드러나므로 모쪼록 기대해주시길. 오픈월드로 구현된 ‘FF7’가 처음인지라 여러모로 상상하실 텐데, 그 상상 이상의 작품으로 완성시켰다고 자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