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의미로 ‘순한 맛’ 판타지 라이프, 마비노기 모바일
드디어 오늘(27일), 데브캣이 만들고 넥슨이 제공하는 ‘마비노기 모바일’의 판타지 라이프가 시작된다. 사실 국내 게임 시장의 중심축이 모바일로 옮겨간 이래 클래식 IP가 ‘~M’라며 이식되는 건 흔한 일이지만, 본작은 자못 궤를 달리하는 행보로 내내 기대감을 높여왔다. 자타공인 ‘마비노기’의 아버지 나크, 김동건 대표가 손수 지휘봉을 잡고 무려 8년간 전력한 실질적인 독립 신작이니까. 과연 유저들의 오랜 기다림이 걸작으로 보상 받을지, 넥슨 본사서 짧게나마 ‘마비노기 모바일’을 사전 체험하고 그 감상을 전한다.
이날 현장에 참석한 데브캣 김동건 대표는 “게임 개발자 나크로서 다시 인사드리게 되어 기쁘다. 넥슨을 다닌 지 오래인데 메인 디렉팅은 이제 세 번째다. 23년 전 기획서를 들고 故 김정주 회장께 찾아가던 기억이 여태 떠오를 만큼 ‘마비노기’는 내 인생 게임이다. 그래서 ‘마비노기 모바일’은 어떤 게임이어야 할까 많이 자문했는데, 결국 ‘모바일 게임을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추천할 만한’ 작품이면 좋겠더라. 모쪼록 우리 장르의 문턱을 낮춰줄 새 식구가 하나 늘었다고 여겨주기 바란다”며 출시 소회를 밝혔다.
데브캣 나크, 김동건 대표가 선보이는 신작 '마비노기 모바일'
과연 소싯적 판타지 라이프의 감성을 모바일로 되살릴 수 있을까
무엇이 ‘마비노기’를 ‘마비노기’답게 만드는가
앞선 론칭 쇼케이스를 통해 공개됐다시피 ‘마비노기 모바일’은 여느 ‘~M’처럼 원작을 적당히 옮겨오거나 초창기 빌드의 재현, 즉 ‘~클래식’ 같은 방법론을 취하지 않았다. 그 대신 디렉터 나크를 위시한 원로들과 ‘마비노기’를 즐기며 자랐다는 신진 개발자가 한데 뭉쳐 일종의 ‘New 마비노기’를 추구했다. 과연 야심 찬 기획이지만 이건 오롯이 충실한 ‘마비노기’의 모바일화를 기대한 팬덤과 마찰을 일으킬 위험이 크다. 실제로 개발 과정서 던컨 촌장을 여성으로 바꿨다가 논란 끝에 본래 성별로 되돌리는 소란이 있었다.
그렇다면 대체 ‘마비노기다움’은 무엇일까. 모두가 만족할 만한 답을 내긴 어렵다. 유저마다 마음 속에 품은 ‘마비노기’의 모습이 다르니까. 가령 필자는 10대부터 20대 중반까지 약 10년간 ‘마비노기’를 열심히 즐겼지만 그러다 완전히 접은 지 또 10년이 흘렀다. 누군가는 이런 필자가 ‘마비노기’란 무엇이다, 떠드는 게 영 마뜩잖을지 모른다. 어쨌든 필자가 추억하는 ‘마비노기’의 가장 큰 매력은 높은 자유도였다. 흔히 말하는 ‘닥사’ 일색이던 옛 온라인 게임들 가운데 자유로운 육성과 생활 콘텐츠를 내세운 ‘마비노기’는 이채롭게 빛났다.
여느 '~M'과 달리 사실상 리메이크에 가까운 방법론으로 풀어냈다
그만큼 '마비노기'다운 면도도, 전혀 다르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
나크, 김동건 대표는 소싯적 ‘울티마 온라인’ 한글 채팅 패치-물론 비공식-를 직접 만들어 배포할 만치 열성 유저였다. 덕분에 ‘마비노기’의 기반이 된 각종 시스템 및 콘텐츠 역시 ‘울티마 온라인’서 적잖이 영향을 받았다. 다만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큰 성공을 거두며 탄탄한 시나리오와 잘 짜인 레벨 디자인이 대세가 됨에 따라 샌드박스 MMORPG는 차츰 사향길을 걸었다. 현재로선 ‘알비온’처럼 PvP 위주로 ‘울티마 온라인’의 유산을 취사 선택하거나 ‘로블록스’ 등 아예 다른 장르서 샌드박스 게임 유저층을 흡수한 상황이다.
이에 ‘마비노기 모바일’은 소위 테마파크 MMORPG로 과감히 선회했다. 캐릭터 생성 시 직업까지 고르고 초반부터 아벤지오, 뮤리엘 등 초보 모험가 파티와 연이은 메인 퀘스트를 밟아간다. 김동건 대표가 높은 접근성을 재차 강조한 만큼 시나리오 중심의 게임이 되리란 건 어느 정도 예견된 수순. 그래도 생활 콘텐츠 및 커뮤니티 기능이 건재하고 ‘마비노기다움’ 또한 비주얼, BGM 같은 감성 영역에서 나름 챙기려는 모습이다. 특히 설왕설래가 잦은 그래픽의 경우, 빈말로도 상위권은 아니지만 감성 측면에선 합격이지 싶다.
지스타 빌드를 되돌아보면 환골탈태의 그래픽. BGM 역시 명불허전
게임성 자체는 소위 테마파크 MMORPG에 가깝게 변화를 거쳤다
자유로움 대신 정돈된 성장, 전투, 모험의 RPG
‘마비노기 모바일’은 첫 장면부터 직업 선택을 통해 상술한 게임성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초기 직업은 전사, 궁수, 마법사, 치유사, 음유시인까지 5종. 그 후 성별을 정하고 외형 꾸미기로 넘어가는데 포토 리얼리즘 스타일의 세밀한 수치 조절까진 아니어도 눈, 입, 머리칼, 키, 체형, 문신 등 충분히 다채로운 프리셋을 지원한다. 나이 또한 10~99세 사이로 정할 수 있으며 13세 기점으로 유아, 성인 체형-말레시안답게 노화는 없다-이 갈린다. 아쉽지만 몇몇 요소는 환생 전용으로 막아놓아 최초 생성 시 선택이 불가능하다.
필자는 모처럼 ‘마비노기’니 만큼 음유시인을 골랐는데 아무래도 지원형 직업이라 짧은 체험서 제대로 활약할 순 없었다. 악기로 적을 두드려 패는 일종의 둔기 전사로서 솔로잉이 되긴 한다는 정도. 보스 몬스터가 장판-시전 범위를 미리 보여주는- 공격을 펼치는 와중에 뚜벅이 신세라 대처가 퍽 어려웠다. 반면 전사는 쳐내기, 궁수는 짧은 거리를 회피하며 사격하는 스킬이 있어 초반 전투가 수월한 편이다. 여기서 Lv25이 되면 특정 플레이에 특화된 상위직 셋 중 하나로 승급이 가능하나 짧은 시간 관계상 직접 체험하진 못했다.
원작과의 가장 큰 차이는 역시 명확한 직업과 전직이 생겼다는 것
커스터마이즈 자유도는 만족스럽다. 유아, 성인 변화의 기준은 14세
게임의 도입부는 말레시안이 새하얀 공간에 들어서는 것까진 원작과 동일하나 나오가 반겨주는 대신 어둠의 존재들이 덮쳐오며 무언가 이변을 암시한다. 어찌저찌 티르 코네일 인근서 눈을 뜬 말레시안에게 여신의 전령이 아닌 모험가 나오가 던컨 촌장을 찾아가라 일러주고, 여기서부터 각종 마을 시설과 NPC를 소개하는 튜토리얼로 연결되는 식. 앞서 소개했듯 원작에 없던 초보 모험가 파티가 자연스레 이야기를 이끌고 티르 코네일 → 두갈드 아일 → 던바튼 도착 즈음 Lv25 달성과 함께 G1 스토리가 시작되는 흐름이다.
당연하게도 이 여정은 숱한 싸움을 동반한다. 던전이나 사냥터서 싸울 때 브레이크, 콤보와 어시스트, 부상과 HP에 주의하자. 먼저 브레이크는 적의 특정 게이지를 다 깎았을 때 잠시간 프리 딜이 가능한 기능. 콤보는 공격 타수에 따라 피해량이 늘고 전투 종료 시 HP가 비례 회복되는 기능. 어시스트는 자동 전투 기능이며 편리한 대신 콤보가 쌓이지 않는다. 끝으로 부상은 원작을 해봤다면 익숙할 텐데, 물약이나 치유 스킬이면 충분한 평소의 HP 감소와 달리 그 총량 자체가 줄어드는 부상은 붕대까지 제대로 감아줘야 한다.
스토리서 전투 비중이 커지고, 사냥터가 인스턴스 존으로 제공된다
자동 전투도 가능하나 콤보, 브레이크 등 직접 조작의 이점이 큰 편
우연한 만남에서 요리와 음악을 나누는 관계로
그렇다면 소싯적 ‘마비노기’의 정체성이던 생활 콘텐츠는 어떨까. 일단 육성의 뎁스가 굉장히 큰 랭크 시스템이 폐지된 만큼 예전처럼 생활 스킬을 전업으로 삼는 건 불가능할 듯하다. 물론 여전히 암탉에게 달걀 훔치거나 밀을 수확하고 낚시하며 모은 재료로 보스룸 앞에 피워둔 캠프파이어서 음식을 만들고 서로 나누는 건 가능하다. 원작과 달리 일반 던전은 솔로잉도 크게 어려울 게 없지만 어려움, 매우 어려움 난이도에 이르면 요리 버프를 받느냐 마느냐가 상당히 중요하다. 캠프파이어 와중에 소소한 환담은 덤이다.
바로 이 ‘마비노기’ 특유의 감성을 보다 극대화한 시스템이 바로 새롭게 도입된 우연한 만남이다. 그 던전에서도 마침 같은 구간을 돌고 있는 유저끼리 랜덤 매칭시켜 잠시나마 동행하게 해주는 것. 서로의 직업과 성장치 등 재고 따질 게 숱한 파티 찾기와 달리 스치듯 만났다 흩어지는 관계라 부담이 없고 의외성은 커진다. 보통 보스룸 앞 캠프파이어서 가장 많은 유저가 머물 테니 자연스레 누군지 모를 이와 음식을 나누는 감성적인 상황도 연출된다. 혹시 아나, 그러다 서로 친구가 되어 오랫동안 함께 할 인연까지 찾을지.
던전에서 우연한 만남은 일견 '저니'가 떠오르는 반가운 경험이다
생활 콘텐츠는 요리나 장비 제작을 통해 모험으로 선순환하는 구조
던전 밖에서 일상적인 교류는 원작과 마찬가지로 티르 코네일 중심지가 만남의 광장 노릇을 한다. 사전 체험에서야 각자 할 일 하느라 바쁜 기자들 뿐이라 별다른 대화는 없었지만 다들 간간히 춤을 추거나 악기를 켰다. 당연히 전투 직업으로서 음유시인과 악기 연주는 별개이므로 전사든 궁수든 기능상 차이는 존재치 않는다. 채보 시스템도 그대로라 ‘마비노기’ 공식 홈페이지에 축적된 자료를 간단히 재활용 가능했다. 누군가 연주 중일 때 조용히 다가서 저마다의 악기로 합주를 펼치는 모습은 참 오랜만인데 여전히 보기 좋았다.
이외에 인게임 SNS 스텔라그램서 자신의 개성을 표출하고 스텔라돔이란 특별한 공간에 방문할 수 있다는 모양. 여기서 캐릭터를 꾸며줄 장비는 일반과 패션으로 분류되며 후자의 경우 캐시샵 상품이다. 그간 키트로 팔던 코스튬과 펫이 이제 모바일 게임의 표준적인 가챠(ガチャ) BM을 통해 제공되는 것. 패션 장비도 옵션이 붙지만 ‘착용한 장갑의 방어력 0.5% 증가’ 같은 식이라 우선 일반 장비의 성능이 받쳐줘야 한다. 참고로 염색은 원작의 짜증나는 방식 그대로에 부위가 늘어나 지정 색상 앰플의 높은 수요가 예상된다.
'음유시인의 노래'라는 제목과 연결되는 채보 기능도 충실히 계승
이거까진 바라지 않았는데, 또 지향색 지염 앰플 구하러 다녀야…
그래도 쟁 아사리판서 반가운 ‘판타지 라이프’
짧은 체험이기도 했거니와 어차피 본고를 발행하는 날이 출시일이라 무리하여 세세한 요소까지 다 적지는 않았다. 필자의 감상을 요약하자면 여러 의미로 순한 맛 판타지 라이프라는 것. 원작의 크디큰 이름값을 뇌리서 잠시 지우고 평가할 때 ‘마비노기 모바일’은 딱히 나쁘거나 거슬리는 게 없다. 게임은 무난히 잘 만들어졌다. 평화로운 초반 전개에 우려보다 훨씬 괜찮은 비주얼, 명불허전 BGM, 부드러운 조작감과 안정적인 환경-정식 오픈해봐야 제대로 알겠지만-, MMORPG서 기대할 법한 시스템 및 콘텐츠를 적당히 갖췄다.
다만 한편으로 원작의 뾰족함을 깎아 둥글둥글 손질한 끝에 결과적으로 너무 무난한 게임성이 나와버리지 않았나 싶다. 모니터 너머에 진짜 사람들이 살아 숨쉬는 것만으로 들뜨고 신기하던 2004년과 오늘날 시장이 전혀 다르기도 하고. 캠프파이어에 둘러앉아 악기 연주하며 춤추는 게 그 시절마냥 판타지 라이프의 실현이 될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모쪼록 원작이 그러했듯 ‘마비노기 모바일’ 역시 소위 쟁게임으로 넘치는 모바일 MMORPG 아사리판서 이채롭게 빛나길 바라 마지않는다. 그럼 다들 에린에서 만나길…!!
패션 의상 및 펫 가챠 그리고 패스형 상품이 주력 BM으로 보인다
쟁 없는 순한맛 MMORPG라는 것만으로 수요가 있겠다 싶기도
|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