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기괴괴)잠꼬대
코골이나 잠꼬대를 녹음해주는 앱 있잖아요.
저도 예전에 그런 걸 쓴 적이 있어요.
특별히 고민이 있었던 건 아니고, 당시 주변에서 유행하고 있었거든요.
굳이 말하자면, 악몽을 자주 꾸는 게 고민이긴 했습니다.
뭔가 이상한 잠꼬대라도 하고 있으면 재밌겠다—
그 정도의 가벼운 마음이었어요.
하지만 실제로 녹음되는 건 거의 뒤척이는 소리나,
“으…으음…” 하고 신음하는 소리뿐.
특별히 재미있는 녹음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헌데 그날 밤, 오랜만에 정말 무서운 꿈을 꿨습니다.
흔히 있는 유형이죠.
섬뜩한 여자가 쫓아오는 꿈.
저는 식칼을 든 여자에게서 필사적으로 도망치고 있었어요.
잡히면 틀림없이 죽는다는 걸, 꿈인데도 직감적으로 알고 있었어요.
숨이 가쁘고, 조급해질수록 다리가 엉켜 넘어지고.
뒤를 돌아보면, 여자가 씩 웃으며 다가오고 있고.
도저히 도망칠 수 없겠다 싶어, 어디든 숨을 곳을 찾았어요.
그렇게 제가 반사적으로 숨어든 곳이, 욕조 안이었습니다.
뚜껑을 닫고, 새까만 어둠 속에서 숨을 죽였지만――
하지만,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어요.
곧바로 들켜버렸습니다.
여자가 욕조 뚜껑을 여는 소리가 들리고,
그녀가 거기에 서 있었어요.
도망쳐야 하는데, 몸이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절망과 피로가 너무 커서
그저 뒤로 물러서는 것밖에 할 수 없었어요.
여자는 재미있어 죽겠다는 얼굴로 웃으면서
식칼을 내리꽂았습니다.
저는 반사적으로 두 손을 내밀었고,
그 순간 두 팔에 통증이 번졌어요.
제 손이 피범벅이 되는 게 보이고 나서,
등도 옆구리도, 여러 번 찔렸습니다.
그때쯤 되니 통증보다도
찔릴 때의 충격만이 몸에 전해졌습니다
그런데도, 아직 죽지 못하는 겁니다.
흐릿해진 시야 속에서, 여자가 일어나는 게 보였어요.
그녀는 나에게 마지막 일격을 가하는 것도, 도망치는 것도 아니고—
샤워기를 집어 들더니, 피로 범벅이 된 바닥을 씻어내기 시작했습니다.
흥얼흥얼 콧노래까지 부르면서.
벽을 씻고 난 뒤, 이번엔 제 쪽으로 샤워기를 향했습니다.
차가운 물이,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쏟아졌어요.
아프다거나, 괴롭다거나 하는 감각이 아니라…
그저 춥고, 비참하고.
더럽고 쓸모없는 것 취급받는 기분이 제일 괴로웠어요.
여자는 그걸 보며 정말 즐거운 듯 웃고 있었고요.
그리고, 저는 그 자리에서 의식이 멀어져 갔고――
꿈에서 깼습니다.
눈을 떴을 때, 심장은 미친 듯이 뛰고 있었고, 온몸에 땀이 흥건했어요.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는데,
문득 떠올랐죠. 그 앱을.
“혹시… 녹음됬나?”
앱을 열어보니, 정말로 녹음이 되어 있었습니다.
처음엔 뒤척이는 소리. 평소처럼.
‘뭐야, 재미없네’라고 생각하던 그 순간――
제 잠꼬대가 들렸습니다.
오, 드디어 나왔다.
“그만해!”, “죽이지 마!” 같은 잠꼬대라면 어떡하지.
무섭지만, 묘하게 기대되는 마음으로 귀를 기울였습니다.
녹음 속의 저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습니다.
히히...히히히....
헤헤헤헤....헤헤헤헤헤....
저, 웃고 있었어요.
정말 너무 재미있어서 견딜 수 없다는 듯한, 그런 느낌으로.
녹음의 마지막은 제 콧노래로 끝나 있었습니다.
얼굴을 만져보니, 경련한 듯 굳어 있었어요.
꿈속에서 웃고 있으면서, 현실에서도 웃고 있었다는 걸 알았습니다.
지금은 그 앱을 더 이상 쓰지 않아요.
그래도 가끔 이런 말을 들어요.
“잠꼬대로 엄청 웃더라. 무슨 재밌는 꿈이라도 꾼 거야?”
……제가 꾼 건, 악몽이었는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