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키지판으로 늦게 받은게 아녔다면 조금 더 일찍 끝냈을 작품이긴 한데
정작 끝내고 나니 셀세타 회차 돌리면서 내내 했던 것처럼 이것도 담작(궤적이나 제나두는 관심 밖입니다) 나올 때까지 한동안 계속 붙잡을 걸 생각하면 너무 일찍 끝낸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이번 작에서 좋게 본 건 스토리의 변화나 새로운 점, 그리고 게임 전체의 볼륨보다도 높이 평가한게 모험한다는 느낌을 잘 살린 것이었습니다.
함께 섬을 탈출하기 위해 모인 표류자들이 힘을 모은다는 JRPG스러운 발상에서 시작했지만 결국은 모험가인 아돌 크리스틴에게 초점을 잡으면서
이곳저곳을 들쑤시거나 아돌을 믿고 의뢰하는 표류자들... 전작들과 비교해도 이스스러움이 살아있었기 때문이죠.
스토리텔링 방식은 게임 진행 내내 간간히 궁시렁 거린 만큼 맘에 드는 편은 아녔는데 겜 후반되면서 더 확실해진게
네, 이스의 궤적. 딱 그것이었습니다. 어느 쪽이냐 하면 NPC들 묘사나 인연 이벤트는 섬의 궤적 1, 2와 도쿄 제나두에서
게임 진행은 벽의 궤적에서 따왔더군요. 일부 장이 유난히 긴 것이나 신파극 같은 스토리나. 이쪽은 하궤의 어떤 인물과 닮았다는 분들이 많았는데
개인적으론 하궤보단 제로쪽의 인물을 닮았다고 더 느꼈습니다.
궤적 시리즈로 안정적인 방식임을 인정하긴 했지만 진짜 전체적인 게임이 너무 루즈해진 것이 탈이었습니다. 너무 한 번에 따라가려하다 보면 꽤나 지치죠.
궤적 때도 그랬던 거 같은데 극의 최고조로 몰입시키는 방식은 좋지만 그게 너무 남발되다 보니 어, 이제 끝 아녔어?? 하는 일이 벌어지면서 뒤에 오는 탈력감이 꽤 있었습니다. 때문에 클리어 이후에도 상쾌감이나 이야기에 따른 감동보단 그냥 개운함 같은 기분이 더 앞서서;
액션은 Seven, 셀세타의 수해처럼 회피로 모션을 캔슬하는 것이 불가능해서 움직임이 느리거나 스킬 모션이 긴 캐릭터들은 플래쉬 가드 / 무브를 활용하기 어렵단 점을 제외하면 Seven부터 이어진 파티 시스템을 잘 진화시켰단 느낌이었습니다.
나쁘진 않았지만 앞서 말한 것이 발목을 잡아서 RPG보단 액션면에서 이걸 파고드는 이라면 (특히 전작들 유저)적잖이 답답한 감을 받을지도 모르겠네요.
상쾌한 이스 액션! 이라고 매번 말해주던 긴가 반죠의 홍보 PV마냥 상쾌한 이스 액션이긴 했지만 속도감은 떨어졌다고 봅니다.
컨텐츠쪽에선 기본적으론 큰 불만없이 만족.
낚시, NPC 인연 이벤트 등 궤적 시리즈에서 차용한 것들은 ‘이건 이스인데 이딴 걸 왜 쳐넣지?’ 하며 화내기도 했지만
일반 게이머들 기준에서 본다면 뭐라도 더 있는 것이 게임을 오래 잡게 만들기엔 좋고 이스만한 플레이 타임으로 구매층을 유지하기 어려워진 시대인 것도 감안하면 앞으로 이스 시리즈도 이리 변해가는 것도 나쁘진 않겠죠.
요격전은 게임 발매 전부터 디펜스 계열이란 게임성과 분명 게임 흐름 도중에 알람이 오거나 하면 몰입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 한 것이 적중.
꽤나 호불호가 심히 갈릴 시스템이었습니다. 초반 늘어지는 스토리로 전투는 언제 해?? 하는 이들에겐 오아시스 같을 수준이었는데
후반 스킬들과 장비를 갖출 때쯤이면 쓸어버리는 맛이 일품이라 후반에서라던가 추가 컨텐츠로서 빛나는 시스템이거든요.
그렇다고 스토리 도중 끼어드는 횟수를 줄이는게 더 낫지 않나? 싶었는데 표류촌이라는 상황에서 몹들이 계속 쳐들어 오지 않는다면 그거대로 이상하겠다고도 생각되니 이래저래 호불호라면 호불호.
음악은 팔콤이라면 팔콤스럽지만
초중반부터 좋았던 곡들이 많았던 것에 비해 후반곡들이 맥빠져서 아쉬웠습니다.
게임 첨에 시작했을 때만해도, 도쿄 제나두에서 한 텀 쉬어가더니 이스에서 힘내나? 했더니 초장끝빨 개끝발이 되버리는;;
일부 상황에서 강렬한 곡들이 많았던 궤적들과 달리 너무 무난한 나머지, 맘에 드는 곡이야 한 둘 있지만 특색있는 곡은 딱히 없다는게 흠.
오프닝 곡으로 채용한 Lacrimosa of Dana −Opening Ver.− 보단 액션 동화도 잘 그려진 애니메이션으로 바꾼 만큼
첫 공개 PV나 첫 CM처럼 Next Step Toward the Unknown 쪽을 채용하는게 더 이스스러웠지 않을까 싶네요. 다른 분들은 어찌 생각할지는 몰라도 개인적으론 이번 작의 상징은 오히려 이쪽이란 편이라.
보다 커진 스케일과 볼륨으로 오랫동안 갖고 놀기 좋은 작품이 된 이스 8.
나오기 전까지 시리즈 내에선 그닥 좋은 편은 아녔던 평작 수준인 이스 셀세타의 수해가 그래도 비타 ARPG 중에선 최고라고 꼽고 있었는데
그래도 비타로 출시된 이번 작이 나름의 퀄리티(물론, 그래픽은 빼고)를 보장하면서 활기를 불어주었다고 봅니다.
PS4로 나올 버전에선 기기 스펙빨이라도 이용해서 중요한 컷신에서 마저 떨어지는 프레임 드랍이나 긴 로딩을 해소하고 추가 컨텐츠나 메인 시나리오 풀 보이스로 보다 좋아진 모습으로 볼 수 있음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