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https://bbs.ruliweb.com/community/board/300143/read/66130299
현 상황이 어이가 없기도 하고 다음 타겟이 게임으로 옮겨올 가능성도 낮지 않다는 생각에
어제 잠들기 전에 아이디 휴면을 풀고 몇 자 남겼는데 하루만에 범부행이 되어버렸네요.
설마 이정도는 아닐 거라는 최저한의 신뢰를 기반으로 했던 추측인데 이정도로 개판일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저는 일단 국민 저항이 너무 강하니 은근슬쩍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발을 빼고,
가장 쉬운 수단인 분야별 갈라치기로 사회의 관심이 적은 게임같은 분야에서 시작하지 않을까 했는데
하겠다는 건지 말겠다는 건지 그 수위는 어떻게 할 것인지도 계속 말이 바뀌고 있다 보니 흐름도 쫓아가기 어렵습니다.
솔직히 지금 이거 정부 내에서 정확한 방침이 정해져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글 쓰고 나면 또 뭔가 다른 말이 나올지도 모르겠어요.
1. 박살난 정부의 신뢰도
어제 첫 글에서도 남겼던 이야기인데, 공자의 '무신불립' 일화를 다시 꺼내보겠습니다.
제자 자공이 공자에게 군대, 식량, 신뢰 중에 하나 포기해야 한다고 하면 무엇을 포기하냐고 묻자
공자는 군대라고 답했습니다. 이어 식량과 신뢰 중에서는 무엇을 포기하냐고 묻자 식량이라고 답합니다.
그 이유는 신뢰가 없으면 국가는 존립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정부의 말은 무거운 신뢰를 가져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직구 사태와 관련해 정부의 발표는 어제 다르고 오늘 다릅니다.
당장 학계를 비롯해 어디까지 파장이 퍼질지도 모르는 사안인데 국민들의 의문에 대해
시원하게 답변을 해줄 수 있는 수준으로 정리를 하고 정책을 발표하는 것도 아니고
나름 이 바닥에서 일해온 제가 봐도 뭐가 맞는지도 모르겠고 범위가 어딘지도 모르겠고
정부가 스스로 신뢰를 바닥에 처박고 있는 상황입니다.
언론에서 추측성으로 보도한 것들은 제외하고, 정부 관계자가 브리핑이나 보도자료를 통해 직접 밝힌 오피셜들만 놓고 봐도
5월 16일: 80개 품목의 직구 제한 발표(https://www.opm.go.kr/flexer/view.do?ftype=pdf&attachNo=142526)
5월 17일: 위해성이 확인된 제품만 차단한다(https://www.korea.kr/briefing/pressReleaseView.do?newsId=156631195)
5월 19일: 6월 중 가이드라인 마련해서 문제 상품 금지하겠다(https://www.youtube.com/watch?v=lE74uUlJ2AM)
5월 20일: 대통령 지시 따라 전면 재검토(https://www.ytn.co.kr/_ln/0101_202405201414058074)
혼선이 안 생기겠냐고요.
저만 하더라도 정부가 한 말들만 놓고 보면 도대체 뭘 하겠다는건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사실 이것도 말장난에 가까운게, 당장 관세청에서 해외 직구 품목 통관을 싹 막은걸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해명(?)대로 80개 품목 직구 제한의 의도가 아니었다면
(최초 보도자료에서 안전인증이 없다면 80개 품목 직구 금지라고 적혀있긴 하지만 아무튼)
관세청에서 지금 통관 거부하고 홀드하는 사태가 발생할 리가 없죠.
제대로 하려고 했으면 어떤 상품이 문제가 된다는걸 명확하게 고지하고
해당 품목에 대해서 통관을 거부하면 되는데, 그러지 않았잖아요?
의도가 80개 품목 직구 제한이 아니다라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지만 진짜 맞다면 왜 일을 이렇게 하나요?
허술한 부분이 한두가지가 아닌데 이건 제가 굳이 더 말하지 않아도 여기저기서 많이 비판하고 있으니 넘어가겠습니다.
지금 일선 관세청 직원들은 정말 죽을 맛일 겁니다.
상부에서 명확한 가이드를 줘야 그에 맞춰서 거부를 하건 통관을 시키건 할텐데
윗선에서도 명확한 가이드가 없고 혼선이 생기니 통관을 시켜주면 나중에 어떻게 징계받을지 모르겠고
당장 자기 물건 묶여서 화난 사람들은 일선 직원들 상대로 분노를 표하고 있을텐데 말이죠.
2. 포지티브, 네거티브
만약에 처음부터 '위해성이 확인된 상품의 직구를 막겠다.'고 말했으면 어땠을까요?
논란 자체가 발생하지 않았겠죠. 너무 당연한 말 아닙니까.
그런데 최초 발표는 어땠나요?
80개 품목은 KC 인증을 안받으면 무조건 금지라고밖에는 해석 안되는 문구였고 실제로도 그랬죠?
그러다가 갑자기 위해성이 확인된 상품만 금지한다고 말을 바꿉니다.
저 두가지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우리가 규제를 말할때 포지티브, 네거티브라는 표현을 씁니다.
포지티브 형태는 명시적으로 허용한 것 외에는 금지
네거티브 형태는 명시적으로 금지한 것 외에는 허용 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절대 다수의 규제는 네거티브 형태입니다.
포지티브는 사실상 법률이 정하는 사전검열이라고 보셔도 무방하거든요.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내국인 도박(강원랜드) 같은 극히 일부 사례에서만 적용되는 방식이 포지티브입니다.
기본적으로 물건 파는데 정부에서 이렇게 정해진 물건만 팔 수 있다! 하는 사례는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는 국가들 기준으로 전세계를 뒤져봐도 별로 없을 겁니다.
KC 인증 안받으면 금지는 포지티브고, 위해성이 확인된 상품 금지는 네거티브입니다.
이게 절대 같은 말이 아닙니다.
그런데 KC 인증 안받으면 금지한다고 해놓고 그럴 의도 아녔고 할수도 없다고 하루만에 말을 바꿨습니다.
어제 썼던 글의 기본 전제는
- 정부가 최소한의 기본은 할 것이다
- 정부가 국민 눈치를 최소한은 볼 것이다
였는데 상식 멸망하네요.
그나마 후자는 대통령실이 수습한다면서 전면 재검토 이야기를 하는데 이 부분도 정말 심각한 내용이
이번 사태가 대통령실하고 논의가 안됐다고 은근슬쩍 책임을 회피하는데... 이거 진짜라면 더 심각한 겁니다.
정부 내에서 이정도 파급력의 사안을 대통령한테 보고도 안하고 제멋대로 질러버렸다는 이야기잖아요.
이건 공직사회의 기강 자체가 박살이 났다는 겁니다.
그리고 저렇게 말해도, 아니 이제는 정책 완전 철회하겠다고 말해도 못믿을 것 같습니다.
당장 저부터 못믿어요. 게임이나 서브컬쳐쪽이건, 아니면 다른 국민들 관심이 낮은 마이너한 분야건
해당 분야를 시작으로 어떻게든 이런 시도를 다시 하지 않을까 계속 주시해야지
정부가 하는 말이라고 믿었다간 정말 호구 잡히기 딱 좋겠네요.
여기서부터는 정말 제가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의외로 국회 내에서는 소속된 정당이 다르다고 해서 서로를 죽일듯이 바라보고 그러지 않습니다.
그런 분들이 없는건 아닌데, 안그런 분들이 더 많아요.
당장 제도적으로 법 하나 통과하는 데에도 대부분의 경우에는 여야 합의가 필요합니다.
확률형 아이템법을 포함해 대부분의 민생법안들은 여야가 합의해서 처리한 법안들이에요.
프로 파이터들끼리 시합 중에는 죽일 듯이 싸우다가도 끝나고 나면 동질감을 느끼고 리스펙하듯이
서로가 서 있는 위치만 다르지 쟤네도 우리랑 같구나 하는 그런 의식이라고나 할까요.
정당을 초월한 동아리나 모임도 많고 저도 당을 넘어서 친하게 지내는 동료들은 많습니다.
그런데 막상 밖에 나와 보면 정치 이야기는 금기입니다.
저희들이 서로 죽창 들고 데스매치를 하라고 콜로세움에 올리고 싶은 분들도 많습니다.
제가 전직 보좌진이었다는 이유만으로 같이 만나 말 한마디 하는 것도 부담을 느끼는 분이 참 많더군요.
이런 극단적인 흐름에 아예 정치에 무관심해지는 분들도 많아 보입니다.
정치란 것은 결국 한정된 자원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에 대한 룰을 정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특정 당을 지지하거나 싫어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남에게 자신의 생각과 무조건 같은 생각을 하라고 강요하거나,
사안의 잘잘못을 보기 전에 특정 당이 했으니 무조건 맞다/틀리다고 단정짓지만 않는다면 말이죠.
정치도 결국 어디 별천지에서 벌어지는 일이 아니라 여러분과 같은 사람들이 하는 일입니다.
그 정치의 결과는 우리의 일상에 변화를 가져오는 일이기도 합니다.
확률형 아이템법, 이거 통과 이후에 효용감 좀 느끼지 않으셨나요?
저도 그래서 예전 게임위 서명 후기 이후 아이디 휴면 해제하고 다시 글을 남기고 갑니다.
아 그렇다고 만사를 정치에 연관지어서 정치병자가 되진 마시고요.
츄럴 성님도 말씀하시잖아요. 부두술에 너무 심취하지 말라고.
첫문단부터 분노가 느껴지십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니 진짜
어디서 본말이긴한데 의원들은 회의실은 치고박아도 나오면 하하호호한다고 그게 틀린말이 아니였구만요
근데 되려 처음부터 내거티브로 나와서 잘된거 같음 포지티브하게 나왔으면 아무것도 모르고 fta나 슈퍼301 같은거 처맞게 됬을거잖음
이제야 대통령 사과? 하... 시발
심연을 보는 자...심연에 잡아먹히지 말지어다...
어제도 그렇고 나름 보기좋게 정리해주시는글 감사합니다, 가끔 정리글들도 너무 많아서 읽는데 어려울때도 있었으니까요
어렵네요 정말 ㅜ
어렵네요 정말 ㅜ
첫문단부터 분노가 느껴지십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니 진짜
심연을 보는 자...심연에 잡아먹히지 말지어다...
신뢰가 없다...
와 진짜 어이가...
어디서 본말이긴한데 의원들은 회의실은 치고박아도 나오면 하하호호한다고 그게 틀린말이 아니였구만요
틀린게 아니지. 여ㆍ야당 정치인들이 만나는 곳이 목욕탕이라는 말도 있으니
정말로 사이가 안 좋아도 계속 얼굴 안 보고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그래서 정치란 게 더 무서운 거지만...
위에서 난리쳐도 목욕탕가면 형동생이라더라
나가서까지도 치고박으면 이미 진작에 국회의원 몇은 이세상 사람 아니었을걸
정부란것들이 무슨 양치기소년도 아니고...
이제야 대통령 사과? 하... 시발
근데 목요일에 터진일이고 주말낀것을 감안해야 하
진짜 좃같네. 아예 퇴진 운동 진행해?
ㄱㄱ
사과한 적 없음. 대충 대통령실 명의로 개소리좀 하고 결론은 원래대로 진행 ㄱㄱ 라고 했을뿐.
그런 조져야지
어제도 그렇고 나름 보기좋게 정리해주시는글 감사합니다, 가끔 정리글들도 너무 많아서 읽는데 어려울때도 있었으니까요
감사합니다!
근데 되려 처음부터 내거티브로 나와서 잘된거 같음 포지티브하게 나왔으면 아무것도 모르고 fta나 슈퍼301 같은거 처맞게 됬을거잖음
꼬리자르기거나, 무능하거나 둘중하나 아무튼 정치성향에 상관없이 국민들이 가지는 정부에 대한 신뢰도는 이미 박살날대로 박살난듯
할로윈에 서명할땐 잿불이 다시 탈거라는 희망이란게 있었는데 게등위는 그분이 다시 오셨고 이러다 정부신뢰도가 서쪽, 남쪽보다 못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정신이 아득해진다
"의외로 국회 내에서는 소속된 정당이 다르다고 해서 서로를 죽일듯이 바라보고 그러지 않습니다." 나라 꼴이 왜 이모양인가 했다. 결국 버러지들끼리 짬짬이 해처먹고 있었단 소리네.
이걸 이렇게 해석하는 것도 재주다.. 재주...
언제는 싸움만 한다고 뭐라더니 싸움 안한다고 하면 또 뭐라네 . 우리가 국회의원을 귀찮은 일 대리할 대리자로 뽑은거지 상대 죽이려는 대전사로 뽑은게 아니잖습니까? 대전사로 뽑은거면 쿠데타가 20번은 더 났지
내가 언제 "싸움만 한다"라며 뭐라고 했는데?
암만 봐도, 5년대 한국 망쳐 놓으라는 지령을 받은것 같아요. 작년엔 과학계 망쳐 놓고.. 올해는 산업 전반을 망쳐 놓고... 내년엔 독도 넘기시려나?
일단 대통령실이 몰랐단 건 절대 말이 안되고(애초에 관계 회의가 몇 번이나 열렸는데…) 아마도 대통령실 지령 - 산자부 필두로 제도 구체화 시도 - 대통령실 닦달로 일단 지르고 봐 루트로 진행됐을 거 같은데 빨대 통해서 들으신 거 있으실까요? 세제실 쪽 아는 공무원들도 함구령이라도 떨어졌는지 다 모른다 일색이던데
좋은 글 감사합니다 그리고 글 끝에도 나왔다시피 만물정치병자가 되진 않길
정치가 자원 분배가 본류가 맞기는 하지만... 그게 아닌 다른 이유로 정치하는 애들은 좀 싸워야 된다고 봅니다!!!
의도가 너무 보여서 웃긴데 사안이 너무 심각해서 웃을수가 없음
해설 감사합니다
글에서 지성이 느껴지네요 잘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