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티기어 스트라이브 스토리모드 관람하고 개인적으로 사유해보는 글입니다.
글 자체는 경어가 생략되어 있습니다.
우려스러운 지점도 있지만, 길티기어의 팬을 자청하는 입장이기에
그 지점들조차 세카이계라는 장르를 끌고와서 옹호하려는 시도가 있습니다.
혹여나 이 관점으로도 방어할 수 없는 지점이 있다면,
그리고 스트라이브 스토리모드와 퀸에 대한 더 많은 사유의 관점이 있으시다면,
부족하게나마 함께 담론을 나눈다면 기쁘겠습니다.
길티기어 스트라이브 스토리모드는 한마디로,
이그저드와 스트라이브에서 보여주려는 것는 원로원의 세계정복도, 아스카의 세계평화의 실험도, 그렇다고 솔과 그남자의 최후의 결판 또한 아니며,
이노와 엑슬의 인류의 역사를 2번이나 반복하면서도 어긋나있던, 인간(과거)와 인간(미래)의 재회이자 회복,
세카이계란 장르적 컨벤션을 경유해서 이시와타리 나름대로의 스타일로 정식화한 인간과 세계의 존망,
솔과 아리아(엄밀하게 아리아가 될 수 없는 잭오 =“남겨진 것”)을 통한 퀸에 대한 열정과 헌정의 알레고리화에 있다.
아래는 위 감상까지 도달하기 위한 몇가지 사유의 파편들,
왜 발매직전 트레일러로 해피 케이오스를 공개했을까??
그것은 이시와타리씨의 유저들을 교란시키기 위한 전략처럼 느껴진다.
유저들인 우리는 공개직후 해피 케이오스의 정체가 과연 무엇인지 궁금해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그가 말한 “드라마“... 익사이팅과 스펙타클를 기대한다.
그리고 길티기어의 역사의 끝, 드디어 그려지는 솔과 그남자의 결판을 고대해왔기에,
스토리모드 초반에 엑슬과 과일장수 아저씨를 통해서 언급하는 이시와타리씨의 질문
”현실세계에서 놓치고 있는 길,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는, 보지 못하는 길을 보길 바라는 마음,“
이 대화들이 쉽게 귀에 들어오지 않고, 쉽게 놓칠 수 있도록 설계했다.
해피 케이오스와 새롭게 등장하는 나고리유키에 대해서, 혹은 지오바나에 대해서,
호접과질풍 소설에 등장했던 에리카는 어떠한가??
그리고 발매직전 가장 충격을 안겨줬던 카이의 드래곤인스톨까지!!
...유저들은, 우리는 관점은 다를지언정, 새롭게 디자인된 인물들이 어떠한 활약을 그려낼지에 대한
각자의 기대감을 안고 스트라이브 스토리모드를 관람하게 된다.
하지만 스토리모드는 계속해서 이시와타리가 유저들의 예상을 배신하는 이야기로 그려진다.
시작부터, 전작 스토리에서 분명 되찾았다고 생각했던 아리아와 함께하는 솔을 마주할 줄 알았는데,
그녀를 잭오라고 소개한다. (여기서 이시와타리의 게임”물음표“는 시작된 것이다.)
스토리모드의 대부분은 그 해피 케이오스라는 미스터리의 인물의 정체가 무엇인지,
이노와 동행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전혀 알려주지 않은 상태에서 목적지만을 보여주며 등장인물들을 통한 두뇌싸움(을 가장한 그랜드피날레로 향하기 위한 세계 무너트리기)를 공들여 진행한다.
(초반 챕터에서 나고리유키에게 이동하는 차안에서 이노의 질문에,
지식이 너무 많아서라고 대답할 때 특유의 의미심장한 사운드와 함께 보여주는 그 장면은,
그 시점에서는 풀 수 없는 퍼즐의 정답을 뒤늦게 알아차리게 만든다.)
스토리모드는 어쩌면 유저인 우리들이 이시와타리의 관심이 무엇인지 추리해내는 과정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우리는 이시와타리가 그간 보여준 방법대로, 캐릭터의 디자인에서 보이는 어떠한 상징성을,
인장을 통해서 바라보려고 하고, 이시와타리는 해피 케이오스의 작중 대사처럼 이중, 아니 삼중스파이를 해보며, 관람자와 몇 겹의 추리게임을 시도한다.
해피 케이오스의 머리위에 검은색 고리에 다섯개의 가시같이 뾰족한 모양은 언뜻 예수의 월계관처럼 보여지며,
서브컬쳐에서 그려내는 구세주 특유의 메마른(앙상하고 가느다란) 몸매, 양손에 성흔을 연상케 하는 문양, 한눈에 봐도 예수라 해도 무방한 인상이다.
그런데 어딘가 비틀어져있다. 일본의 오니처럼 푸른색의 피부색과 뿔을 가진 이형의 모습, 무기인 총은 어떠한가?
솔의 고향인 아메리카로 되돌아가는 무대에서, 서부개척시기의 혼돈, 무정부적인 어떠한 노스탤지어이자 혼돈의 근원을 가늠케 한다.
가슴팍의 문양은 케이오스라는 이름의 어원처럼, 크게 벌린 입, 하지만 정작 자비없는 계시를 예수를 낳은 성모마리아처럼 그려내진 않고 있다.
모티브를 완벽하게 비틀기 위해 차용했다면 이노가 자비없는 계시의 왼쪽 가슴에서 빼내는 것이 아니라,
복부에서 해피 케이오스를 축출해 냈을 것이다. 그렇다면 가슴부분에서 축출한 이유는 무엇인가??
해피 케이오스의 “크게 벌린 입”과 비틀어진 구세주의 모티브는 검은 하트가 입을 벌린 문양처럼 바로 결여되어진 “마음”을 그리고 싶기 때문이다.
즉 “자비 없는 계시”가, 되고 싶었지만 되지 못했던 그 욕망의 정념,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 인간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끝내 인간을 이해하지 못 했던 비틀어짐의 근원으로 해피 케이오스가 들어나며, 그 비틀어짐이 덮어씌워진 오리지널맨이 세상 밖으로 튀어나온 것이다.
(실제로 혼돈의 상징인 해피 케이오스이자 오리지널맨이 마음 밖으로 꺼내지자, 그 악랄하게 뒤틀렸던 자비 없는 계시가, 마치 순교자처럼 성격이 변해버린다.)
때문에 이시와타리씨가 진정으로 그리고 싶었던 지점은 5시간의 긴 이야기 중에서,
비슷한 리듬을 가지고 있는 이야기의 나열들이 아닌, 그랜드피날레라고 선언한 이후 펼처지는 이야기가 핵심이다.
(세카이물이 탄생한 시초에 해당하는 신세기 에반게리온 TV판의 마지막회 세상의 중심에서 아이(나&사랑)을 외치는 짐승의 전계처럼, 길티기어 스트라이브 또한 그간의 모든 설정들이 모두 무너지고, 혹은 대부분의 캐릭터들을 굳이 등장시키지 않거나, 맥거핀화시키면서, 마치 세카이계의 주인공처럼 이노의 자아찾기이야기로 돌변한다.)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고 생각했던 해피 케이오스와
그남자(제1의남자이자 오리지널맨), 이노란 퍼즐이 완전하게 해소되는 지점 또한 이 대단원이 나오는 챕터이다.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의, 오라 달콤한 죽음이여, 곡이 흘러나오는 시퀀스 전체를 오마주한 스토리모드의 장면에서 영문을 모른 채 모두가 울고 있을 때,
이노의 눈을 보자마자 모든 것을 이해한 것처럼 울고 있는 치프가 있다.
(해피케이오스와의 추격전에서 해피 케이오스의 눈을 쳐다보자마자, 본질을 한 번에 꿰뚫는 직감을 소유한 치프란 인물을 그려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치프란 인물을 통해서 해피 케이오스의 눈을 보자마자 상대가 불가능한 것을 간파한 것처럼,
전능해진 이노를 앞에두고 모두가 영문을 모른 채 눈물을 흘리는 와중에, 치프만이 전능해진 그녀의 눈을 마주치자마자,
마치 깨달음의 지점, 모든 것을 이해한 것처럼, 감정을 터트리며 눈물을 하염없이 흘린다는 것,
...이 장면에 무엇이 있는가? 사람의 마음을 완전히 잃어버린 사람을 눈앞에 두고, 나도 모르게,(그중에는 모든 것을 이해하고) 눈물을 흘리는 사람의 마음만이 존재한다.
상대의 눈을 보고 연민을 느낄 수 있는 직감이 있다면, 이노가 2번의 20세기를 겪으면서까지 찾아해매던 것...
2번의 20세기를 결핍으로 버텨온 이노또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시와타리는 그 대답으로 “연민”을 선택했고, 그런 인간을 길티기어에서 정식화시키기 위한 키워드로써 “눈”과 “마음”를 활용했다.
이순간, 길티기어의 모든 것의 근원, 모든 것의 시작점은
전쟁에 대한 책임, 인류의 절반이 죽어나간 100년간의 성전,
인간과 기어, 기어 세포란 근원도 아닌(이시와타리의 관심이 아닌)
엑슬과 메구미(지금까지 그저 설정으로만 간략히 언급되었던 인물)의 어긋나버린 관계(와 그 회복으로) 확장하게 만든다.
이것은 프레드릭과 잭오의 이야기를 통해 전해온 이야기와 같은 결을 가지고 있다.
솔 배드가이가, 지금까지 인간으로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아리아만을 되찾기 위해서, (그남자를 제외하고)아리아만을 기억하며 살아가는 솔이란 존재가 있기에
솔은 프레드릭이란 인간으로 존재할 수 있다.(개인적으로 굉장한 로맨티스트로 생각되는 인물이다.)
그리고 그가 소중한 것으로 간직하고 있는 퀸의 시어하트어택 레코드판(길티기어세계관에서 블랙테크놀로지에 해당하는 구시대의 유물) 또한 “남겨진 것”으로 작용한다.
마음만 먹는다면 신조차 될 수 있는 엑슬이 마지막까지 인간으로 머물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와 대답은 같은 지점에 있다.
인간이 된 잭오의 (머리위에 있는)원형의 고리를 어째서 버리지 않는가?
그것은 초반 스토리에서도 보여주듯, 프레드릭이 아리아에게 프로포즈했던 디지털상의 반지이자 아리아가 유일하게 남긴 모자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잭오의, 부서진 관계(엄밀하게 프레드릭과 아리아관계가 아니기 때문에)처럼
어긋났지만(일부분이 부서졌지만) 서로를 끌어당기고 이어주는 반지와 같은 알레고리를 함유하고 있다.
정작 오리지널인 아리아는 이미 인간이란 개념조차 희미해진 존재로 그려지며,
잭오가 겨우 감지해내는 것처럼, 감정을 가늠할 수 있는 눈매조차 그려지지 않은 존재이다.
(여기서 스트라이브의 캐릭터 모델링 중에서 눈동자의 표현에 정성들였던 이유가 있다.
스토리모드 내내 클로즈업과 미디엄클로즈업을 통해서 계속해서 우리에게 친밀하게 다가오는 인물들의 그 표정들,
그리고 눈동자를 통해 전해지는 그려지지 않았지만, 분명 느낄 수 있는 마음이다.)
그 흐릿함은 완전히 멀리있는 것처럼 느껴지는(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이노가 2번의 20세기를 반복하며 찾아다닌, 희미하지만 결코 완전히 지워지지 것과 동일한 지점이며,
신격화된 이노의 (검정과 회색 거칠게 표현되어진 그 모습 또한) 눈망울조차 그려지지 않은 것으로 인간다움과 인간에서 멀어진 인물들의 모습을 명확하게 대립시킨다.
이것은 이시와타리 다이스케가 길티기어에서 정식화하려고 시도한 “인간”이자 “인간의 마음”이며 그와 동시에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길티기어 세계가, 법력이란 무한한 에너지를 통해 에너지문제를 해결하더라도, 인간 세계에서 분쟁이 계속될수 밖에 없는 것,
버논대통령이 말하는 “눈의 의미”로 국가간, 개인간 다툼과 차별이 끊임없는 세계...
인간으로서 마땅히 서로를 배려할 수 있는 그 태도를 잃어버린 세카이계의 세대를 살 고 있는 지금 시대의 인간들(이자 세카이계에서 자의식에 갇혀있는 수많은 신들)을,
반쪽인 해피 케이오스와 반쪽인 이노를 통해서, 그리고 완전히 하나가 되어 인간과 가장 멀리 멀어지게 그려낸다.
(이제서야 이노의 눈동자가 무지개색으로 빛난다는 설정을 가졌었는지, 스트라이브에서 굳이 색안경을 착용한 이유를 이해하게 된다. 그런 찬란한 미래를 눈동자를 통해 세상을 바라볼 수 있을 존재가, 0과 1만이 보여지는 아무것도 없는 죽어버린 세상의 색의 눈동자를 보여주었던 것이다.)
그렇게 죽어버린 눈을 한 미래에게 눈물 흘리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는지, 치프란 인물을 통해,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 진심을 그대에게,를 완전히 오마주한 그 시퀀스에서 안노 히데아키감독처럼, 작품세계를 넘어 애니메이션 자체를 파괴시키는 것이 아닌,
연민을 통해 인간(인류)의 미래에 대해서, 사람과 사람이 함께하는 세계에 "인간으로 존재할 수 있는 것", 나름대로의 해답을 제시했다.
간략히 정리한다면, 개인이 마음을 잃어버리면, 그 끝은, 자신이 마치 신이라도 된 것마냥, 터무니없는 행위조차 제멋대로, 아무렇지도 않게 저질러 버릴 수 있다는 우려의 마음 또한 포함되어 있다고 본다.
그래서 길티기어 세계를 스스로 해체하고 국가나 집단보다 개인이라는 한명의 인간으로서의 관점을 지향하여, 인간에서 가장 멀리 있는 존재로 떨어트림과 동시에, 솔 배드가이라는 존재를 (무리해서까지) 인간으로 되돌려, 그 둘의 대결을 펼치는 것을 통해 (스트라이브를 통해 정식화가 완료된)인간다움이 세계의 운명을 결정짓게 만든다.
마치 마음을 채울 수 있는 무언가를 잃어버려서, 나아갈 길 자체를 잃어버린 너 자신의 눈을 바라보라는 것처럼...
(이전작 스토리모드에서 자토가 죽음에서 되돌아올때 연출, 깜깜한 어둠속에서, 쏟아지는 빛을 "밀리아"라고 말하며 삶을 되찾는 (부활)하는 장면은 둘의 관계를 단순한 사랑의 관계가 아닌, 살아있는 인간이란 과연 무엇인가를 스트라이브에서 더욱 질문하고 정식화시키기 위한 시발점이기도 하다.)
지금 길티기어를 플레이하는 당신에게.
당신을 살아있는 인간으로, 당신의 마음을 채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이고,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퀸의 알레고리에 대해서...
길티기어 비긴 소설의 마지막에 솔 배드가이의 본명을 선언하는 것으로 ”프레드릭 불사라“란 본명으로
이시와타리씨는 길티기어를 통해, 퀸에 대한 프레디 머큐리에 대한 개인적인 헌정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와 동시에 인간으로 존재할 수 있도록, 질리지도 않고 자신의 마음을 채울 수 있는 것을 퀸의 알레고리를 통해 선언한다.)
이야기의 마지막 시퀀스는 시간이 순간 이동한 것처럼 연출했다
솔이 타고 다녔던 바이크에 어째서인가, 솔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타고 있다.
재즈라는 푯말이 있는 곳에 도착한 그 인물이 내린 곳에는, 집이 한 채 있고, 비로써 우리가 알고 있는 인간이 된 솔과 잭오가 있다.
소년의 티셔츠는 배드가이의 배드가 덧칠해서 가려진 요란한 디자인의 프린트 티셔츠
장례식이 열린다는 장면 직후, 장례식 자체는 보여주지 않고 그대로 엔딩의 장면으로 진행되었기에,
여기서 이미 솔 배드가이는 “배드가이”가 아닌 “영웅”으로써 장례식이 이루어진 다음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가 타고 다녔던 바이크는 선풍적인 유행으로 세계에 퍼져나갔을 것이고,
솔이 살고 있던 동세대를 넘어 새로운 세대들조차 공감하는 시대를 초월한 문화(아이콘) 그 자체가 된 것처럼 보여진다.
솔 배드가이의 인간이었던 이름, 본명인 “프레드릭 불사라”라고 호명하는 것...
그리고 무덤을 파헤쳤다고 말하며 “스프리터스 두개를 함께 묻었다”라는 소년의 이야기...
프레드릭 불사라(퀸의 프레디 머큐리의 구자라트어 본명)에 대한 이시와타리의 열정과 헌정의 마음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프레드릭의 무덤에 (자신의 영웅에게) 지금은 구할수도 없는 스피리터스를 두병 넣어주고 싶은, 이루어질 수 없는 그 마음을 길티기어를 통해서 달성한다.
엔딩에서만 스피리터스의 의미가 (96도 정제 증류수의 일종인 스피리터스 렉티피코와니등)의 의미로 읽힐 수 있도록,
찻장에 넣어둔 것처럼 묘사하며, 작중 솔이 언급했던, 아무리 비싼 술들이 가득하더라도, 꼭 좋아하는 것만을 마시게 된다는 것에 해당하는 그 술이 바로 이 술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죽음을 통해 과거가 되어있는 프레드릭 불사라지만, 여전히 이시와타리 다이스케의 마음에 살고 있는,
솔의 소중한 것으로 한번도 변한 적 없는 퀸의 시어 하트 어택 레코드판처럼, 지금 세대에서도 공감하는 그 문화...
프레디 머큐리, 퀸에 대한 이시와타리 나름대로의 헌정으로 길티기어 스트라이브는 일단락된다.
잭오가 인간이 된 이후에도 머리 위의 링은 그래서
아리아의 선물인 모자임과 동시에 디지털상일 뿐이었지만 현실화된 반지이자, 부서진 링의 한쪽 부분은, 엑슬과 이노의 그 가늠할 수조차 없는 어긋났던 시간을 상징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토리모드의 대단원을 통해서, 그들의 관계는 과거와 미래가 마치 원으로 이어져 아무리 억겹의 세월이 지나더라도, 결국 해우할 수 있다는 것처럼 보여진다.
그렇게 재즈의 푯말이 있는 그곳에서, 솔과 아리아의 이야기, 그리고 엑슬과 이노의 이야기는 퀸의 정규7집의 앨범명의 비하인드 스토리처럼 끝을 고하게 된다.
(질리지않고 만들기 좋아하던 프레드릭이 집 뒤편에 우주선과 이륙장을 만들었으니, 얼마만큼 세월이 지나갔을까 싶지만, 어나더스토리나 차기작이 나올때 그 시기를 분명히할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려스러운 지점들...
용서를 말하지만, 등장인물 모두 죄의식이 희박한 것,
용서를 받아야 마땅한 인물들(그남자에 의한 직간접적인 피해자들은 그남자의 진정한 정체가 등장하고 나름의 결판을 짓는 스트라이브에서는 의도적으로 등장조차 허용되지 않는다. 바이켄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종전관리국과 어쌔신의 죄의 청산이 아닌, 공식적인 기관으로써의 승인 및 활용...
이것은 마치 전후 일본의 압축판처럼 느낀다.
슬레이어의 피를 공급하기 위해 만들어진 비공식집단이
범죄조직으로 타락하고, 그 타락한 범죄조직이 아무렇지도 않게 정식으로 승인받아 양지로 나온다. (세계정복을 꿈꾸던 종전관리국 또한 마찬가지, 지부들의 처리는 어떻게 됬는가 또한 관심사가 아닌듯 무시한다.)
이그저드 이후 보여진 행보들은 마치 전후 전범재판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오히려 미국(이률리아 제3연왕 다릴을 통해)의 안위를 위해 일본(종전관리국)을 수단으로 활용하는 모습처럼...
그것이 어떠한 죄의식이나 청산, 속죄도 없이, 베놈의 희생(을 가장한 영웅주의로의 승화 및 신분세탁)과 함께, 자토원은 이미 시체이기 때문에, 시체를 재판할 법이 없다는 식으로 얼버무리는 모습,
유일하게 자토원(및 현종전관리국)의 활약으로 알바트로스(핵병기)에 해당하는 무기를 온전하게 된 이률리아연왕국이 그려질 뿐이다.
(차후 스토리가 진행된다면 이것에 대한 정치스릴러적인 면을 부각시킬 수도 있을 요소로 추측된다.)
이미 죽어버린 시체, 이미 끝나버린 현실의 2차세계대전의 책임... 그것을 살아감으로써 어떻게 속죄할 것인가?? 그 속죄를 어떻게 그렸다는 것인가??
세카이계란 장르를 끌어오면서까지 스트라이브를 옹호했던 이유는 이런식으로 특정 집단, 국가등은 배경에 지나지 않고,
그 거대한 세계의 존속과 멸망, 과거에 대한 책임, 그 죄의 청산에 대해선 이상하리만큼 개인의 (공허한)용서에 위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그남자라고 생각해왔던 아스카 R 크로이츠를 보고 안지가 “다른 한명은 없어...”(프롤로그)에서 말하는 것을 시작으로,
인류의 절반이 사라지고, 인류 절멸까지도 갈수 있었던 100년동안의 성전, 기어와 인류와의 전쟁에 대한 거대한,
길티기어 세계관의 근본적인 죄의 책임을 오리지널맨의 이노의 반신의 영향을 받은 그 남자에게 책임를 전가하는 모양새를 만들어버린다.
즉 해피케이오스(지금까지 정식화시켰던 디자인등과 상징)은 인류(국가단위)의 밑바닥으로 떨어진 최악의 잘못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인간이 인간으로서 인간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한 (오니가 된 구세주를 통한)자전작용이라는 관점으로 읽히게 선전(프로파간다)한다.
때문에 아스카는 23년동안 길티기어가 이어지면서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대답을 유예했던 “남자의 만행에 대한 속죄&처벌”을 아스카 R 크로이츠와 오리지널맨으로 분리해냄으로써,
더군다나 그 오리지널맨의 경우 이노의 반신을 통해 그 자체 또한 왜곡되어 있는 것으로 미래이지만 과거를 정처 없이, 목적을 잃어버린 채, 헤매는 이노가 투영되도록 분리해냈다.
언젠가는 청산해야할 이 죄(길티)에서 자유로워짐과 동시에, 100년이란 세월동안 아리아가 원치 않았던 냉동수면을 통한 연명, 프레드릭이 원치도 않은 프로토기어로써 인간성을 상실시킨 죄로 축소하고 다른 모든 것은 거세시켜버린다. 그리고 결국 그 두명은 해우하게 되었다는 결말을 통해서, 다소 무리가 있었지만, 다 지나갔으니, 지나간 일이 되었으니, 어떻게 할지는 프레드릭과 아스카의 애증의(하지만 결코 미워할 수만 없는) 캐릭터 및 관계로 고정시킨다. 이 수정주의는 지극히 개인 대 개인의 관점 차이로 인한 일종의 오독으로 축소화 시키고,
한발 더 나아가 아스카조차 오리지널맨(스승)에게 아스카 R 크로이츠라는 자신의 이름이 아닌, 또 한명의 그남자로 살아야만 했던, 피해자의 위치로 이동시키기까지 한다.
(이시와타리 다이스케 제너럴디렉터조차, 모두가 죄는 있지만 모두가 피해자라고 생각하는 일본 특유의 트라우마, 그 정념이 투영된 것일까?? 이 지점을 깊게 사유하신 분이 계시다면, 길티기어 스트라이브에서 "용서"를 입에 담았음에도 불구하고 누가 누구를 어떤식으로 용서했는지, 그것이 도덕 그리고 이 작품의 윤리에 걸맞는지 말씀해주시길 바란다.)
...어찌되었든 해피엔딩의 결말로 끝났으니, 좋은 게 좋은거 아닌가요??라고 생각을 유도하도록 수정주의를 통한 지극히 결과론적인 태도조차, 위에서 옹호해보았다.
(작중 해피 케이오스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질문의 대답으로 ”오므라이스“라고 자문자답하는 장면은 이 길티기어라는 세계관 자체를 서브컬쳐의 장르일 뿐 깊게 생각해볼 필요 없이, 단순한 재미, 즐거움으로써 어물쩍 넘기려는 태도처럼 보인다. ...하지만 GG용어집에서, 경제부분까지 세심하게 짜여진 것을 생각해본다면, 연출자의 단점을 가리기 위한 게으른 세계관 구성은 결코 아니다.)
치프의 시놉시스와, 작중 아스카의 입을 빌려 현실세계의 수많은 부조리한 키워드를 끌어오지만, 거대한 윤리적인 결함이 존재하기에, 이 작품이 내세우는 다른 이상적인 무언가를 온전히 감당해내지 못 하는 이유인 것이다.
나고리유키와 치프 사이, 츠요시식을 통한 자포네스크의 역전요소에 대해서는 차후 공식적인 스토리가 풀어진 이후 이야기를 진행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여기까지, 아직 말하지 않은 부분들도 많습니다만 나름대로 길티기어에 대한 애정을 담아 스트라이브에 대한 사유를 일단락해봅니다.
두서없는 긴글을 읽어주신 분들에게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길티기어 스트라이브 치프로 천상계에서 즐겁게 플레이하고 있습니다.
스토리와 게임 양쪽 모두 이 글을 계기로 만나게 된다면 기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아스카의 처우나 결말이 마음에 그리 들지는 않더라구요. 시작은 오리지널맨 일지 모르지만, 아스카가 일으킨 일들은 결코 용서 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게다가 마지막에 솔을 인간으로 만들어주는 씬에서는 "이게 이렇게 간단했다고?" 조금 어이 없었기도 했고.. 본인 입에서도 말한거지만, 100년 전에 결심했으면 .. 이라고 말하는거 보면 결국 아스카로 인해 200년간 피해 본 사람들이 많은거 또한 사실. 솔직히 친구 도와주겠다고 사고친 애가 그거 수습하겠다고 더 사고치고 다니면 저는 더는 좋게 볼수 없더라구요. 제작진도 아스카가 사실 착하고 좋은 녀석이지만, 요령이 없어서 이런저런 일들이 생긴거 뿐..이라고 말하고 싶은거 같더군요...후... 저런 스토리 빼곤 마지막에 이노 vs 솔 장면에서 아웃레이지 MK2 안에 봉염검 라이터에 점화되는 씬은 길티 팬으로서 전율이였네요. 그리고 엑슬이랑 이노의 마지막 대화에서 스트라이브에서 빌드업 하던 금빛 장발 이야기로 연결 될때 뭉클했던게 가장 기억에 남더군요. 제겐 스트라이브는 "솔배드가이/프레데릭 불사라의 200년간의 사랑 이야기"의 완결을 이제서야 봤다는 느낌입니다. 길티기어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미지수지만, 우선 솔은 쉬어야겠지요. 행복하길 ㅎ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확실히 아스카가 솔배드가이란 존재를 소멸시켜 인간으로 되돌리는 장면은, 말씀하신 클라이맥스 (인간에서 벗어나버린 이노와 인간으로서의 프레드릭과의) 대결장면을 만들어내기 위해, 큰 희생을 치룬 인상입니다. 지금까지의 길티기어를 끌고왔던, 프레드릭의 원동력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그남자만은 죽이겠다는 복수심(결판)도 그 몇마디에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솔조차 가늠할 수 없었던 (그토록 긴세월동안 철저한 준비를 해왔던) 아스카란 캐릭터성이 터무니없이 모두 붕괴됩니다. 아스카의 마지막도 의문 투성이지요. 티르 너 노그를 타고 시작의 서를 없앤다고 자신이 직접 우주 콜로니에 스스로를 책과 같이 유폐시키고는 사상과 이익이 개입되지 않는 바르고 투명한 숫자를 라디오방송하겠다는데, 자신이 선지자처럼 행동하는 그것 자체가 선민사상처럼 보여지기까지 합니다. ...이것이 속죄로 받아들여진다면 그것만큼 기만이 따로 없겠지요. 이것이 어떠한 결과로 이어질지는 “아스카 R 크로이츠”로 정식화된 이 캐릭터의 레퍼런스가, 스트라이브의 마지막에 와서야 그 의도를 가늠하게 됩니다. 단순히 나가이 고의 데빌맨의 “아스카 료(R)” 뿐만 아니라, 장미십자회의 “크리스티안 (R)로젠크로이츠”를 끌고온 이유... 사상,이익,가치,체제,차별등등 인간과 인간의 싸움이 끊임없는지구 저편에서 정체를 알수 없는 누군가가 라디오를 통해서 전해오는 “사상과 이익이 개입되지 않는 바르고 투명한 숫자”라니, 신비주의 비밀결사이자, 데빌맨의 아스카와 같이 타락해버린 천사이자, 신과 같이 추앙받게 되지 않을지 현재로썬 추측뿐이지만 이야기를 조금 밀고나가봅니다. 이 지점은, 스트라이브에서 솔 배드가이와 그 남자의 결판이 우리의 예상과 다르게 결판났을 뿐, 프레드릭 불사라와 아스카 R 크로이츠의 이야기는, 전혀 끝나지 않은 모라토리움으로 남겨두겠다는 강한 의지를 느낍니다. 스트라이브의 이노의 경우, 그간 목적없이 행동해왔던 이유를 설명함과 동시에, 동일한 죠커포지션의 엑슬을 이렇게 연결할지 누가 알았을까요?? 너무나 처연하고 애뜻하지만, 그러면서도 덕분에 한편으론 달달한 러브스토리를 보게 되었네요. (무뚝뚝한 프레드릭과 티격되는 잭오보다, 한결같이 메구미만 바라보고 외치는 엑슬의 풍부한 감정이 더욱 와닿을 수 밖에 없겠지요.) 엑슬은 어떻게 보면, 프레드릭과 아스카, 이노만큼, 혹은 그 이상, 억겹의 세월을 보내왔음에도 불구하고 어찌 메구미만을 바라볼 수 있는지, 진정 생불이 아닐까 싶을 정도입니다.(웃음) 변천가르기등에서 보여지는 디자인 레퍼런스를 가늠해볼 수 있는 지점같네요. 어찌 되었던 스트라이브 본편 스토리모드는 행복하게 일단락되었으니 어나더 스토리가 어떤 형태로 등장할지 기대하면서 감상을 즐기는 것이 좋겠지요~!!
스토리모드를 오늘 다 감상하고 늦게나마 댓글을 달아 봅니다.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아쉬운 부분이 많고, 몇몇 캐릭터 내지 세력에 관한 묘사는 글 쓴 분과 마찬가지의 심경이었습니다. 사실 어새신 조직의 스토리는 이미 익저드 시점부터 굉장히 마음에 안 들어서 이번작에서도 별 기대를 안 했는데, 우려한 대로 세탁을 당당하게(...) 했더군요. 주캐로 밀리아를 잡고 있지만 익저드부터의 어새신 캐릭터들 스토리는 정말 마음에 안 듭니다. 새 스토리를 이끌어 가려고 억지로 캐릭터성과 설정을 바꾼 게 참 -_-(특히 자토)... 어새신도 그렇고 아스카도 그렇고 우리나라나 주변국에서 신경쓰일 수밖에 없는 쪽으로, 미화와 세탁으로 점철된 방향으로 캐릭터의 스토리를 이끌어 나가는 게 스토리를 보는 내내 많이 씁쓸했네요. 특히 아스카는... 이번 스트라이브에서 캐릭터의 두께가 완전히 무너졌다고 봅니다. 결국 그는 누명이란 누명은 대부분 뒤집어썼을 뿐이고 자신은 항상 주위에 휩쓸리며 발버둥쳤을 뿐인 지식인이라는 건지. 엄밀히 기어 연구를 시작하고 그걸 만든 것은 아스카이고, 어찌됐든 그 과정과 결과 모두 그에게는 죄로서 남았을 텐데;; '그 남자는 실제로는 둘이라고 봐야 하고 과거 전쟁과 테러 행위는 다 오리지널 맨의 소행이었다'라고 이번작에서 뜬금없이 퉁친 순간(이야 이거 전작의 자토 설정변경이 생각나는 뜬금포네) 기어 메이커의 캐릭터성은 굉장히 얕아지고 말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아스카가 어떤 방식으로 세상에 속죄를 하려 할지 많이 궁금해했는데, 속죄고 자시고 이건 애초에 자기 잘못이래봐야 기어 세포를 만들었다는 것밖에 없네요. 그래서 이번작 스토리의 가장 큰 문제는 이런 '어물쩡 넘어가는' 흐름 하에서 모든 게 다 좋게만 흘러갔다는 것 같습니다. 메인 등장 인물들은 그래도 자신의 모습을 충실하게 지켰는데, 어찌 보면 그보다 더 중요한 존재인 아스카는 뜬금없이 전세계에 스트리밍을 하며 세계평화에 관해 설파하는 걸로 넘어가 버렸죠. 차라리 그 이전 시리즈부터 오리지널 맨의 '또 하나의 그 남자'이자 '악행의 근원'이라는 요소에 대해 떡밥을 좀 뿌려 뒀으면 몰랐겠는데, 정말로 뜬금없이 사실은 얘가 나쁜 거라는 식으로 흘러가니... 어나더 스토리는 본편에서 다루지 않은 다른 캐릭터들의 얘기나 케이오스 때문에 피해를 본 자들에 관해 나올 것 같은데, 본편 스토리에서 실망을 좀 많이 해서 그다지 기대가 되질 않네요. 특히 아스카가 주인공이 되는 스토리가 있다면 정말 우려부터 앞섭니다(한숨).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감상글에서 연민을 통해 옹호를 시도해보았지만 피해자를 바꿔치기하면서, 진짜 피해자를 없었던 것으로 만들면서까지 그려낸 결과물이, 과연 도덕과 윤리를 저버리면서까지 그려낼 수 밖에 없었던 것인가?? 한다면 지금도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충분히 작품의 윤리를 지키면서 그려낼 수 있었을텐데, 길티기어 시리즈, 그 원죄에 대한 책임에 대해서 인간이 아닌 상징적인 존재로서 책임전가해버리고 한술 더 떠서 “밀피코”라는 작품내 음료를 예를들며 자정작용이라고 선언하는 순간, 이시와타리 다이스케 제너럴디렉터, 정말 이래도 괜찮은가?? 싶었습니다. 때문에 이노와 엑슬, 솔과 아리아에게 (당연하게도) 연민을 느낌과 동시에, 세계관 그 자체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는(결함으로 밖에 느낄 수 없는)지점으로 느껴집니다. 관점을 달리 해서 사유해봐도, 안타깝지만 그것들을 방어할 수 있는 지점을 아직 발견하지 못 하고 있습니다. 그남자의 결판, 그의 마지막이라고도 무방한 스트라이브에서 어새신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인물들, 원로원에게 억압받았던 인물들, 그남자에 의해 피해를 받은 인물들에게 용서를 받아야하는 그 인물들은 증발해버렸고, 이그저트에서부터 사실상 리부트된 캐릭터들로 인해 구작은 거대한 시놉시스를 제외하곤 없었던 것처럼 그려지며, 죄에 대한 언급을 최대한 회피하면서, 캐릭터의 프로필은 그대로, 그리고 몇가지 요소들은 필요에 따라 골라서 가져오는 편법까지 사용합니다. (바이켄의 경우 이전작 스토리모드에서 안지가 “그남자 또한 죄가 없을지 몰라”라는 지나가는 듯 회피처를 마련해두었습니다만,) 이런식의 캐릭터에 의존하게 만드는 화법을, 지금까지 길티기어를 따라온 팬들이 과연 납득할 수 있을만한 것인가 궁금합니다. ...가능하다면 이시와타리씨에게 직접 여쭙고 싶을 정도입니다. 결과가 동일하더라도 아스카가 순교자로써 속죄하는 모습, 그 시도라도 보여줬다면,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감상을 이야기할 수 있었겠지요. 지금도 애정을 가지고 있는(스토리와는 별개로 일편단심 치프로 즐겁게 게임을 즐기고 있습니다.) 길티기어 시리즈인 만큼, 스토리에서 마땅히 속죄를 이야기해야할때, 기만으로 회피한 모습은 정말 너무나 안타깝네요. 다시 한번 글을 읽어주시고 감상을 나눌 수 있어 기쁩니다. 감사합니다.
오리지널 맨이 과거의 전쟁과 테러의 장본인이라는 뜬금포 설정이 본편 스토리 영상에서 말 그대로 툭 던지듯이 언급하고 끝난 정도여서 더 황당하죠. 사실 오리지널 맨이 타락한 원인과 과정에 대한 묘사도(시간과 작업량 등의 이유가 있겠지만) 영 부족해서 결과적으로 오리지널 맨과 아스카 두 명 모두 캐릭터가 망가졌다고 생각합니다. '그 남자'가 억울하게 누명을 쓴 게 한가득이라는 복선은 젝스, 익젝 시절에도 충분히 있었고 시리즈가 거듭될 수록 그가 뒤에서 어떻게든 모든 걸 바로잡으려 노력하는 인물임을 보이긴 했는데, 이게 익저드부터 좀 삐걱거리더니 스트라이브는 단순히 피해자일 뿐인 인간 A 정도로 묘사가 급격히 퇴보했어요. 심지어 이게 자신의 원죄에 계속 짓눌리던 그 사람과 동일인물이 맞나 싶을 정도였죠. 좀 과하게 말해서 이번작의 아스카는 디렉터의 손에 의해 갑자기 철면피로 돌변해 입 싹 닫은 파렴치한이라고 말해도 될 정도입니다 -_-;; 이게 디렉터 본인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와 사상일 가능성이 낮지 않으니 더 답답하네요. 어나더 스토리에서 오리지널 맨에 대해 좀 더 자세히 풀어나간다 해도 아스카 R. 크로이츠까지 깊이 다루지 않으면 GGST의 스토리는 메데타시 메데타시를 위한 억지 덩어리로 끝나고 말겠죠... 대전 개막 시퀀스 및 오프닝곡의 가사로 쓰이는 그 문구가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이었는지 점점 더 공허하게 느껴지고 있습니다. 과연 그 '짐승'이라는 게 정말로 무엇이며, 사람들이 마침내 그 짐승에게서 발견한 것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해서 본편 스토리에서 드러낸 방향성으로 해석하자니 이젠 더더욱 이해도 안 되고 납득은 당연히 안 될 뿐이니까요.
생각해 보면 기어 박멸을 위해 세계를 돌아다니던 시절의 솔과 비교해 봐도 기가 찰 노릇이긴 합니다. 솔은 자신이 기어 프로젝트의 주동자는 아니었어도 그에 가담했던 사람이었고, 복수뿐만 아니라 자신이 탄생에 가담한 기어라는 존재를 직접 청소하며 수습하고 속죄하려는 인물이었는데(결국 디지의 발견과 다른 인물들과의 관계 발전으로 누그러지지만) 이런 인물이 자기 옛 친구의 진실을 깨달았다고 그렇게 빨리 용서하고 화해하는 무드로 전환한다는 건 정말 '속 편한' 전개일 뿐이죠. 사실 이런 맥락에서 레벨레이터 본편 엔딩도 별로 좋아하진 않습니다. 솔이 내심으로는 아스카를 용서할 단서를 찾고 있었던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결말부에서 빠르게 화해해 버렸으니까요.
덧붙여서 파우스트를 생각해 보면 이 쪽은 그저 슬플 따름이네요. 이쪽도 어떤 관점에서는 도피나 기만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최소한 이 인물은 자신의 죄를 항상 짊어지고 그것을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갚기 위해 노력하는 인물이니까요. 이에 비해 이번작의 아스카는 '어찌저찌' 자신의 누명이 벗겨지니 '자 그럼 저는 이러이러한 방식으로 세계평화를 위해 이바지할게요'라며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한 태도로 방송인 데뷔(...)를 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저지르지 않은 잘못을 뒤집어쓰긴 했지만 어쨌거나 기어 연구의 중심에 서 있던 자로서 모든 것을 바로잡으려 했던 그 사람은 어디로 갔나요. 반드시 극형과 피의 처벌을 받아야 해결될 일은 아니지만(사실 그럴 만한 죄인도 아니고) 대체 자신이 무슨 자격으로 우주로 날아가서 전세계에 평화에 관해 설파를 한다는 건지... 도저히 깔끔한 결말이라고 볼 수도 없고, 속죄는 더더욱 아니죠.
LightningSphere님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 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너무 감상적으로 빠져버리지 않도록 본글의 논제에서 너무 벗어나지 않도록 하면서 담론을 이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스트라이브는 그만큼 공격하기 쉬운 약점들이 많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폄하하라고 하면, 우리들은 지금보다 더 상세하게 계속 할 수도 있잖아요??) 또한 파우스트와 나고리유키, 아스카, 몇몇 등장하지 않은 인물들은 차후 어나더스토리등 어떤식으로 위치를 배정할지 예측하기 어려울만큼 경우의 수가 많으니, 그것들은 잠시 접어두면서, 말씀하신 smell of the game의 짐승을 "누구"로 지칭할지 쟁점을 좁혀보도록 하지요. LightningSphere님의 관점을 통한 해석이 궁금해지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저는 도식을 염두해두면서 솔 배드가이를 상징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짐승을 아스카(와 해피케이오스=오리지널맨이란 그남자)에 대입시켜버리면, 뭐 말할 것도 없이 실패하고 알레고리는 눈쌀이 찡그러질 정도의 것이 되어버리니까요. 세상이란 감옥에 갇혀있는것, 프레드릭 불사라이지만, 솔 배드가이로 살아가는 모습을 스트라이브에서 갱신된 의상디자인(팔뚝 부분의 수갑모양의 악세사리 디자인에서도 한눈에 알아 볼 수 있는 지점입니다.) 그리고 본편의 서사를 통해서, 그리고 퀸의 알레고리를 통해서, 거듭 강조하지만, 약점투성이이지만, 이 세상의 감옥에서 해방시킨 것으로 스트라이브의 목표는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겠지요. 팬들이 바라는 형태에 부합되는지는 별개입니다만, 세상을 부숴야 한다는 명제를 등장인물들이 계속해서 성장키워드로써 사용하는 것은 LightningSphere님께서는 어떻게 받아들으셨는지요?? 세상을 구하기 위해서 세상을 먼저 알아야하지만, 그와 동시에, 인간의 마음을 채울 수 있는 것을 위해서는 여지없이 세상은 상관없다는 태도(그랜드피날레에서 세카이계의 명제를 끌고오는 이유), 그와 동시에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서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명제를 결합한 모양새... 제가 본글에서도 옹호하기 위해서 특정관점을 고수했던 이유는 개인의 자아성찰을 끝내기 위해서는 자신의 세상을 부숴서 한단계 고차원의 관점으로 승화시켜야한다는 것이지요. 잭오가 아리아가 아닌 것, 아리아가 될 수 없는 것을 아쉬워하거나 원망하는 것이 아니라,(그래서 자신의 존재를 무의미하다거나, 부정하는 관점을 고수하는 것이 아니라) 아리아 대신이 아닌 잭오 그 자체로 인식하고 대해주는 사람, 그런 관점을 소유한 인간인 그 프레드릭 불사라를 위해서 자신의 희생을 스스로 선택했을때의 자아성찰의 지점(예술영화등 예술작품에서 그토록 간단히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겠으나, 우리들이 지금 이야기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서브컬쳐에서 이시와타리 다이스케 제너럴디렉터가 지향하고자 했던, 도달하고자 했던 지점을 팬 입장에서 가늠하는 정도이니까요.) 그것을 어떻게 보셨는지요?? 우려스러운 지점은 잠시 접어두고, 많은 약점과 무리수를 두고도 이시와타리씨가 야심차게 그려냈던 부분과 Smell of the game의 연관성, 혹은 그외 발견하면 꽤 재밌어 보이는 지점을 이후 담론의 쟁점으로 지향해주신다면 기쁘겠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면, 정말이지 약점을 파고들면 끝도 없이 파고들 수 있으니까요.
답글이 늦어서 죄송합니다 ㅎㅎ;; 아직 그 문구에 대해서 나름대로 확실한 해석을 내리지는 못했어요(점점 갈피가 안 잡히고 있음). 다만 스트라이브의 주제와 스토리 후반부의 내용으로 가닥을 잡아보자면, '인류는 사회를 바꿀 수 없음을 깨닫고 자신을 되돌아보는 대신 짐승들을 비난했다' 부분은 이노와 케이오스(오리지널 맨)가 바라본 인류와 세계, '하지만 그들은 짐승들의 마음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했고 그것에 스스로 거짓말을 할 수 없었다' 부분은 솔과 그 일행이 바라보는, 또는 갖고 있는 세계관이라고 해석해 보고 싶네요. 가사에서 Beasts라고 복수형으로 말하는 걸 보면 단순히 특정 인물 한 명만을 얘기하는 것 같지도 않고요. 그리고 인류의 소원, 욕망의 집합체인 이노를 Mankind로 치환해서 짜맞추면 얼추 스토리 후반의 전개와 마무리까지 들어맞는 느낌도 드는군요(우우 갖다맞추기). 그래도 아직까지는... 확실하게 해석했다고 스스로 결론을 지을 정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 비슷한 맥락으로 세상을 부순다는 명제에 대해서도 아직은 선뜻 담론을 나눌 만큼 분석을 마치지는 못한 것 같고요. 일단은 한국어 패치가 된 뒤 스토리를 다시 한 번 되새김질하며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_ _).
아닙니다. 글을 쓴지 다소 기간이 지났음에도 이렇게 열정적으로 답글을 달아주셔서, LightningSphere님 흥미로운 관점과 해석들 덕분에 본글에서 작성했던 것보다 더 많은 부분을 사유해볼 수 있어서 기쁩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smell of the game의 저 개인적인 감상은, 오히려 스토리모드에 부합된다기보단,(무리해서 가사의 모든 것을 스트라이브 스토리모드의 내러티브에 투영하기보다는) 오히려 스트라이브라는 게임 그 자체에 훨씬 더 적합된다고 생각합니다. 곡이 최초 공개된 시기 또한 길티기어의 최신작 스트라이브라는 독자적인 위치를 확보함과 동시에, 무엇보다 Mankind knew that they cannot change society, So instead of reflecting on themselves, they blamed the beasts 란 멘트는 우리들이 플레이하는 게임에 본인과 상대의 캐릭터가 등장하기 바로 직전에 나레이션과 함께 등장하며, 캐릭터의 모습이 보여짐과 동시에 길티기어의 상징과도 같은 멘트 HEAVEN OR HELL, 그다음 캐릭터들의 상호대사를 주고받고 DUEL 1 LETS ROCK을 선언합니다. 이 연출의 순서를 통해서, 스트라이브의 명제처럼 느껴지는 이 멘트는, 길티기어 스트라이브를 즐기고 있는, 자신의 캐릭터와 상대의 캐릭터가 정면으로 대결하는 대전(라운드)를 통해서 자신을 매일같이 갈고닦고, 그 한계조차 뛰어넘으며 성장해가는 동물적인 감각을 몸에 익혀 주고받는 서로의 (괴수, 괴물과 같은)폭력 속에서 느끼게 되는 희열, E스포츠로도 격상하게 된 격투게임이라는 하나의 장르, 우리들(괴수들)의 그 아름다움에 대해서 불타는 마음을 선언하고 외치는 것이라고 느껴집니다. 우메하라 다이고라는 기네스에도 등재된 살아있는 전설과도 같은 원로프로게이머의 닉네임이 the Beast라는 것은 의미심장합니다. 실상 곡의 가사 및 등장인물들의 모든 스크립트와 동작들을 이시와타리씨가 전부 조율하고 연출해낼 만큼의 작품성을 길티기어가 획득했다고 말하기엔, 팬임에도 불구하고 다소 무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모든 스크립트가 사유해야할 만큼 중의적이고, 다층적인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을 사유에 앞서 전제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어느 지점을 얼마만큼 끌고 오고 자신의 관점으로 바라본 이야기를 표현하는가...가 제가 생각하는 서브컬쳐를 사유하고 담론을 나누는 방법론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 또한 한국어 음성더빙이 완료가 된다면 재차 스트라이브 스토리모드를 관람해보려고 합니다. 그전에 GG 용어집을 남김없이 사유해보고 재관람했을 때,새롭게 발견하게 되는 것이 있을지 기대해봅니다. 차후 기회가 된다면 그때도 부족하게나마 담론을 나눌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부디 더운 날씨에 행복하시고 좋은일들만 가득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