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 밖의 세상' 을 암시하기.
보통 필요없는 설정은 잘라내는 것이 정석이지만,
(깔끔함의 극치. 아메스트리스 외 설정은 거의 언급조차 없음)
잘만 사용하면 등장하지 않는 설정도 작품의 질을 올려 준다.
예시를 들어, 스타워즈에 나오는 클론 전쟁.
클론 전쟁은 스타워즈 4편부터 나왔지만,
그게 뭔지는 2편에 가서야 나온다.
즉 4편을 보는 관객들 입장에서 클론 전쟁은 뭔지 모를 설정이란 것.
하지만 이 클론 전쟁이라는 한 마디를 통해,
오비완에게는 참전 용사라는 캐릭터성이 부여되며,
지금 이 세상이 전쟁 이후의 세대라는 것이 드러나고,
스타워즈 세계에 긴 역사가 존재한다는 걸 엿볼 수 있다.
작품 속 배경이 단지 주인공들의 무대가 아닌,
더 크고 다양한 일이 일어나고 일어났던 세계라는 느낌을 주는 것.
비슷한 예시로는 아바타 1편도 있다.
여기서 셀프리지가 나비족을 구워버리면 여론이 나빠지지만,
주주들에겐 분기 실적이 더 중요하다며 제이크를 설득하는데,
사실 지구 쪽 상황이나 주주들, 여론은 줄거리에 큰 영향이 없다.
하지만 이 장면 역시 설정에 깊이를 더해준다.
이 영화의 배경이 단지 조그마한 위성 기지가 아닌,
지구와 판도라를 아우르고, RDA 밖 크고 복잡한 사회가 존재하는 우주라는 것이다.
여차하면 스핀오프나 후속작에서 파고들 구석이 많아지는 건 덤이다.
(저거 재밌는 책이니까 읽어보면 좋음. 일반인 시선에서 본 은하 내전 일대기)
"여보, 쟨 지 애비를 너무 닮았어." "그러니 걱정이지" "네 아버지? 대단한 사람이었지 훌륭한 제다이자 파일럿이었어" 정체가 밝혀지기 전 아나킨에 대한 언급은 이 정도가 전부인데 시청자나 루크나 루크의 아버지가 과거에 굉장한 사람이었단 느낌은 받기 충분함 그리고 드러나는 내가 네 아버지다의 무시무시한 임팩트
문제는, 저런 '밖의 세상' 을 암시하기 위해선 실제로 그걸 만들어야 된다는 것. 심지어 어느 정도 논리적 개연성과 핍진성이 갖춰져야 하므로 대충 만들 수가 없음. 물론 세부적인 디테일이야 나중에 쌓아올려도 되지만, 뼈대만큼은 대충 만들어선 안 됨. 자칫하면 허점이 발목을 제대로 잡거나 심한 경우 작품성 자체를 뒤흔들 가능성도 있기 때문.
??? : 지구가 망해가고 있는데 주주들이 주가 따지고 서민들이 인권 따지는 세상이라고요? 설정이 도대체가 말이 안되지 않는지 ㅎㅎ
허술하게 쓰면 설정충돌 나기 딱 좋음...특히 작가가 여려명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