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아카이브,
비록 힘들지라도 끝끝내 푸르기를
총기 난사와 테러가 판치는 학원 도시 키보토스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은 위협과 정치 모략이 가득한 알 수 없는 이곳에서
총알 한 방이면 명을 달리하는 우리의 선생님은
아이들의 청춘을 지켜줄 수 있을까
저는 블루 아카이브가 처음 오픈했을 때 잠깐 했다가 서코, 일러페스, 코미케 어딜 가도 블루 아카이브 천지 길래 최근 다시 돌아온 중고뉴비 선생님입니다.
그렇다보니 메인스토리는 몰아서 플레이 했고 이벤트 스토리도 많이 보지는 못한 지라 이해가 다른 선생님들만큼 대단히 높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에덴조약과 최종장을 보고 머리가 깨져 버린 지금.
메인 스토리를 중점으로 간단한 후기 글을 적어보고자 합니다.
첫 문단에는 무슨 어두운 스토리처럼 요약을 해 놓았지만 블루 아카이브의 매력은 저 문단이 말들이 전부 사실이지만 어두운 스토리가 아니라는 점 입니다.
‘우리는 새파랗고 희망찬 이야기를 지향한다.’ 라는 것을 스토리를 진행하는 내내 느낄 수 있죠.
하지만 그렇다고 가벼운 소재로 개그만 가득 채운 전파계 작품은 절대 아닙니다.
블루 아카이브 메인 스토리의 각 파트들은 각기 다른 주제를 가지고 있지만 모두 하나의 주제를 깔아두고 전개 됩니다.
‘좋은 어른이란 어떤 것 인가?’ 라는 주제이죠. 이런 주제 아래 책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대책위원회 편, 자신의 존재는 어떻게 정의 되는가에 대한 질문을 다룬 파반느 편, 정의와 신념의 대립을 보여주는 토끼 편까지 화면 밖의 우리도 고민 해 볼만한 요소를 던지는 주제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파트는 바로 vol.3 에덴조약 편이었습니다.
정치극 이라는 가뜩이나 다루기 까다로운 소재에 가상의 집단인 게헨나와 트리니티, 그 안의 군소 세력들까지 설명해야하는 너무나도 어려운 문제들을 안고 가는 에피소드라고 처음에는 생각했습니다만
블루 아카이브 특유의 밝은 분위기를 유지한 초반 에피소드들로 배경과 세력들의 관계를 자연스럽게 설명하고 국가 수준에 버금가는 두 학원들의 평화 조약인 에덴조약이 어떤 식으로 이용되는지, 또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지를 화면 밖 우리들에게도 납득 시키는 높은 완성도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에덴조약 편의 하이라이트인 3장에서 펼쳐내는 잔혹하고 어두운 이야기들은 블루 아카이브라는 작품이 결국 다른 모바일 게임들처럼 침침한 분위기로 가라앉을 것만 같은 불안을 주었지만 끝끝내 자신만의 색깔을 아름답게 펼쳐내며 본인들의 지향점을 제대로 보여주어요.
이후 이어지는 후일담 격의 4장 또한 하이라이트 부분을 이미 지나왔기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사건 이후에 남겨진 사람들, 이들의 죄와 용서 라는 주제들을 진하게 그려나가며 결국 3장에 버금가는 명작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다른 에피소드들이 매력이 없는가? 절대 아닙니다. 감당할 수 없는 채무를 변제 해야 한다는 암울한 이야기를 블루 아카이브 특유의 초 전개와 개그로 풀어내고 후반부에는 책임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매듭짓는 대책위원회 편이나
본인들이 하고 싶었던 오마주나 패러디를 꾹꾹 눌러 담아서 게임과 서브컬쳐에 익숙한 선생님들이라면 쉴 새 없이 웃을 수 있는 파반느 편도 에덴조약 편 만큼의 완성도는 아닐지언정 충분히 자기 색깔을 가진 훌륭한 작품입니다.
2부에서 이어지는 4장 토끼 편은 정의와 신념에 대한 이야기를 진지하게 다루면서도 그들이 처한 상황과 그에 따른 장면들을 뽑아내며 충분히 재밌게 읽을 수 있었고요.
그리고 1부의 끝에는 이제까지의 이야기를 총망라하는 최종장이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제껏 만났던 학생들과 알 수 없는 멸망에 맞서며 마주하게 되는 거대하고도 잔혹한 진실들, 그러면서도 절대 특유의 분위기를 잃지 않도록 훌륭한 완급 조절을 해내는 아주 잘 만들어진 작품이죠.
이런 잘 어울릴 수 없을 것만 같은 소재들이 유기적으로 이어지고 하나의 작품으로 귀결되는 것은 결국 그런 것들이 자연스럽게 받아 들여질 수 있도록 만든 기획과 완성도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매일 총알이 빗발치고 포탄이 날아드는 세계관이지만 헤일로라는 설정으로 이런 것들이 그저 당연하고 일상적인 풍경으로 보여 지게 만들고,
이 안에서 살아가는 학생들은 개개인의 입장과 성격에 따라 다양한 사건에 휘말리고 그에 따른 성장과 변화를 겪는다는 어찌 보면 평범하지만 모든 캐릭터에게 제대로 부여하기는 힘든 서사적인 부분을
블루 아카이브는 모두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받아 들여질 수 있도록 캐릭터 성격이나 배치 등의 세심한 조정을 하거나 그런 것들이 충분히 녹아 들만한 설정들을 적절히 부여하는 등 잘 기획 된 느낌이 많이 듭니다.
또한 앞서 언급한 초 전개와 개그들은 절대 뜬금없이 등장하고 이야기를 대충 뒤흔드는 것이 아니라 앞선 대화나 상황에서 충분한 복선을 깔아두다가 중요한 순간에 예상치 못한, 하지만 우리가 분명 봤었던 복선으로서 활용해 적절한 개연성을 확보하죠.
이런 것들이 한데 모여 블루 아카이브 만의 밝지만 얕지 않은, 어두운 소재를 사용함에도 그것이 결국 해피엔딩으로 귀결되도록 이어나가는 작품의 유니크한 분위기를 만들어내죠.
짧은 시간동안 메인 스토리와 이벤트 스토리 일부를 몰아하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엄청나게 많은 게임을 해본 건 아니지만 에덴조약 편은 제가 살면서 했던 게임 스토리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훌륭하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파반느 편의 아리스나 토끼 편의 래빗 소대도 계속 떠오를 정도로 매력적이라 느꼈습니다.
서코와 일러페스를 점령했길래 반 강제 입문하게 된 블루 아카이브. 왜 2차 창작이 그렇게 활성화되고 엄청난 인기를 구가할 수 있었는 지를 알 수 있던 것 같습니다.
저도 말려든 김에 여러분도 이번 기회 블루 아카이브 시작해보시는 거 어떠신가요. 지금 시작해도 메인 스토리를 감상하는데 웬만하면 큰 지장은 없답니다.
또 어쩌다 막히는 부분이 있다면 수 백만 선생님들이 여러분을 도와주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도 해보고요.
말이 길어졌습니다. 어쩌다 시작했지만 스토리에 반해버린 게임, 너무 나도 매력적인 캐릭터들에 최애 고르기 힘든 그 게임. 블루 아카이브에서 가장 좋아하는 대사로 마무리 해보겠습니다.
-선생님-
요즘 모바일게임 관련 소감글 보기가 정말 힘들었는데 장문의 소감문 잘봤습니다. 개인적으로 블아 좋아하는게 확실한 주제가 있어서 좋더군요. (어른의 역활이나 타인과의 이해등등) 개인적으로 스토리의 완성도는 에덴조약쪽이 뽕차는? 연출들은 최종장이 더 좋았던거 같아요 ㅎㅎ
지-그시
지-그시
요즘 모바일게임 관련 소감글 보기가 정말 힘들었는데 장문의 소감문 잘봤습니다. 개인적으로 블아 좋아하는게 확실한 주제가 있어서 좋더군요. (어른의 역활이나 타인과의 이해등등) 개인적으로 스토리의 완성도는 에덴조약쪽이 뽕차는? 연출들은 최종장이 더 좋았던거 같아요 ㅎㅎ
저도 비슷한 생각입니다. 연출적인 면은 역시 들어가 리소스가 많았던 만큼 최종장이 눈에 확 띄었지만 뭔가 마음을 크게 움직였던 건 에덴조약이었던 거 같네요. 지금은 주로 애갤에서 리뷰를 쓰고 있지만 기회가 되면 블루아카 메인스토리 파트 하나하나 리뷰 해보면 좋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블아 정말 갓-겜 입니다
책임지는 자가 아무도 없는 시대에 어른의 책임을 입에 담고 실천하는 선생님의 모습을 보면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