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FOX소대와 RABBIT소대 8명이 적에게 붙잡혔습니다.
정말로?
그럴리가요, 그냥 상황설명을 위해 예시를 든 겁니다.
적이 포로로 잡은 SRT 상대로 거래를 제안했습니다.
평소라면 SRT는 적과의 타협은 안하지만 이번에도 상황설명을 위해 넘어가겠습니다.
[지금부터 내가 내는 문제를 맞춘다면 너희들을 풀어주겠다.]
[너희들이 키 순서대로 줄을 선 다음, 나는 너희들에게 무작위로 검은색 또는 흰색 모자를 씌울 것이다.]
[문제와 그 규칙은 다음과 같다.]
하나. 너희들은 "검은색" 또는 "흰색"이외의 그 어떤 말을 해서는 안되며, 정해진 단어 이외의 문제의 답을 유추할 수 있는 그 어떤 행동을 들켜서는 안된다. 둘. 줄을 선 사람은 라인을 벗어나서는 안되며, 오로지 자신 앞에 있는 사람의 모자만 보아야 한다. 자기 자신의 모자, 혹은 자기 뒷 사람의 모자는 볼 수도 없다. 셋. 문제에 대한 답은 맨 뒷줄의 사람부터 순차적으로 대답한다. |
[약간의 시간을 줄테니 "여덟명 중 일곱명 이상이 자신의 모자 색깔을 맞춘다"면 너희를 풀어주겠다.]
어떻습니까? 문제의 답을 아시겠습니까?
키 순서대로 줄을 서니 맨 뒷줄에는 제가 서있을 예정입니다.
제 앞에는 키 순서대로 니코, 모에, 사키, 미야코, 쿠루미, 오토기, 그리고 맨 앞줄에는 미유가 서서 대기할 예정입니다.
수수께끼구나?
자, 이 문제의 해답을 아시겠습니까?
어디...
3... 2... 1... 땡!
아니 너무 빠르잖아?!?!
원래라면 문제를 풀기 전에 생각하는 시간을 드리는데, 그러면 안그래도 길어진 괴문서가 너무 길어지니까 바로 설명하겠습니다.
SRT에게 주어진 정보는 두가지, "검은색과 흰색"입니다.
그리고 SRT가 활용할 수 있는 정보 또한 두가지 입니다. 무엇인지 아시겠습니까?
모자의 갯수?
포괄적으로는 정답입니다. 범위를 좁힌다면 "짝수와 홀수"라는 정보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우선 단어에 대한 정의를 재정립 하셔야 됩니다.
예를 들어 첫번째 사람이 대답하는 "검은색"은 "검은색 모자가 홀수개", "흰색"은 "검은색 모자가 짝수개"라고 정의합니다.
그리로 SRT 대원이 모자를 다음과 같이...
...... 말로 표현하려니 어렵군요, 말을 이하의 글로 대체합니다. 흰색모자는 "흰"으로 적고 검은색 모자는 "검"으로 적습니다. 그리고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순차적으로 답을 한다 치죠.
[검흰검검검흰흰검]
유키노->니코->모에->사키->미야코->쿠루미->오토기->미유
맨 왼쪽, 그러니까 제 눈 앞에는 몇 개의 검은색 모자가 보입니까?
자신의 모자는 볼 수 없으니
유키노 눈 앞에는 4개의 검은모자가 보이겠네.
그렇습니다. 그러면 저는 이제 뭐라고 대답할까요?
"흰색(=검은색 모자가 짝수개)"라고 대답하겠지만, 이미 벌써 오답이 나와버렸잖아?
네 맞습니다. 저는 답을 틀렸습니다. 하지만 제 오답을 통해 나머지 소대원에겐 정답을 유추할 수 있는 "새로운 정보"를 눈치채지 못하게 제공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제 앞줄의 니코 눈에는 검은색 모자가 4개 보입니다. 그런데 저는 "흰색(=검은색 모자가 짝수개)"라고 대답했기에, 니코는 제 앞의 7명이 쓴 검은모자는 짝수개가 있다는 새로운 정보를 얻었죠.
그렇기에 니코는 본인의 모자가 "흰색(=니코의 모자 색)"이라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오~
그러면 니코 앞 줄의 모에 상황으로 넘어갑시다. 저는 "흰색(=검은색 모자가 짝수개)"라고 대답했는데, 모에 눈에는 검은색 모자가 3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니코는 이미 자신의 모자가 "흰색(=니코의 모자 색)"이라고 대답했는데도 불구하고, 검은색 모자가 3개만 보이니 모에는...
본인이 쓴 모자가 검은색이라 추측하고, "검은색(=모에의 모자 색)"이라 답하겠구나?
그렇습니다. 이 과정을 쭉 반복한다면 모자 배치에 따라 맨 처음의 사람을 제외한 모두가 자신이 쓴 모자색을 정확히 추측할 수 있지요.
당초에 주어진 정보는 단 두개지만 어째 밑으로 내려갈수록 정보가 늘어나는데?
음...
그게 이 문제의 묘미지요. 단지 그걸 새로운 정보로 받아들이느냐, 흘려넘기느냐는 각자의 지성에 따라 달라질겁니다.
그리고 이 문제를 통해 난해한 상황 속에서도 소대장의 기지와 소대원의 지성이 합쳐지면 어떤 난관도 최대한의 성과를 내며 타개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검은색과 흰색의 새로운 정의 표현도 결국엔 답을 유추할 수 있는 행동 아니니?
......
어쨌든 룰을 깨지 않는 선에서 안들켰죠?
으아아악 철학 이야기 어디갔어요
철학 이야기는 아리우스 스쿼드랑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