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까기: 청와대, 그림자의 실체
1. 대통령의 그림자 의혹
박근혜 대통령과 관련된 ‘그림자’ 의혹은 이제야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지만 사실 역사 깊은 소재이기도 합니다. 40년이 넘는 떡밥이었으니까요. 정치인 박근혜의 곁에는 오래전부터 최태민이라는 이름이 따라붙었습니다. 그러다가 정윤회란 이름이 등장했고 최근에는 최순실이란 이름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습니다. 아주 최근에는 이들의 딸이 논란이 되고 있죠.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차은택 감독도 있습니다.
시간 순서로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최태민 얘기부터 시작해보지요. 이제는 다들 아시지만, 최태민의 사위는 국회의원 시절 박근혜의 비서실장이란 이름으로 세상에 등장했습니다. 바로 정윤회 씨죠. 2014년 이혼한 전처는 최서원이란 이름으로 개명한 최순실입니다. 그리고 최순실은 이 최태민의 딸입니다. 그림자의 뿌리는 바로 최태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죠. 오늘은 그림자의 실체를 까보겠습니다.
2. 최태민! 이름은 일곱이요, 부인은 여섯이라.
최태민은 참 신비로운 존재입니다. 1912년생으로 알려진 종교인입니다. 그는 일제강점기 시절 순사로 시작해 경찰로 근무하다가 모 사단법인 이사장이 되었습니다. 이때 여섯 번째 결혼을 했지만,여자문제로 아내에게 고소를 당합니다. 그러자 부산에 있는 한 절로 도망치더니 별안간 머리를 깎습니다. ‘퇴운’이라고 개명하며 갑자기 승려가 된 그는 이듬해 전국 불교청년회 부회장까지 됩니다.
그리고 여섯 번째 부인과의 문제가 수면 아래로 내려가자 다섯 번째 부인을 만나 함께 살며 비인가 학교를 하나 만들어 교장이 되었습니다. 이후 여러 일을 벌였다가 천일창고라는 회사의 회장이 됩니다. 이번에도 사고를 치는데, 유가증권 위조혐의로 서울지검이 입건하자 또 도망을 칩니다.그리고 또 ‘공해남’이라는 이름으로 바꾼 후 성당에서 영세를 받습니다.
1970년대 들어 최태민은 자신의 본색을 제대로 나타냅니다. 이번에도 이름을 바꾸죠. 방민이란 가명을 쓰며 사이비 종교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합니다. 불교, 기독교, 천도교를 종합했다는 교리는‘영생교’와 유사합니다. 그리고 서울과 대전 등지에서 난치병을 치료한다는 전형적인 사이비 행각을 벌입니다. 그리고 바로 이때! 박근혜와의 인연이 시작됩니다.
3. 최태민과 박근혜, 그림자의 시작
많이 알고 계시겠지만, 최태민은 육영수 사망 직후 실의에 빠진 박근혜에게 편지를 보냅니다. 사진의 꿈에 육영수가 나타나 ‘내 딸이 우매해 아무것도 모르고 슬퍼만 한다’라면서 ‘이런 뜻을 전해달라’고 했다는 내용의 편지였죠. 결국, 다음해 박근혜는 최태민을 청와대로 불러 만남을 가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최태민은 목사 안수를 받습니다. 이때도 역시 이름을 바꾸는데 이 이름이 바로 ‘태민’입니다. ‘대한구국선교단’을 만든 최태민은 스스로 총재에 취임합니다. 그리고 구국기도회를 열었는데 참석한 2,000여 명 중에는 박근혜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최태민은 박근혜를 명예총재로 추대했고, 이후 그 행사에 자주 참석합니다.
이 대한구국선교단은 이후 ‘구국봉사단’으로, 다시 ‘새마음봉사단’으로 이름을 바꿉니다. 최태민의 특기가 이름 바꾸기지요. 박근혜의 ‘새마음운동’의 시작이 이것입니다. 저를 포함한 젊은 층은 새마음운동이란 것 자체를 잘 모릅니다. 유신독재 시절 ‘국민의 정신을 개조한다’라는 명목의 운동이었지요. 박근혜에게 이 조직은 참 좋았을 것입니다. 충효예를 강조하는 이 운동을 통해 연로한 어른들이 그녀에게 90도로 절을 해댔으니까요. 공주님에게는 참 흐뭇한 일입니다.
한겨레 기사에 의하면 “형식상 모든 업무는 박근혜가 관장하였으나 실질적으로 비공식 고문격인 최태민이 전권을 위임받아 행정부, 정계, 경제계, 언론계 등 각 분야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수사자료가 있다고 합니다. 한 봉사단 관계자는 “한마디로 미니 청와대였다”라고 했다고 하죠.최태민 주위에선 각종 이권 개입과 횡령, 사기 및 융자 알선 등 권력형 비리, 그리고 온갖 여성과의 스캔들 의혹이 들끓었다고 합니다.
박정희의 차녀 박근령과 장남 박지만은 1990년 노태우 대통령에게 12장의 편지를 보냈습니다.이들은 최태민의 비리를 자세히 폭로하며 최태민이 "순수한 저희 언니에게 교묘히 접근해 언니를 격리시키고 고립시킨다"며 “이번 기회에 언니가 구출되지 못하면 언니와 저희들은 영원히 최씨의 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의 장난에 희생되고 말 것”이라고 호소했습니다.
요약하자면 최태민이 박근혜를 방패막이로 삼아 육영사업과 장학재단, 문화재단 등 박정희 추모사업에 관여했고, 수많은 재산을 착취했다는 것이죠. 지금 우리나라가 최순실과 차은택 같은‘그림자’에 의해 휘둘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많은 분이 하고 계십니다. 하지만 당시 박근혜의 곁에는 형제들도 견뎌낼 수 없는 그림자가 이미 깊게 드리우고 있던 것입니다.
4. 독재자지만 아빠 말을 들었어야 했다.
최태민의 경력을 보면 퍼스트레이디와 쿵짝이 맞으니 얼마나 난리부르스를 추고 다녔을지 안 봐도 훤합니다. 결국, 최태민의 온갖 스캔들은 중앙정보부와 비서실을 통해 박정희의 귀까지 들어갔습니다. 박정희는 1977년 9월, 최태민을 불러 직접 심문합니다. 하지만 박근혜의 비호에 힘을 얻었는지 용케도 넘어갑니다.
박정희가 암살당한 이후 김재규는 재판과정에서 최태민이란 이름을 언급합니다. “총재 최태민,명예총재 박근혜양으로 되어 있는 구국여성봉사단 문제이며, 본인은 최 목사의 부정행위를 상세히 조사해 박대통령에게 보고했지만 박대통령은 근혜양을 그 단체에서 손을 떼게 하기는커녕 오히려 근혜양을 총재로 최태민 목사를 명예총재로 올려놓았다.”라고 하며 10.26의 가장 중요한 것이었다고 한 것입니다.
최태민의 비위사실, 여자관계, 이권개입에 대한 것은 중앙정보부장이었던 김재규의 보고서를 통해 자세히 나옵니다. 구국선교회를 조직한 이후 14건의 횡령, 사기, 변호사법 위반, 권력형 비리,이권개입, 융자브로커 등을 저질렀다고 합니다. 여성추문과 관련 12건의 내용도 적나라하게 기술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면 당시 31세의 부단장과 성교를 시도했으나 성기불발기로 실패, 40세의 모 병원 간호과장에게 4회에 걸쳐 강제로 음부를 빨게 하는 등 음란행위를 했다는 등 자세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후 새마음 봉사단은 강제해산 당하고 최태민은 잠수를 탑니다. 그러다가 그런데 육영재단,영남대를 통해 박근혜가 활동을 개시하자 파트너인 최태민도 세상에 나옵니다. 육영재단 이사장인 박근혜의 결재를 받으려면 최태민에게 우선 보고를 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최태민의 딸 최순실이 어린이회관 운영에 개입했다는 것이 여성중앙을 통해 보도됐지요. 1990년 박근혜의 동생 박근령이 이사장을 넘겨받습니다. 그리고 퇴임할 때 박근혜는 “내가 누구에게 조종받는다는 것은 내 인격에 대한 모독”이라고 했습니다. 최근의 ‘국기문란’ 발언도 비슷하지요?최태민은 이후 역삼동에서 조용히 지내다가 1994년 세상을 떠났습니다.
5. 다시 부활한 그림자
최태민의 사망 후에도 그의 딸 최순실과 남편 정윤회는 박근혜의 곁에 남아 있습니다. 초반에 언급한 것처럼 정윤회는 박근혜의 비서실장이라 불렸고, 최순실은 오랜 말동무로 지내고 있습니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때 MB 캠프에서는 박근혜 후보의 보좌진이 최태민과 친인척 관계라며 정윤회를 언급했습니다. 박근혜 후보는 최태민에 대해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힘들었을 때 흔들리지 않고 바로 설 수 있도록 도와준 고마운 분”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각종 의혹에 대해서는 실체가 없었다고 말했지요. 익숙한 해명입니다.
2007년 7월 19일 YTN 뉴스를 보면 당시 한나라당 검증위원들이 최태민과 박근혜 사이의 사생아 의혹을 질문했습니다. 이에 대해 박근혜 후보는 “만약에 애가 있다는 확실한 근거가 있다면 데리고 와도 좋다며 DNA 검사를 할 수 있다”라고 반박했습니다.
최태민 씨의 딸 최순실씨가 강남에 수백억 원대 부동산을 보유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자신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해명했고, 최태민 씨나 최순실 씨가 육영재단 일에 관여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박근혜 정부 초기에 언론들은 물론 친박 내부에서도 ‘뭔가 모르겠는 실체’가 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이때 이미 정윤회의 라인, 이른바 ‘비선’이 청와대를 장악했다는 것이죠. 정윤회 역시 최태민처럼 이력이 다양한데 박근혜 곁에 계속 있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조선일보는 한 칼럼을 통해 정윤회의 이혼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재산 분할 및 위자료 청구를 하지 않는 조건으로 부인에게 결혼 기간 중 일들에 대한 '비밀 유지'를 요구했다. 이런 일은 결코 흔한 일이 아니죠. 게다가 이혼 당사자 중 남자는 대통령의 새로운 그림자인 정윤회였습니다. 여자는 대통령의 예전 그림자였던 최태민의 딸, 대통령의 오랜 말동무 최순실이었습니다. 이런 둘의 이혼이기에 유지되어야 할 비밀이 대체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세월호 사건 때 일본 산케이신문은 대통령이 7시간 동안 정윤회를 만나고 있었다는 보도를 냅니다.이에 청와대가 고소했지만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물론 산케이가 허위 사실을 직시했지만,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어서 면책사유가 성립한다는 재판부의 판단이었습니다. 그리고 아직도 그 7시간은 그림자 속에 있습니다.
6. 그림자를 건드리면 아주 X 되는 거야!
최태민으로부터 이어지는 박근혜의 그림자. 그걸 집요하게 캐던 언론들은 예외 없이 ‘보복’을 당했습니다.
정윤회 문건’ 보도로 ‘십상시’란 존재를 세상에 알린 세계일보는 곧바로 회장과 사장이 교체되었습니다. 세계일보의 주인인 통일교 관련 회사는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았습니다. 당시 통일교 신도대책위원회의 문건에는 “청와대와 맞설 핵무기 7~8개가 있다”라는 내용이 있었습니다.이 정부가 두려워하는 건 북한 핵보다 통일교의 이 핵무기일지도 모릅니다.
조선일보는 아시는 대로 송희영 주필이 ‘찍어내기’를 당했고 애국신문에서 부패한 기득권 세력으로 청와대의 맹공을 받았습니다. 세계일보가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면 조선일보에는 적어도 중장거리 미사일 정도는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미 “천황폐하께 충성을 다하겠습니다“”는 보도를 낸 이력, 6·25 전쟁 당시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만세”라는 기사를 낸 겁쟁이 신문이 더는 위험한 행동을 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를 살펴보죠.
제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제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민주주의와 공화제를 실시하고 있는 국가는 모든 권력이 국민에게서 나옵니다. 그리고 정부를 운영하는 이들은 모두 국민이 선출한 공무원입니다.
그런데 이런 주인인 국민이 일하라고 뽑은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그림자에 조종당하고 있다는 사실 혹은 의혹을 두고 참을 수 있겠습니까?
21세기 대한민국은 국민이 그림자가 되어 버린 판국입니다. 저는 세상의 빛이 되고 싶지, 그림자로 살기 싫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