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쾌한 총성이 복도에 울려 퍼지며 돌격소총이 연속해서 불을 뿜자 복도에서 어슬렁거리던 칠흑빛의 괴인이 자신과 똑같은 괴인 무리의 시체 더미 속으로 힘없이 쓰러졌다.
“3층 복도, 클리어.”
그 가운데에 홀로 서 있는 건 다른 누구도 아닌 민지였다. 별관으로 향했던 민지는 어느새 3층까지 도달해 있었다. 여기까지 오는 도중에 민지는 칠흑빛의 왜소한 인간의 모습을 한 D급 인트루더인 미니언과 멧돼지와 흡사한 외형을 가진 C급 인트루더, 터스크(Tusk) 같은 소형 인트루더의 무리와 맞닥뜨렸지만 민지가 자주 애용하는 돌격소총의 탄환 앞에 하나하나 쓰러져나갔다.
그녀가 사용하는 소총의 탄환의 탄두는 하나같이 은빛을 띠고 있었는데 인트루더의 시체에서 꺼낼 수 있는 광석 형태의 특수 물질, ‘바리안튬(variantium)’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바리안튬은 이형력자의 이형력에 반응하는 특수한 물질이었고, 관리국은 이 물질을 가공하여 인트루더와 싸울 수 있는 무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렇기에 민지 뿐만 아니라 모든 세이비어들은 바리안튬 재질의 무기를 사용하며 그 종류 또한 다양하다. 검이나 창처럼 한눈에 알아보기 쉬운 무기를 사용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민지처럼 평범한 총기에 바리안튬 탄환을 사용하는 사람이 있는 법이다. 즉, 바리안튬은 이형력자와 더불어 인류의 희망이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쿠에에에엑....!!
민지가 복도의 상황을 정리하자마자 멀리서 우렁찬 야수의 포효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지금 포효의 주인공이 이번 침공의 우두머리일 것이라 확신하고 서둘러 걸음을 옮겨 포효 소리가 들린 곳, 창문을 통해 음악실의 상황을 살폈다.
-쿠와아아아아악!!!
포효 소리의 주인은 거대한 체구의 유인원을 닮은 괴물이었다.
‘저 녀석이 오늘 침공한 녀석들의 우두머리인가......!’
민지는 눈앞의 유인원 괴물에 대해 알고 있었다. 놈의 명칭은 ‘시미안(Simian)’. B등급에 속하는 중형 인트루더이며 늠름한 황철빛 체구는 물론 원숭이를 연상케 하는 날렵한 움직임이 특징인 인트루더였다.
민지가 B등급 인트루더와 교전하는 건 이번이 두 번째였다. 리틀 나이츠가 결성된 지 오늘로써 세 번째 임무였는데 B등급 인트루더를 상대했던 건 첫 번째 임무, 그것도 세리나 현과 함께 상대했던 것이라 민지 혼자서 B등급 인트루더를 상대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기에 그녀는 등줄기가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 VR(Virtual Reality : 가상현실) 훈련을 통해서 B등급 인트루더와 홀로 맞닥뜨린 경험은 여러 번 있었지만 그녀의 시야에 들어온 유인원 괴물이 내뿜는 위압감은 VR 따위와는 감히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했기 때문이었다.
“괜찮아, 김민지...... 훈련 때처럼만 하면, 이길 수 있어...!”
민지는 스스로를 안심시키듯 중얼거리고는 오른쪽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처음 미니언 무리와 교전 했을 때와 똑같은 연분홍빛의 구멍이 형성되었고 그녀는 조용히 구멍에 손을 넣어 지름 30cm 정도 되는 은빛의 굵직한 원형 디스크 한 장과 검은색 권총 한 자루, 그리고 골프공 정도 크기의 소형 수류탄 꺼냈고 디스크 중앙의 버튼을 눌러 5m마다 바닥에 한 장씩 바닥에 떨구면서 본인도 방금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좋아, 이제 남은 건...!”
복도 끝에 도착하자 민지는 권총에 공포탄을 장전하고, 그대로 정면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키야아아아아악...!!
경쾌한 폭음이 복도 한가운데에 울려 퍼지자 민지의 예상대로 원숭이 모습의 인트루더, 시미안이 음악실의 문을 날려버리고 무시무시한 기세로 뛰쳐나왔다. 괴물의 시선은 곧바로 복도 끝에 있는 제복 소녀에게로 향했다.
-캬아아아아아악!!!
시미안은 민지를 향해 포악하게 울부짖으며 모든 걸 쳐부술 기세로 달려들었고 민지는 물러서지 않고 돌격소총을 들고 앉아 쏴 자세로 유인원 괴물을 조준해 방아쇠를 당겼다.
타타타타탕!!
총구가 불을 뿜음과 동시에 은빛의 탄환이 연분홍빛 궤적을 그리며 시미안을 향해 날아가자 시미안은 기다렸다는 듯 오른쪽으로 도약해 민지의 탄환을 여유롭게 피했고 번개 같은 기세로 민지를 향해 날아들었다.
유인원과 민지와의 거리의 4분의 1이 줄어들었을 때, 유인원은 발밑에 이질적인, 마치 버튼을 누른 것 같은 감각이 느껴졌다. 그리고,
파지지직!!
-캬, 캬아아아악!! 아악!!!!
유인원의 발끝에서 푸른빛의 고압 전류가 일어나 온몸을 감쌌고 고통에 찬 유인원의 포효소리가 복도에 쩌렁쩌렁 울림과 동시에 은빛 탄환 세례가 연분홍색 궤적을 그리며 날아와 유인원 괴물의 온몸에 박혔다.
‘좋아, 작전대로야!’
총구에서 연기를 내뿜는 돌격소총을 쥔 민지가 마음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두 개의 소형 수류탄의 안전핀을 뽑아 시미안을 향해 던졌고 유인원의 발밑에 떨어진 수류탄은 얼마 안 가 폭발해 주변에 연기를 흩뿌렸다.
쾅!! 콰앙!!
-쿠에에에엑!!
방금 시미안이 밟은 건 민지가 던진 디스크, 즉 인트루더를 퇴치하기 위해 사용하는 마비 덫이었다. 잠깐이지만 인트루더의 발을 묶을 수 있었고 그동안 소총, 수류탄을 비롯한 그녀가 가진 무기를 동원한다면 B등급 인트루더를 민지 혼자서 퇴치하는 것도 가능한 일이었다. 수류탄 폭발에 의한 연기가 그치질 않자 민지는 시미안이 반격해 올 것을 대비해 계속해서 소총을 쥔 채 전방을 주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연기를 뚫고 다가오는 기세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두두두두두두!!
무언가가 복도 바닥을 두드리는 소리가 점점 작아지는 게 들렸다. 분명 시미안이 부상을 입고 도망치는 것이리라. 민지는 소총에 다시 탄환을 삽탄한 뒤 전진해 시미안이 올라갔을 계단을 올랐다.
“으아악, 사람 살려!”
민지가 4층에 도착했을 때, 들려서는 안 될 사람의 비명이 들렸다. 그녀의 눈은 곧바로 복도로 향했다.
복도에서 칠흑빛의 괴인 미니언이 자리에 주저앉은 두 명의 남학생을 노려보며 게걸스럽게 혀를 날름거리고 있었다. 남학생들의 주변에 담배꽁초가 아무렇게나 떨어져 있는 것으로 보아 수업을 빼먹고 별관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변을 당한 것이 틀림없었다.
“칫!”
민지는 혀를 차며 곧장 학생들을 노리는 미니언에게 뛰어들며 탄환을 퍼부었고 세 발의 은빛의 탄환 세례는 정확히 흑색 괴인의 팔뚝, 어깨, 그리고 관자놀이를 관통했다.
-하아아아아악......
“뭐...... 뭐야, 어떻게 된 거... 히이익!!”
“주, 죽은 거야??”
공포에 질려 울부짖던 불량한 외모의 두 남학생이 어리둥절한 채 고개를 들었고, 방금까지 자신들의 목숨을 노리던 흉악한 칠흑빛의 괴인이 나동그라진 모습을 보고 둘 다 사이좋게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둘 다 괜찮아?”
그때 민지의 외침이 두 사람의 귓가를 때렸고 두 사람은 그제야 돌격소총을 든 채 달려오는 그녀의 모습을 보았다.
“너, 너는 어제 전학 온......”
“너희 말고 또 건물에 남아있는 사람 있어?”
민지는 양아치의 말을 가로채며 물었다. 지금 그녀에겐 인사치레를 나눌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뭐? 아, 아니. 우리 둘만...... 으어어어, 뒤에! 뒤!!”
두 양아치가 대답을 하다 말고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비명을 지르자 민지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뒤로 돌렸다. 그리고.
-콰앙!
호쾌한 타격음과 함께 민지의 몸이 공중에 떠올랐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뒤의 벽에 곤두박질쳤다.
“크윽......”
그녀가 정신을 차렸을 땐 귓가에선 도망가는 양아치들의 비명이 들렸고 등에서 극심한 통증이 느껴졌다. 민지는 간신히 몸을 일으켜 상황을 살폈고, 이내 숨을 삼켰다.
“허억...!”
민지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다름 아닌 방금까지 자신이 몰아넣었던 유인원 괴물, 시미안이었다. 3층에서 그녀가 던진 수류탄 때문에 온몸이 흉터투성이인 채 콧김을 내뿜으며 민지를 내려다보는 시미안의 눈빛은 말 그대로 분노에 차 있었다.
상황을 이해한 민지는 곧바로 시미안의 주먹이 자신에게 날아들기 전에 몸을 굴려 방금 공격으로 그녀의 손에서 벗어나 바닥에 굴러다니는 돌격소총을 찾았다.
3층처럼 아공간을 통해서 다른 무기를 꺼내고 싶었지만 아공간에서 무기를 꺼내는데 시간이 걸릴 테고, 시미안 역시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속도가 빠른 편이었기 때문에 아공간을 통해 공격에 노출당할 게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민지는 돌격소총을 줍는 대로 곧장 복도 쪽으로 뛰었다. 지금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시미안과의 거리를 최대한 벌리는 것이었다. 어느 정도 거리가 벌어지자, 그녀는 그 자리에서 앉아 쏴 자세로 자신을 향해 무서운 기세로 다가오는 시미안을 조준했다. 이번에는 한방에 머리를 꿰뚫으리라, 민지는 속으로 굳은 맹세를 하며 방아쇠를 당겼다.
철컥철컥.
공허한 쇳소리만이 소총에서 들려오자, 민지의 등골이 오싹해졌다. 그렇다. 방금 양아치들을 구해주는 데 총알을 다 쓴 것이었다. 아공간 속에 넣어둔 탄환도 다 사용한 상황. 그녀는 애써 평정심을 유지하며 왼손의 손가락을 튕겼고 곧이어 은빛으로 빛나는 권총을 뽑아 들었다.
-꾸와아아아아악!!!
콱.
하지만 민지가 권총을 뽑아 든 순간, 유인원 괴물의 우악스러운 손아귀가 대조적으로 가녀린 그녀의 몸을 붙잡았다.
“우왓...!”
절체절명의 상황. 민지는 어떻게든 빠져나오기 위해 온몸을 비틀었지만 그럴수록 유인원의 악력에 점점 더 조여들기 시작했다.
“흐아아아아악.......!”
온몸의 뼈가 으스러지는 고통이 민지의 온몸을 덮쳤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가운데 그녀의 머릿속에서 한가지 심상이 떠오르고 있었다.
폐허가 된 건물, 어린 소녀를 감싼 채 죽어가는 두 남녀. 그리고 싸늘한 주검이 된 두 사람에게 안긴 채 흐느껴 우는 어린 소녀......
“나, 나는 아직...... 죽을 순........”
민지는 쥐어짜는 목소리로 발악하듯 읊조렸고 그녀의 뺨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렸다.
“너희...... 인, 인트루더 놈들을.... 으아악....! 모두 없애는 날까지....... 나는...... 나는.......!”
눈물을 흘리면서도 민지는 공포에 질리지 않고 오히려 의연한 태도로 자신의 생명을 잡고 있다시피한 유인원 괴물을 노려보았다.
-쿠에에에에엑!!
시미안은 민지의 말을 알아듣는 건지, 못 알아듣는 건지, 그저 우렁차게 포효하며 민지를 끝장내기 위해 그녀를 붙잡은 오른팔을 높이 치켜들었다.
“크윽.......!”
민지가 자신에게 닥칠 운명에 체념하려는 순간,
샤아아악!!
민지도, 유인원 괴물도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다. 민지를 붙잡고 있던 시미안의 근육 덩어리 오른팔이 마치 두부처럼 잘려 나갔기 때문이었다!
-꺄아아아아아악!!!
오른팔을 잃은 시미안은 반쯤 망가진 왼손으로 오른팔의 잘려 나간 단면을 부여잡으며 울부짖고 뒤로 물러섰다.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민지는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도대체 누가 자신을 구해준 걸까? 설마 세리와 현이 벌써 도착한 것이었을까?
“너, 너는......!”
민지는 경악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다 해진 카키색 파카를 입은 은발 소녀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민지는 그녀를 알고 있었다. 그녀는 며칠 전 사람들을 공격했다는 혐의로 쫓기고 있는 소녀였기 때문이다.
“야, 나래야, 좀 같이 가지......”
그녀와 더불어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민지의 귓가에 들려왔다. 민지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고 그녀의 시야엔 숨을 헐떡이며 계단을 올라오는 한 남학생의 모습이 들어왔다.
“박세호......?”
민지의 목소리는 난감함을 숨기지 못하고 있었다. 세호는 분명 그녀의 말을 듣고 대피소로 갔어야 했다.
“박세호, 내가 분명.......”
-쿠아아아아아악!!!
-키에에에엑!!
민지가 세호를 추궁하려는 순간, 고막을 뒤흔드는 듯한 유인원의 포효소리와 함께 복도 저 멀리서 붉은빛의 얼굴을 가진 시미안이 앙상한 체형을 가진 미니언의 무리와 함께 나타나 세호 일행을 향해 모든 걸 쳐부술 기세로 진격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나래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온다.”
“야, 저놈들이 마지막이야?”
세호가 민지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민지는 겨우 몸을 일으키며 대답했다.
“아마도 맞을 거야. 하지만...... 넌 세이비어도 아니잖아, 무모한 짓 하지 마.”
“알고 있어.”
확실히 민지의 말이 맞았다. 세호는 이형력자인 탓에 일반인들과 비교해 신체 능력이 좋은 편이긴 했지만 민지랑 달리 정식으로 훈련과정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웬만큼 이형력이 강하지 않은 이상 인트루더와 직접 싸우는 건 자살행위나 다름없는 짓이었고 그건 세호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하지만 이젠 도저히 못 참겠거든.”
세호는 물러서지 않고 인트루더 무리를 노려보았다. 민지는 느낄 수 있었다. 그의 전신에서 회오리치는 짙은 푸른빛 아우라, 이형 에너지를. 그는 마치 스트레이트 펀치를 날리려는 것처럼 천천히 오른팔을 뒤로 젖혔다. 그의 주먹에 격렬하게 일렁이는 푸른빛의 불꽃이 점점 모여들고 있었다.
세호는 지금껏 이형력이나 인트루더같은 것을 질색해왔다. 인트루더와 싸우는 세이비어가 되는 건 말할 것도 없었다. 자신을 보고 엄마의 뒤를 이을 영웅이 될 것이라고 멋대로 정하는 것 역시 싫었다.
자신하고 아무 상관도 없는 인간들이 자신의 인생을 결정하려 드는 것이 싫었다. 그렇기에 그는 7살 이후 이형력을 쓰는 것을 피해왔다. 이형력이나 관리국과 멀어진다면 적어도 자신의 삶은 자신이 정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느끼고 있었다. 그런 것 때문에 지금 자신이 싸우지 않고 피한다면 언젠가는 결국 후회할 것이라고.
“둘 다, 휘말리지 않게 물러서 있어!”
오른손 주먹에 불꽃을 잔뜩 두른 세호가 소리치자, 나래는 고개를 끄덕이고 민지를 부축해 세호의 등 뒤로 물러났다.
위험해질 요소는 최대한 정리했다. 이제 세호가 할 일은 단 하나였다. 바로 눈앞의 적을 치는 것!
-쿠와아아아아아아아악!!!
“우리 학교에서...... 꺼져버려어어!!”
세호는 기합과 함께 눈앞까지 다가온 인트루더 무리를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그리고,
노도와도 같은 푸른 섬광이 용맹한 기세로 소년의 주먹에서 뿜어져 나와 유인원과 조무래기의 무리를 먹어 치우듯 감싸며 복도 일대를 질주했고 복도 끝에 있는 다용도실을 끝으로 멈춰 점점 사그라들더니, 이윽고 먼지처럼 사라져갔다.
세호의 눈앞에는 폐허가 되어버린 복도만이 남아있었다.
‘이거...... 진짜 조절하기 힘드네.’
세호는 주먹을 거두면서 쓴웃음을 지었다.
“박세호! 너...... 괜찮아?”
그때, 등 뒤에서 민지의 목소리가 들리자 세호는 비틀거리면서 뒤를 돌아 민지와 나래를 보았다.
“김민지라고 했지...? 뒤, 뒷일은 부탁하.......”
“박세호, 박세호!!”
세호는 말을 다 마치지 못한 채 자리에서 털썩 쓰러졌고 민지의 소스라치게 놀라는 소리가 들렸다. 사실 별관에 오기 전 본관에서 멧돼지 인트루더를 이형력으로 공격할 때 힘을 많이 소모해 피로가 누적된 상태였다. 세호가 나래와 함께 별관 4층까지 올라오는데 평소답지 않게 숨을 헐떡이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점점 의식이 멀어지는 가운데 민지가 무어라 외쳤지만 세호는 듣지 못하고 조용히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