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재작년에 교생실습을 갔을 때의 일입니다. 당시엔 코로나-19가 일파만파 퍼진 상황의 여파로 제대로 된 교생 실습이 불가능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학생들에게 보여줄 조회 영상을 만들고, 그 영상을 본 학생들에게 구글 플랫폼으로 질문을 받은 뒤 그에 대한 피드백을 주는 형식으로 학생들을 지도했습니다. 그때 학생들이 저에게 던진 질문 중 하나가 이랬습니다. "역사는 어려운 과목인데, 어떻게 하면 쉽게 공부할 수 있나요?"
그래서 저는 그 질문에 다음과 같은 식으로 답변해주었습니다(피드백 내용을 저장해놓은 기록이 안 남아 있어서 핵심만 기억해냈습니다).
"역사는 특별한 인물들에 의해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여러분의 조부모와 부모, 그리고 여러분이 살아가는 시간도 역사가 될 수 있습니다. 저의 경우를 예시로 들겠습니다. 저는 조부모님께서 한국전쟁 당시에 겪었던 사건들과 부모님께서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던 일화와 같은 이야기를 들으며 그런 일들을 실제 역사와 연관지어 생각했습니다. 즉, 역사는 우리와 동떨어져 있는 것이 전혀 아니란 거죠. 여러분의 가족과 여러분도 역사를 만들어나갈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살아가는 시간도 엄연한 역사의 일부입니다. 그래서 저는 역사를 그렇게 어렵게 생각하실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먼저 여러분의 가족들이 살아온 세월에 대해 물어보세요. 그리고 그 세월이 교과서에 나온 역사적 사건과 어떤 연관관계에 있는지 한번 생각해보세요. 그렇게 역사를 인식한다면, 조금이라도 더 쉽게 역사를 공부할 수 있다고 여겨집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역사란 분야가 여타 인문학처럼 본질적으로 '인간' 그 자체를 다루는 학문이라 생각합니다. 어떤 사건이 언제 벌어졌는가에 대해 암기하고 연구하는 것도 중요합니다만, 더 중요한 것은 인류가 '어떻게 살아왔고, 무엇을 생각하는지' 등을 탐구하는 것이라고 보거든요. 문학이 인류의 복잡미묘한 감정을 다루고, 철학이 인류의 본질과 인류가 지향해야 하는 가치와 윤리 등을 궁구한다면 역사는 인류의 본질이 시대와 장소에 따라 다양하게 구현된 양태를 공부하는 학문인 거죠. 그리고 상기한 글에서도 알 수 있겠지만, 소수의 사람만 역사 속 인물이 될 수 있는 게 아니라, 우리 모두가 역사 속 인물이 될 수 있습니다. 알게 모르게 우리는 역사 속 여러 사건에 연관되어 있고, 우리가 쌓아올린 기록과 시간 등이 점점 축적되어 후대인들에겐 역사가 될 수 있는 거죠.
이렇게 생각하는 제 입장에서 역사에 딱히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 역사가 너무 어렵거나 고루하게 받아들여지는 현실이 씁쓸합니다. 특정한 사건이 언제 일어났는지 등을 무작정 암기해야만 하는 제도권 교육의 폐해, 그리고 인문학은 무조건 사변적이고 난해한 학문일 것이라는 편견 등이 섞여서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 같거든요.
마르크 블로크의 '역사를 위한 변명'이 생각나는 의견이네요. 블로크도 저서에서 역사를 '인간에 대한 학문'으로 정의하고 있거든요. 저 역시 단순히 과거를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당대 인간의 삶과 시대를 고찰하는 것이 역사의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을 사랑하지 않고선 역사를 사랑할 수 없어요.
동의합니다. 좋은 의견이네요. 동시에 제가 근본적으로는 모순투성이란 점도 깨닫게 되고요. 지금은 좀 유순해졌지만, 대학에 가기 전까지는 인간에 대한 불신이 심했습니다. 동급생들의 따돌림, 호의를 베풀고 도와줬던 사람들의 배신, 상급자들에게 이용당했던 충격 때문에 더 그랬던 같아요. 부모님으로부터 제가 인간에 대한 애정이 없는 것 같다는 질책을 듣기도 했을 정도니, 인간을 불신하고 미워하는 정도가 심했던 것 같긴 합니다. 그런데 그 당시에도 철학이나 역사에 대한 관심은 많았습니다. 돌이켜봐도 다신 되돌아가고 싶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그 당시에 인문학 책을 읽었던 것은 저에게 큰 위안이 되었거든요. 어쩌면 그때 의식적으로는 인간을 증오했을지 몰라도, 무의식 저편에선 여전히 인간 자체를 사랑했는지도 모릅니다. 양가감정, 그러니까 애증이죠. 한창 격정적이었던 10대 시절에는 눈치를 못 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완전히 인간을 미워하지 못했구나 하는 느낌도 듭니다. 정말 인간 자체를 싫어했다면, 인문학에 눈길조차 주지 않고 자연과학 서적이나 열심히 읽었을 텐데... 그런 점에서 감정이란 점이 참 묘합니다.
마르크 블로크의 '역사를 위한 변명'이 생각나는 의견이네요. 블로크도 저서에서 역사를 '인간에 대한 학문'으로 정의하고 있거든요. 저 역시 단순히 과거를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당대 인간의 삶과 시대를 고찰하는 것이 역사의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을 사랑하지 않고선 역사를 사랑할 수 없어요.
동의합니다. 좋은 의견이네요. 동시에 제가 근본적으로는 모순투성이란 점도 깨닫게 되고요. 지금은 좀 유순해졌지만, 대학에 가기 전까지는 인간에 대한 불신이 심했습니다. 동급생들의 따돌림, 호의를 베풀고 도와줬던 사람들의 배신, 상급자들에게 이용당했던 충격 때문에 더 그랬던 같아요. 부모님으로부터 제가 인간에 대한 애정이 없는 것 같다는 질책을 듣기도 했을 정도니, 인간을 불신하고 미워하는 정도가 심했던 것 같긴 합니다. 그런데 그 당시에도 철학이나 역사에 대한 관심은 많았습니다. 돌이켜봐도 다신 되돌아가고 싶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그 당시에 인문학 책을 읽었던 것은 저에게 큰 위안이 되었거든요. 어쩌면 그때 의식적으로는 인간을 증오했을지 몰라도, 무의식 저편에선 여전히 인간 자체를 사랑했는지도 모릅니다. 양가감정, 그러니까 애증이죠. 한창 격정적이었던 10대 시절에는 눈치를 못 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완전히 인간을 미워하지 못했구나 하는 느낌도 듭니다. 정말 인간 자체를 싫어했다면, 인문학에 눈길조차 주지 않고 자연과학 서적이나 열심히 읽었을 텐데... 그런 점에서 감정이란 점이 참 묘합니다.
엉 재작년에 교생실습을...? 여기 동지가 계셨군요. 혹시 교직이수인지 사범대신지 교대신지 감히 여쭙는것을 허락해주시겠습니까?
사범대 나왔습니다. 정확히는 사범대학의 역사교육과가 제 전공입니다. 사실 인문대학의 사학과와 역사교육과는 커리큘럼이 꽤 다르죠. 역사교육과는 역사교육론과 교직 과정을 거쳐야 하는 반면, 사학과는 굳이 교육과 관련된 전공 강의를 이수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역사교육과를 다니면서 그 점이 조금 아쉬웠습니다.
저도 사범학부 역사교육과를 나왔지만 얘기 하셨다시피 사범대랑 인문대는 학풍 자체가 틀리다보니까 저도 그부분에선 조금 실망을 하긴 했습니다.